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정 산악회 막장봉 산행
1. 안내문자
2014.6.18일 낮잠 자던 핸드폰에 벌처럼 앵앵거리며 문자가 날아들었다.
엊그제 야간산행 잘 했냐는 등 야탑역 근처에서 호프집 뒤풀이 운운하면서
내일로 예정된 막장봉 코스는 역산행 코스도 있으니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한결 총무님의 시인보다 더 시적인 글이었다.
(나야 뭐 남자니까 부인은
못하고 시인이 되었지만 개인적 생각으로 한결
총무님은 내용을 꽉 채우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글 잘 쓰시는 분이다.)
안 그래도 여행을 좋아하는 본인이라 가고는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산기슭도 아니고 해발 868M 정상에서 놀자니 겁이 났는데 지난번
소백산 환상의 C코스가
미끼가 되어 이번 산행에는 B코스로 가면 괜찮겠다고
생각만 하고 하던 일이 있어서 이내 곧 잊어 버렸다.
2. 산행결심
2014.6.19 잠자던 내가 벌떡 눈을 떠서 보니 아침 5시..
보통 10분전 6시에 정확히 일어 나다가 마음에 결정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 명상을 통하여 결정하는 버릇이 있다.
아, 오늘
산수정 산악회 정기산행 충북 괴산 백두대간과 살짝 이어지는
한 갈래 막장봉에 간다고 했지..
지난번
처음 만난 산수정(산악회 생략)은 분위기도 좋고..
아, 참 엊그제 번개산행에서 보니 엄회장님의 구수한 농담과 소복 입은
귀신
이야기 및 직접 연출한 멧돼지 출현 그리고 무엇보다 야탑역 근처 뒤풀이
하면서 호프집에서 보여주는 옆 테이블에 있던 처음 본 여자분들과의
친화력(?)..
갑자기 산수정에 가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지고 안달이 났다.
그래 B코스는 가능 할거야..부랴부랴
조그만 배낭 메고 모란역으로 고고!!
3. 버스 안에서
버스좌석은 산수정 카페 홈페이지에서 봐둔 이성일 대장 옆좌석 36번..
아, 이런 믿을 분(놈?) 없다더니..
성일 대장은 좌석에 자기 짐을 내려놓고 나를 쫓아낸다.
(속으로만 당신 영장산에서 만났으면 죽었어..ㅎㅎ)
속절없이 쫓겨난 나는 청풍님 곁에 붙어 앉아서 지난번 소백산행 때
덕분에 산딸기 잘 먹었다는 등 야생화 종류별
이름을 어찌 그리도 잘
아시냐는 등 댓글도 달았다고 아부작렬..
뜬금없는 소리에 철풍님 왈 "닉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아, 네 제가 낭만시인 입니다.
아, 낭만시인님
지난번 소백산 산딸기 밭에 같이 갔었죠..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도 눈썰미가 이렇게 없어서야 하하하" 청풍님의
웃음소리에 겨우 안착을 한 나는 성일대장을 흘겨 보면서
(이 대장 다음에 어두운데 혼자 다니지
마라..)하려는데
목 베개를 하고 남의 속도 모르고 자기는 속 편히 드러누워 잔다.
4. 죽음의 A코스
버스는 9시 30분 제수리제라는데
길가에 산악회 일행들만 내려 놓고 가버렸다.
아, 그런데
왜 지난번처럼 성일대장이 버스 안에서 B코스 갈 사람 파악을
왜 안 하는 거야.. 엊저녁 술이 과해서 잊어먹었나? 엄회장님을 따라 체조를
하면서
곧 산행안내 하면서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왠걸 몸풀기가 끝나자
마자 산으로 올라가는 회원들..
(산수정
회원들은 성향이 질문을 안 하는 곳인가 보다. 엄회장님이 엄해서..?
)
마음이 급해져서 남은 일행을 세어보니 4명 모두들 앞에 가고 없다.
갑자기 다시 군에 온 것 같았다. 낙오하면..??
후다닥 일행에 합류 하면서 찍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그날 나는 드디어
죽음의 A코스를 탔다.
5. 꿀맛같은 산행
아무 정신없이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걷는데 지난 영장산-태재고개 야간산행은
헤드랜턴에 줌인된 사랑비님 뒤태라도 보이지..!!
이건 아냐! 나는 지금 무서운 꿈을 꾸고 있는거야! 내가 1,000고지를 혼자서 가다니..
그것도 암릉이 3군데나 있다는 막장봉..
일행들에게 민폐를 안 끼치려고 앞만 보고
걸었는데..
(마음 속으로는 뛰어 갔음) 지도에서 본대로 암석이
나오면..
아, 이빨바위 또 걷다가 천지바위 마지막 코끼리 모양을 한 코끼리 바위를 지나간다.
일행들이 사진을 찍고 경치를 감상하면 후다닥 지나쳐 앞쪽 일행들을 찾아 쫓아갔다.
(나중에 지치면 쉬려고 힘있을 때 걸었다.
정상만 올라가면 하산 길은
굴러서라도 내려갈 것 같고..)
지난번 번개산행 후 야탑역에서 만난 종원님 일행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당일 직접 딴 상추와 고추를 가득 내 놓고는 본인은 양은 도시락
(옛날에
밴또라고 불렀음) 그것도 1/2크기.. 꼬끼리가 비스켓을 먹는 것 같았음.
아, 여기까지 오면서 청풍님이 주신 시원한 냉커피에다가 긴장해서 먹지 못한
배낭 속에 물도 마시고 김밥은 고추장
찍어서 상추에 쌈 싸먹고..
갑자기 안도감+포만감=행복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 산행
중간에 풀잎님이 주신 방울토마토 2알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아침도
안먹고 긴장해서 물도 못마시고 오른 산행이라서 꿀맛보다 달았음)
6. 엄회장님과 이산가족 상봉
장성봉과 하산길 갈림길에서 만난 엄회장님 왈 (엄청 걱정하는 것처럼..ㅋㅋ)
"장비도 없이 잘 가시네요 괜찮아요?"(본인은 무릎 보호대까지 하고서..)
산에 올라올때는 안보이더니만 하산길인데 뭐라고 한단
말인가?
(속으로 줄도 없이 오르는 암벽이 있었는데 돌아가시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산수정은 산에서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자기네들
끼리 이야기 하는데 험한 길이면 부회장 숙현님은 날아간다나..
다른 사람들이 흉내 내다가 다칠까 봐
참는 거라고..등등)
청풍님은 장성봉에 갔다 온다고 먼저
가시고 자신감을 얻은 나는 내려갈 때만
산다람쥐처럼 굴러서 하산..
7. 환상의 뒤풀이
하산 후 절말 주차장 근처 계곡에서 세수를 하고 손수건으로 상의만 탈의하고
씻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행들은
위쪽에서 알탕을 했다고..
아무튼 옷을 갈아입고 음식점 뒤풀이 좌석에 앉았는데..
먹음직스러운 백숙인데 우리좌석에 앉은 4분 중 뮬러님 빼고는 나를
포함해서
먹지를 않는다.
옆좌석에 앉은 성일대장님 된장최님 고미숙님 그리고 인터넷 보고 처음
오셨다는
여자회원님 모두 닭살 발라먹는 선수..
그쪽은 죽까지 끓여서 먹는데 우리는 죽은 커녕 있는 닭살 모두 옆쪽으로
퍼주었고 그나마 김미숙님은 닭살주고 얻은 죽 한그릇 드셨고 나는 국물만..
아, 내가 역사적인 막장봉 868M A코스를 뛰고 오늘 점심으로 먹은
김밥 한줄이
하루 식사 전부라니..ㅠㅠ
순식간에 일행이 썰물처럼 빠지고 나만 혼자 남았는데 살짝 곁눈질하니 왼쪽에
알탕은 못하고
선녀탕에서 내려온 듯한 미즈님이 계셨고(닉네임은 나중에 알았음)
그 앞에 야탑에서 안면을 튼 종원님이 있어서 불쌍한 표정을 하고 다가가니
그날 처음 본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미즈님이 소주와 맥주 중에 선택(?)하라고
하는데..
(막장봉 산행에 B코스가 있다고 문자를 주신 한결
총무님 감사해요..
정일아 너는 안 오면서 술김에 나를 산수정 소백산 산행에 신청해 준 네가 갑자기
좋다!)
잠시 황홀한 탓에 머뭇거리는데 환상을 깨고 바로 소맥을 만들어 준다..
8. 사랑비 내리는 죽전의 밤
죽전에서 내리면 안 되는 본인인데.. 야탑이나 모란 내려요..(속으로)
옆 좌석에 앉은 청풍님이 술
한잔 더 하려면 죽전에서 내리라고 하신다.
본인은 가고 싶지만 술도 약하고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초짜가 어쩌냐 청풍님이 가라면 가야지..
아, 엄회장님의 배신은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버스안에서 청산도 물회의 짜릿한
맛을 이야기 하시더니만 내려서는 닭갈비집..
잡은 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맞나보다..
서광일 홍보위원장님까지 불렀으니..(위원장님은 본인이 산수정에
오기 전부터
모란에서 오다가다 만나 아는 사이.. 여기까지 나머지는 비밀에 부쳐달라고 하심)
뮬러님의 외제차도 타고 서유승님이 계산하고.. 좋은 건가 부담 가는
건가?
술에 취한 탓에 모르겠고.. 흐릿한 눈으로 보니
푸른 빛을 한 사랑비가 내리네..
비야 내려라 요즘 가뭄으로 산이나 들이 많이 말랐다 아이가..
필자는 술이 약해서 잠이 들었고 죽전의 밤은 깊어만 가고..
왕내숭 고문 및 1 2 3 엮는 엄회장님의
그 구수한 입담은 여전하시고..
주변에서 웃어대는 통에 다시 잠이 깨어 술 한잔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고고..
산수정이 딱 내 스타일이야.. 꼴까닥..!!
산수정 연가 / 2014.6.21 池石 박진수
산-만 좋다고 말하지 말아라
사람이 좋다
수-고했다고 말하지 말아라
좋아서 한 산행
정-이 들어서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가족이다
P.S.
이날 산행에 찬조성금을 내신 분의 큰 호의도 감사하지만 신수정을 위하여
받아들이고 봉사와 헌신을 아끼지 않는
임원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산수정 회원님들의 건강과 무운을 빈다.
첫댓글 막장봉 산행 후기글 재미나게,맛깔나게 잘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낄낄낄 거리고 혼자 웃었답니다.
수요일날 문자는 주고 받았지만 참석하겠다는
확실한 답이 없으셨고 반반이셨죠?
목요일 이른 새벽에 참가하신다는 문자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시나요?
수요일 취소자가 많아서 빈자리가 여러개 있던터라 낭만시인님의
예약 문자가 어찌나 고마웠던지...
그 날의 일들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산수정 연가 / 2014. 6. 18 池石 박진수
사-랑하고 사랑하다가 지치면 그만 두겠습니다
그때는 제 사랑이 부족한 거겠죠
랑-랑공주를 호동왕자가 나처럼 사랑했을까요
시간을 두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비-로봉 국망봉 정상에다 깊이 새겨야 했습니다
산수정 산악회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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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인님: 의 넘 좋은 "산수정 3 행시".가 잘 보이지 않는 "번개방"에 있기에 이곳으로 옯겨 보았습니다...
담배 한꼬치 불 붙이고 개폼잡아 가며 산행후기방 읽어 내리다,
글에 빠지고,그날 추억에 빠져 담배불 타들어 가는줄 모르고,혼자 낄낄 거리다,
손가락에 담배불 붙었네요,,,ㅋㅎㅋㅎ,졸~라 뜨겁네,ㅠㅠㅠ
3 행시에 녹아내리는 산수정 사랑이..
첫사랑의 로맨스처럼 달콤하고,한여름 청포도 처럼 새콤 합니다 .
잼나는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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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야간산행후,호프집에서,처음본 여인네들은...
울~회원님이 그자리에 계셨기에 가능했고,회원분이랑,둘이 협공해서 산수정 자랑 하고
신입회원가입 하라고 꼬시느라 침을 뛰겼을 뿐 입니다.,,
절대로 작업은 아니었습니다,ㅋㅎㅋㅎ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때가 있습니다
힘겨운 산행을 하고 내려온 뒤의 표정이 이렇게 보입니다
아래에선 보이지 않는 시원한 조망과 바람의 맛을 즐기며
시절인연으로 만난 동행과 정을 나누며 걷는 그 길은 분명
머무름에서는 알수없는 큰 행복입니다
게으른 눈은 산을 멀게만 보아도
부지런한 발이 따라잡아 어느덧 정상에 서게 만들지요
no pain no gains!
고통없이 얻는것도 없다 는 산행의 진리입니다
좋은분들이 많은 산수정에서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