자모사 초(抄)/정인보
1
가을은 그 가을이 바람 불고 잎 드는데
가신 님 어이하여 돌오실 줄 모르는가
살뜰히 기르신 아이 옷품 준 줄 아소서
2
부른 배 골리 보고 나은 얼굴 병만 여겨
하루도 열두 시로 곧 어떨까 하시더니
밤송인 쭈구렁인 채 그저 달려 삽내다.
7
눈 한번 감으시니 내 일생이 다 덮여라.
절 보아 가련하니 님의 속이 어떠시리.
자던 닭 나래쳐 울면 이때려니 하여라.
10
미당이 닫히었나 열고 내다보시는가.
중문턱 바삐 넘어 앞 안 보고 걸었더니
다친 팔 도진다마는 임은 어디 가신고.
12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
13
썩이신 님의 속을 깊이 알 이 뉘 있으리.
다만지 하루라도 웃음 한번 도웁과저
이저리 쓰옵던 애가 한 꿈 되고 말아라.
16
안방에 ㅂㄹ 비치면 하마 님이 계시온 듯
닫힌 창 바삐 열고 몇 번이나 울었던고.
산 속에 추위 이르니 님을 어이 하올꼬
18
태양이 더웁다 해도 임께 대면 미지근하다.
구십춘광(九十春光)이 한 웃음에 펴졌어라.
멀찍이 아득케나마 바랄 날이 언제뇨.
31
비 잠깐 산 씻더니 서릿김에 내 맑아라.
열구름 뜨자마자 그조차도 불어 없다.
맘 선뜻 반가워지니 임 뵈온 듯하여라.
37
이 강이 어느 강가, 압록이라 여짜오니
고국 산천이 새로이 설워라고
치마끈 드시려 하자 눈물 벌써 굴러라.
40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 풀 욱은 오늘 이 '살'부터 있단 말가.
빈말로 설운 양함을 뉘나 믿지 마옵소.
===[한국 대표 명시 3, 빛샘]===
정인보
일제강점기의 한학자, 역사학자, 교육자. 대한민국의 독립유공자. 1990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았다.
출생:1893년 5월 6일, 한성부 남부 명례방 종현계 종현동(현재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2가)
사망:1950년 11월 말, 북한
묘소:재북인사릉,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 위패-213호
상훈:건국훈장 독립장
본관은 동래(東萊). 유명(幼名)은 정경시(鄭景施). 자는 경업(經業), 호는 담원(薝園)·미소산인(薇蘇山人). 아호는 위당(爲堂). 서울 출신. 조선 명종대의 대제학 정유길(鄭惟吉)의 후손으로, 철종대의 영상 정원용(鄭元容)의 증손인 장례원부경(掌禮院副卿)·호조참판을 역임한 정은조(鄭誾朝)의 아들이다.
<다음백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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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단어로 좀 어렵네요.
뜻을 설명하니 한결 도움이 됩니다.
○ 드는데: 한 잎 한 잎 떨어지는데.
○ 밤송인 쭈구렁인 채: 병이 많은 사람이 그대로 목숨을 이어가는 것을 견주어 말하며, 못생기고 오래 사는 것을 이에 견주어 말함.
○ 바릿밥: 바리 그릇에 담긴 따뜻한 밥.
○ 보공: 빈 곳을 채워서 넣음. 여기에서는 관 속에 채워 넣은 것을 의미함.
○ 하마: 혹시
○ 구십춘광: 봄 석 달 동안의 화창한 날씨
○ 서릿김: 서리가 내린 기운
○ 열구름: 지나가는 구름.
○ 욱은: 우거진
돌아가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시랍니다.
부르면 대답하는 어머님이 계시면 오늘 불러 보세요.
찾아뵙거나 전화하면 좋아하시겠지요.
어머니!
한 번이라도 더 불러 볼걸
한 번이라도 더 보러 갈걸
한 번이라도 더 안아 볼걸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 말할 걸
뭐가 그리 바쁘다고.....
후회가 됩니다.
=2023/9/3(일)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