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은 말할 것도 없고 바느질에 대해서도 문외한인 제가 바느질을 했습니다.
이제껏 산행을 즐기면서도 등산장비에 대해선 참 무신경한 편이었습니다. 평소 지론이 장비 없어 산에 못가냐며 기존에 있던 것 대충 갖춰 가다 보니 어느 한 원정등반에선 동상까지 걸리기도... 그런 뼈아픈 경험 후에도 좀체 잘 고쳐지질 않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사실 장비나 등산의류에 대해선 지름신 교인인 마눌님이 제보다 구매나 수선에 있어 한수 위인 걸 인정합니다.
십수년 사용해서 그런지 텐트에 난 구멍들은 어찌 그리 잘 찾아내던지. 시원한 산바람 들어와 콧구멍 좀 뚫자며 그냥 두자해도 콩알만한 모기나 개미 한마리도 허용치 않겠다며 방수 테이프로 땜질 하는 재미에 빠지질 않나 산행시 뒤만 따라다녀 그런지 엉덩이에 구멍난 건 금방금방 알아차리더군요.
얼마 전에도 저의 헤진 핫바지 엉덩이에 면을 덧대거나 테이핑 이음질이 떨어진 저의 반팔 등산용 티 어깨 부위를 가지런한 실밥 자국으로 바느질해준 마눌님의 정성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무얼할까 싶었다는 그 말입니다.
이제 날이 더워지기에 산정으로 지고 갈 배낭의 무게 또한 (우선 침낭의 부피와 무게가) 가벼워져 평소에 지는 저의 대형배낭보다 조금 작은 걸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에 마눌님 배낭이 제격이라 그걸 한번 졌더니 수많은 알프스 언덕들 넘느라 그랬던 간에 몇몇 고리가 삭아 끊어져 버리더군요.
올 한해 농사가 시원찮겠기에 신제품을 구매해 주기도 마땅찮고 그 부분만 교체하면 아직은 충분히 사용할 만 해서 바느질을 해본 겁니다.
아래 사진의 수선용 실과 바늘은 십여 년도 더 전에 알프스에서 구입해 쓰던 건데, 그중 가장 가는 바늘은 이미 부러뜨려 좀 더 굵은 걸로 바느질을 하려니 여간 힘이 들지 않지만 나름 바늘 끝에 집중하게 되고 곧 이 배낭 지고 산으로 향할 생각에 재미까지 느껴집니다.
이참에 어디 또 꿰멜 데가 없나 싶어 다른 배낭들도 살펴보게 됩니다.
칠십년대에 암벽등반을 했던, 특히 저의 선배들 몇몇 분들께선 암벽용 안전벨트를 (자동차 안전벨트 끈으로) 이렇게 바느질해 만들어 사용하곤 하셨는데, 저도 몇 번 빌려 사용해본 수제 안전벨트가 이렇게 배낭끈을 꿰매면서 어렴풋이 기억나더군요.
뭐든 손수 만들어 사용하는 재미도 클테고 애착이 갈텐데, 팔십년대 초에 등반을 시작했던 저의 세대부터 요즘 들어선 워낙 물자가 풍부하고 소위 에프터 서비스업이 활황인지라 좀체 그런 손때 묻고 정감이 가는 장비들일랑 못 보는 편이죠.
아마 마눌님은 이 같은 땜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더구나 자기 배낭이라고 (특히 배낭도 각이 지고 폼이 나야 발걸음도 가볍지 않겠냐며) 곧바로 서비스센터로 보내버리지 않을지.
여하튼 올여름은 장비 점검하는 재미나 들여야 하나 싶군요.
만년설산 오르내리던 이내 신세 처량타 마시라. 끈 떨어진 신세일랑 면하기 위해 이렇게 배낭끈이라도 꽉꽉 붙잡아 매둘랍니다.



첫댓글 아놔~
수선 보내자요.
내 스퇄 망치지말고...
ㅎ ㅎ
대장님 바느질솜씨는 꽝이지만 글은 잼나게 읽었어요
이거 제가 너무 실없고 가벼운 사람이 된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ㅎㅎ
저는 배낭끈및 고리 파손시는 서문시장 가방수리점으로 가져가 수리 합니다.
장거리 여행시 낭패가 생길까 우려 되어서요.
실력이 대단 하십니다.
아...그렇군요. 서문시장 가방수리점이 있었군요.
나중에 단골수리점 위치나 상호 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외 시트(바닥깔개)에 노끈 달 수 있게 둥근고리 구멍뚫어 만드는 악세사리 구하러도 서문시장에 함 가볼까 합니다.
@허긍열 허대장님,굳이 서문시장 까지 갈필요 없습니다.
제가 꿰매 드리죠...ㅎ(실사 대로 수선됩니다 ^^)
제가 그 기계 가지고 있어요.
빌려 드릴수 있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이제 날 더워지니 작은 타프 하나 만들어볼까 싶습니다.
언제 천천히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급한 건 아닙니다.
@허긍열 3m×5m 싸이즈.연핑크 가벼운 원단으로 제작한 수제품 하나 선물 합니다.
@백마강 감사합니다. ㅎㅎ 잘 사용하겠습니다.
백마강 대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스틱 촉 이 무뎌져서 갈아야 하는데
수선할곳을 알려주세요 ^^
@steve 잘계시죠?
구매하신 상표 매장 가셔서 써비스 받으시면 무료로 교환 됩니다.
코로나 덕분에 너무 잼나게 시간보내시네요.ㅎ.
저도 취미로 퀼트와 재봉을 하기에 대장님 바느질보고 한참 웃고 갑니다. 호.ㅎ.ㅎ.~~~
예, 우짜든동 코로나 상황을 현명하게 보내야겠죠. ㅎㅎ
퀼트와 재봉도 멋진 취미일듯 합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느 지인께서 하는 풍문만으로도 참 좋은 취미라 여겨지더군요. 재봉틀 박는 상상의 모습이 재밌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