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달의 명상
꽃무릇相思花, 石蒜 심은 뜻은?
글 무상법현(無相法顯) 스님
서울 열린선원 선원장 평택 보국사 주지 일본 나가노 아즈미노시 금강사 주지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그래도,가끔> 지은이
선운사 동백꽃보다 더 유명해진 꽃이 상사화(相思 花)다. 선운사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어서 관광객 들에게 마음다움을 더해주는 꽃 상사화. 사실 그것 은 상사화라 알려져 있지만 꽃무릇 또는 돌달래(石 蒜)다. 모양이 비슷하다보니 상사화라고 알려진 것 이다. 물론, 상사화와 꽃무릇은 비슷한 종류의 꽃이 다. 상사화는 조금 더 연분홍빛이 돌고, 꽃무릇은 진 한 주황색이 돈다. 상사화는 꽃잎이며 줄기가 더 굵 고 꽃무릇은 상대적으로 꽃잎의 크기도 작고 야무진 느낌이다.
상사화는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스님과 처녀의 전설이고 다른 하나는 오누이 전설이다. 둘 다이룰수없는사랑이배인전설이다.오누이가사 랑에빠져있는것을좋지않게본옥황상제가꽃과 잎으로 태어나게 했다는 전설이 오누이 전설이다. 스님을사랑한처녀또는처녀를사랑한스님이꽃 으로 피어난 것이 상사화라는 전설이다. 그래서 절 에 상사화가 많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라!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다.그럼어찌이런이야기들이생겨났을까?부처 님 말씀이라도 듣고 보았을 때는 ‘조용한 곳에 홀로 앉아 골똘히 생각하라(獨一靜處專精思惟)’ 하신 부 처님 가르침대로 생각해보자.
본디봄에피는꽃들은대개꽃이먼저피고나중 에야잎이피어나서꽃과잎이서로만나지않는것 들이 많다. 그런데 같이 돋아나거나 스쳐 지나가듯 돋아나는데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피어나는 꽃들은 대개잎속에꽃이있어서같이돋아나는것이다.그 런데도상사화와꽃무릇은꽃이진다음에잎이돋 아난다. 특이한 식물,꽃이다.
그래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런 마음 아픈 이야기를 누군가 만들어내고 입에서 입으 로옮긴것이리라.그래서그런전설이생겨난것이 리라. 하지만 사찰에 상사화와 꽃무릇이 심어진 데 에는진짜이유가있다.하나는불교적인교리가배 어있는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적인 이유이다.
먼저 불교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밝음과 어둠은 동 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빛이 많은 상태를 밝다하고 빛이적어없는상태를어둠이라한다.아무리수천 년동안어두웠던곳이라도빛이비치기만하면어
둠은흔적도없이사라진다.아니어둠이라는것자 체가원래없었다.밝지않은것을어둠이라고하는 것이지어둡다는실체가있는것이아닌것이다.그 와 같이 어리석음과 지혜는 동시에 존재하는 가치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번뇌와 깨달음은 동시에 존재하 는 가치가 아니다. 어리석음이 없어져야 지혜가 드 러난다. 마찬가지로 번뇌가 없어져야 드러나는 것이 깨달음이다. 이런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리를 상징적 으로 가르쳐주기 위해 심은 것이 상사화이다.
한편 상사화의 뿌리는 독성이 있고 방부성이 있어 서뱀이나벌레가싫어하고좀이슬지않는다.그래 서사찰에심어뱀이나벌레의접근을막았다.나중 에 부처님을 그린 탱화에 상사화즙을 바르면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절 주변에 상사화가 많은 것이다. 번 뇌도 막고 독사와 독충을 막으라고. 그리고 오로지 공부에 전념하여 깨달음을 얻으라고. 이것이 상사화 와꽃무릇을절주변에심은참뜻이다.
그런 것을 떠나서 같은 것이 여럿 있으면 아름답 다.꽃무릇이지천으로피어붉은사태가난것같은 모습을 보면 누구나 함성이 나온다. 매스게임 (massgame)의 법칙이다. 북한 사람들이 체제와 관 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매스게임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과일체감확보라는더큰수익이있다는것도 함께 하는 효과이다. 요즘 지자체에서 홍보가치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축제를 벌인다.
예로부터 내려온 것도 있고 많이 자라고 있는 대량 군락 식물들을 외지의 사람들이 보게 한다. 뷾꽃축 제 등은 오래된 것이고 산수유축제라든가, 구절초축 제, 배롱꽃(百日紅)축제 등은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많이 심어서 가꾸기도 한다. 화순군은 배롱나무(백 일홍)를 곳곳에 대량으로 심어 군 나무를 홍보하고 있다. 어려서 논일 밭일을 거들던 아이들이 배고프 다고,좋은옷입고싶다고보채면어른들이꼬임말 을 하였다.
“아가~저 배롱나무꽃이 세 번 색깔을 바꾸면 흰 쌀밥도배불리먹고이쁜옷도사줄테니조금만참 아라, 와!” 지금사람들은 배롱나무꽃잎이 세 번 색깔 을바꾼다는의미를모른다.자세히살피면같은꽃 잎이백일을가는것이아니라세번정도새꽃잎이 나서그때마다조금씩앞에핀것보다옅은색깔이 었다가 붉어져서 지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많이 있는 것은 대개 다 보기가 좋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더 빨리, 더 확실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드러난 현상만을 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는 엄청난 아픔과 기다림과 슬픔의 세월을 견뎌 낸 노력이 들어있다. 아름다운 꽃들도 그냥 피어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들도 들여다보면 참으로 오묘한 조화를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때에 따라 피는 꽃이 다르지 않은가? 봄에 바로 피는 꽃들은 백목련 개나리 복수초 매화 홍매화 할미꽃 영춘화 모란 철쭉 벚꽃 해당화 진달래 목련수선화 쇠별꽃 백정향(천리향) 동백 .... 등이 있다고 한다. 여름에 피는 꽃은 자귀나무 족제비싸리 왜우산풀 톱풀 박쥐나무 매화노루발 초롱꽃 미국자리공 떡쑥 산달래 고란초 골무꽃 덩굴꽃마리 동자꽃 더덕 수염며느리밥풀꽃 층층잔대 곰취 어수리 활량나물들이 대표적이다. 가을에 피는 꽃으로는 코스모스 칼잎용담 산국 큰수리취 향유 산박하 섬쑥부쟁이 흰그늘돌쩌귀 미꾸리낚시 산좁쌀풀 흰고려엉겅퀴 돼지풀 왕고들빼기 비수리 활나물 쇠무릎들이 있다. 그런데 겨울에 피는 꽃도 있음을 아는가?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에 무슨 꽃이 필까? 겨울동백, 군자란, 시클라멘, 안스리움, 애기동백, 크리스마스로즈, 프리뮬러 등이 있다고 한다. 눈 속에 피어나는 매화(梅花),복수초(福壽草)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참 오묘한 것이다.
티끌 벗기 그리 쉬운 일 아니니
실마리를 꼭 쥐어 끝까지 가서
찬 기운이 뼛속까지 사무치지 않고서야
코끝을 찌르는 매화향기 얻겠는가.
塵勞逈脫事非常 緊把繩頭做一場 不是一番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
황벽희운(黃檗希運 : ?-850)선사의 게송이다.
당나라의 선승(禪僧)으로 백장선사(百丈禪師) 회 해(懷海)의 지도를 받고 『황벽산단제선사전심법요 (傳心法要)』를 남긴 분이다. 뒤에 우리에게 더 유명 한 임제의현(臨濟義玄 : ?-867)의 스승이다. 아름 답고 향기로운 매화가 피어나는 때가 찬바람이 쌩쌩 불때이후이니깨달음도그런어려움을겪어야한 다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 때나 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조건이 갖추어지면 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조 건을 갖추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매미의 애벌레는 굼벵이다. 싯타르타가 농부의 쟁 깃날아래 꿈틀거리다 새에게 물려가는 굼벵이를 보 고 인생의 허무함을 느꼈다고 하는 그 벌레다. 굼벵 이는 땅 속에서 7~17년 살다가 세상에 태어나 1개월 정도매미로살다가간다고한다.참힘들고무서운 세월이다.그런데더한놈이있다.커피에빠진파 리아니‘오래살다보니단맛쓴맛다보고죽는다’ 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인 하루살이란 놈은 땅 속에 서3년을살다가세상에태어나하루산다고한다. 그렇게 고통을 참으며 살아낸 세월이 있어야 맛있는 과일을 맛보는 것이다. 우리가 성인으로 자라나 공 부 마치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해서 성공하기까지는 하루살이나 매미가 기다렸던 것보다 더 많고 어두운 땅속 같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이지 모른다. 하지만 기다려야 그날이 온다.
봄에 씨앗 뿌려 봄에 피어나거나 여름에 피거나 혹 은 다음 해쯤만 피어나고 열매 맺어도 그것은 꽤 실 용적이고 결과를 확인하기가 쉬워서 좋다. 하지만 한 3년이 걸려서 피거나 매미처럼 7년이 걸리는 것 도 힘이 드는데 3천년이 지나야만 피어나는 꽃이 있 다면 어떨까? 그 전설속의 꽃이 바로 우담바라이다. 우담바라는 인도말로 우담발화(盂曇鉢華) 또는 금발 라화(金鉢羅華)라고 한역한다. 금발라화의 준 말이 금화(金花)라서 봉원사 뒷산이 요즘은 안산(鞍山)이 라 불리지만 금화산이었다. 안산은 풍수지지상 오른 쪽 산, 안장산이라는 뜻이다. 우담바라가 피어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
리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나거나 중생을 깨달 음으로 인도하는 부처님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어려워서 그런지 보았다는 사람을 역사 속에 서 보기 어렵다.
우담바라는 꽃이 가려서 안 보이는 까닭에 3천년 만에한번핀다는전설이만들어진것이다.무화과 도꽃이피는데꽃이꽃받기속에피어서잘모르는 이들이 무화과라고 한 것이 굳어서 아직도 무화과라 고 부르는 것이다. 무화과의 일종인 우담바라의 꽃 을한번보면아니꽃이한번피어나면좋은일이 생긴다고 하니 풀잠자리알을 우담바라꽃이라고 하 여문제가일기도한다.아무튼이렇게오랜세월이 걸리드라도 그러한 환경이 갖춰지면 꽃이 핀다. 그 리고 예정된 사실을 믿고 준비하였으면 결과를 기다 려야 한다. 기다려라. 그러면 좋은 결과를 맞이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