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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640.6m) 有朋自遠來면 不亦樂乎아 (2010.5.15토)
변종일 사장으로부터 뜬금 없이 ‘너 토요일 뭐하노? 야간 산행 한번 안 해볼래?’
하면서 전화가 왔다. 성주 양반 이승기원장이 겸사겸사 서울 오는 길에 수락산엘
가보고 싶다고 한다면서.
지난 어버이날 대구 계시는 장모님께 가 뵙지도 못하고 전화만 드린 것이 못내
찜찜하여 마누라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라 곧바로 가타부타 못하고, 저녁 밥상을
앞에 하고 조심스럽게 마누라에게 ‘‘토요일 장모님 뵈려 대구 안 갈 거야?’고
기습을 했더니 “다음 번에 가지 뭐! 차비도 수월찮고!” 하며 풀 죽은 목소리를 한다.
“그래도 당신만이라고 내려가 봐야지? 몸도 안 좋으신가 본데…?” 하며 은근슬쩍
고삐를 당겼다 풀었다 하니 “당신 다른 약속 있지?”하며 금장 알아차린다.
토요일 해거름 마누라에게 선심을 쓰는 척, 아무것도 준비할 것 없다고 하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의기양양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서니 물밖에 든 것이 없는 배낭이
너무나 가벼워 단단히 조여 맨 등산화에 어쩐지 미안하다.
마들역 1번출구에 도착하니 벌써 다 와있다. 다라고 해 봐야 둘이다. 온다는 다른 한
친구는 공사다망 하다 보니 멀리 지방 출장을 가서 못 오게 되었단다.
대기업 인사부 출신 아니랄까 봐 언제나 준비성이 많고 치밀한 변종일사장이 수락산
등산로가 표시된 지도를 나눠주며 산행 계획을 말해준다. “지금 6시, 해지기까지
1시간 40분 남았다. 곧장 가면 귀임봉 전망대까지 40분, 잘하면 도솔봉 밑까지 갈수 있다.
그곳이면 정상과 진배없다. 그리곤 계곡으로 하산한다. 오늘은 초이틀이라 달이 없다.
안전을 위해 7시 40분이면 무조건 하산이다, 그러면 내가 앞장설께” 하며 성큼성큼
앞서 나간다. .
오른편으로 꺾어 상계동 주공12, 13단지 사이를 빠져 나오니, 모처럼 만난 친구와
대구친구들 소식을 들을 사이도 없이 금방 산 들 머리다. 두 갈래길 완만한 흙 길을
마다하고 앞선 변종일 사장이 급경사 나무계단을 저만치 앞서간다 “저 위에 가면
만나는데 이 길이 휠씬 빨라” 하면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벗어제친 웃옷을 배낭에 넣을 새도 없이 한참을 정신 없이 오르다
보니 어느새 능선으로 접어든다. 파란 하늘을 향해 울울창창한 소나무가 가로수 같이
산길을 덮고 있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싱싱한 솔잎 사이로 밝은 빛살을 내 비친다.
은은히 풍기는 솔 향기가 코끝에 스민다.
“와! 좋네! 정말 좋네”하며 이승기원장이 감탄하니 변종일 사장이 “좋제?”하며
“有朋自遠來면 不亦樂乎아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아니 즐거운가>
人不知 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엽지 않으면 이 아니 군자답지 아니한가>
不義而富且貴는 於我如浮雲이라 <의롭지 않은 부와 귀는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으니라>
飯疏食飮水하고 曲耾而枕之라도 樂亦在其中이라 <나물밥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 베고 자도
그 중에 낙이 있도다>”하며 걸걸 허허 웃는다. 즐겁다. 정말로 “有朋自遠來면 不亦樂乎아고
有朋同山行 하니 不亦樂乎아 이다
수락산은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국립공원에 입장료가 있을 때 돈 안내고 오는 재미로 자주 올랐고,
입장료가 없어진 뒤에는 수락산 자체가 좋아 몇 번 와봤지만 올 때 마다 새롭다.
여유를 부릴 틈도 없이 다시 오른다. 강행군이다. 조금 더 오르니 희뿌연 돌 가루
반죽이 흘러 굳은 듯한 작은 슬램이 골을 타고 이어지고 기기묘묘한 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슬램 위에 얹혀있다. 슬램 틈 사이로 어렵게 뿌리를 내린 뒤틀리고
비틀린 소나무가 황금 빛 새순을 돋우며 굳세게 자라고 있다, 파란 솔잎이 은은한
잿빛 바위에 반사되어, 티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 아래 더욱 싱그럽다.
변종일 사장이 좋은 경치 구경하며 이곳에서 좀 쉬어가자며 배낭을 내려 놓는다.
뒤따라 오른 이원장이 “와! 좋네!”를 연발하며 선체로 물부터 꺼낸다. 골을 타고 올라온
바람이 시원하다.
아래로 아파트 군이 눈 부시고 불암산 대 슬램이 장관을 이룬다. 불암산을 뚫고나온
외곽순환도로가 머리에 포마드를 짙게 바르고 무스를 살짝 바른 잘생긴 총각같이
외출하 듯 산뜻하게 몸단장을 하고 거침없이 수락산을 향하여 내 달려온다.
변종일 사장이 불암산을 가리키며 저기 하얗게 빛나는 부분이 치마폭같이 펑퍼짐한
바위 하나야, 대 슬램이지, 정말 장관이야!” 하며 불암산 칭찬에 침이 마른다.
국민배우 최불암 할아버지가 불암이란 이름 덕에 서울시로부터 불암산의 명예주인으로
위촉되었다는 일화도 추가로 말해준다
잠시 쉬었다 다시 오른다. 대 슬램을 따라 이어진 쇠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펑퍼짐
멍석바위 위를 단숨에 뛰어 오르기도 하고 가로막은 거인바위를 넘기도 하며 신나게
오르니 금방 귀인봉 아닌 귀임봉이란다. 저 멀리 우람한 정상이 우뚝하고 울퉁불퉁
거대한 바위가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이숭기원장이 “이~야! 멋지네! 저기가 정상이가? 바위가 멋지네!” 하며 감탄을 하니
변종일 사장이 “제일 왼편 제일 높은 곳이 수락산정상이고 그 옆이 철모바위 코끼리바위
그 사이 움푹 들어간 곳이 깔딱고개, 보통 수락산엘 오면 저 계곡을 따라 오르지,
두 시간 정도 걸려, 다 올라오면 숨이 떡 밑에서 깔딱거린다고 깔딱고개라 하지,
또 그 앞이 치마바위인데 바위가 마치 치마를 쫙 퍼놓은 것 같다고 하여 치마 바위라 하고,
제일 오름 편 우뚝한 곳이 도솔암이야, 오늘 그 밑에 까지 가려는데 시간이 될련지….” 하니
이승기원장이 “여기서 봐도 좋네! 정말 좋네!” 하며 사방을 정신 없이 둘려본다.
숨을 고른 변종일 사장이 다시 남쪽을 가리키며 저 멀리 왼편이 청계산이고 오른쪽이
관악산” 하니 승기원장이 “멋있네!”하며 한참을 보더니 “저기 남산 아이가? 남산이 보이네”하며
송신탑이 세워진 남산을 가리킨다. 서울시내가 자욱이 보인다. 계속하여 변종일사장이 저녁햇살로
시커멓게 보이는 북한산을 가리키며 저기 우뚝우뚝한 것이 북한산의 백운봉 인수봉 관음봉,
그 앞이 북한산성 동장대 그 왼편 우뚝한 것이 보현봉, 그리고 이쪽 오른편 높은 곳 누렇게
보이는 것이 도봉산 신선봉 자운봉 그 옆이 사패산…….” 하며 설명을 이어가니 이원장이
“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하며 감탄을 하니 변종일사장이 “내가 이 밑에 안 살았나,
산을 좋아하다 보니 맨날 산 밑에만 살게 되더라” 하며 쑥스러운 듯 허허 웃는다.
이어 이승기 원장이 “어디가 동장대라고?”하며 묻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너거 이유李濡선생 알제?
李濡선생!, 세종대왕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 직계 손인데…, 조선에서 몇 안 되는 3대 대제학?을 지낸
집안이지… 이 어른이 숙종 때 영의정까지 한 어른인데 좌의정으로 있으면서 북한산성 새로 안 쌓았나,
당시 조정에서 졸장부 간신배들이 청나라 눈치 보느라고 반대가 심했었는데…, 이 어른이 사재 털어가면서
공사장 인부들과 침식을 같이하면서 쌓았다지… 이 어른 묘소가 이 근처 수서동 어진가에 있어,” 하더니
“이 근처 倉洞있제? 창동이 조선시대 양곡 창고 있던 곳 아이가, 일부 비상양곡은 산성 안에 만든
군창에 두고, 염창동은 소금창고가 있던 곳이고, 한양인구가 3~40만 명 일 때 이야기지” 하다가
또 불현듯 뭔가가 생각 난 듯 “남양주가 어느 쪽이지?” 하며 방향을 확인 받고는 “남양주에 홍릉 유릉
있잖아? 구리시 지나 그곳에 조선시대 유일의 황제릉이 있지! 고종 순종 황제릉, 나머지는 전부 왕릉이고,
남의 나라 등에 업혀 억지로 청나라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지만” 하더니 東將臺에 올라 지휘하는
장수를 생각하는지, 아니면 북한산성을 重修하는 진짜 용기 있는 李濡어른을 생각하는지, 아니면
조선의 마지막 슬픈 역사를 생각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다.
한참을 쉬고 나니 너무 많이 쉰 모양이다. 변종일 사장이 “안되겠다. 도솔암 밑까지는 안되겠고 가다가
갈림길에서 계곡으로 내려가자 랜턴도 새로 장만하고 준비를 해 왔는데 안전이 제일아이가?” 하면서
다시 앞서니 이승기원장이 “그래 이만하면 됐다. 다음에 와서 올라가 보자” 하며 뒤따른다.
조금 오르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말없이 우릴 굽어보고 있는 우람한 수락산640.6m 정상을 뒤로하고
상계동 계곡길을 따라 내려온다.
뒤풀이는 또 다른 재미다. 입구가 허름한 안은 그런대로 정갈한 부침개 집에서 오랜만의 우정을
넘치게 가득 따른 막걸리 잔에 담아 들이키니 옛 정이 등 달아 넘쳐 나고 잊혀졌던 옛 기억들이
솔솔 되살아난다.
오고 가는 잔 속에 흥이 깊어지고 오고 가는 옛 추억 속에 우정이 새롭다. 내 고향 경산 진량 마곡의
새파란 들녘이 삼삼하고 바람에 찰랑이는 먼 못이 그립다.
와 오늘도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흥에 취한 이승기 원장이 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하며
암송하던 소동파의 적벽부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몇년전 둔촌시장 허름한 시장바닥에서 필사하여
전해주던 적벽부를 기억하며 여기 옮겨본다.
전적벽부(前赤壁賦) - 소동파(蘇東坡)
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임술지추 칠월기망 소자여객범주유어적벽지하. 청풍서래 수파불흥.
임술년 가을 7월 기망에 소자가 손님과 배를 띄워 적벽(赤壁) 아래서 노닐새,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더라.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거주촉객 송명월지시 가요조지장.
술을 들어 손님에게 권하며, 명월의 시를 외고, 요조의 장을 노래하더니.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 水光接天.
소언, 월출어동산지상 배회어두우지간. 백로횡강 수광접천.
이윽고, 동산에 달이 솟아 올라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서성이더라.
흰 이슬은 강 위에 가득하고, 물빛은 하늘과 맞닿았더라.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浩浩乎 如憑虛御風 而不知其所止.
종일위지소여 능만경지망연. 호호호 여빙허어풍 이부지기소지.
한 잎의 갈대 같은 배를 가는대로 맡겨 두어, 일만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넓고도 넓구나, 허공에 의지해 바람을 탄듯하여 그칠데를 알 수 없네.
飄飄乎 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표표호 여유세독립 우화이등선.
가붓가붓 나부껴, 인간세상을 버리고 홀로서서,
날개가 돋치어 신선(神仙)이되어 하늘로 오르는것 같더라.
於是 飮酒樂甚 扣舷而歌之.
어시 음주락심 구현이가지.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歌曰, 桂棹兮蘭槳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予懷 望美人兮天一方.
가왈 계도혜난장 격공명혜소류광. 묘묘혜여회 망미인혜천일방.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물에 비친 달을 밀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는도다. 아득한 내 생각이여, 미인(美人)을
하늘 한 쪽에서 바라보도다.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嗚嗚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객유취통소자 의가이화지 기성오오연 여원여모 여읍여소.
손님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연 하는 듯,
餘音嫋嫋 不絶如縷 舞幽壑之潛蚊 泣孤舟之嫠婦.
여음요요 부절여루 무유학지잠교 읍고주지리부.
여음(餘音)이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蛟龍)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의 과부를 울릴레라."
蘇者愀然 正襟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소자초연 정금위좌이문객왈 하위기연야?
소자(蘇子)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르고 곧추 앉아 손님에게 묻기를
"어찌 그러한가?“ 하니,
客曰,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객왈 월명성희 오작남비 차비조맹덕지시호?
손님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
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의 시가 아닌가?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相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서망하구 동망무창 산천상무 울호창창 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하고 푸른데 여기는 맹덕이 주랑(周郞)에게 곤욕(困辱)을
치른 데가 아니던가? 조맹덕(曹孟德)의 시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而東也 舳艫千里 旌旗蔽空.
방기파형주 하강릉 순류이동야 축로천리 정기폐공.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격파하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감에,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가니, 배는 천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었네.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시주임강 횡삭부시 고일세지웅야 이금안재재?
술을 걸러 강가에 가서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英雄)일 진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況吾與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蝦而友麋鹿.
황오여자 어초어강저지상 여어하이우미록.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를 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하고 있네.
駕一葉之扁舟 擧匏樽以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가일엽지편주 거포준이상촉 기부유어천지 묘창해지일속.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고,
하루살이 삶을 천지(天地)에 의지하니 아득히 넓은바다의
한 알의 좁쌀알이구나.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애오생지수유 선장강지무궁 협비선이오유 포명월이장종 지불가호취득 탁유향어비풍.
우리네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長江)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날으는 신선을 끼고서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안고서 길이 마치는 것은,
쉽사리 얻지 못할 것임을 알고, 여음을 슬픈 바람에 맡기노라."
蘇者曰, 客亦知夫水與月乎?
소자왈 객역지부수여월호?
소자 말하되 "손님께서도 대저 물과 달을 아시오?"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서자여사, 이미상왕야 영허자여피 이졸막소장야.
가는것이 이와 같으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것이 저와 같으나 끝내 사라지거나 자라지 않으니,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개장자기변자이관지 즉천지증불능이일순
무릇 변하는것에서 보면 천지도 한 순간일 수 밖에 없으며,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자기불변자이관지 즉물여아개무진야. 이우하선호!
변하지 않는 것에서 보면 사물과 내가 모두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차부천지지간 물각유주. 구비오지소유 수일호이막취.
또, 대저 천지 사이의 세상 만물에는 모든 주인이 있어,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한 올의 터럭 일지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유강상지청풍 여산간지명월 이득지이위성 목우지이성색. 취지무금 용지불갈.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그것을 들으면 소리가가 되고,
눈으로 그것을 보면 아름다운 경치가 되니, 이를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이를 써도 다함이 없으니,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適.
시조물자지무진장야 이오여자지소공적.
이는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杯盤狼藉.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객희이소 세잔갱작. 효핵기진 배반낭자. 상여침자호주중 부지동방지기백.
손님이 기뻐서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마시니,
고기와 과일 안주가 이미 다하고 술잔과 접시가 어지럽게 흩어지더라.
배 안에서 서로 함께 포개어 잠이 드니,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몰랐어라.
후적벽부(後赤壁賦)
是歲十月之望 步自雪堂 將歸于臨皐 二客 從予 過黃泥之坂.
시세시월지망 보자설당 장귀어림고 이객종여과황니지판.
임술년 시월 보름날밤 설당(雪堂)을 나와 임고정(臨皐亭)으로 돌아가기위해,
나는 두사람의 객(客)과 함께 황니(黃泥) 고개를 넘고 있었다.
霜露旣降木葉盡脫 人影在地仰見明月 顧而樂之行歌相答.
상로기강 목엽진탈 인영재지앙견명월 고이락지행가상답.
벌써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고 나뭇잎은 모두 떨어져 있었다.
대지위에 어른대는 사람의 그림자, 고개를 들어보니 둥글고 밝은달,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즐거워진 마음에 걸으며 노래를 부르니,
객(客)들도 함께 따라 불렀다.
已而歎曰, 有客無酒有酒無肴, 月白豊淸如此良夜何.
이이탄완, 유개부주유주무효 명백풍청여차량야하.
그러나 잠시 후 탄식이 흘러나왔다.
"귀한 손님이 오셨건만 마실 술이 없구나! 마실 술은 있다하되 안주거리 없구나!
하얀 달에 맑은 바람, 이리도 좋은 밤을 어인수로 보낼까나!"
客曰, 今者薄暮擧網得魚 巨口細鱗狀如松江之鱸 顧安所得酒乎.
객왈, 금자박모거망득어 거구세린상사송강지로 고안소득주호.
그러자 한 객(客)이 말하였다. "오늘 어스름 저녁무렵 그물을 올려보니 물고기가 잡혔더이다.
주둥아리 커다랗고 비늘은 잘디잘은, 그 형태가 영락없이 송강(松江) 명물 농어와 닮았더이다.
헌데, 술은 어데서 구한다지요?"
歸而謀諸婦 婦曰, 我有斗酒藏之久矣 以待子不時之需.
귀이모저부 부왈, 아유두주장지구의 이대자불시지수.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상의해 보았다. 그러자 아내가 말하길,
"영감께서 불시에 필요할 때가 있지 싶어, 오래 전에 술 한말 숨겨둔게 있지요"
於是 携酒與魚復遊於赤壁之下 江流有聲斷岸千尺山高月小.
어시 휴주여어부유어적벽지하 강류유성단아천적산고월소.
그리하여 술과 물고기를 가지고 다시 적벽 밑으로 유람을 나갔다.
水落石出曾日月之幾何 而江山不可不識矣.
수락석출증일월지기하 이강산불가부식의.
강물은 소리내어 흐르고 있었고 절벽은 깎아질러 천척(千尺) 높이로 솟아있었다.
까마득한 산에 하염없이 작은달, 불어든 강물에 드러난 바위들,
도대체 해와 달이 몇번이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산(江山)이 변한걸까.
予乃攝衣而上履巖 披蒙茸踞虎豹, 登규龍攀棲골之危巢 俯馮夷之幽宮蓋二客之不可從焉.
여내섭의이상리참암 피몽용거호표 등규룡반서골지위소 부풍이지유궁 개이객불능종언.
나는 옷소매를 걷고 육지에 올랐다.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지나갔다. 포효하는 호랑이 바위, 꿈틀대는 이무기 괴목(怪木)위에
걸터앉아 보기도 하였다. 이윽고 아찔한 나무 끝 송골매의 위험한 둥지 위에 기어올라가,
강속 어딘가 깊이 숨어있을 하백(河伯), 풍이(馮夷)의 용궁을 내려다 보았다.
두 객(客)은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劃然長嘯草木震動 山鳴谷應風起水涌 予亦초然而悲肅然而恐 凜乎其不可留也.
획연장소초목진동 산명곡응풍기수용 여역초연이비숙연이공 름호기불가류야.
휘익, 길게 소리를 질러 보았다. 초목이 부르르 떨자,
골짜기 안에 산의 울림이 맴돌더니 홀연 바람이 일어나고 물결마저 춤을 추었다.
나는 슬며시 슬퍼졌다. 문득 숙연해져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시릴 정도로 맑고 차가운 느낌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反而登舟放乎中流聽其所止而休焉 時夜將半四顧寂廖.
반이등주방호중류청기소지이휴언 시야장반사고적료.
몸을 돌려 다시 배에 올랐다.
강 한복판에 배를 띄우고 파도가 치는대로 물결이 멈추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때는 바햐흐로 한 밤중, 사방을 둘러보아도 적막과 고요함 뿐이었다.
適有孤鶴橫江東來翅如車輪 玄裳縞衣戞然長鳴掠予舟而西也.
적유고학횡강동래시여차륜 현상호의알연장명략여주이서야.
그때였다. 저 동녘에서 한 마리의 학(鶴)이 강을 가로질러 날아오고 있었다.
날개는 수레바퀴, 까만 치마에 하얀상의를 걸친듯,
꺼억, 길게 울더니 내가 탄배를 스쳐지나 서쪽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須臾客去 予亦就睡夢 一道士羽衣翩僊過.臨皐之下 揖予而言曰 赤壁之遊樂乎.
수유객거 어역취수몽일도사 우의편선과림고지하 읍여이언왈 적벽지유락호.
잠시 후, 객(客)들은 떠나가고 나는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우의(羽依)도복(道服)을 입은 한 도사가 표표(飄飄)한 자태로 임고정 밑을 지나와서
홀연 읍(揖)을 하며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적벽의 노님이 즐거우셨소이까?"
問其姓名而不答 嗚呼噫我知之矣 疇昔之夜悲鳴而過我者非子也耶.
문기성명면이부답 오호희희아지의의 주석지야비명이과아자비자야야.
그 이름을 물어 보았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아, 그렇구료! 이제 알겠소이다! 지난 밤에 길게 울며 내 옆을 스쳐 날아간,
그 학(鶴)이 바로 그대가 아니시오?"
道士顧笑予亦驚悟 開戶視之不見其處.
도사고소여역경오 개문시지불견기처.
도사가 고개 돌려 빙그레 웃었다. 나는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는 종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첫댓글 이원장! 서울 나들이 잘하고 갔구나 1박2일 강원도 행사 다녀 오느라 함께 못해 아쉽네 딸네집에 올때 또 연락하시게
박점장,그리고 종일이 그날 안내 잘 해줘서 고마워, 막걸리에 시동이 좀 걸려서 형집에서 조카놈과 권커니 하다가 그 다음날 7시간 공부하느라 죽을 노릇...
천하의 명문,전.후 적벽부까지 올려주고....그런데 녹천 이유는 전주이씨이고, 3대 대제학은 월사 이정구(연안이씨)집안이라네, 좋은 친구 감사 드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