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가 과거, 미래에 마음을 찢어두기에
받은 선물, present인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썼는데
오늘 다시 그 생각이 떠오릅니다.
미국 드라마 '코민스키 메소드'를 보면
연기를 가르치는 샌디(마이클 더글러스)가 학생들에게
Relax 긴장을 풀어라...라고 말하며
그러기 위해 소리도 내고 몸짓도 하라고 했더니
한 남자가 그럽니다.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내서 긴장을 풀 수가 없습니다.
지금 몇살인데?
만 스물 여덟인데요.
샌디가 툭 한 마디 던지고 지나갑니다.
어린 시절 지났다.
긴장 풀어라.
ㅎㅎ
맞긴 맞는데...
학대나 고통을 받은 시기가 벌~써 지나갔으니
그것의 영향을 받는 일도 끝나야함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리 쉽게 되는가?
더 심한 예도 들었네요.
이전에 다니던 모임에 있던 '애나'라는 할머니가 어느 양로원에 갔더니
한 나이 많은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자기자신을 두 팔로 감싸 안고는 의자를 앞 뒤로 흔들며
애절한 표정과 목소리로 반복해서 이러고 있더라는 겁니다.
Mommy, please love me
Daddy, please love me.
아마 그 할머니도 어렸을 때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때가 얼마나 오래 전인고!
70년, 80년이 흘러갔는데
아직도 그 말과 몸짓을 반복해?...
참...어떤 면에서는 두렵습니다.
우리가 놓치 못하는 것들이 있음이.
사실 과거, 현재, 미래는 우리가 한 가정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하지요.
그러니 우리가 과거라고 부르는 것도 흘러간 것이 아니라
계속, 항상, 같이 있는 것이 맞기는 맞을 겁니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미래,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맞긴 맞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전 경험이
현재와 미래에 장애물이 되게 내버려두어야 하는가?
고개가 절로 흔들어집니다.
그건
아닐 거다.
과거는 교훈이지요.
배울 것이 있는 겁니다.
그 때 본 것, 들은 것, 말한 것, 느낀 것
그 때 선택한 것들
그 때 경험한 것들
모든 것이
가르침을 갖고 있는 것
그것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는 것.
충분히 배우는 것은 필요할 겁니다.
그래, 그 때 그런 경험을 했지
그런 선택을 했지.
그런 언행을 했고
그런 느낌을 얻었어.
그런데 이런 되새김을 통해 얻어야 하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쩌면 우리의 과거는 우리가 먹는 음식과 같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씹으며 소화를 시키지요.
영양분을 흡수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몸 밖으로 내보내구요.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고는
우리가 배설한 것에 대해 애착을 느끼던가요?
이제는 두 번 다시 들여다 보지 않고는
그냥 변기 물을 내려 떠나보내 버립니다.
냄새도 싫어서 되도록 빨리 그 자리를 떠나구요.
그리고는 다른 할 일을 합니다.
우리 과거도
그렇게 다뤄야 하지 않겠는가?
음식을 씹듯
씹을 때도 있어야 하지만
음식을 통해 몸의 영양분을 흡수하듯
과거를 통해 마음이 얻을 것을 흡수한 다음
화장실에서 몸에 있던 것을 배설해 버리듯
마음에 있던 과거도 배설해야 한다.
몸의 배설물을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듯이
과거도 돌아보지 말아야 할 일이고.
배울 것을 배우고는
버릴 일.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였다면
오히려 학대를 당한 아이였다면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런 경험이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배우겠지요?
그러니 어떻게 해?
'그러면 안되겠구나'를 배워야 하겠지요.
사랑해야할 일이구나.
따뜻한 마음을 가질 일이구나.
친절해야 할 일이구나.
돌봐야 할 일이구나.
그렇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누구나를 막론하고
모든 경험은
배움을 위한 것.
그 배움이 바로 우리가 섭취해야하는 마음의 영양분이겠다...
변비가 몸에 참으로 좋지 않은 것이라지요.
제대로 배설을 하지 않을 때 몸에 독소를 쌓게 되기에 말입니다.
마음에도 변비가 있군요.
과거를 보내버리지 못할 때 얻는 마음의 변비.
그것 또한 현재와 미래를 해롭게하는 독을 얻게 만들구요.
몸이든, 마음이든
보낼 것은 보내야하는 것.
지난 시절, 돌아보면 아픔과 후회가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모두가 누군가에 의해 다쳐봤고
누군가를 다치게 만들기도 했을 것.
그냥 배울 것을 배울 일입니다.
그러면 안되는구나
그래야하는구나.
그렇게 경험의 영양분을 흡수하고나서는
뒤돌아 설 일, 보내버릴 일입니다.
다시 돌아오면?
얻은 영양분을 상기하면서
다시 보내다.
또 오면
또 보내고
또 오면
또 보내고.
이렇게 하는 동안
속에서 뭔가가 변할 겁니다.
흡수한 영양분을 사용하며 사는 현재를 통해
새로운 과거를 계속 만들 것이니 말입니다.
좀 더 밝은 과거
좀 더 행복한 과거.
현재 present는 '선물'임을 믿네요.
어두운 과거를 보낼 수 있게 만드는 선물.
새로운 사람이 되게 만드는 선물.
이런 배움을 위해 우리가 이 차원에 들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이상한 일입니다.
날씨와 기분이 연결되는 것이 말입니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네요.
새해 첫주라서 모든 모임과 활동이 쉬구요.
그래서 지난 기억들이 슬며시 다시 기어들어오던 날.
한가한 것이 좋은 일이 아님을 다시 봅니다.ㅠㅠ
다행스럽게 오늘은
오랫만에 시니어 센터에 부엌설겆이 봉사를 갑니다.
그래, 반가운 얼굴 보며
일하며
웃자!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지 어찌 알겠는고?
하루하루를 정말 '선물'로 생각하며
행복하게 만들자!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말입니다.
좋은 생각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