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습니다. 한 개인의 삶도 그러하지요.
그러니 삶의 그늘이 우리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고, 성취나 업적이 우리를
교만하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울 때 무너지지 않게 하고, 승승장구
할 때 더욱 자신을 살피고 하나님의 은혜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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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와 작심 의기투합 하던 때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제 입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이리도 자연스럽게 나올 줄 몰랐어요.
'국가는 공갈쟁이 협잡꾼', 알량한 휴머니즘에 빈틈을 보이지 말고 오늘도 힘.
간밤에 꿈을 꾸고 한참을 울었어요. 어머니를 뵈러 구리 한양대 병원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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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어요. 예정에 없는 일이라 면회 사절인 줄도 몰랐고 얼결에 처음 입원한
병동에 갔다가 교도소에서 방금 나와서 그러니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고
어렵게 부자상봉을 했어요. 그 무서운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멀쩡하신 어머니가
용사같았어요. 링거를 끌고 10M를 걸어오는 노파의 초췌한 모습에서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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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일밖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30분 쯤 면회를 마치고 병동을
빠져 나오는데, 나는 도대체가 망할 ’잉여인간‘ 같더이다. 택시 회사에 서류를
해다주고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치고 왔어요. 이재명 실질심사 영장이 기각
되었다는 소식에 나도 곧 괜찮아질거야하고 속으로 최면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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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가장 만만한 사람이 ’명희‘라고 한 글이 생각나 실소를 머금었네요.
“명희야 용감하고 씩씩한 전라도 촌년이 되거라! 맹희 리스펙트!”(배찬석)
“아빠 오랜만. 내일 저녁에 할머니 뵈러 가려고 시간 뺐는데 병원에 계시다네.
아빠랑 같이 갈까 아니면 우리만 다녀 올까? 애들 시험이 이번 주라서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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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만 시간이 돼요. 여유가 없어서 지금껏 연락 못드렸는데 미안해(에스더)”
“전화해줘서 고맙다 공주야! 내가 온다면 좋지만 아빤 목숨같은 너희에게
존경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어떤 식으로든 연민, 혹은 부담을 주고 싶지
않구나. 내가 지금 전쟁 중이라 휴머니즘을 경계하고 있어. 너희가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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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줘서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야. 네가 날 닮아서 냉정한 부분이
있다고 봐(이건 칭찬이야) 지금도 야물지만 아비를 뛰어 넘어야 해. 잘 가다가도
문득 외롭겠지. 하지만 리더의 고독은 숙명이란다. 가끔 너희들이 보고 싶으면
학원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올 때도 있지만 그런 건 우리 발전에 도움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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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고 봐. 예주는 졸전 신경 쓰고, 넌 연출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밝은 날 날을 새며 통화 하길 기대하고 있어. 사랑한다 내 딸 에스더(나)”
“장준이는 왜 이렇게 나에게 집착하는지 일곱시경에 만나자고 했어. 병원이든
진접이든 아빠가 있어야 우리가 좋아(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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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접으로 오면 나야 좋지. 예주한테 아빠가 준 옷 중에 후드나 나이키 조끼가
있으면 가져오면 좋겠어. 아빠가 옷이 하나도 없거든. 105짜리 반팔 T도 괜찮고“
”아빠가 옷이 없다니 큰일이네. 어디서 지내?(에스더)“ ”소가 웃을 일이지 근데
“그렇게 됐어. 나중에 찾으면 되는데 사기도 그렇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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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성경 신학에 미쳐있을 때 ‘돈, 섹스, 권력(리차드 포스트)’ 라는 책을 접
하고 뭐 이런 수준 낮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지 책장에 제쳐 놓았었는데
나이 60에 미래학 관련 책을 읽다가 결국 인류는 이 세 가지를 위해 살았다는
것을 알고 선무당의 무대포에도 살포시 부끄러움 같은 게 들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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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리차드 포스트의 의견을 모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조금 일찍 보따리 하나 매고 진접 역 윗쪽으로 트래킹을 시작했는데 나뭇잎
귀퉁이에 가을이 걸려 있더군요. 모가가 하나가 떨어져 있어서, 주워 담았고
씨알 굵은 대추 하나를 따서 입어 물었더니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상큼한
아침입니다. "세상의 쓴 것과 단 것을 제 안에 품고 자라나는 모든 존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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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엄마가 일해도 무럭무럭 자라주는 아이는 벌써 훌륭합니다.
취업하려고 애쓰면서 자책하는 젊은이는 이미 훌륭합니다. 많은 것을 잃어가며
세상을 알아가는 어른들 역시 훌륭합니다. 천둥 같은 시련에 붉어진 얼굴과,
땡볕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깨는 훌륭합니다. 믿지 못하겠거든 대추를 바라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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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2023.9.28.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