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화창한 어느 날, 일곱 살쯤 된 남자아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더니 엄마한테 선물할거라며 좋은 노래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최진희 씨를 좋아한다고 했다
테이프를 꺼내 예쁘게 포장한 뒤 꼬마에게 전해 주려는데, 대뜸 "아줌마, 포장을 또 해 주시면 안 돼요?" 하고 묻는 것이다. '포장한 테이프를 또 포장하라고? 두 번이나 겹쳐서?' 좀 이상해 꼬마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엄마가 일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못 쓰고 휠체어에 앉아 계세요. 지금도 아파하세요. 친구 분들이 놀러 오셔도 말을 잘 안 하세요. 그래서 엄마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생각했는데, 노래를 좋아하시니까 테이프를 산 거예요. 그런데 선물 받은 사람은 포장을 뜯을 때 기분이 좋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 더 포장이 되어 있으면 뜯으면서 그만큼 더 기쁠 거잖아요. '어? 또 포장이 되어 있네?' 하고 놀라잖아요."
할말이 없었다. 아니, 할말을 잊었다. 그리고는 "맞아, 그렇겠구나" 한 뒤 꼬마 말대로 그 위에 또 한 번 더 예쁜 포장지로 포장을 했다.
얼마를 받았냐고요? 어떻게 돈을 받을 수가 있겠어요. "꼬마야, 넌 엄마께 몇 배의 기쁨을 드린 거야. 나까지 기쁜 걸! 엄마가 이 아줌마까지 기뻐한 걸 알면 더 기뻐하시겠지? 그러니까 이 돈으로 맛있는 것 사서 엄마와 최진희 노래 들으며 맛있게 먹으렴" 하고 돌려보냈다. 꼬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환한 웃음으로 반길 아이 엄마의 얼굴을 상상해 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황해정 님 / 경기도 평택시 비전2동
- 아름다운 사연으로 2001년 좋은생각을 마감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 .. Young-pur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