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이 흔덕거려서 빼야것쓰야”
며칠 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조대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빨을 뽑는 건 그렇다 치고 임플란트를 하는데 250만 원 정도 든단다.
낼 모래가 팔순인데 임플란트라는 말을 어떻게 알았을까?
솔직히 나도 턱뼈에 인공치아를 심는다는 임플란트라는 것을 안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우선 발치(치아를 뽑는 것)를 한단다.
오른쪽 위 어금니 세 개를 뽑고 나서 다음 방문일자를 잡아준다.
치아를 뽑는 것은 의료보험이 되어 부담이 덜 하지만 임플란트는 그게 아니다.
‘틀니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꼭 임플란트를 해야 할까?’
2주일이 지나 실을 뽑고 보철과로 들어서니 해골 같은 X-Ray 화면이 나를 맞는다.
저 이빨이 어릴 적 보리밥을 꼭꼭 씹어 내 입에 넣어준 그 이빨이란 말인가?
X-Ray 화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오른쪽 볼따구니를 만져봤다.
7번 어금니를 뺀 지가 벌써 5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태까지 어금니를 해 넣지 않고 버텨온 것은 너무나 비싼 비용 때문이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던 예쁘장한 여의사가 설명을 한다.
“어머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틀니로 하는 것이 좋아요.”
“틀니는 느그 아부지 본께 안좋드만...”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는 어머니의 말속에는 이미 임플란트를 하겠다며
결정을 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 말은 임플란트를 하려면 인공 뼈를 심고 인공뼈가 굳으면
그 위에 인공치아를 심는데 1년이 걸린단다.
그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연세가 많으셔서 수술이 무척 힘들단다.
“1년이나 걸려라? 낼 모래 80인데.... 그럼 돈은 얼마나 든다요?”
어머니의 질문에 임플란트는 한 개당 150만원에서 300만원 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틀니는 약 130만원 내외란다.
원래 조급증이 많은 어머니는 기간이 오래 걸린 것도 맘에 안 들고
돈이 비싼 것도 맘에 안 들었는지 서운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수긍하는 눈치다.
굳이 비싼 인공치아를 그것도 세 개나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내키지 않았던 참인데 의사가 명쾌하게 말을 해주니 고맙기 짝이 없다.
자식입장에서 돈 아까워 싼 틀니를 강권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하여튼 00치과로 가보자”
일단 가격을 알아봤으니 동생 친구의 치과로 가서 가격흥정을 하자는 얘기다.
조대병원보다 싸게 해준다면 밑져도 이익이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병원에 들어서자 우리를 반기는 접수대 아가씨는 이미 어머니를 알고 있는 눈치다.
실은 지난번에 와서 이빨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치료를 받을 것이지 왜 조대병원에서 받았을까?
나에게도 이빨 검사를 받아보란다.
느닷없이 의자에 눕히고 나서 여기 저기 체크해보더니 어금니가 두 개나 없단다.
난 여태껏 한 개만 없는 줄 알았는데 두 개나 없다니 순간 옆에 서 있던
어머니가 미안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으신다.
의사는 용케도 신경치료하다 만 치아를 알아내고 치료해준다.
진료가 끝난 후 진료비를 계산하려하자 서비스란다.
어머니가 접수대 아가씨에게 바짝 다가가서 틀니를 하면 돈이 얼마정도
드느냐고 묻자 왜 틀니를 하느냐며 오히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머님! 임플란트 하세요. 어머님보다 더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도
다 임플란트 해요. 틀니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그러먼 시간이 얼마쯤 걸린다요?”
“3-4개월정도 걸려요.”
순간 구세주를 만난 듯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진다.
인공뼈를 넣지 않고 임프란트를 하면 돈이야 죽지만 조대병원과는 달리
힘들지 않고 간단하다는 데 반박할 명분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틀니로 하자고 내가 먼저 말을 빼낼 입장도 아니다.
“예산을 세워 보려고 그런디 얼마나 드요?”
“한 개에 200씩이예요.”
“아들 것이랑 내 것이랑 임플란트로 해 주시오.”
한껏 고무된 어머니는 상의 한마디 없이 즉석에서 일사천리로 결정을 해버린다
마치 철모르는 어린애가 나들이 따라 나와 비싼 걸 사달라고 조를 때처럼
난감하기 짝이 없다.
삼형제가 엄니 치료비를 분담하기로 했으니 200이면 되지만
난 생각지도 않은 치료비를 포함하면 얼추 500은 든다.
지금까지 어금니 한두 개 없이도 잘 살아왔는데......
난 임플란트를 안 하고 싶지만 어머니의 맘이 불편할까봐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 앓으며 意思決定의 가장자리에서 구경꾼처럼 끌려가고 말았다.
돈이 많으면 이런 저런 고민 없이 어머니 기분 업 시켜드리고 효도하는 건데......
솔직히 어금니 한 개 없다고 볼이 쏙 들어가는 거 아니고 설령 더 나이 들어
볼이 좀 들어간들 그게 무슨 대수냐며 하찮게 생각해왔던 참이다.
“아가. 이번 치료비는 내가 처리 할 테니 꺽정 말아라.”
미적거리는 내 표정을 읽은 어머니는 당신의 용돈으로 치료하시겠다는 말씀이다.
딴은 그렇다. 어머니가 저승 갈 때 용돈을 가져갈 것도 아니지만
한 편으로는 씁쓸하다.
이틀 후 이빨을 해 넣기로 하고 치과에 들렀다.
“엄니부터 해주세요.”
“아니 형님이 간단하니 형님이 먼저 하세요.”
의자에 눕자 마취주사가 따끔하게 잇몸을 자극하는가 싶더니 얼마 후
예리한 칼로 잇몸을 가르는 먹먹한 통증이 뒤따르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소리가 들린다.
나사못을 죄는지 뭔가 돌려 박는 느낌이 들고 한참 후 다됐다며
일어나보니 볼이 얼얼하지만 견딜만하다.
‘이정도 간단하면 어머니도 할 만하네.’
속으로 안도를 하면 어머니의 수술을 지켜보았다.
잇몸 곳곳에 마취제를 주사하자 어머니는 통증을 못 이겨 신음을 한다.
치아를 빼내고 꿰맨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잇몸에 메스를 갖다 대고 죽 긋자
핏방울이 이슬처럼 방울져 흐른다.
나와는 달리 잇몸은 물론 입천장을 마치 회 뜰 때처럼 도려내기 시작한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하는 어머니의 눈시울에 마른 눈물이 고인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물을 닦아주거나 손을 꼭 쥐어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아니 치료비도 ‘예 있수.’ 하고 대주지 못했으니 아무것도 해드린 것이 없는 셈이다
‘나처럼 바로 치골에 나사못을 박으면 될터인데... ’
뼈가 드러나자 드디어 드릴로 구멍을 뚫는데 이건 옆으로 뚫는 게 아닌가?
수술에 몰입해 있는 의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이 건 또 다른 고통이다.
어머니가 통증을 호소하자 다시 예리한 마취주사바늘이 잇몸에 박힌다.
마취제의 장난으로 다소곳해진 어머니를 신출내기 주방장이 처음 회를 뜨듯
또 다시 살을 헤집기 시작한다.
의사에게 몸을 내맡긴 어머니의 모습은 입관을 기다리다 뒤늦게 달려온
자식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모습처럼 핏기 없이 까칠하다.
방정맞은 생각이 오버랩되며 한 생을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이 한없이 불쌍하고
그동안 불효했던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벌써 한 시간이 흘러갔다.
치골이 드러났음인지 젤리처럼 말랑한 액을 이리저리 섞어 도려낸 살에 묻지
않도록 테이프 같은 것을 오려 넣고 콘크리트 타설 할 때처럼 채운 후
꿰매기 시작한다.
한 땀 두 땀, 무려 20여 바늘을 꿰매고 나서보니 한 시간 반이 흘렀다.
임플란트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인공뼈를 심는 과정이 분명하다.
분명 접수대 아가씨의 말과는 달리 힘든 길을 가고 만 것이다.
수술이 끝나고 접수대에 들르자 100만원이란다.
“지난번에 200씩이라고 안했나요?”
“네 이건 치료비입니다”
살갑던 아가씨의 사무적인 말에 기가 죽은 나는 사전에 돈 얘기를
확실히 안했던 걸 후회하며 병원 문을 나섰다.
“어머니 의사가 시킨 대로 코피 나더라도 삼키고 알았지?”
시골집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안 잊혀하면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날 밤 전화를 해보니 코피가 멎지 않고 토할 것 같아 죽을 먹지 안했다며
울먹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만 이 밤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코피는 난다고 했어. 글고 마취제 때문에 구역질 나올려 할거야.
그래도 저녁은 먹어. 힘이 있어야 이겨내. 알았지?”
난 마치 의사가 되기라도 한 듯 안심을 시키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이튿날 아침 전화를 해보니 저녁도 못 먹고 뜬 눈으로 밤을 샜다며 또 울먹이신다.
“내가 늙어서 갈 때가 되어는갑다. 조대병원 말 들을 것인디.”
돈은 돈대로 들고 자칫 큰일 치루 게 될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건 뭐가 잘 못 되도 한참 잘 못 된 것이다.
어머니의 욕심을 잠재우지 못한 나에게도 문제가 있고 의사와 환자 간에
커뮤티케이션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금액과 치료기간 그리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충분히 설명해줬어야 옳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나는 이튿날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무리 돈을 벌 욕심이라고 하지만 왜 치료기간을 속이고 진료비에 대해서도
추가로 든다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조대병원에서는 고통스럽다고 틀니를 권장했는데 당신들은
그런 말을 왜 안 해줬느냐?
이것은 분명히 계약서라는 형식만 없을 뿐 계약에 의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공기와 금액, 그리고 프로젝트 수행도중에 발생할 제반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분석한 후 발주자에게 제시해야할 의무조항이 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 세 가지를 전혀 말해주지 않은 거 아니냐?
어머니도 야속하고 병원도 야속하지만 환자는 이미 약자가 되어있는 터라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어무니! 돈은 또 벌면 돼. 얼렁 상처 아물고 낫기만 해.’
080106
첫댓글 에공눈아파요 반 앍다 못익고 갑니다 저도 이를 해야해서 열심이 보는데 눈이 넘 아파요 죄송합니다
우와 죄송해요... 확인을 못했어요..
그래서 치과에서는 단단히 진료비를 꼭꼭 따져봐야한답니다^^치료는 무료로 해주셔야..되는디..
마져요 저도 임플란트 햇는데 이백이나 이백오십안에 치료비는 포함되 잇는건데......사년이 지난 지금도 써비스해주시고...... 에구 엄니가 하기에는 넘 힘든수술일듯 하네요...
나이들면 애기 된다는 말이 맞는거 같아요 . 친정엄마 .시어머니. 글속의 어머니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