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교직원신문 2013-02-04 게재
지독한 냄새, 혹시 병은 아닐까?
서울 모 중학교 2학년 국어교사인 최모 선생님(37세, 남)의 별명은 ‘뿡뿡이 선생님’이다. 평소에도 방귀가 잦은 그는 특히 수업시간만 되면 방귀 때문에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고민 고민 끝에 지난 여름방학 때 적절할 치료를 받고 나서야 방귀로 인한 걱정이 없어졌다. 그 후로 지금은 수업시간도 즐겁고 별명도 사라졌다.
방귀와 건강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또 큰 소리가 나거나 지독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여기 있다.
# 나도 모르는 사이 하루 평균 13번
방귀란 장 속에 있는 가스(공기)가 항문을 통해 밖으로 빠지는 현상이다. 가스는 몸 안으로 끊임없이 들어오고 또 체내에서 생성되어 몸 밖으로 나가는 현상이 반복된다.
사람의 소장과 대장에는 평균 200㎖의 가스가 차 있는데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도 하루 평균 13번 가량의 방귀를 뀐다. 가스 배출량도 적게는 200㎖, 많게는 1500㎖에 이른다. 장내 가스는 대부분 수소,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으로 이루어진다.
장내 가스의 상당량은 외부에서 들어 온 것이다. 음식물을 삼킬 때 외부 공기도 함께 들어오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한번 삼킬 때마다 수 ㎖의 공기가 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 공기는 대개 트림으로 방출되고 일부만이 장으로 내려가 항문을 통해 빠져 나간다. 대부분의 방귀는 대장에서 발생한다.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온 음식물이 대장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방귀가 생긴다.
과일이나 야채류(특히 콩류)에는 소장에서 분해, 흡수되지 않는 단당류가 포함돼있고 밀, 귀리, 감자, 옥수수 및 이들 가루로 만들어진 음식에는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 다당류가 함유돼있다. 흔히 식품 첨가제로 사용되는 감미료나 섬유소도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바로 내려간다. 드링크 종류에 들어 있는 과당과 저칼로리 감미료가 대표적이다. 이들 식품이 대장에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수소가 발생한다. 일부 세균은 수소를 소비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소를 생성하는 세균과 소모하는 세균 사이의 균형에 따라 장내 가스량이 조절된다.
# 독한 냄새, 평소 즐기는 음식 차이
수소를 소모하는 세균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메탄가스를 만들어낸다. 수소나 메탄가스는 세균에 의해 음식물의 유황과 결합하는데 유황은 방귀의 독한 냄새의 원흉이다. 단백질이 많은 고기나 계란 등은 발효되면 질소와 황이 발생되는데 이 같은 식품을 먹은 후 배출되는 방귀 냄새가 더 독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유황 때문이다.
대장 질환이나 소화 불량과 같은 질병이 있으면 가스량이 많아지고 냄새가 지독해지지만, 방귀 냄새와 대장 질병을 명확히 연관 짓기는 어렵다. 따라서 방귀의 독한 냄새는 단지 유황 성분이 가스에 많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방귀 냄새는 일부 식품의 특정 성분이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메탄가스, 황화수소, 인돌, 니트로사민, 벤조피렌 등 때문이다. 이중 니트로사민과 벤조피렌은 강력한 발암 물질로 방귀를 참으면 이들 독성 가스가 혈액으로 역류해 온 몸에 퍼지므로 좋지 않다.
냄새가 지독해 방귀를 줄이고 싶다면 장내에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음식을 줄여야 한다.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인공 감미료가 많이 들어있는 인스턴트식품도 피한다. 섬유질이 든 채소나 유산균이 든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방귀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소화불량, 변비 등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변 활동이 활발하면 방귀를 뀌어도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 항문질환 없는 큰 소리 ‘건강한 장’
방귀 소리가 나는 이유는 항문이 꽉 조여져 있는 상태에서 그 작은 통로로 가스가 한꺼번에 배출되려다 보니 항문주변의 피부가 떨리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치질 등의 항문질환으로 통로가 부분적으로 막혔거나 가스를 밀어내는 힘이 센 사람들에게서 유난히 방귀소리가 크게 난다. 그러나 항문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방귀소리가 크다는 것은 직장과 항문이 건강하다는 뜻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몸은 건강하지만 방귀를 많이 뀌는 사람은 가스를 많이 만드는 유당, 전분, 콩류 등 장에서 분해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적게 먹으면 방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유당(乳糖)을 분해하는 효소가 정상인에 비해 적거나 결핍된 경우에 우유를 마시면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와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다량의 가스가 생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유를 섭취할 때 설사를 하거나 뱃속에 다량의 가스가 차서 방귀를 자주 뀌는 일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 유당 분해 효소가 감소하는 사람들이 체질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우유 성분이 들어있는 요구르트를 권장한다. 요구르트에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를 함유한 유산균이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소화에 어려움이 없다.
방귀를 많이 유발시키는 식품은 콩류, 우유 및 유제품, 밀가루, 빵, 양파, 배추, 당근, 바나나, 살구, 자두, 건포도, 맥주, 커피 등이며 비교적 방귀를 적게 생산하는 식품은 생선, 상추, 오이, 토마토, 포도, 쌀, 옥수수, 계란, 물 등이다.
# 수술 후 ‘방귀’ 원활한 장운동 증거
방귀를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식이제한이다. 즉 가스를 잘 만들게 하는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것. 그러나 이러한 처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가스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은 최대한 음식의 종류를 잘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껌이나 사탕은 공기를 자꾸 들이마시게 돼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므로 가급적 피하고 탄산음료도 되도록 멀리한다. 우유와 콩류 등을 다른 비슷한 성분과 바꿔도 방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방귀는 평소 대접받지 못하지만 환자에게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 맹장 수술과 같은 간단한 수술뿐만 아니라 모든 전신 마취를 하는 수술 후에는 방귀 없이 어떠한 식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신 마취를 하면 운동기능이 정지되는데 이는 음식물을 소화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음식물이 들어오면 장이 폐색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취에서 장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는 음식을 섭취하면 안 된다. 장운동 회복의 증거가 되는 것이 바로 ‘방귀’로, 방귀가 나온다는 것은 장운동이 회복되어 장내의 가스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흔히 방귀를 뀌는 횟수를 건강과 연관 지어 다양하게 해석하곤 한다. 예를 들면 건강한 사람이 방귀를 많이 뀐다고 하기도 하는 반면 소화기계에 무슨 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체중감량에 사용되는 일부 약제의 경우 배에 가스가 많이 형성되어 방귀가 많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방귀는 주로 음식물의 종류와 장에 있는 세균들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할 뿐 방귀 냄새와 대장 질병을 연관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귀와 함께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배변습관의 변화, 혈변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장 질환을 알리는 신호음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동반된 경우 대장 내시경을 포함한 소화기 계통의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준규 의학칼럼니스트·보건학박사
첫댓글 대충 알고 있던 방귀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건강에 대한 상식을 일깨워 주는군요..
고맙습니다. 그냥 재미로 함 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