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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은갑(銀甲) 기마대(騎馬隊)...
"왠 표물들이오?"
"아직 연락 받지 못 하였소?"
"무슨 연락 말이오?"
"석가장에서 무림맹에 보내는 표물이오. 여기 증서도 있소."
전운을 감지한 무림맹에서 이제껏 일을 돕던 각 파의 여제자
들을 후방으로 보낸 다음날 오전 무림맹이 진을 친 장소에서 산
하나를 돌아선 곳에 사해표국(四海 局)의 깃발을 단 표물 수송
마차 열 대가 도착했다.
산중턱에서 보초를 서던 화산파의 제자들이 그들을 막아서며
신분을 확인하였으나 증명서와 그 외 모든 것이 완벽하였다. 마
차 안을 조사해보고 마차마다 가득한 쌀가마니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사해표국의 표물 수송마차를 통과시켰
다.
같은 시각!
반대쪽 산모퉁이에서도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
은 점창파의 제자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들 역시 수시로 보
급되는 쌀가마니인지라 별 의심 없이 통과 시켰다.
열 대의 마차에 쟁자수(爭子手) 한 명과 표사 한 명씩 하여
스무 명의 사내들이 산모퉁이를 완전히 돌아 초록이 우거진 숲
근처에 도착했을 때 마차는 신속히 숲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 중
다섯 대의 마차 안 쌀가마니 속에 숨어있던 서른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가마니를 칼로 찢고 마치 알주머니에서 거미 새끼들이
기어 나오듯 쏟아져 나왔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신속히 마차를 끌던 사십 필의
말을 마차에서 풀어냈고 사람이 안 탄 다른 다섯 대의 마차의
쌀자루 속에서는 은색 갑주들을 꺼내어 말에 착용시켰다. 마차에
서 풀어낸 사십 마리의 말과 호위무사가 타고 온 열 마리의 말
이 합하여 말은 정확히 오십 마리였고 그 말에 갑주를 채우는
사내들도 정확히 오 십 명 이었다.
신속히 말에 갑주를 채운 사내들은 자신들도 은색의 갑주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채 일 다경도 되기 전에 완전 무장을 끝낸 사내들은 마차 바
닥에 길게 뉘여 진 장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허리에는 무거운
도를 찼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체의 소리도 내지 않고 톱니바퀴가 엇물리
듯 정확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오싹한 귀기마저 흘러
내렸다.
"등마(等馬)!"
우두머리인 듯한 한 사내의 짤막한 명령이 있자 갑주로 무장
한 사내들이 일제히 말에 올랐다. 무거운 갑주를 몸에 걸쳤지만
사내들의 움직임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
모두 말에 오르고 진군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자 제일 앞에 선
사내가 고개를 들어 해의 높이를 가늠했다. 잠시 그렇게 해를 쳐
다보던 사내가 활을 들고 있던 사내를 보고 손짓을 했다.
피이잉-
대초명적(大哨鳴鏑) 한대가 긴 울음을 물고 하늘로 쏘아져 올
랐다. 지칠 줄 모르고 치 솟는 화살은 끝내 허공을 뚫고 시야에
서 사라졌다.
피이잉-
화답이라도 하듯 반대편 야산 모퉁이에서도 똑 같은 울음을
흘리는 화살이 날아 올랐다.
그것을 본 사내들의 눈빛이 투구 속에서 번쩍하고 빛났다.
"거창(据創)."
사내의 구령에 따라 오십 개의 장창들이 똑 같은 각도로 들어
올려졌다.
"전속진군(全速進軍)."
사내가 박차를 가하며 고함을 지르자 이미 흥분하여 콧김을
내뿜고있던 말들이 긴 울음소리를 내 지르며 미친 듯이 질주하
기 시작했다.
"뭔가 저건?"
두개의 대초명적이 섬찟한 곡성을 울리며 사라지자 무림맹 곳
곳에서는 의문을 내포한 눈빛들이 허공을 향했다.
"어떤 놈들이 심심해서 활쏘기 내기라도 하는 것인가?"
한참 더 화살의 궤적을 쫓던 사람들은 따가운 햇살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양손으로 눈을 비볐다.
두두두두-
과도한 태양광에 노출됐던 망막이 제 기능을 잃었다가 서서히
사물을 인식 할 때쯤 요란한 말발굽소리와 함께 그들의 눈에는
마치 환영처럼 은갑기마대가 진군해오고 있었다.
"적이다!"
아직도 허상과 실상의 구분이 덜된 몇몇 사람들 옆에서 다급
한 외침들이 터져 나왔고 적의 침공을 알리는 북소리가 미친 듯
이 울려 퍼졌다.
아침을 먹고 포만감에 젖어 잠시 긴장이 늦추어진 무림맹의
한 가운데로 은갑기마대가 순식간에 치달아왔다.
"막아라!"
"전열을 형성하라!"
누군가의 입에서 우렁찬 외침이 흘러나왔지만 상상도 못한 방식의
기습에 그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흩어졌다.
"크악!"
제일 앞에서 칼을 휘두르던 중년인 한 명이 장창에 심장이 꿰
뚫려 비명을 질렀다. 그것을 신호로 여기저기서 처절한 비명들이
울렸다. 은갑기마대가 최초의 모습을 드러내고 촌각도 지나지 않
아 무림맹 한 복판은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진영
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온 몸의 공력을 끌어올려 충분히 운기하고 두 발을 굳건히 땅
에 붙인 채 장풍을 날리든지 권격을 내지르든지 하는 무림인들
의 공격은 전신을 갑주로 무장하고 장창으로 먼 거리에서 무차
별적으로 휘두르는 은갑기마대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렇
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무림맹의 피해는 급속하게 늘어났다.
"모두 물러서라!"
큰 고함소리와 함께 비교적 중앙에서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던 무당의 명숙들이 제자들과 함께 은갑기마대의 왼쪽 측면에
서 쇄도해 들어왔다. 동시에 오른쪽 측면에서도 군소방파의 연합
세력들이 은갑기마대를 향하여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파죽지세로 무림맹 깊숙이 유린하여 들어온 은갑기마대가 양
옆에서 쇄도하는 무림맹의 인원들을 보고 전진을 멈추고 상황을
살폈다. 그 틈을 노려 일방적으로 몰리던 무림맹의 인원들이 후
퇴할 신간을 벌게 되었고 은갑기마대의 공격권 밖으로 신속히
후퇴하였다.
"삼각진을 형성하라!"
양쪽에서 수 백 명의 무림맹 인원들이 공격해오자 은갑기마대
의 어느 곳에서 한 줄기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던 기마대가 신속히 이동을 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삼각
깃발모양의 배치를 하고 장창을 길게 앞으로 내밀었다.
무림맹 역시 비록 기습을 당해 순식간에 기마대의 숫자 만큼
인 근 백 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일단 숨돌릴 틈을 찾고 난 후부
터는 서서히 전열을 정비하면서 기마대를 에워쌌다. 숫적으로 따
진다면 무림맹은 기마대보다 열 배 이상의 인원이었으므로 완전
히 기마대 주위를 둘러싸 물샐틈없는 포위망을 구축하였다.
"이놈들!"
무당의 현청진인(鉉靑眞人)의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아무리 철갑으로 무장을 하였지만 단 백기의 기마대로 무림맹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무차별 공격을 시도하다니! 이놈들은 백도
무림맹을 허깨비로 안단 말인가?
안정을 찾은 다른 무림맹의 고수들의 눈에서도 서서히 살기가
일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현청진인이 칼을 높이 쳐들었다.
"타앗!."
땅을 박찬 현정진인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비조같이 날아오른 현청진인의 몸놀림에 삼각진의 모서리에
서 있던 철갑기수가 미처 장창을 움직이지 못하고 고스란히 현
청진인의 검세에 노출되었다.
까강-
불똥이 튀면서 둔중한 쇳소리가 운 벌판에 울려 퍼졌다.
"우욱!"
현청진인이 손아귀가 찢어진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칼을 떨
어뜨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겨우 들고 있었다. 반면 현청진
인의 공격을 받은 철갑기수는 상체 크게 흔들리며 말에서 떨어
지기 일보직전에 장창을 이용하여 땅을 짚고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이놈들은?"
무당파와 함께 철갑기마대의 반대쪽 옆구리를 공격하고 나왔
던 천산파의 장로 한 사람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칼을 다잡았다. 무당 고수의 수 십 년 공력이 실린 칼이라면 아
름드리 나무둥치도 무우 자르듯 자를 수 있다. 그런데 저놈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무당파 현청진인의 칼을 퉁겨내고 손아귀를
찢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말에서 떨어질듯 휘청거리긴 했지만
결국은 마상에서 건재했다.
무웃단처럼 싹둑 잘리지 않았다면 칼에 부딪친 충격으로 큰 내
상을 입고 피를 토하며 날아가야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
렇게 멀쩡한 모습이라면 저놈들은 외문기공을 익힌 놈들이다. 외
문기공을 익혀 강철처럼 단단한 신체에 다시 가공할 만한 재질
의 갑주를 몸에 걸쳤으니 가히 금강불괴와도 맞먹을 수 있을 법
하다.
맹주가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혈영의 무서움을 피력할 때는 그
러려니 했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접하고 보니 이재서야 그 말이
가슴깊이 전해진다.
"하앗-"
천산파의 고수가 가까이에 있는 기수를 향해 쇄도해 들었다.
"워험하오!"
누군가 옆에서 고함을 질렀으나 천산파의 고수는 곧장 허공을
뛰어올랐다.
슈욱-
쉭-
다섯 개의 창이 동시에 허공으로 뛰어오른 천사파의 고수를
향해 뻗어 나왔다. 이미 무당파 현청진인의 공격을 한 번 받은
후 대비를 하고 있던 기마대는 이번에는 반사적인 합격술로 대
응했다.
"크악!"
허공에서 신형을 멈추지 못하고 다섯 개의 장장에 몸이 꿰뚫
린 천산파 고수가 피를 뿜으며 비명을 토했다.
권법이나, 장법, 검이나, 도 등을 사용하는 무림인으로서는 군
인들이나 사용하는 이런 장창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했다. 장병기
일수록 움직임이 둔하고 허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몇
명이 한 조가 되어 합격술로 대응한다며 그 허점은 깨끗이 지워
지고 대신 무시무시한 장점만이 남게된다.
그 무서운 장창의 위력 앞에서 그것을 간과하고 달려들던 천
산파의 고수 한 사람이 절명하고 말았다.
휘익-
다섯 개의 창이 하나라도 된 듯 똑같이 움직이며 창 끝에 몸
이 꿰뚫여 아직도 허공에 떠있는 천산파의 고수를 멀리 내동댕
이쳤다. 천산파의 고수가 끈 떨어진 연처럼 십 여장을 날아가 바
닥에 굴렀다.
"사부님!"
"사숙!"
천산파의 제자들이 시신이 떨어진 곳으로 비명을 지르며 달려
갔다.
"이. 이놈들!"
절명한 자파의 고수를 본 천산파의 제자들이 눈이 뒤집혔다.
"산개(散開)!"
아랑곳하지 않은 갑주기마대의 한 쪽에서 한 마디 명령이 떨
어졌다.
두두두-
말들이 발굽을 높이 들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움츠렸던 삼각형의 전열이 그대로 확대되는 듯 늘어나며 창
끝을 앞으로 쭉 뻗은 기마대가 장창을 이용해 마음껏 무림맹을
유린하였다.
빠르게 산개하며 세 방향으로 퍼져 나갔지만 애초의 삼각형
전열은 그대로 유지한 채 삼각형의 크기만을 키워갔다. 그런 식
으로 전열을 유지함으로써 배후의 공격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
지 전방의 목표만을 찔러갈 수 있었다. 어쩌다 기마대 사이를 통
과해 삼각진 안으로 띄어들라치면 어김없이 두 명의 기수가 양
쪽에서 창을 찔러와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크악-"
"으윽!"
순식간에 이곳 저곳에서 다시 비명들이 울렸다.
"우우우우----."
철갑기마대의 공격으로 재차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는 무림
맹 인원들 속에서 긴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고막을 찢을 듯한 사자후에 무림맹의 무사들이 바로 뒤에서 혈
영의 갑주기마대가 쫓아오는 사실도 잊은 채 양 손으로 귀를 막
았다. 은갑기마대 역시 귀속을 파고드는 사자후는 갑주로도 막을
수 없었는지 주춤거리며 공격을 멈추었다.
"모두 물러서시오."
사자후가 멈추고 난 후 사방에서 큰 소리의 외침이 울렸다.
영문을 알아챌 틈도 없이 무림맹의 무사들이 신속히 뒤로 물
러서자 넓은 삼각진을 형성하고 있는 갑주기마대 주위로 여덟
명의 젊은이가 넓은 도를 비스듬히 늘어뜨리고 서 있었다.
'저들은?'
지독한 살기를 뿌리며 팔방에서 기마대를 포위하고 서 있는
여덟명의 젊은이들은 지옥마도 장천호에게서 칼을 배운 백도무
림의 제자들이었다.
"우우-."
그들 여덟 명 개개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암흑의 살기가 마
치 긴 띠를 연결한 것처럼 원을 이루어 기마대를 에워싸며 옥죄
여갔다.
숨막힐 듯 조여오는 살기에 갑주기마대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크다란 삼각진이 서서히 간격을 좁혔다.
그와 함께 암흑류의 기운을 최대한 끌어올린 젊은이들이 흡사
강시처럼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드디어~~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즐~~감!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즐독.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