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산골마을은 고기가 귀하다 보니, 닭 한 마리도 그냥 먹는 법이 없었다. 양구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사람들은 모처럼 닭을 잡으면 정성껏 살을 발라내서 갖은 양념에 무쳐 숯불에 구워 먹었다. 때문에 양구에는 곳곳에 ‘닭고기 숯불구이’를 파는 음식점들이 많다.
그런데 양구의 닭고기 숯불구이가 ‘오골계 숯불구이’로 변신한 것은 지금부터 대략 20여 년 전이었다. 이 즈음 충남 논산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오골계를 식용으로 개량한 ‘연산 오골계’를 내놓았는데, 마침 양구 송청리에서 닭고기 집을 하던 할머니가 호기심에 오골계 병아리를 몇 마리 가져와 근처 계곡에 풀어놓고 키웠더란다. 어느 날 한 마리를 잡아서 ‘양구식’으로 숯불에 구워 먹어 보았더니, 가슴살까지도 퍽퍽하지 않고 쫄깃한 것이 구이로 제격이었다. 이에 할머니는 오랫동안 닭고기를 다루었던 솜씨를 발휘해 오골계 숯불구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오골계는 예전부터 잘 알려진 귀한 보양식. 전국을 뒤져도 오골계 전문점은 많지 않고 주로 백숙이나 탕으로 요리한다. 양구에서는 독특하게 숯불구이로 먹으니 이곳에 온 사람들은 꼭 들러서 맛을 보았다. 게다가 양구에는 체육행사가 많아서 참가자들이 보신을 위해 오골계 숯불구이를 찾게 되면서 어느새 전국적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몸에 좋은 영양소는 검은색 식재료에 많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블랙 푸드’ 바람까지 불어 이제 오골계 숯불구이는 양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양구의 오골계 숯불구이는 바로 잡은 오골계를 굽기 때문에 모래집(일명 똥집)을 포함한 각종 내장까지 구워 먹는 것이 특징. 오골계(烏骨鷄)라는 이름답게 고기도 거무스름한 색인데, 불판에 올린 고기가 더욱 검게 변했을 때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