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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외교' 논란을 불러 일으킨 한일 정상회담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일본 문부과학성의 28일 교과서 검정(檢定) 결과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일본의 모든 초등학생은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표기된 교과서로 수업을 받게 된다. 기존의 ‘일본 영토’에서 강화된 것이다. 또 일부 교과서에는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조선인 징병(徵兵)은 강제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서술됐다.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한 교과서에 실려 있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등의 헛소문이 유포돼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칼럼은 사라졌다.
이번 일본 교과서 개악은 2021년 지침에 따른 것이긴 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일부 반발을 무릅쓰고 ‘한일 관계 정상화’ 선언을 하고 일본을 찾아 정상회담을 한 이후 일본의 호응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한국 국민의 감정을 더 상하게 만들 수 있다. 일본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에 대해 명시적으로 사죄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일본에선 4월과 7월쯤 역시 독도와 한일 관계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담은 외교청서와 방위백서가 나온다.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이런 일본의 일정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는지 의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특별한 대책이 없다 보니 일본에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잇달아 나오고 ‘일본이 뒤통수친다’ 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일본이 윤 대통령의 통 큰 양보에 감동해서 역사 문제에서 사죄하고, 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세상에 그런 나라는 없다. 특히 일본은 그렇지 않다. 냉정하게 자신들이 취할 이익을 계산하며 극히 조금씩 움직일 뿐이다. 일본 신문의 27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 정상회담이 잘됐다고 평가하는 일본인은 63%였지만 앞으로 한일 관계가 잘될 것이라고 보는 일본인은 35%에 불과했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비율이 56%로 훨씬 더 많은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전 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한·미·일 3각 협력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서 일본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의 국력이 커진 이후 일본에선 과거 식의 관용이 사라졌다. 일본은 앞으로도 역사 왜곡 교과서를 내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이를 전제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냉정하게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