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 류인채
나무에게도 눈물이 있을까
그저 잎새가 노래져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뿐인데
내 눈에는 끝없는 흐느낌처럼 보인다
커다란 눈마다 눈물 그렁그렁
죄를 고백할 때마다 몸은 하늘로 더 솟아오르고
몸빛은 하얗다
빼빽이 들어찬 회개의 숲
저 하얀 고백 위에서 새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운다
나무의 말을 주워섬기듯
들쥐가 나무의 발밑을 파고 있다
나도 한 그루의 나무로 서있다
[ 감상 ]
*계절의 끝에 서서 이냥 슬픈(Pieta) 것일까.
성모마리아가 비탄이 지나가는 계절을 붙들고 울먹임이 진동을 할까.
매운 고추단지 충남 청양출신이 인천에서 시꽃을 만개한다.
류인채 시인은 마음도, 얼굴도 미소 짓는 목단이다.
그런데도 슬픔은 시집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으로 환생한다.
-또 물먹었다고/면목없단다/박사가 지천인 수국/연수원 오르는 길목/연보라 자주꽃 허리가 휘청거린다
고개 숙인 것들이 널브러져 수국수국 소란스럽다.-‘수국1’중에서
-벚꽃 아래서는 말보다 눈길이 깊어진다/벚꽃이 제일 좋다던 아버지/어느새 벚꽃으로 서계시다
-‘다시 벚꽃이 피다’중에서
-‘엄니’라는 이름은 바위만큼 무거워/울음이 울음을 낳고/육 남매가 젖어간다-‘엄마의 강’중에서
-나무에게도 눈물이 있을까/그저 잎새가 노래져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뿐인데/
내 눈에는 끝없는 흐느낌처럼 보인다-‘자작나무’중에서
-그렇게 시집 곳곳에 좁쌀처럼 슬픔이 박혀있다. 왜 피에타일까?
결혼을 하고 시댁살림을 하면서 류인채 시인은‘
-우리 부부는 질척한 외양간 주변을 서성이는 닭처럼 소 발굽을 피해 다녔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침개를 뒤집으며 몰래 십자가를 그었다.
집에 가자고 보채는 병아리들을 끌어안고 숨죽여야 했다.
그때마다 가만가만 내 등을 토닥여 주던 형님,- 시 ’달맞이 꽃‘은 회상의 일기장으로 읽혀진다.
- 길샘 김동환/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