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이소`라는 간판이 심심찮게 보인다. 대형 마트에도 `다이소`라는 코너가 거의 다 있다. 값싼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나 역시 가끔 들러 아이디어 상품이 보이면 헐한 맛에 종종 사 나른다.
어느 날, 와이프가 누구누구 엄마가 그러는데 `다이소`가 모든 상품이 다 있다는 `다 있소`의 부드러운 표현이라면서 아는 체 늘어놓는다.
틀린 말이다. 다이소는 일본의 회사 이름이며 정식 명칭이 주식회사 다이소 산업(大創産業)이라 하여 100엔 숍으로 더 유명해진 회사다. 大創(대창)이 일본어로 `다이소`이며, 지금은 회사 이름을 아예 영문으로 DAISO라고 간판을 걸어놓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꽤 알려진 회사다. 우리나라와도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간판이 `다이소`가 돼버린 것이다. 우리가 굴삭기의 대명사처럼 알고 있는 `포클레인`이 프랑스의 유압기계 전문 메이커의 회사 이름인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이런 류의 잘못은, 중년이 넘은 사람들의 모임에 가면 제일 인기가 많은 사람이 Y담을 잘하는 사람이다. `Y담`,이것 역시 일본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외담(猥談) 또는 음담(淫談) 즉, 음탕한 이야기란 뜻인 일본어 와이단(waidan)이 그만 Y담(談)이 돼버린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표현일는지 모르겠지만 원래의 뜻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일본말을 어른들로부터 듣고 말하며 살아왔다. 아직도 일상생활에서나 전문 직종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통용되는 말들이 많다.
순수 일본어 그대로인 것이, 오뎅(어묵), 사라(접시), 벤또(도시락), 다꾸앙(단무지), 단도리(일의 준비), 분빠이(나눔, 분배), 기스(흠), 아나고(붕장어), 유도리(융통성), 입빠이(가득, 한잔), 찌라시(전단지, 광고쪽지), 우와기(상의, 윗도리), 요지(이쑤시개), 소데나시(민소매), 마호병(보온병), 다대기(다진 양념), 엥꼬(바닥남, 고장), 짬뽕(한데 섞음), 시찌부(7부), 땡땡이가라(점박이 무늬), 시다(보조원, 조수) 등이고, 영어 발음을 잘 못하는 일본인들이 만든 엉터리 외래어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진 것도 많다. 만땅(滿 tank), 난닝구(런닝셔츠), 미싱(재봉틀) 등이며, 리모콘(remote control), 레미콘(ready mixed concret)은 일본인 저들과 우리나라 사람만 아는 말이다. 돈까스는 원래 포크 커틀릿(pork cutlet) 인데 발음이 어려워 돼지`돈`자를 억지로 붙인 것이다. 빵꾸(펑크), 사라다(샐러드), 엑기스(농축액), 스덴(스테인리스), 자꾸(지퍼), 함박스텍(햄버그 스테이크), 맘모스(매머드) 등은 외국인이 못 알아먹는 말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일본어 중에 노가다(막노동꾼)는 도가타(土方 dogata공사판 막일꾼)에서 변해 버린 것이고, 흔히 똘마니, 종, 하수인 등의 뜻으로 통하는 시다바리(shitabari)는 원래 시타바다라키(shita=아래 +hataraki=일, 합성어)가 변질된 것인데, 정작 `시다바리`라는 말은 옛날, 벽지나 천장 도배를 할 때 초벌로 한번 먼저 바르는 작업을 시다바리 라고 한다.
소라색의 `소라`는 일본어로 하늘이다. 하늘색인데도 고동의 일종인 소라와 같은 색깔인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고, 곤색(紺色)도 마찬가지다. 진한 청색을 의미하는데 漢字 그대로 발음하면 감색(紺色)이니까 먹는 감의 색깔인양 착각을 일으킨다. 야끼만두 역시 구운 만두라는 뜻으로 이것 역시 닭도리탕과 함께 한일 합작품이다.
또, 일본식 漢字를 우리말처럼 그대로 쓰는 경우가, 기합(氣合 벌주기, 얼차려), 기라성(綺羅星 빛나는 별), 견출지(見出紙 찾음표), 대합실(待合室 기다리는 곳), 부지(敷地 터, 대지), 세면(洗面 세수), 시말서(始末書 경위서), 승강장(昇降場 타는 곳), 매점(賣店 가게), 촌지(寸志 돈 봉투, 작은 성의), 할증료(割增料 웃돈), 회람(回覽 돌려보기), 추월(追越 앞지르기), 지분(持分 몫), 절취선(切取線 자르는 선), 고지(告知 알림), 대절(貸切 전세), 매물(賣物 팔 물건) 수순(手順 차례, 절차), 18번(애창곡, 장기), 매립(埋立 메움), 차출(差出 뽑아냄), 축제(祝祭 잔치), 정종(正宗 일본 술의 상표이름) 등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아름다운 우리말이나 우리식 한자말이 있는데도 이제 우리말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이래서 일까? 포항에는 한글로 큼지막하게 `조 수사`, `김 수사`라는 간판이 있는데, (OO수사`라는 간판이 더 있는지 모르겠다) 웬만한 도시의 번화가엔 꼭 있다. `수사`라니? 무슨 범죄 수사나 수사 반장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초밥을 수사(스시)라고 부르고 있다. 스시(sushi)는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우리가 말하는 초밥을 스시라하고 壽司(수사)라고 쓴다. 수사, 이게 맞는 표현일까? 그렇다면, `지진해일`을 세상사람 모두가 쓰나미(津波)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것도 `진파`라 불러야 될 것 아닌가?
일본 음식 중의 하나인 `우동`을 억지로 우리말로 만들다보니 `가락국수`가 되었는데, 사실은 국수와 우동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동이라 부르는 게 타당하다. 일본의 식당에는 비빈빠(비빔밥), 가르비(갈비)가 있다면, 우리도 스시(sushi) 또는 초밥이라고 해야지, `수사`라는 표현은 이상하지 않은가?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 晋三 Abe Shinjo)를 `안배 진삼`, 중국의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Hu Jintao)를 `호금도`라고 부르면 그네들이 알아먹을까? (끝)
*** tip: 일본의 이름난 스시 집 소개***
도쿄 긴자에 가면 `스키야바시지로`라는 유명한 스시(壽司) 가게가 있다.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스시 다이가 있고, 그 옆에 3개의 테이블은 식사를 끝낸 사람이 차나 과일을 먹는 곳이다. 스시는 오직 스시 다이에서, 올해 90세인 오노 지로(小野 二郞)사장이 하나씩 접시에 놓아 주는 순서대로 먹어야 한다. 예약은 기본이고, 가게가 좁아 예약 후 한 달 뒤에나 먹을 수 있다. 소문에 의하면 손님이 스시를 바로 먹지 않고 잡담하고 있으면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다고 한다. 손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평소에는 장갑을 끼고, 냄새가 손에 배기 때문에 담배도 피우지 않고, 로션도 바르지 않으며, 마늘도 만지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좋아하는 마늘은 1년에 두 번 노는 날인 명절 때만 먹는다는 스시의 달인의 집이다. 가격은 20개 3만 엔(한화 약 36만 원). 나는 이 집 근처에도 못 가봤다.
그 대신, 후쿠오카의 하카타 역에서 걸어 10분 이내에, `스시 무라사키(壽司 紫)`라는 초밥 집이 있는데, 스시 다이에는 10여 명 정도 앉을 수 있고, 점심에만 1,000엔(약 12,000원)을 받는다. 큼직한 그릇에 내놓는 미소시루(된장국)가 일품이며, 500엔을 주면 청주나 일본 소주를 알딸딸하게 마실 수 있다. 계란말이 초밥이 마지막 일곱 개째에 나온다. 쌀밥과 와사비, 그리고 적당한 온도가 맛을 좌우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꼭 한번 잡숴 보시라!!
첫댓글 제가 아는 바로는 국내 다이소는 일본 기업과는 다른 독자적인 기업으로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