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봤습니다.
새카맣게 타버린 얼굴과 두 팔.
태양 아래에서 두루 다닌 탓이었을까요?
그은 피부를 보며 한 달을 추억해 봅니다.
삶의 변곡점을 만나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변곡점을 만난다고 합니다.
저에겐 사회사업을 만난 일이 그중 하나입니다.
저는 참 급한 사람이었습니다.
근원 모를 투지에 앞만 보고 내달리며 살아왔습니다.
방향도 목적지도 잃은 채 말입니다.
학교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졸업만을 기다렸습니다.
실습을 앞두고 사회사업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낮에는 당사자를 만나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열정 넘치는 사람이구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가슴 뜨겁고 눈물 나는 경험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새겼습니다.
남을 도우려 시작했던 일이 나를 돕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무언가 요동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마지막 여름방학, 온몸으로 현장을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어디를 가야 할까 궁리 중에 학습 여행으로 더숨99지원센터에 방문했습니다.
관계가 생동하는 사례 발표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모집 글을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시설 사회사업이 뭐지?’ ‘시설 사회사업은 어떨까?’ ‘왜 내 마음이 울렁거렸을까?’
궁금한 마음이 자꾸만 커졌습니다. 답을 알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번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순간을 꿈꾸며 더숨99지원센터에 왔습니다.
옥순 이모
꼬박 한 달을 옥순 이모와 함께했습니다.
한 달 동안 이모를 몇 번이나 불렀는지, 셀 수도 없습니다.
미소로 맞이해 주셨던 첫날
군산대 집 청소하러 간 날
영생교회 예배드리던 날
이사 의논했던 날
심방 예배드리던 날
세 번의 집들이 날
김제 나들이 간 날
영택이 부탁드리던 날
꼭 끌어안아 주시던 마지막 날
미소로 맞이해 주시던 첫날부터 마지막 포옹 인사로 마무리했던 어제까지 생생히 기억납니다.
때때로 보여주시던 미소, 손 꼭 잡고 누볐던 미룡동 골목, 날 바라봐 주시던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소중한 추억 만들어주신 옥순 이모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눈물 나게 행복했습니다.
첫 번째 배움, 사회사업가는 무엇을 하는가.
인간, 사람인에 사이 간을 씁니다.
사람 사이에 어울려 살기에 인간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비인간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스마트폰.
사람 사이에 소통이 줄어들고 단절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 사회사업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복지요결에선 사회사업을 한마디로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사회사업가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더불어 살게 도와야 합니다.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을 붙들며, 사람과 사회를 사이좋게 하는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서툴더라도 바르게 실천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배움, 기다려야 한다.
마트 직원분이 건네던 영수증을 받으려 했던 순간.
당사자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대신 대답하려 했던 순간.
급한 마음에 여쭤보지 않고 도우려고 했던 순간.
이런 순간마다 ‘아차!’ 싶었습니다.
내 일도 아닌데 주인 노릇 할 뻔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한다면, 인간적인 사회를 바란다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첫 번째 소망, 나를 더 알고 싶습니다.
사회사업하며 가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살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질문이 생겼습니다.
‘왜 가슴 뜨거워지는 걸까?’ ‘내가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지?’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얕은 생각만 한 채 살았습니다.
내 삶의 이상, 철학, 가치, 삶과 죽음 따위를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이제는 나를 더 알고 싶습니다. 사유하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채워나가겠습니다.
두 번째 소망,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
흔히 요즘 세상은 각박하다고 말합니다.
이웃과 인정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결국 혼자야. 나나 잘 챙기자.’ 하고 말입니다.
단기사회사업하며 옥순 이모와 둘레 사람이 더불어 사는 모습을 숱하게 보았습니다.
정겨운 사람살이를 느꼈습니다. 사람 사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
함께하고 돕고 나누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감사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은혜요 감사입니다.
추억 우정 낭만 잔뜩 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나의 동료 동성
함께 학습 여행 왔을 때, 동성의 눈빛을 보고 단번에 알아차렸어요.
이곳에서 실습하고 싶다는 것을요.
그렇게 우리는 겨울에 이어 여름에도 함께 활동하게 되었어요.
트레킹 하던 날이 떠올라요.
숨 막히는 더위에 땀이 비 오듯이 나고 눈앞이 하얗더라고요.
몇 번이고 주저앉았는데, 동성이가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줬잖아요.
참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동성이가 함께 가준 덕분에 끝까지 산행할 수 있었어요.
동성이 없었으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거예요.
사회사업 인생에서 동성이를 만난 건 큰 축복이에요.
함께 걸을 수 있다는 동료가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우리 서로의 발걸음을 응원하며 오래 걸어요.
햇살같이 따스한 이다연 선생님
선생님을 떠올리니, 눈물이 납니다.
고맙고 고마워서요.
선생님을 보며
작은 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당사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품성을 배웠습니다.
선생님을 만나 참 행복했습니다.
사회사업 선배님이자 인생의 선배님이셨습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마무리
한 달간의 실습으로 걸어야 할 길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삶의 변곡점에서 저를 이끄는 꿈과 인연을 만났습니다.
배움, 소망 잊지 않고 열심히 걷겠습니다.
걷다 보면 다리에 근육이 붙는 것처럼 단단히 걸어가 보려 합니다.
그 길 끝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안녕.
<길_박노해>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그대는 충분히 고통받아 왔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자신을 잃지 마라
믿음을 잃지 마라
걸어라
너만의 길로 걸어가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첫댓글 주영 님, 잘했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