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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의 '미행사건,' 박지만 입장 왜 바뀌었나? |
시사저널, 박지만이 지난 2월 측근들에게 '미행당했다' 발언한 후 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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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십상시 국정농단 수사가 "비선실세’는 실체가 없었다. ‘국정농단’도 소설에 불과했다.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그리고 박지만은 모두 ‘피해자’였다. ‘박지만 미행 시사저널 기사’도 이 모든 혼란의 주범 박관천 경정의 ‘작품’이었다"로 결론지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윤회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당한 시사저널이 지난 3월23일 단독 보도한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기사는 박관천 경장을 취재해서 나온 게 아니라 박지만의 '입'에서부터 비롯됐다"며 22일 검찰 수사결과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박지만이 12월15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후 ‘검찰 관계자’를 통해 전해진 박지만의 진술은 말 그대로 중구난방이었다. '미행 자체를 부인했다는 보도에서부터 미행은 당했지만 자술서는 없다'고 했다는 보도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그런데 12월17일 상황이 또 한 차례 뒤집어졌다. 검찰이 박지만으로부터 이른바 ‘박지만 미행 보고서’를 제출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 보고서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정윤회’라는 이름이 들어 있는지부터 오락가락했다. 보고서 작성이나 전달 시기도 뒤죽박죽이었다. 반면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수사 하루 만에 ‘박관천 1인 조작극’으로 결론이 났다.
시사저널, 박관천에게 제보·문건 받은 적 없어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시사저널은 2월께 ‘박지만 미행설’에 대한 정보를 처음 입수했다. 두 명의 기자가 10여 일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박지만의 측근들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었다.
박지만이 사석에서 화를 내며 ‘미행 발언’을 했다는 게 중요 골자였다. 시사저널 기자 두 명은 서로 다른 취재원들이라 대조 검토를 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이때부터 3명의 기자가 한 달여 동안 다방면으로 취재에 들어갔다.
당시 박 경정은 취재 대상도 아니었다. 처음엔 박관천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지난 2월 박 회장의 ‘미행 발언’을 처음 알게 된 후 며칠이 지난 3월초 ‘청와대 파견 경찰이 박지만 미행 의혹을 내사하다 좌천됐다’는 정보를 추가로 입수했다. 이 경찰이 누구인지를 수소문한 끝에 박 경정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2월 말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들의 인사가 단행됐는데, 이때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경찰들을 추려 취재한 결과 박 경정으로 확인됐다.
보도가 나간 후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후속 취재를 위해 만남을 요청한 적은 있지만 박 경정이 피했다. 박 경정이 시사저널 기자에게 연락을 해온 것은 세계일보의 청와대 문건 공개 후인 11월30일이었다. 두 번의 통화에서 박 경정은 “힘들다. 조용히 살고 싶다. 보도를 자제해달라”고만 되풀이했다. 그 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박 경정과의 연락은 두절됐다.
박지만 입장 왜 바뀌었나?
박 경정이 문건을 박지만의 측근인 전 아무개씨를 통해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경정과 박지만 사이에 전씨가 있다는 것이다. 전씨는 청와대가 감찰 후 밝힌 ‘7인 모임’ 멤버 중 한 명으로 검찰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사저널이 전씨를 통해 제보나 문건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사저널 기자는 미행 의혹 사건 취재 중 전씨와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
박지만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도 의아스럽다. 박지만의 법률대리인 조용호 변호사는 12월17일 ‘일부 언론 보도 내용 중 바로잡기를 희망하는 사실관계’라는 긴 제목의 문서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미행 건과 관련한 내용을 요약하면 ‘미행하는 사람을 목격한 적도 없고, 잡아서 자술서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러한 내용의 언급을 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박지만의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중앙일보는 12월5일 박지만과 가까운 복수의 인사들의 전언을 통해 박지만이 “정윤회씨가 지난해 미행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부인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반박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사저널이 그동안 박 회장의 측근들을 통해 확인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지만은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의 보고서를 본 후 미행을 의심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경정이 미행 보고서를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은 3월 말이다. 시사저널에서 박지만이 측근들에게 미행 얘기를 하며 화를 냈다는 정보를 처음 입수한 2월과는 무려 두 달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박지만이 3월 말 박 경정의 미행 보고서를 읽고서 미행을 의심하게 됐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면 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박지만의 입장 변화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박지만과 가까운 한 인사는 “박 회장이 검찰 수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 건과도 얽히고설켜 있어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박지만이 누나 박근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지만-정윤회’ 갈등 구도가 더 명확해지면 박근혜의 국정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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