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1. 단도 (單刀)
흥화(興化)가 상당하여 말하였다.
“오늘 어쩌구 저쩌구할 필요 없이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묻노니,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증명하리라.”
이때 민덕(旻德)이라는 장로(長老)가
대중 속에서 나와 절을 하고, 일어나서 할을 하거늘
선사도 할을 하고, 민덕이 또 할을 하거늘
선사도 할을 하니, 민덕이 절을 하고 대중으로 돌아갔다.
선사가 말하였다.
“아까 그 사람이 만일 특별한 이라면
서른 방망이에서 한 방망이도 없어서는 안 된다.
무슨 까닭인가?
그 민덕은 한 할이 한 할의 작용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니라.”
해인신(海印信)이 송했다.
용과 범이 싸울 때가 바로 그 때이니
망설이기 전에 벌써 어긋났도다.
분명한 한 할이 작용을 못하니
도리어 선객들을 유달리 의심하게 한다.
숭승공(崇勝珙)이 송했다.
한 할이 한 할의 작용을 못하니
허둥대는 무리는 종(鍾)을 독〔甕〕이라 한다.
민덕의 뛰어난 재주가 아니라면
그 어찌 오늘까지 길이 칭송하리오.
운문고(雲門杲)가 송했다.
어둠 속에 손을 끌고 높은 산에 올랐다가
날이 밝자 제각기 길을 떠난다.
수없이 도중에서 돌아오지 않은 이가
분명히 눈을 뜨고도 깊은 구덩이에 빠졌네.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다.
단도직입은 말도 마시라.
망설이는 사이에 손과 주인 나뉘었다.
민덕을 놓쳐버린 것이 아니라
흥화의 방망이가 밝은 줄 알아야 한다.
수산념(首山念)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저 흥화의 저런 작용을 보라.
어째서 그를 놓쳐서 통과시켰던가?
상좌들아, 말해 보라.
어느 곳이 한 할이 한 할의 작용을 짓지 못하는 것인가?
앞의 한 할인가, 뒤의 한 할인가?
어느 것이 손님이며, 어느 것이 주인인가?
그러나 역시 자세히 살펴야 된다.
양구했다가 말하였다.
“둘이 모두 허물이 있고,
둘이 모두 허물이 없도다.
진중(珍重)하라.”
낭야각(瑯瑘覺)이 염하였다.
“말해 보라.
어느 한 할이 한 할의 작용을 하지 못하는가?
만일 흥화의 나중 말이 없었더라면
천하 사람들을 의심케 했을 것이다.
비록 그러나 아는 이는 도리어 드물다.”
장산근(藏山勤)이 염하였다.
“작가가 만나는 것이 의당 그래야 하나니,
기개는 번갯불 번득이는 것 같고,
눈의 광채는 별똥 같아서
처음을 가름하여 마지막을 마무리했으며,
머리를 붙들고 꼬리를 접했다.
이른바 깃과 털이 비슷하고,
말과 기개가 서로 합했거니와
둘이 번갈아 엇바뀌면서 할을 했는데,
어찌하여야 작용을 못하는 한 할의 할임을 가려내겠는가?
임제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알아들으려면
두 노숙의 뜻을 밝혀야 한다.
말해 보라.
그 뜻이 무엇인가?
백 자 장대 끝에서 걸음을 걸어야
붉은 비단 장막 속에 진주를 뿌리리라.”
심문분(心聞賁)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 하였다.
“달구어진 벽돌로 언 곳을 겹겹이 치고,
붉은 눈으로 땔나무를 본다.
둘이 모두가 작가라 승부를 가리기 어려우나,
구걸하는 아이가 조그만 이익을 탐하니 어찌하리오.”
송원(松源)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 하였다.
“흥화는 도적을 키워 집안을 망쳤고,
민덕은 상투을 잡고 관아〔衙〕로 갔다.
다시 말하기를
‘그는 한 할이 한 할의 작용을 하지 않는 것을 안다’ 하였으니,
우리 임제종의 종풍(宗風)을 능멸한 것을 알지 못했도다.
보지 못했는가?
작가가 안에서 쪼고 밖에서 쪼지 않으면
안에서 쪼고 밖에서 쪼는 쪽이 동시에 잃느니라.”
說 話
“오늘 어쩌고저쩌고할
필요 없이〔今日不用如何若何〕……”는
마치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백만 진(陳) 중에
곧장 뛰어들어 하나의 적장을 산채로 잡는 기상이요,
“절을 하다〔禮拜〕” 함은
단도(單刀)를 곧장 찌르는 것이다.
“민덕이 문득 할을 하다〔旻德便喝〕” 함은
주인의 할이요,
“선사도 할을 하였다〔師亦喝〕” 함은
손의 할이며,
“민덕이 또 할을 하거늘 선사도 할을 하였다” 함은
주인을 손으로 바꾸고 손을 주인으로 바꾸는 도리요,
“절을 하고 대중으로 돌아갔다〔禮拜歸衆〕” 함은
전에 대중 속에서 나와 절을 한 것과 같은 것이니,
이는 곧 한 할이 한 할의 용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아까 그 사람이 만일
특별한 이라면〔適來若是別人〕……”에서
한 할이 한 할의 용을
짓지〔作 : 다하지〕못한다〔一喝不作一喝用〕함은
네 가지 할 가운데 한 할이다.
네 가지 할이라 함은
금강왕보검할(金剛王寶劒喝)·
거지사자할(距地師子喝)·
탐간영초할(探竿影草喝)·
일할부작일할용할(一喝不作一喝用喝)인데,
앞의 세 가지는 마땅함에 따라 비유를 취한 것이다.
넷째 일할부작일할용할은
으레 모두가 말하기를
세 가지 할 외에 따로
하나의 일할부작일할용할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틀리니, 할과 할 모두가 한 할의 작용,
즉 기능을 짓지(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산념(首山念)이 말하기를
“어느 곳이 한 할이 한 할의 용을 짓지 못하는 것인가?
앞의 한 할인가, 뒤의 한 할인가?……”라고 했다.
또 이 화두 안에서 민덕은 두 번의 할이 있을 뿐,
다른 한 할이 없고 다만 절을 하고
대중 속으로 돌아갔다고만 되어 있는데,
흥화는 이르기를
“한 할이 한 할의 용을 못한다〔一喝不作一喝用〕”고만 말하였고,
끝의 할자 하나를 뺐다.
만일 민덕이 두 차례의 할을 한 뒤에
다시 한 할을 했더라면
흥화 역시 한 할이 한 할의 용을
못하는 할〔一喝不作一喝用喝〕이라 했을 것이다.
해인(海印)의 송에서
“분명한〔分明〕……
유달리 의심하게 한다〔特地疑〕” 고 한 것은
한 할이 한 할의 용을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돋보인다는 내용이다.
수산(首山)의 상당에서
“앞의 한 할인가〔前一喝〕……”는
낱낱이 옳다는 뜻이요,
“어느 것이 손님이며〔那箇是賓〕……” 는
가려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둘이 모두 허물이 있고〔二俱有過〕……” 는
허물이 있다면 둘 다 허물이 있고,
허물이 없다면 둘 다 허물이 없다는 뜻이니,
비록 한 할이 한 할의 용을 못한다 하여도
끝내 무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낭야(瑯瑘)의 염에서
“어느 한 할이〔那一喝〕……” 는
이미 앞에서 해석한 것과 같고,
“만일 나중 말이 없었더라면〔若無後語〕……” 은
손과 주인의 경지에
눈길을 돌리면 없지도 않다는 뜻이다.
“아는 이는 도리어 드물다〔曉者還稀〕” 함은
손과 주인을 떠나서
이해하더라도 도리어 옳지 못하다는 뜻이다.
장산(蔣山)의 염은
처음에도 예배하고 나중에도 절을 했으나
역시 머리와 꼬리, 그리고 손과 주인의 격식이란 뜻이다.
심문(心聞)의 상당에서
“달구어진 벽돌로……치고〔焦塼打着〕……” 는
만일 임제의 빠른 종지를 논의한다면
두 군데 모두 범접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구걸하는 아이가
조그만 이익을 탐낸다〔乞兒見小利〕” 하였다.
“옳기는 옳다〔是則是〕” 함은
일단 허용하는 뜻이다.
송원(松源)의 상당은
앞의 심문(心聞)의 상당과 뜻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