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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01
S#1. 과천 청사 외경
S#2. 법무부 강당
법복 밑으로 단정한 양복바지와 검정색 일색의 남자 구두들 줄지어 서있다.
그 사이 사이에 색깔부터 굽 놉이, 디자인까지 무난한 여자 구두들 섞여있다.
그 조화 속에서 도발적인 색상과 디자인의 킬 힐이 카메라를 막아선다. 초조한 듯 구두 앞굽을 작게 탁탁거리고 있는 킬 힐.
예사롭지 않은 망사 스타킹 신은 킬 힐의 주인 종아리부터 훑어 올라가는 카메라...
왼팔 법복 걷어 명품 손목시계로 시간 보는 화려한 매니큐어 칠해진 손, 늘어진 귀걸이에 완벽하게 세팅된 헤어스타일,
화사한 화장... 법복으로 가려진 신임 검사들 속에서 단연 압도적인 외모인 혜리다.
애타고 초조한 눈으로 입술 깨물며 강단 쳐다보는 혜리. 신임 검사 임명식이 진행되고 있다.
검사가 됐다는 뿌듯함, 자부심, 각오 등등의 표정인 다른 검사들 표정과 대조적으로
빨리 이 지루한 행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혜리다.
<시간경과>
검사 임명장 받는 혜리.
하객으로 참석한 사람들 시선 혜리에게 몰린다. ‘이쁘네/검사 맞아?/ 탤런트 같애...’ 등등 소곤대는 하객들.
그 시선들 즐기며 자리로 돌아오는 혜리.
S#3. 청사 앞
저만치 ‘신임 검사 워크숍’ 플래카드 걸린 단체 버스 서있고,
가족, 지인들과 기념사진 찍는 신임 검사들로 화기애애하면서 북적북적한 분위기.
임관식 취재 카메라와 기자, 저만치에서 인터뷰 따고 있다.
혜리, 법복 차림으로 전씬의 초조, 긴장한 분위기 그대로 법무부 워크숍 담당자 앞에 서있다.
인터뷰 마치고 둘러보다 한눈에도 튀는 혜리 보는 기자, 혜리 쪽으로 다가온다.
담당 : (놀란) 어머님이 쓰러지셨어요?
혜리 : (사색으로) 네, 지금 수술실에 들어가셨다는데, 그래서요.. 제가 도저히 워크숍 가기가..
(물기까지 어려) 어려울 거 같애요..
담당 : 아, 아 그렇죠, 그렇겠네요... 성함이... (명단 파일 들추며)
혜리 : (애교 아닌 멀쩡한 연기) 마혜리요...
담당 : 마혜리 검사님... (서류에 있는 검사 명단 중에서 이름 찾아 체크하며 안됐다는) 아이구 이거 오늘처럼 좋은 날...
혜리 : (조급한 얼굴로) 빨리 병원에 가봐야 돼서요, 먼저 가겠습니다...
담당 : 예 그러세요.
급한 마음에 돌아서 가면서 법복 벗는 혜리, 순간 법복에 가려졌던 차림새와 몸매 확 드러난다.
동시에 주변 시선들 혜리에게 쏠리고... 다가오다 멈춰서는 기자.
시선에 멈칫했다가 근심 가득한 표정 지으며 총총히 주차장 쪽으로 가는 혜리.
S#4. 명품 스포츠 매장
화사한 신상 스키복 입고 거울 앞에 나타나는 혜리, 전 씬의 모습과 정반대로 웃음과 생기 가득한 얼굴로 옷태 살펴본다.
직원, 혜리가 입어봤던 스키복 들고 서있고, 옆에 골라놓은 스키와 스키부츠, 장갑, 고글, 모자 등 놓여있다.
직원 : 고객님 이것도 너무 잘 어울리세요, 어쩜 옷태가 워낙 좋으셔서...
혜리 : (당연히 안다는 듯 끄덕이며) 이걸로 할께요. 그리고, (용품들 가리키며) 이거 이거 저거.
종업원 : 네... (스키며 용품들 챙기는)
혜리 : (핸드백에서 지갑 꺼내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고 받는, 한 옥타브 올라가) 응- 유나야.
(카드 몇 개 중 하나 꺼내 내밀며) 입고 갈 거에요.
S#5. 부티크 / 매장 디자이너 숍.
매장 분위기 넓고 고급스럽다. 한쪽에서 통화하고 있는 유나.
유나 : 스키복에 스키까지 새로 다 샀어? 있잖아, 너.
혜리 : 차에 스키 실었다가 아빠한테 들키면 어쩌게?
유나 : 2년 묵은 스키복 입기가 더 싫었겠지.
혜리 : 당연하지. 연수원 있는 동안 놀지도 못 했는데. 먼저 가서 스키타고 있을 테니까 늦지 않게 와?
유나 : (신났다) 알았어, 원단 재고 체크만 하면 되니까 쌩 출발하께. (하다) 오늘 진짜 기대된다!
혜리 : (흥분한) 난 생각만 해도 심장이 막 터질 거 같애.
유나 : 그거 다 내 덕이다? 초대권에 스위트룸까지, 잊지 마라?
혜리 : 그래서 엄마 카드 두개 더 챙겨왔어어.
유나 : (생각난) 근데 너, 어떻게 니 아버질 임관식에 못 오게 할 수가 있어?
혜리 : 이유나, 나 머리 좋은 거 몰라? 내 아이큐! 168! (씩 웃고)
S#6. 병원 응급실
환자복 차림으로 면구스러운 듯 병상에 앉아서 병상 바닥 긁고 있는 혜리모.
입주 도우미, 한쪽 구석에 서있고 마상태, 열 받은 얼굴로 혜리모 보고 있다.
마상태 : (황당한) 의식을 잃었었다메? 의식 잃고 119에 실려 왔는데 병원 오니까 괜찮아졌어?
혜리모 : (딴 데 보며) 그러게, 그러네...
마상태 : 그럼 집에선 왜 쓰러진 거야? 갑자기 픽 쓰러져 눈깔 뒤집어 까고 숨도 못 쉬고 그랬다메!
혜리모 : 그러게 빈혈이 있었나...
마상태 : 그 덩치에 빈혈? 빈혈! (말도 안 된다는) 하!
혜리모 : (부어서) 빈혈은 덩치하고 상관없는 거에요...
마상태 : (약 오르는) 빈혈로 쓰러진 거 갖고 금방 죽을 사람처럼 날 불렀냐? 죽지 도 않을 거면서, 오늘 같은 날!
하필 오늘! 딱 그 시간에!
혜리모 : (서운한) 검사복 입은 딸년하고 사진 한 장 박는게 그렇게 중요함 마누라 초상 치든 말든 가든 길 가시지 뭐하러 왔대?
마상태 : 마누라 초상 칠라구 왔어!
혜리모 : (? 보면)
마상태 : (부아난 김이라) 되지는 줄 알았으니까 왔지, 그거 아님 딸자식 임관식장 앞에서 돌아섰겠냐?
혜리모 : (기막혀) 어머머머...
마상태 : 마상태 딸이 검사되는 날인데, 어? 내 딸이 검사야, 검사! 검사 마혜리! 사 진 한 장은 박아야지!
쓸데라곤 개똥만큼도 없는 여편네!
혜리모 : (너무 서운해 울그락 푸르락하며 눈물 어리는)
의사 : (다가오며) 걱정 많이 하셨죠? 마사장님.
마상태 : (얼른 표정 수습, 목소리도 점잖게) 아 강박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S#7. 도로 + 혜리 차 안 / 병원 복도 일각
캐리어에 스키 싣고 달리는 혜리, 핸즈프리로 통화 중이다.
혜리모 : 검사 딸년 땜에 시티에 엠알아이까지 온갖 검사 다 받게 생겼어!
혜리 : (애교) 건강 체크해서 나쁠 거 없지?
혜리모 : (남편에게 당한 서운함으로 심사 불편한) 저번 달에 정기검진 받았거든?
혜리 : 엄마 지금 화내는 거야?
혜리모 : 내가 니 그, 꽂힌 거 못하면 숨넘어가는 고집 아니까 얼결에 넘어갔는데,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싶어 그래!
혜리 : 워크숍 안가도 검사는 할 수 있지만, 이 아인 오늘 아니면 영원히 못 만나잖아.
엄마 얘는, 엄마 딸 인생에 화룡점정이 돼 줄 애야.
혜리모 : (성질내는) 모르는 말 좀 쓰지 말라니까! (겁나는) 니 아버지 기세가, 들통 나면 너랑 나랑 맷돌에 갈아버릴 거 같단 말야!
혜리 : 들킬 일 절대 없어! (달래는) 엄마 것두 이쁜 애로 데리고 갈게?
혜리모 : (약간 누그러진, 타박처럼) 그레이스 백이다, 난.
혜리 : 오케이! (웃으며 더 속도 내고)
S#8. 스키장 입구
발렌타인데이 기념 등 각종 행사와 이벤트 관련 플래카드와 포스터들 붙어있다.
그 중에 ‘지오 베르니 런칭 기념 경매 쇼’ 플래카드도 걸려있다.
들어오는 혜리 차.
S#9. 스키장 주차장 + 혜리 차 안
와서 서는 혜리 차. 혜리, 차에서 내리려고 가방 집어 들다가 저만치 보이는 슬로프의 스키어들 본다.
눈이 반짝하는 혜리, 호텔 쪽과 스키장 번갈아 보다가 핸드백에서 지갑 꺼내 현금만 적당히 꺼내 스키복 주머니에 넣고
러그로 핸드백 덮는다. 핸즈프리에 장착된 핸드폰 그대로 있지만 이미 정신 팔려 의식도 못하고 내리는 혜리, 그 위로...
강실장F : (약간 지지직거리는 무전기 소리처럼) 예상대로 스키장부터 갈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시점에서... 스키복 차림으로 캐리어에서 스키 내리는 혜리 보여진다.
(추가 컷/ 혜리 지켜보면서 핸드폰으로 “예상대로 스키장부터 갈 것 같습니다...” 하는 강실장.
인우 제니에게 신세졌거나 고정 심부름꾼이거나 하는 설정으로 드라마 뒤에도 계속 활용할 가능성 있음, 20대 중후반 정도)
그 때 윤검과 이계장(윤검방 수사관, 20대 후반)이 탄 차 들어온다. 혜리 차 부근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는 윤검과 이계장.
윤검, 긴장한 얼굴로 주변 한번 휘 훑는데 윤검 등 뒤쪽에서 지나쳐 가는 혜리.
벽이나 게시판에 붙어있는 런칭쇼 포스터 보고 다가가는 윤검.
계장 : (따라와서 보는) 지오베르니 런칭 기념 경매쇼!
윤검 : 9시...
계장 : 김동석이 이 스키장에 정말 온다면, 저기에도 오겠죠?
윤검 : 스키장엘 오는 게 아니라, 저걸 보러 오는 거지...
계장 : 이 브랜드가 그레이스 켈리 옷을 거의 전담했대요. 지금도 그레이스 라인이라고 해서 해마다 한정판이 나오는데,
이게 아주 여자들을 환장하게 만든다네요?
윤검 : (시니컬한) 여자들은 다들 왕비를 꿈꾸니까.
S#10. 리프트
신나서 앉아있는 혜리, 혼자 기분 완전 업 돼 있다.
S#11. 정상
정상에 서서 아래로 쭉 뻗은 슬로프 감격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혜리.
혜리 : 마혜리, 마혜리 검사... 그동안 고생했다, 애썼다, 장하다!... 이제 고생 다 끝났어. 앞으로 니 인생에 남은 건...
(슬로프 가리키며) 이렇게, (차고 나 르듯 미끄러져 내려가는) 한 큐에 가는 거야! 걸리는 거 없이 쭉- 짜릿하게...
(속도감의 쾌감으로 환하게 웃으며 타는)
몽타주 느낌으로... 주위 시선 받으며 멋진 몸매와 스키 실력 뽐내며 혼자 즐기는 혜리 모습 스케치되고,
그런 혜리를 관찰하는 듯한 시선도 혜리를 따라다니고...
S#12. 서울 중부 지검 외경
부장E : 윤검사가 어딜 갔다구?
S#13. 진검방
‘검사 진정선’ 명패 놓인 책상 앞에 서있는 진정선. 나부장, 황당한 얼굴로 진검 보고 있다.
진검 : 3년 전에 워치 게이트라구요, 원가 8만원짜리 시계를 스위스 명품 시계라고 런칭쇼까지 해서 2억까지 팔아먹었던 사건요.
부장 : (기억나는) 아- 그 연예인들도 죄 샀다는!
진검 : 부유층에 연예인에, 대리점 가맹비까지 해서 피해액이 3백억이 넘었는데,
검거 작전에서 주범인 김동석이를 눈앞에서 놓쳤어요. 알고 봤더니 짝퉁업계 신의 손이라는 놈이었어요.
부장 : 윤세준이 인지 사건이었나, 그게?
진검 : (그렇다는) 오늘 그 스키장에 명품 런칭쇼가 있는데, 김동석이 거기 올 거 같다는 첩보를 받았대요.
부장 : (확 기막혀지는) 같다는? 올 거 같다는! 온다는 것도 아니고 올 거 같다는 첩보에 검사가 잠복 뛰러 갔다는 건가?
부장한테 보고도 없이?
진검 : (난감하지만) 그 놈이... 그 놈이에요, 부장님...
부장 : (? 했다가... 알겠는) !
진검 : (그렇다는 듯 끄덕이는)
부장 : (누그러져) 그 놈이, 그 놈이야?
진검 : 3년 째 수배 중이에요.
부장 : (심정은 이해가지만) 그래도 보고는 하고 가야지 말야...
S#14. 호텔 룸
테이블에 수배자 김동석 사진들과 ‘워치 게이트’ 관련 자료들 펼쳐놓고 보고 있는 윤검. 계장, 대여한 스키복 두벌 들고 들어온다.
계장 : (내밀며) 올해 제일 인기 좋은 스키복이랍니다.
윤검 : (받아서 옆에 놓는)
계장 : (앉아서 김동석 사진 보는) 근데 이 놈하고 무슨 사연이 있으셔서 검사님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윤검 : (말 돌리는) 지오 베르니는 헐리웃 배우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라서, 우리나라에 인지도가 꽤 있어. 런칭하고 짝퉁 등장하면,
바로 그 꼴 날수 있어, 개나 소나 다 든다는 명품.
계장 : 첫 번째로 카피 뜨는 놈이 대박 나는 거네요?
윤검 : (끄덕이는) 디자인 카피가 목적이니까, 런칭쇼장 안에 나타날 거야. (사진 보며) 잘 봐둬.
S#15. 스키장 일각 (저녁)
어둑해진 스키장. 날렵하게 한쪽에 와서 서는 혜리, 조금 지쳤다.
혜리 : 몇 시야... (손목시계 보는, 7시 44분이다) 벌써 이렇게 됐어? (주머니에서 핸드폰 찾으며) 유나 얜 왜 전화도 없어...
(찾는데 핸드폰 없다) 아!...
S#16. 주차장 (저녁)
서두르는 걸음으로 차로 오는 혜리. 주차장에 오가는 사람 없다.
혜리, 주머니에서 차 키 꺼내서 차 쪽 쳐다보는데,
차 옆 좌석 문 열려있고 막 혜리 가방 집어 들고 몸 일으키는 남자(강실장) 보인다.
혜리 : (멈칫 서는) 어? 어? (눈 커져) 어... (뛰기 시작하며) 야!
강실장 : (힐긋 혜리 보는, 문 탁 닫고 후다닥 뛰어서 도망간다)
혜리 : 도둑이야!- (따라서 뛰어가는, 주변에 사람들 없다, 가다가 스키 등 차 옆에 던져두고 쫓아가는)
S#17. 스키장 일각 (저녁)
모퉁이 돌아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혜리, 멈칫 선다.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진 절도범, 보이지 않는다.
혜리 : 어... (어디 갔지? 이리 저리 둘러보는, 사색되는) 어뜩해... 어뜩해! (하다) 신고! 경찰! (후다닥 돌아서 뛰어가는)
S#18. 주차장 + 혜리 차안 (저녁)
차 밖에서 안으로 상반신 넣고 옆 좌석 찾아보고 있는 혜리, 아무 것도 없다.
혜리 : (몸 일으키는, 왕 짜증) 핸드폰까지 가져갔어? (차 문 보는, 망가진 흔적 없이 교묘하게 땄다) 어떻게 연거야?...
(하다 퍼뜩 생각난 듯 얼른 뒷트렁 크 열고 보면 여행용 캐리어는 그대로 들어있다. 이거라도 다행) 휴...
(하다 사색되는) 카드! 카드 카드!...
S#19. 호텔 로비 (저녁)
여행용 캐리어 끌고 데스크에 서서 직원과 얘기하고 있는 혜리.
직원 : (놀라서) 차에서 도난을 당하셨어요?
혜리 : 빨리 경찰서에 신고해서 오라고 하고, 스위트룸 체크인해 주세요. (하다 시계 보는) 아니, 신고는 하는데 당장 오지는 말구,
여기 런칭쇼 끝나면 오라 고 하세요, (하다 마음 급한) 아니 아니 아니, 방에 가서 내가 신고할 테니까 체크인부터 해줘요.
직원 : 스위트룸은 체크인하셨는데요.
혜리 : 체크인 했어요?
직원 : 네, 방금 전에 체크인하셨어요. (재확인하려는 듯 컴퓨터 확인하는데)
혜리 : (유나다! 안도감에 밝아지는) 됐어요! (얼른 캐리어 끌고 돌아서는)
S#20. 스위트룸 앞 (저녁)
캐리어 끌고 벨 누르는 혜리, 급한 상황이라 이어서 문도 두드린다.
혜리 : (문 두드리며) 유나야! 이유나! 야아- 빨리 쫌 열어 봐!- (문 열린다) 유나 야, 나, (하다 멈칫)
인우 : (문 열고 혜리 보는, 누구냐는?)
혜리 : (예상 밖 얼굴이다. 영문 몰라) 누구세요?
인우 : (미소 정도의 여유) 벨 누르고 문 두드린 사람은 그쪽인데요?
혜리 : (아...) 난 여기가 우리 방이라서, (하다 지레짐작) 유나가 데려 왔어요?
인우 : 아닌데요.
혜리 : 그럼 (완전 자기 방이라고 확신하는지라) 왜 거기 있어요?
인우 : (약간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내 방이니까.
혜리 : (영문 몰라) 에?
S#21. 스위트룸 (저녁)
거실 전화기로 통화하고 있는 혜리. 인우, 한 쪽에서 팔짱끼고 서있다.
혜리 : (답답한) 분명히 니 이름대구 너라면서 취소 전화 온 기록이 있대. (잠시) 여기 벌써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다니까?
S#22. 부티크 / 스위트 룸 거실 (저녁)
영문 모르겠는 얼굴로 한쪽 구석에 서서 핸드폰 받고 있는 유나. 저만치 소파에 제니와 3,40대 여자 두 명 앉아있다.
유나 : (자기도 답답한) 몰라, 몰라 몰라! 난 분명히 스위트룸 예약했고 취소한 적은 없다니까? (제니 보며) 돌겠네...
제니 : (통화 내막 아는, 유나 보는, 모른 척 미소 짓고)
유나 : (얼른 미소로 답하며 미안하다고 고개 숙이는데)
혜리 : 어쨌든 니 책임이니까 와서 해결해. (짜증나는) 어딘데 여태 안 오니?
유나 : (이건 뭔 소리야? 몸 돌리며) 나 못 간다구 메시지 보냈잖아, 너 계속 핸드폰 안 받드라.
혜리 : (기겁해) 못 온다구?
유나 : 파티복 피팅 예약이 있었는데, 파티 날짜가 당겨졌대. 밤새야 할 판이야.
혜리 : (유나만 믿고 있었다가 기겁) 야 나 가방 도둑맞았어! 너 무조건 와야 돼!
유나 : (안된다는) 지금 고객들 오셔서 기다리고 계셔.
혜리 : (황당한) 서울이야? 그거 얼만데? 내가 줄 테니까 당장 카드 갖고 와.
유나 : (말도 안 된다는) VVIP 고객이란 말야, 한 벌도 아니고 총 여덟 벌.
혜리 : 그니까 그게 얼마냐구? 준다잖아!
유나 :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는 여자 둘 보는, 허걱) 혜리야, 미안하다!
S#23. 스위트룸 (저녁)
팔팔 뛰면서 통화하는 혜리.
혜리 : (애타서) 너 안 오면 나 어떡하라구? 지오베르니 런칭쇼 어떡해? 내 그레이스 슈즈 어쩔 거야!
안 오면 나랑 끝장인줄 알아!.. (하다 끊긴 듯 수화 기 보고 다시) 야! 이유나!
(수화기 탁 내려놓고 다시 들어서 버튼 누르는 데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직원, 인우 : (이성 잃은 듯한 혜리 황당한 듯 서로 마주 보는데)
혜리 : (부서질 듯 수화기 탁 내리고 벌떡 일어서다 인우와 직원 보는, 그제야 정신 든다)
들었죠? 내 친구 예약 취소한적 없다는 말!
직원 : 그러신 거는 같은데, 저희 컴퓨터에는 취소 기록이 분명히 있거든요...
혜리 : (8시 34분 가리키는 시계 보는, 헉! 마음 급해지는) 됐어요, 내가 양보할 테니까 다른 객실 줘요.
옷 갈아입고 해야 하니까 빨리.
직원 : (냉큼) 빈 객실 없는데요?
혜리 : 없다니?
직원 : 발렌타인데이 시즌인데다 다음 주에 스키장 폐장이라서요.
혜리 : 그럼 나 오늘 어디서 자요?
직원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인우 쳐다보는)
혜리 : (짜증에 뻗대는) 그럼 나도 양보 못하지! (인우 탁 보는, 여느 남자들처럼 당연히 호의적일거라 믿고)
빈방 없다는 말 들었죠?
인우 : 그래서요.
혜리 : (당연히) 그쪽이 양보해야죠.
인우 : 왜요, 내가 남자고 여자라서?
직원 : (상황 심각하자 한쪽으로 가서 핸드폰 하는)
혜리 : 예약은 우리가 먼저 했어요! 예약 취소는, 나중에 수사해보면 분명히 호텔 실수로 나올거구.
인우 : 호텔 실수지 내 실수는 아니구요, 난 벌써 호텔비 결제했는데?
혜리 : (결제? 말문 막혀 인우 보는데)
E) : 벨 울린다. (이후 직원이 나가고 받아서 들어오는 걸로)
인우 : (유감이라는 듯 어깨 으쓱하는)
혜리 : 방값 두 배 줄께요.
인우 : (? 보면)
혜리 : 호텔비 두 배 준다구요.
인우 : (바로) 언제요?
혜리 : (너무 선선한 인우 반응에) 네?
인우 : 호텔비 두 배, 언제 줄 건데요? 지갑 잃어버렸다면서, 현금 있어요?
혜리 : (멈칫했다가) 호텔로 돈 보내라고 하면 되잖아요!
인우 : 누구한테요?
혜리 : 우리 아빠한테요!
인우 :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정말 궁금한 듯) 근데, 그럼 난 어디로 가죠? 빈 방 없다는데?
혜리 : (왜 이렇게 멍청해?) 호텔이 여기 밖에 없어요? 다른 호텔 가면 되죠.
인우 : (빙긋 웃으며) 그럼 그렇게 해요.
혜리 : (멈칫) ?...
직원 : (인우가 시킨 듯 꽃바구니와 와인과 잔 두개 등 담긴 쟁반 들고 오는) 손님 이거 어디에 놓을까요?
인우 : 테이블에 놔줘요, 고마워요.
혜리 : (보는, 내용물들 보다가 상황 파악되는) !!!
인우 : 발렌타인데이에 스키장 와서, 남자가 혼자 스위트룸 쓰겠어요?
혜리 : (있는 대로 약 오르고 열 오르는) 아니 아니 이럴 거면서 왜, 왜! 비워줄 거 처럼 그랬어요?
인우 : 내가 언제요?
혜리 : 호텔비 두 배 언제 줄 거냐며, 현금 있냐며! 안 그랬나?
인우 : (천연덕) 난 그 쪽이 자기 지갑 잃어버린 것도 깜빡했나 싶어서 알려준건데?
혜리 : (기막혀) 하!
직원 : (얼른 다가와서) 손님, 저희 지배인님이 근처에 숙소를 잡아주시겠대요.
혜리 : 이 근처에 호텔이 있어요?
직원 : 호텔은 없구요, 아래 모텔촌 있거든요.
혜리 : (경악) 모텔?
직원 : (강조하는) 분명히 저희 호텔 잘못은 아니지만 지금 처지가 안좋으시니까...
(혜리 기색에 찔끔) 말씀 전해드렸으니까 가보겠습니다. (얼른 나가는)
혜리 : 저것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인우 : (안됐다는 듯) 여기 같이 쓸래요?
혜리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보면)
인우 : 스위트룸 통째로 내줄 순 없지만, 재워줄 순 있는데.
혜리 : 무슨 소리에요?
인우 : (거실 양쪽 가리키며) 갈데없음 방 하나 나눠줄까 해서요. 방 하나만 있어도 나도 뭐 나쁘진 않을 거 같은데.
혜리 : (황당한, 여자를 위해 세팅해 놓은 테이블 가리키며) 여자 친구 기다리는 거 아니에요?
인우 : (여자 친구는 아니라는 혼자만의 의미) 여자 기다려요.
혜리 : (기막혀) 미친 거 아냐? (캐리어 탁 집어 들고 나가버리는)
인우 : (안 보이게 피식 웃고 돌아서는)
S#24. 호텔 로비 (밤)
호텔 수화기 들고 컬러링 듣고 있는 혜리, 안내 방송 나오고 있다.
E :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9시부터 지오베르니 런칭 경매쇼가 시작 되오니, 참석하실 고객님께서는...
혜리 : (안내 방송 듣는, 마음 급해지는데 결국 음성 메시지로 넘어간다. 열 올라) 내가 정말 엄마 안 닮은 거
딱 한개 있어서 다행이야! 초저녁 잠 없는 거!
S#25. 혜리 집 거실 (밤)
불은 꺼있고 티비만 켜진 거실. 테이블에 케익 접시와 떡, 과일 접시 등 놓여있고
혜리모,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가는 코까지 골며 잠들어있다.
혜리모 엉덩이에 깔린 핸드폰 문자 알림 진동 소리, 코골이 소리에 묻힌다.
S#26 주차장 + 혜리 차 안 (밤)
어둠 속에서 혜리 차가 흔들흔들한다.
차 안에서 비좁게 옷 갈아입고 있는 혜리, 뒷좌석에 스키 바지 휙 던지고 얇고 짧은 실크 원피스 내린다.
내부 불 켜고 화장 정돈하는 혜리, 옆에 둔 밍크 자켓 정도 들고 내려서 급히 입으면서 호텔 쪽으로 종종종 간다.
S#27. 호텔 행사장 (밤)
‘지오 베르니 런칭쇼’ 열리고 있는 넓은 행사장, 사람들로 가득하다.
무대 설치되어 있고 초대장 받은 vip 좌석들 무대 빙 둘러서 마련돼 있고,
그 뒤로 쳐진 경계라인 밖에서 일반인들 쇼를 볼 수 있는 구조.
외국 모델들, 깔끔한 스타일의 의상과 가방, 구두 등 지오베르니 제품들 착용하고 무대 돌고 있다.
vip 좌석에 앉아서 쇼에 몰두해 있는 혜리.
감탄도 하고 서로 속닥이기도 하는 여자들로 열기 가득하다.
작은 오페라용 망원경으로 관심 가는 상품들 자세히 보는 여자들도 있고.
혜리 옆의 여자, 가방을 조심히 안고 쇼 보고 있다.
스탠드 관람석에도 스키복 차림의 연인이나 가족들로 꽉 차 있다.
그들 틈에 따로 섞여서 스키어로 왔다가 구경하는 척하면서 김동석을 찾아 살피고 있는 윤검과 이계장.
혜리, 시간이 갈수록 더 애가 탄다. 어떻게 할까... 머리 굴리다가 옆 여자 쳐다본다.
내연녀 : (가방 속에 몰래 카메라 장착해서 동영상 촬영 중)
혜리 : (몸 가까이하고) 핸드폰 좀 빌려주실래요? 두고 와서요.
내연녀 : (급한 상황이라 멈칫했다가 조심스레 핸드폰 건네주는)
혜리 : (얼른 받아서 엄마 핸드폰 번호 누르는)
S#28. 행사장 앞 (밤)
행사장 입구 저만치 보이는 한 쪽 구석으로 다가가는 윤검과 이계장.
계장 : 제 눈엔 안 보이든데요? 검사님은요?
윤검 : 아직까진 없었어.
계장 : (허위제보 아니냐는) 시작한지 한 시간이 넘었어요.
윤검 : (직감으로) 도피생활 3년이면 벌써 자금 떨어졌을 거고, 배운 도둑질무섭단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냐...
공범이 와 있을 수도 있고,
계장 : 공범이요?
윤검 : 경매에서 진품 낙찰 받아 특급 짝퉁 만들어 풀 생각일수도 있으니까, 경매 때 유심히 봐. 남자만 보지 말고, 여자도 잘 봐.
S#29. 행사장 (밤)
쇼 끝나고 경매 앞두고 진행 보고 있는 진행자.
진행 : 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오 베르니는 해외 런칭시 경매쇼를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 런칭에서는 특별히 가장 귀한 그레이스 라인이 한정판매 됩니다.
판매수익 전액은 전국의 결식아동에게 기부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혜리 : (드디어... 큰 숨 꿀꺽 삼키고 집중하는)
진행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무대에 예전의 그레이스켈리 스타일의 의상에 그레이스 백(에르메스 켈리백 스타일)을 든 모델 나와서 무대 돌고
이어서 두 번째 모델 나온다. 의류와 어깨에 백을 메고 맨발로 혜리가 찍어놓은 구두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워킹한다.
감격에 두 손으로 입 막는 혜리, 구두가 한눈에 꽂힌다.
내연녀, 가방 위치 잘 잡고 집중해 있는데...
혜리 : (도저히 안 되겠다. 옆 여자에게 다급히) 핸드폰 한번만 더요.
내연녀 : (흔들리면 안 된다. 무심히) 주머니요.
혜리 : (눈은 무대에 고정, 더듬더듬 여자 더듬어서 핸드폰 꺼내는, 자기 핸드폰으로 착각하고 더듬어 단축번호 1 누르고
핸드폰 귀에 댄다. 잠시)
김동석F : 벌써 경매 끝났어?
혜리 : (딴데 정신 팔린 상태라) 아니요... (하다 어? 하는데)
김동석F : 근데 뭐 하러 전화했어? 다 찍었어?
실수 깨닫고 놀라 핸드폰 탁 닫는 혜리, 옆 여자 힐끗 본다. 휴... 하고 다시 핸드폰 여는데 문자 온다.
‘걸렸냐?...’ 발신인 ‘울 자기’ 다.
뭐야... 자기 상황이 급한 혜리, 무시하고 집 전화번호 누른다.
혜리 : (엄마나 도우미가 받기 기다리며 초조한데)
마상태F : 여보시요!
혜리 : (이크, 탁 핸드폰 끊는)
S#30. 호텔 일각 (밤)
비상계단 정도... 통화 중이라는 핸드폰 안내 듣고 있는 김동석(30대 후반), 심각한 얼굴 된다.
무슨 일이 있나 싶은 김동석, 아- 하며 핸드폰 내리고 계단 내려간다.
S#31. 행사장 (밤)
모델, 혜리 구두 양손에 받치거나 들거나 하고 있다.
진행 :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할 때 신었던 웨딩 슈즈를 현대감각에 맞게 리메이크 한 지오 베르니의 대표적인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해마다 일곱 켤레만을 수석디자이너가 직접 수제작 하며,
올해 제작된 첫 작품을 이번 한국런칭 기념 경매쇼에 특별히 초대하였습니다.
사람들 : (웅성웅성 반응 보이고)
VIP들 : (손에 경매 버튼 들고 있고)
혜리 : (옆 여자 핸드폰으로 음성 남기고 있는, 피 마르는) 그니까 엄마 무조건 호텔로 돈 보낸다 그래야 돼? 알았지? 꼭!
윤검 : (저만치서 혜리 옆모습 보고 있는, 분위기 뭔가 이상한데) ...
인우 : (모자 쓴, 적당한 시점에 행사장 안으로 들어온다. 윤검 스치지만)
윤검 : (혜리 쪽에 신경 쓰기 시작한 터라 인우 알아보지 못하는)
진행 : 그럼.... 정가 180만원에서 시작하겠습니다. (둘러보는데)
E : (여기 저기서 버튼 소리 들리고, 10만원 단위로 올라감)
진행 : (잠시 후) 네, 280만원 나왔습니다...
여1 : (답답한 듯) 삼백!
사람들 : (여1로 시선 쏠리는)
진행 : 네, 삼백, (하는데)
혜리 : (자기도 모르게) 사백!
인우 : (바로) 사백 오십!
혜리 : (남자 목소리에 돌아보는, 인우 알아보고 어? 놀라는)
윤검 : (남자 목소리에 인우 보지만, 어둠 속이라 알아보지 못한다. 김동석은 아닌)
여1 : 오백!
인우 : 육백!
혜리 : (강력한 경쟁자다! 저 인간이? 쏘아보는데)
인우 : (여전한 미소로 혜리 쳐다보지 않고 진행자 보고 있고)
여1 : (예상 보다 센 액수에 포기한 듯 풀죽어 있고)
진행 : 육백, 네 육백에서 더 없으시면...
혜리 : 칠백!
사람들 : (우... 웅성거리고)
혜리 : (어디 할 테면 해봐! 인우 쏘아보는)
인우 : (여전히 팔짱 낀 채 흔들림 없이 혜리 보고 구두 보는)
진행 : 칠백 나왔습니다. (인우 보며) 더 진행하실 분 안 계십니까?
혜리 : (인우가 더 나설까봐 초조하게 보는데)
인우 : (됐다는 듯 어깨 으쓱한다)
진행 : 그레이스 웨딩 슈즈, 좌석 넘버 7번 고객님께 낙찰됐습니다.
혜리 : (좋아서 일어나서 팔짝 뛰는)
윤검 : (뭔가 의심스러운 듯 보는데 핸드폰 울린다. 진검사 떠있다. 받는) 어 진검.
S#32. 행사장 일각 (밤)
한쪽에 놓인 데스크 앞. 구두 안 뺏기려고 가슴팍에 끌어안고 있는 혜리, 직원들과 실랑이 벌이고 있다.
웅성거리고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내연녀, 혜리 상황 구경하느라고 사람들 틈에 섞여 있다.
직원1 : (황당한) 정말 왜 이러세요?
혜리 : (차 키 내밀며) 차 맡기면 되잖아요! 차 맡아 갖고 있다가 내일 아침에 돈 받고 돌려주면 되지.
직원2 : 우린 지금 서울 가야 돼요.
혜리 : 내 차 끌고 가요! 잘됐네! 나도 서울 사는데.
직원들 : (난감해서 서로 쳐다보는)
윤검 : (통화하면서 다가오는) 이계장, 김동석이 여자랑 왔대. 임은애라고 진검사가 렌트한 기록 찾았다니까
경매 때 그 여자들, 어딨나 찾아봐... (끊는데)
혜리E : 언니들이 법적으로 뭘 잘 모르나본데,
윤검 : (소리에 돌아보는, 혜리 뒷모습만 보이고)
혜리 : (어떡하든 틈 찾아 뻗대보는) 지오베르니 경매쇼 약관에, 낙찰 받고 몇 시 간 내로 상품 대금 결제해야 된다는 조항 있어요?
직원들 : (뻥해서 서로 쳐다보는)
혜리 : 없죠? 그러니까 이건 낙찰자가, (하는데)
직원1 : 안되겠다, 경찰 부르자.
혜리 : (다급히) 언니들, 나 얘 땜에 여기 왔어요. 스키 타러 온 게 아니라, 얘 데리고 갈려고 왔는데,
여기 와서 가방 도둑 맞았다니까요?
김동석 : (저만치서 내연녀 찾아 두리번거리고 오는)
윤검 : (혜리 쪽으로 몇걸음 다가오다 김동석 보는, 어? 멈칫하는데)
혜리 : (동시에 윤검 보는, 어?)
<프래쉬 컷- 차에서 가방 꺼내던 절도범과 똑같은 스키복에 모자>
혜리 : (눈 커지는) 저 사람! (얼결에 직원에게 구두 맡기며) 잠깐만요, (후다닥 달려가는)
내연녀 : (구경하던 터라 혜리 가는 쪽 쳐다보는)
윤검 : (조용히 핸드폰 단축 버튼 눌러 ‘이계장’ 에게 통화시도 하는)
김동석 : (막 내연녀 발견, 주위 한번 살피다가 윤검과 시선 마주치는, 뚝 굳어지는, 휙 돌아서는)
윤검 : (김동석 잡으러 막 뛰기 시작하는)
혜리 : (윤검 쪽으로 달려오며) 도둑이야! (몸으로 확 덮치는)
윤검 : (뛰다가 기세에 넘어지는)
혜리 : (윤검 위에 엎어진다)
윤검 : (이게 무슨 일이야? 정신 차리는데)
혜리 : (구두 때문에 힘 쌩쌩이다. 더 먼저 일어나 앉으며 윤검 멱살 잡으며) 내 가방 내 놔! (씩씩대는) 내 가방 어딨어!
윤검 : (혜리 얼굴 정면으로 보고 헉! 놀라 굳어진 채 멍하니 혜리 본다)
계장 : (후다닥 달려와서) 검사님!
혜리 : (검사님, 소리에 불에 덴 듯 놀라는)
계장 : (혜리 얼굴 못보고) 당신 뭐야? 비켜요! (혜리 뜯어내며, 순간 언뜻 혜리 얼굴과 옷에 달린 코사주 보이는)
검사님, 괜찮으세요?
혜리 : (이미 식겁했다, 얼른 일어서는, 숨듯이 몸 돌리고)
윤검 : (퍼뜩 정신 차리는) 김동석! (벌떡 일어나서 문 쪽으로 뛰어가는)
계장 : (그제야) 김동석이요? (얼른 뒤따라 뛰어가는)
혜리 : (휴... 가슴 쓸어내리는, 문 쪽 쳐다보는) 검사? 형사 아냐?... (하다 퍼뜩 생각난) 내 구두!
S#33. 호텔 일각 (밤)
죽어라 뛰어서 도망치는 김동석. 윤검, 저만큼 뒤에서 뒤쫓아 온다. 그 뒤에서 이계장도 뛰어오고.
S#34. 행사장 일각 (밤)
직원들, 서류 정도 보면서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있는데 후다닥 다가오는 혜리.
혜리 : (구두 안보이자 둘러보며) 얘 어디 갔어요? 내 구두 어디 있어요?
직원1 : (외면하며) 다른 분이 사가셨어요.
혜리 : 내 구두를 팔았어요? (울고 싶은) 그런 법이 어딨어! 내가 낙찰 받은 건데!
직원2 : (자기들끼리 말 맞췄다) 죄송합니다, 저희 처신에 불만이 있으시면 법적으로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혜리 : (법적으로, 한방 더 먹고 벙하고)
S#35. 스키장 일각 (밤)
호텔 뒷문이나 레스토랑 뒷문 정도에서 쏜살 같이 튀어나오는 김동석,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잠시... 뒤이어 뛰어나왔다가 어둠과 맞닥뜨리고 멈추는 윤검과 이계장.
윤검, 눈에 불 켜고 주변 몇 걸음씩 뛰어가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계장 : 아... 어떡하죠?
윤검 : 당장 스키장하고 호텔 주차, 경비 담당 지원 받아서 차 출입로 막고 임은애가 렌트한 차 못나가게 해.
계장 : 네.
윤검 : 이 쪽 경찰서에 지원 요청할 테니까, 주차장 뒤져서 차도 찾아내고!
계장 : (안타까운) 아- 김동석 여기 온다는 검사님 직감이 딱 맞았는데!
윤검 : (열받아서 이쪽 저쪽 둘러보는)
S#36. 주차장 (밤)
스키장에 어울리지 않는 얇고 짧은 실크 원피스 차림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혜리.
허탈하고 속상하고 기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저만치 혜리 차 서있고 타이어 펑크 나서 거의 주저앉아있다.
혜리 : 오늘이 원래 이런 날이 아닌데... 이런 날이면 안 되는 건데... (추운 듯 밍크 자켓 여미며) 구두도 놓치고... 배도 고프고...
집에 가고 싶다... 엄마... (하다 멈칫 서는, 뭔가 기울어 보이는 차 보는, 고개 옆으로 해서 보다가 타이어 보는,
얼른 다가가서 주저앉은 차 상태 본다. 미칠 거 같은) 오늘 정말 왜 이래?... (하늘 쳐다보며) 왜 이래요, 나한테?...
(하다) 으아 아- 아- (머리까지 흔들며 소리 지르는)
S#37. 호텔 로비 (밤)
원피스 위에 스키 자켓 덮고 막막하게 앉아있는 혜리. 직원, 그 앞에서 얘기하고 있다.
직원 : 고객님 보험회사 직원분이 마침 저희 스키장에 출장 나와계시대요.
혜리 : (웬일이야? 약간 밝아지는) 그래요?
직원 : (혜리 상황 죽 봐온 호텔 직원이다. 밝아지는 그 표정보기가 민망한) 그런데요... 스키장에 고장 차 두 대하고,
저 아래 국도 쪽에 두 대하고 대기 중이래요.
혜리 : (그럼 그렇지, 다시 맥 빠져) 합이 네 대, 총 얼마나 기다리래요?
직원 : 최소한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이요... (꾸벅하고 얼른 가려는데)
혜리 : 잠깐.
직원 : (그대로 선채 미리) 아무도 고객님, 마, 혜, 리, 고객님 찾는 전화는 없었어요.
(돌아보며 안됐다는) 다른 데 전화를 좀 해보세요. 친구에 친구나 사돈에 팔촌이래두... (가는)
혜리 : (지친, 혼잣말) 나라고 안하고 싶겠니... 엄마 아빠, 집, 유나 번호 빼고.... (달달 외우는) 임미경 6번, 고민지 7번, 진이 8번,
혜숙이 35번, 피부과 11번, 임기사 54번, 요가원 17번... 단축번호만 기억난다고...
(너무 피곤하다. 소파에 머리 기대고 하품하는데)
인우 : (저만치 엘리베이터 향해 걸어가는, 혜리 구두 담긴 벨벳 주머니 들고)
혜리 : (보다가 구두 알아보고 번쩍 바로 앉는) 내 구둔데... (하다 인우 보고 놀라는, 구두 주머니 보고 다시 인우 보는, 너였어?
벌떡 일어서는, 뭔가 생각 난 듯 시계 보는)
S#38. 스위트룸 거실 / 복도 (밤)
테이블에 경매로 받은 구두 꺼내서 놓여있고, 얼음 박스에 재워진 와인병과 마시지 않은 빈 와인 잔 두개 그대로 놓여있다.
거실 문을 열면 한눈에 보이는 세팅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혜리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 대로 이끌어내고 있는 인우다.
벨소리 들리고... 인우, 스키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온다.
인우 : (문 쪽으로 가며) 누구세요?
혜리 : (밖에서 캐리어 든 채) ...
인우 : (잠시... 문 여는, 혜리 보고) 어?
혜리 : (얼른 그 틈으로 거실 분위기 확인, 여자 안 왔다는 세팅 확인하는)
인우 : 웬일이에요?
혜리 : (후다닥 무작정 밀고 들어온다)
인우 : (기세에 뒤로 몇 걸음 밀쳐지며 놀라 돌아보면)
혜리 : 방 좀 같이 쓰자구요, 아니 쓰라면서요.
인우 : 우리 둘이 같은 방 쓰는 건 좀 곤란하지 않나?
혜리 : (어?) 아니 아니 아니! 남는 방을 쓰자는 거죠!
인우 : 그래요?
혜리 : 서울 갈라 그랬는데, 타이어 펑크 나서 차는 주저앉아 있구, AS기사는 두 시간 반 후에 온대서요.
인우 : (안됐다는) 일진 참 안 좋네.
혜리 : (여자 안온 거 확인해보는, 둘러보며) 여자친구가 안 된다... 그러겠죠?
인우 : (대답대신 한 쪽 문 가리키며) 저쪽 써요, 대신 방값 반!
혜리 : (온 거야, 안 온 거야?) 여자 친구한테 먼저 물어봐요. 안 왔어요? 안 오기로 했어요?
인우 : (계속 자기 입장에서 대답한다) 기다리고 있어요.
혜리 : 아... (아직도 기다리냐?)
인우 : 낼 아침에 봅시다! (한쪽에 세워둔 스키 들고 나가는)
혜리 : (문으로 달려가서 살짝 열어보고 인우 간 것 확인하고 돌아선다) 야간 스키 타면서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되게 좋아하나부네...
테이블 위에 놓인 구두 보는 혜리, 쪼르르 신발에게 달려간다. 조심스레 신발 집어서 바닥에 놓는 혜리, 구두에 발 넣는다...
마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발이 쏙 들어간다.
아!... 짜릿함에 눈감고 아쉬움의 탄식 같은 감탄사 내뱉고 눈뜨는 혜리, 조심조심 몇 걸음 걷는다.
멈추고 발 쓱 내밀고 내려다본다.
혜리 : (미련) 어떤 여잔지 좋겠다... 이런 거 준비하는 남잔데 안 왔어? 이런 게 있는지 모르니까 안 왔지...
S#39. 스키장 일각 라운지 (밤)
스키복 차림으로 창가에 앉아서 차 마시고 있는 인우, 여전히 입가에는 여유 있는 미소가 떠나지 않지만
눈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S#40. 주차장 (밤)
찾아낸 렌트카 앞에 서있는 윤검과 계장. 열쇠공, 차 문 따고 있다.
계장 : 차만 두고 튄 거면 어떡하죠?
윤검 : 튀었을 거야.
계장 : 네?
윤검 : 여기 지형이, 차는 못 나가게 할 순 있는데 사람 드나들 개구멍은 천지야.
계장 : (속상한) 아- 그 또라이만 아니었음 김동석 확 잡을수 있었는데.
윤검 : (아내와 관계된 사건 수사 중에 아내와 꼭 닮은 여자를 본 느낌 묘한) ...
열쇠공 : 다 됐습니다.
윤검 : (운전석 문 열고 트렁크 열어주며) 이 계장 트렁크 맡아. (타서 이곳 저곳 뒤져보는)
S#41. 욕실 (밤)
스위트룸답게 호화롭고 넓은 욕실. 큰 욕조에 거품 가득 풀어놓고 들어앉아있는 혜리, 다난했던 하루를 보낸 터라 피곤하다.
눈에 졸음이 가득 담겨있지만 시계 보면서 거실 쪽에 신경 곤두세우고 있다.
인우의 여자가 혹시라도 오는지 마지막 기척 살피고 있는 혜리, 작은 소리에 얼른 살짝 열려있는 욕실 문 돌아본다.
몸 빼서 기척에 귀 기울인다. 조용하자 다시 몸 바로 한다. 시계, 1시 04분을 넘어선다.
하품이 절로 나오지만 꾹 참는 혜리.
혜리 : (졸음에 겨워) 안 와, 안 오는 거야... 이 여자는... 그레이스 슈즈를 신을 자격이 없어....
오지도 않는 여자한테 구두를 왜 줘? 구두가 그렇게 우스워?... (머리 기댄 채 잠에 빠져드는)
<시간경과>
벽시계, 2시를 가리키고... 혜리, 완전 잠들었다.
한쪽에 기대고 있던 머리가 점점 옆으로 떨어지면서 어느 순간 몸까지 밑으로 쭉 밀리면서 욕조 안으로 푹- 빠져든다.
자다가 거품 욕조에 풍덩 빠지고 상황 파악 안 되는 혜리, 푸푸거리며 사람 살려! 소리소리 지르지만
거품 먹고, 눈에도 들어가서 눈도 못 뜨고 난리치는데...
막 들어오다 들은 듯 스키복 차림으로 달려 들어오는 인우, 우선 혜리 양팔 잡아 일으키는데...
거품 잔뜩 묻었지만 혜리의 알몸이다. 잡아 일으켜놓고 순간 놀라 멈칫하는 인우.
동시에 정신 차리면서 자기 몸 보고 놀라 ‘악!’ 소리 지르며 다시 욕조 속으로 퐁당 들어가는 잠수한다... 안나온다.
당황해서 잠시 보던 인우, 혜리 잡아채 올리면서 동시에 목욕가운으로 몸 감싼다.
혜리 : (아직도 푸푸거리며) 아- 건드리지 마! 비켜! 저리가! 너 죽어! (욕실용품들 집어 던지면서 인우 쫓아내는)
S#42. 혜리 룸 (밤)
실내 가운 입고 욕실 문 살짝 열고 인우 나가기 기다리고 있는 혜리.
인우 : (거실 쪽 문 열다가 돌아보는) 이 문, 욕실 문, 다 열려있었다니까요?
혜리 : (기억나는 상황 아닌) 빨리 나가 나가 나가!-
인우 : (얼른 나가면)
후다닥 달려 나와서 문고리 잠그는 혜리, 둘러보다 2인용 소파 정도 끌어다 문 막는다.
부족한 듯 테이블까지 질질 끌고 와서 문 쪽에 놓는 혜리.
S#43. 스위트룸 거실 (밤)
안에서 들리는 문 막는 소동 들으며 피식 웃는 인우. 혜리의 허당 짓에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진짜 웃음이다.
S#44. 혜리 룸 (다음날, 아침)
햇빛 쏟아져 들어오는 룸. 침대 비어있다.
혜리, 거실 쪽 문 막아놓은 소파에서 자다 떨어진 듯 바닥에 엉망으로 널브러져 자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벌떡 일어나 앉는 혜리, 머리 산발에 얼굴 퉁퉁 부었다.
인우 : (밖에서) 차 키 줘요!
혜리 : (무슨 소리야? 졸려서 머리 긁적이다 정신 차리고 주위 둘러보다 어제 일 생각나는,
잠옷 앞섶 들춰서 자기 몸 보고 거실 쪽 확 노려보는)
S#45. 스위트 룸 거실
거실 중간에 룸서비스 테이블 놓여있고 인우, 막 문에서 혜리 차 키 받고 수고비 주고 돌아선다.
화장 싹하고 옷도 새 옷으로 차려입고 나오는 혜리, 어제 일이 있어서 화난 얼굴로 나왔다가
테이블에 그대로 놓여있는 구두와 와인 세팅 보고 솔깃해지면서 표정 약간 풀어진다.
혜리E : 오... 여자 확실히 안 왔네? (탐나서 보는)
인우 : (와서 차키 혜리 쪽에 놓아주고 앉으며) 대강 시켰어요. 얻어먹는 사람이 메뉴 타박까지 하진 않을 거 같애서.
혜리 : (앉으며) 누가 얻어먹어요? 다 갚을 건데. (보면 자기 아침 식단인 샐러드와 과일 위주 식단 놓여있다. 뜻밖인, E)
이거 내 스타일인데?
인우 : (선그라스 낀 얼굴 힐긋 보고 먹으며) 그렇게 시키길 잘했네... 쫌 부었죠? 뿔은 건가?
혜리 : (어제 일 떠올리는 인우 얄미운, 말 돌리는) 얼마 주면 돼요? 호텔비 반에, 이거 아침 값, 또 뭐있지? 아, 타이어 교체비.
인우 : (먹으며 메모지에 적는) 얼마드라...
혜리 : 다 적어요, 일원도 빼지말구.
인우 : (끄덕이며 적는)
혜리 : (생각난) 거기에 10만원만 더 쓰죠.
인우 : (? 보면)
혜리 : 기름 넣고 톨게이트 비도 있어야죠.
인우 :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10만원 꿔달라는 뻔뻔한 소릴 아주 당당하게 하는 건 알죠?
혜리 : 계좌번호 적어줘요, 지금 바로 이체 시켜줄 수 있어요.
인우 : 계좌번호 못 외우는데.
혜리 : 자기 계좌번호도 못 외워요?
인우 : 은행 업무는 비서가 하니까, 인터넷 뱅킹하거나.
혜리 : (비서? 제법 뭐 좀 되나 부네? 새삼 보는데)
인우 : (메모지 하나 더 꺼내 핸드폰 번호 적어서 내미는)
혜리 : (받아서 보면 핸드폰 번호만 달랑 적혀있다. 어? 보면)
인우 : 돈 마련되면 전화해요.
혜리 : 내 신원 확인 안 해요? 전화 안하면 어쩔려구요?
인우 : 신원확인 뭘로 시켜줄 건데요? 주민등록증? 신분증 없잖아요.
혜리 : (그렇긴 하지만) ...
인우 : 안 갚을 거에요? (아니잖아)
혜리 : (당연히 갚지) 왜 안 갚아요? 얼마나 된다구.
인우 : 됐네 그럼. (다시 먹는)
혜리 : (슬쩍) 어제 바람 맞았죠?
인우 : (먹다가 보는)
혜리 : 기다리는 여자 안 왔잖아요.
인우 : (대답 없이 다시 먹는)
혜리 : 그럼 저건 어떡할 거에요?
인우 : (구두 보는)
혜리 : (안됐다는) 저런 거 놓고 기다리니까 안 오지. 원래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구두 사주는 거 아니에요,
신발 사주면 그거 신고 다른 사람한테 간대요.
인우 : (갑자기 반짝) 그런 게 있어요? 재밌네! 진짜 그러는지 줘봐야겠다.
혜리 : (이게 아닌데 얼른) 막 줬다가 안 맞으면 어떡해요? 신발 사이즈는 알고 산 거에요?
인우 : 아마 맞을걸요?
혜리 : (옳거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 그레이스 슈즈 라인은요, 아무 여자나 못 신어요. 패리스 힐튼 알죠?
그 여자가 아무리 돈 많아도 못 신어요, 발이 커서. 패리스 발이 280인데, 그레이스 슈즈는 딱 그레이스 켈리 신발 사이즈만
나오거든요. 우리나라 사이즈로 235.
인우 : 슈어홀릭이에요? 별거 다 아네.
혜리 : (자기 볼일 바쁜) 여자친구가 235에요?
인우 : 못 신어도 갖고 있는 거 좋아하는 여자들 많든데 뭐.
혜리 : 그래서 준다구요?
인우 : 주면 안 되나?
혜리 : (펄쩍) 오지도 않은 여자한테 그런 걸 왜 줘요?
인우 : 그럼 어떡해요? 아무나 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고.
혜리 : (얼른) 나한테 팔면 되잖아요!
인우 : (보는)
혜리 : 쟤 임자는 원래 나였어요. 가방만 안 잃어버렸어도, (하다 어제 일 생각나는) 내가 낙찰 받은 거 살짝 사버렸잖아요!
인우 : (기분 나쁜 듯) 지금 떼쓰는 거에요?
혜리 : (더 못 버티고 사정조로) 나 저 구두 사러 여기 온거거든요... 근데 가방 잃어버리고, 호텔 예약 취소 되구 새우잠 자고
온갖 고생 다했는데... (하다 부아 나는) 꼭 원하지도 않는 여자한테 던져 줘야겠어요?
S#46. 호텔 로비 + 엘리베이터 앞
새 구두 신고 걸어오는 혜리, 이미 여왕이 된 듯 거만하고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온다.
자켓이든 청바지든... 깊이 낮은 주머니에 삐죽 인우의 메모지 꽂혀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 혜리, 가슴 더 내밀고 엉덩이 뒤로 뺀다. 엘리베이터 문으로 비치는 자기 모습이 구두로 인해 완벽해 보인다.
혜리, 기분 좋아서 씩 웃는데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서 스키며 짐들 실은 수레 밀고 벨보이 나오고 뒤에 사람들 몇 명 우르르 나온다.
(사람들 중에 강실장 포함)
혜리, 약간 옆으로 비켜서는데 그들 중 누군가의 발이 혜리 구두 밟는다.
놀라 어머머! 하며 발 빼고 뒤쪽으로 물러서는 혜리, 얼른 몸 숙여 살짝 밟힌 구두 살살 문지르고 일어선다.
(추가 컷/혜리 몸 숙이고 구두 문지르는 사이 주머니에서 메모지 쏙 빼가는 강실장)
혜리, 으유... 가는 일행 흘겨보고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타는데 주머니에 메모지 보이지 않는다.
S#47. 주차장 + 혜리 차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운전석에 엉덩이 먼저 들어가 앉는 혜리 보인다.
이어서 구두 신은 두 발 안으로 조심스레 사라지고 차문 닫힌다. 잠시... 출발하는 혜리 차.
인우, 저만치에서 혜리 차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여유 있는 미소인 그라 속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S#48. 혜리 집 외경 성북동이나 평창동의 고풍스런 단독주택 외경.
S#49. 거실
넓고 고급스런 거실.
소파에 대학 입학 즈음의 뚱뚱한 혜리와 혜리모, 나란히 여성스런 원피스 입고 앉아서 찍은 대형 사진 걸려있다.
소파에 혜리가 앉아있으면 액자 끝부분의 퉁퉁한 종아리 정도만 살짝 보이는 설정.
혜리모 눈 앞에 짠! 하며 구두 보이는 혜리.
혜리 : 이쁘지? 이쁘지? 사랑스러우면서도 섹시하고, 어?
혜리모 : 몇 년을 그렇게 몸을 틀고 욕심낼 정도는 아니구만.
혜리 : 이 웨딩 라인을 신은 여자들은, 다 행복해졌다니까?
혜리모 : 누가 누가 신어서 어떻고 저떻길래 행복해졌대?
혜리 : 데미무어 알지? 열여섯살 어린 남자하고 결혼했잖아! 데미가 애쉬튼 만난 게, 이 라인 신고 나서거든.
그레이스 켈리는 왕비됐구.
혜리모 : 근데 이건 무슨 돈으로 샀어? 가방 도둑맞았다며.
혜리 : 응?
S#50. 혜리 방
캐리어는 바닥에 펼쳐있고 스키장에서 입었던 모든 옷들 바닥에 늘어져 있다.
평상복 입고 호텔에서 아침 먹을 때 입었던 옷 주머니 뒤집어서 뒤지고 있는 혜리.
혜리모 : (들어오는, 방 풍경에 질색하는) 아직도 못 찾았어?
혜리 : (난감한) 다 뒤져봐도 없어, 이게 어디 갔지?
혜리모 : 가방도 없었고 옷 주머니에 넣었다메?
혜리 : 그랬는데 없잖아. (정말 난감한) 아- 구두 값까지, 이 돈 안 갚으면 나 완전히 사기꾼 되는 건데?
혜리모 : (황당한) 아니 어떻게 그 큰돈을 쓰고 달랑 지 핸드폰 번호만 줬대니?
혜리 : 내가 돈 떼먹게 생겼어?
혜리모 : 아무리 그래두, 통 큰 게 재벌 2센가?
혜리 : (영 찝찝한, 생각에 잠기고) ...
S#51. 하정란 가게 앞
후출근한 사파리 자켓에 물 빠진 청바지, 자연스럽게 어수선한 머리에 뿔테 안경 쓰고 걸어오는 인우,
스키장에서의 명품 남 이미지와 백팔십도 다른 털털한 분위기다. 익숙하게 하정란 가게로 들어가는 인우.
S#52. 가게 안
작고 허름한 동네 술집. 아직 손님 없다.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화투 재수떼기 하고 있는 하정란. 옆에 2/3이상 남은 소주병과 소주잔 놓여있다.
인우 : (들어오다 보는, 타박조로) 아이고 누이!
하정란 : (보는, 반기는) 어서 와, 작가쌤. (판 치우고)
인우 : (앞에 앉으며) 눈물나게 외로우면 친구를 만나라니까. (하 앞에 놓인 소주 잔 들어 자기가 마시는)
소주도 안 멕히게 외롭구나, 누이가.
하정란 : (의아) 어떻게 알았어?
인우 : 소주병 딴지 두 시간은 넘었네, 김 다 빠지고 미적지근한 게.
하정란 : (웃으며) 담에 태어나면 작가하는 남자하고 살아야겠다.
인우 : 담에 태어나서 또 남자랑 살게?... (하정란 과거 아는지라 그 입장에서 절레절레) 징글징글하구만...
하정란 : (피식 웃으며) 주둥아리 열기도 전에 여자 맘 알아주는 남자랑 살면 그 맛은 어떤 맛일까 싶어 그래...
인우 : 며칠 새 또 무슨 사연이 생겨서 이러실까? 이번엔 누구야?
S#53. 혜리집 주방 (저녁)
잘 차려진 식탁에서 저녁 먹고 있는 혜리, 마상태, 혜리모.
마상태 : 그럼 낼부터 정식 검사님이냐? 몇 호 검사실이야?
혜리 : 몇 달 동안은 제 방 없어요, 선배 검사실에서 배워야 돼요.
마상태 : 어쨌거나 애나 으른이나 죄 니 앞에 오면 검사님 검사님하는 거지? (좋아서 으흐흐 웃고)
혜리모 : 검사한테 검사님, 선생한테 선생님, 기사한테 기사님, 당연한 걸 갖고 좋아 한대요?
마상태 : 님이라고 다 같은 님이야? 옛날엔 새파란 20대 판검사도 영감 소리 들었어!
혜리 : (펄쩍) 요샌 안 그래 아빠, 옛날하고 완전 다르지.
혜리모 : (우물거리며) 맞어 맞어, 요새 검찰은 툭하면 욕 먹드라.
마상태 : (기분 팍 잡치는) 뭘 안다고 이 사람이!
혜리모 : 내가 지어낸 거 아니에요? 신문 티비에서,
마상태 : (입 닥치라는) 으흐!
혜리모 : (입 닫고)
마상태 : 어디나, 인간 열명만 모이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골고루 섞여 있는 법이야.
그래도 부자 망해도 삼년 가고, 썩어도 준치고... 그런 말들이 괜히 있는 줄 알아?
혜리모 : 뭔 소린지...
마상태 : 우리 집안이 이제 혜리로 인해서 한 단계 올라 격을 갖추게 됐으니, (점잖게) 다들 특히 당신은 한층 더 신경 쓰도록 하시게.
S#54. 서울 중부지검 외경 (다른 날)
S#55. 주차장
검정색, 회색류의 국산 중형 승용차 두 대 주차장에 와서 선다.
뒤이어 채지운의 소형 승용차와 진정선의 경차 달려와 이검과 나부장 차 옆으로 호위하듯 선다.
각각의 차에서 내리는 나부장과 이민석. 뒤이어 차에서 내리는 진정선과 채지운. “부장님!” 하며 목례 정도 하는 검사들.
부장 : 오늘 출근 점검 있는 날인가? (시계 보며) 왜들 세트로 칼 출근이야?
진검 : 오늘 초임 온다구 늦지 말라셨잖아요.
부장 : 아! 그랬지, 그랬어. (이후 청사 쪽으로 가면서 얘기)
이검 : (궁금한) 이번 초임이 물건이라면서요? 사법 연수원을 들었다 놨다던데요?
채검 : (눈치 채고) 부장님 골치 좀 썩으시겠어요.
부장 : 연수원이니까 철없이 뻗대고 날쳤겠지, 지검 와서도 그럴까.
빨간(혹은 튀는 색) 외제 스포츠카 날렵하게 달려와 주차장에 끽 선다.
넷, 튀는 차에 본능적으로 시선 끌려서 보는데 미니스커트에 롱부츠, 탱크 탑에 자켓, 긴 링 귀걸이에 클러치백 들고
차에서 내리는 혜리, 선그라스까지 꼈다.
그 튀는 모습에 오... 눈 커져서 보는 검사들.
혜리 : (청사 쪽으로 또각또각 걸어가는)
진검 : (제일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이검에게) 이 검사님 눈 튀어나오겠어요.
이검 : (넉살, 변명하는) 혹시 우리 초임인가 싶어서.
진검 : (말도 안 된다는) 설마 저 지경이겠어요?
채검 : (진심) 외상 받으러 온 거 같은데요?
부장 : (설마하면서도 덜컥해서) 우리 부는 아니지?
혜리 : (자기 얘기하는 줄도 모르고 위풍당당 청사 입구로 들어가는)
S#56. 형사 5부 복도
게이트 정도 들어오면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형사 5부 검사실들 마주 보고 있는 설정.
복도 끝 막다른 방이 부장 방이거나 복도 코너 돌아서 있는 설정으로. 부장과 진검 앞서고 이검과 채검 뒤따라간다.
S#57. 부장검사실
부장 앞세워서 들어오는 검사들.
혜리, 등 돌리고 잠깐 스타킹 올리고 있다. 롱부츠 위로 팬티라인까지 허벅지 그대로 드러나고...
진검 : (기다리고 있다는 말 들은) 초임이 당연히 일찍 와서 기다려야죠. (하다 등 돌린 혜리 보고 놀라 멈춰서는)
셋 : (동시에 혜리 자세 본다. 부장과 채검, 기겁해서 고개 돌리고 이검, 어라? 보는)
혜리 : (동시에 인기척 소리에 돌아보는, 얼른 자세 바로하고 돌아선다)
넷 : (옷차림 만으로 혜리 알아보고 다시 한번 놀라는)
혜리 : (인사하는, 밝고 거리낌 없다) 안녕하세요? 마혜리 검삽니다. 오늘부터 여기 서울 중앙 지검으로 출근하라 그래서요...
진검 : (여자 말투에 인상 찌푸리다 윤검 전처와 닮은 얼굴 확인하고 헉 놀라는)
이검 : (소리는 못 내고 대박이라는 휘파람 부는 입 모양)
부장 : (이 정돈 줄 몰랐다. 충격으로 말문 막혀 보는)
진검 : (어쩜 저렇게 닮았지?... 굳어있고)
혜리 : (왜 아무 말 없지? 알아서 나머지 셋 쭉 훑어보고 미소 짓는)
S#58. 복도+윤검방 앞
기막힌 얼굴로 걸어오는 진검. 혜리, 뒤따라온다.
윤검방 앞에서 홱 돌아서는 진검, 혜리 차림새 훑어본다.
진검 : (당장 한바탕 해대고 싶은 기분으로 보는데)
혜리 : (전혀 모르는 듯 말똥말똥 쳐다보며) 하실 말씀 있으세요?
진검 : (누르고) 이방이에요. 우선 수석검사한테 인사드리고... 있다가 좀 봅시다.
혜리 : (천연덕) 네-
S#59. 윤검 방
윤검사 책상 정면에 있고 계장과 실무관 책상 나란히 있다. 맞은 편에 혜리 책상 놓여있고 파티션 없이 소파세트 있는 정도...
한쪽에 놓인 소파에 파묻히듯 기대서 부스스 밤샌 모양새로 이계장과 얘기하고 있는 윤검. 탁자 위에 기록 수북하게 쌓여있다.
윤검, 렌트카 빌리면서 복사한 임은애 운전면허증 사본보고 있다.
윤검 : (사진 흐릿한) 이 여자가 임은애, 김동석 동거녀란 말이지.
계장 : 그럼 그 때 검사님 덮친 또라이는 대체 누굽니까?
윤검 : (갸웃하는데)
혜리 : (들어오는)
실무 : 어떻게 오셨어요?
혜리 : 윤세준 검사님 어디 계세요?
윤검 : (등 돌린 자세에서 힐긋 돌아보는, 혜리 한눈에 알아보고 놀라는)
계장 : (동시에 일어나 나서는) 누구시죠?
혜리 : (계장이 윤검인 줄 알고) 이 방에서 교육 받기로 한 마혜리 검삽니다.
윤검 : (혼잣말, 놀라) 검사? (얼른 다시 등 돌리고 혼자 충격 느끼는)
계장 : (차림새 뜻밖인 듯 보며) 아- 초임 검사님 오신다드니, 저는 이우현 계장이구요, (돌아보며) 검사님.
윤검 : (일어나서 다가오는) 윤세준 검삽니다.
혜리 : 안녕하세요? 마혜리 검삽니다. (하다 윤검 알아보고 어? 하는)
<프래쉬 컷- ‘도둑이야’ 하며 윤검 덮치던 자신>
혜리 : (헉! 놀라 손으로 입 막는)
윤검 : (아는 척하고 싶지 않다) 마혜리 검사?
혜리 : (어쩔 수 없이 민망하다) 네...
윤검 : (틈 안주고) 계장님은 인사했고, 이 쪽은 진미선 실무관이에요.
실무 : (안녕하세요? 정도 인사)
혜리 : (인사하는) 마혜리 검삽니다.
윤검 : 책상 저기.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
혜리 : (의아한, E) 나 모르나?
계장 : (뭔가 윤검 반응 이상하지만) 앉으세요. (자기 자리로)
혜리 : (머쓱한, 빈 책상으로 가서 앉는)
윤검 : (이 재회가 당혹스럽고 불편하다. 기록 보고)
계장, 실무 : (각자 책상에서 기록 보거나 자판 친다)
혜리 : (휑하고 오래 된 책상과 안 어울리는 차림새로 멀뚱하게 앉아있는, E) 진짜 나 기억 못 하나 봐?
윤검 : (무심한 표정으로 일만하고 있고)
S#60. 검사실 몽타주 -진검방.
담담한 표정으로 피의자 얘기 듣다가 갑자기 뭔가 캐취한 듯 눈빛 예리해 지며 질문 공격하는 진검사.
이검방. 팔짱 끼고 유들 유들한 표정으로 고소인 진술 듣고 있는
이검, 그래서요, 계속하세요... 등등 추임새 넣듯 해가며 사무적인 분위기 교묘히 피해가고.
채검방. 조곤조곤 타이르듯 피의자 조사하는 채검.
S#61. 윤검방
윤검과 계장 앞에 피의자 한명씩 앉아있고 혜리, 물티슈로 책상 옆, 서랍 등 닦고 있다. 손 뻗어서 닦다가 물 티슈에 때 묻어 나자
일어나서 책상 전체 닦는다. 일어서면서 몸매 라인 확 드러나는 혜리 쳐다보는 피의자1, 2.
윤검 : 그럼 혐의 인정하는 겁니까?
피1 : (구속 상태 피의자) 만약 제가 죄를 인정하면 빨리 나갈 수 있나요?
윤검 : 혐의 인정하는 거에요?
피1 : 제가 했다고 해서 빨리 나갈 수 있으면... 그럼 제가 메모리카드 버린 걸로 하죠.
윤검 : (차게 쏘아보는, 흥분 안한다) 지금 검사랑 협상하자는 거요?
피1 : (느물느물) 그럴리가요? 검사실에 분내가 꽉 차서 알딸딸하네요...
윤검 : (딱 굳어지는)
혜리 : (완전히 책상 돌아와서 틈 닦는, 약간 숙인 뒷라인 그대로 노출되는)
피1 : (아예 고개 돌려 감상하는)
피2 : (불구속 피의자) 어이 아가씨, 나 물 한잔 주지?
혜리 : (모르는, 좀 깨끗하다, 웃고 돌아서는데)
피2 : 이쁜 아가씨요, 목말라 죽겄는디.
혜리 : (웃으며) 저 아가씨 아니에요, 검사에요.
윤검 : (혜리 반응이 더 황당해 보는)
계장, 실무관 : (뻥해서 보고)
피2 : 아가씨가 검사라구? (신기한 듯) 이쁜 검사님, 나 검사님한테 조사 받으면 안되겄소? (아래 위로 훑어보는)
혜리 : (기분 언짢은) 아저씨 지금 뭐해요? 어딜 봐!
윤검 : (책상 힘껏 내리치는) 뭐하는 짓들이야!
모두 : (윤검 보는)
S#62. 휴게실
혜리 교육시키고 있는 진검.
진검 : 검사가 검사답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지. 검찰청에 검사로 와야지 여자로 오면 되나?
혜리 : 그러니까 오늘 제 스커트 길이가 너무 짧고 상의도 과하단 말씀이시죠? 내일부터 조정하겠습니다.
진검 : (선선한 대답에 멈칫하는)
혜리 : (웃으며) 사람마다 참 스타일이 다른 거 같애요.
진검 : (이 느낌은 뭘까?... 혜리 보는)
혜리 : 그리고 또 초임이 할일이 있다고 하셨는데...
진검 : 초임도 그렇고 제일 막내 검사할 일이 은근히 많아요. (시계 보더니 일어 나며) 따라 와요.
S#63. 형사 5부 홀
진검이 윤검, 이검, 채검 방 마다 들러서 가볍게 열린 문 똑똑 노크하거나 고개 디밀고
“선배님, 식사하러 가시죠”, “선배님, 점심시간입니다!” 등 알리고 다닌다. 혜리, 이거 뭐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따라다니고 있다..
그 사이 사이로...
진검 : 매일 오전에 선배들 의견 물어서 메뉴 정하고 식당 예약하고, 밥값 지불해요.
밥값은 매달 월급날에 선배들 찾아다니면서 월정액을 걷구요.
혜리 : 네... (하지만 심란해서 인상 구겨지는)
S#64.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 앞으로 오는 둘.
진검 : (멈춰서는) 그리고 일간, 주간, 월간 업무보고가 있어요. 선배들이 각자 담당한 사건 중에서 간단 요약한 중요 사건을
초임이 받아서 부장님께 올리는 거에요.
혜리 : (대답은 꼬박꼬박 잘한다) 네-
진검 : 오늘 저녁에 마검사 환영 회식 있어요. 첫 등장부터 형사 5부 뒤집어 놨으니까 회식에서 잘 풀어봅시다.
혜리 : 근데 왜 여기서 말씀하시는 거에요?
진검 : 여기서 선배님들 기다렸다가 모시고 식당에 가는 거에요.
혜리 : (E, 난감한) 저녁에 회식인데 점심까지?... (얼른) 약속 있으면 빠져도 되죠? (시계 보고 급한 척) 그럼 회식 때 뵈요!
(목례 까딱하고 가는)
진검 : (순간 뻥해서 보는)
S#65. 부장실 비서실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 각각의 검사들 이름 쓰인 명패 놓여있다.
수북한 기록들 하나씩 신중하게 확인하면서 각각의 이름 앞에 기록 놓는 나부장.
S#66. 윤검방
기록 쌓인 수레 밀고 들어오는 실무관. 혜리, 모니터 보며 자판치고 있다.
실무 : 검사님, 배당이요.
윤검 : (두꺼운 기록 살펴보고) 또 깡치사건이네. (두꺼운 기록 책상에 옮겨놓고 얇은 기록들 살펴보더니 혜리에게 주며)
일단 간단한 거 몇 개 해봐요. 모르는 거 있음 물어보고.
혜리 : 네. (얇은 기록 받아들고 본다)
S#67. 횟집 (저녁)
앉아있는 형사 5부 검사 다섯과 부장검사. 부장, 폭탄사하고 있다.
부장 : 자... 오늘 이렇게 (윤,진,이,채,혜리 순으로 쳐다보며) 유능하고 든든한 후배들과... 에 또... 그런 후배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강조하는) 우리 초임 마혜리 검사를 맞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 또 한명의 후배가 국가와 민족에 이바지하길 바라면서! (쭉 마시는)
모두 : (박수치고)
혜리 : (박수 치면서 윤검 쪽 보는)
윤검 : (혜리 쪽 쳐다보지 않는다)
혜리 : (갸웃하고)
<이하 몽타주>
폭탄주 돌리는 검사들... 혜리 잡기로 작정을 한터라 혜리에게 잔이 많이 가는데
혜리,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 받아 마시고 삼발이로 딸랑딸랑까지 한다. 그런 혜리 뜻밖인 듯 보는 검사들.
채검, 졌다는 듯 절레절레하고 이검, 짱이라고 엄지 세우고 웃으며 “2차는 어디로 가요?” 하는 혜리.
S#68. 단란주점 (밤)
모두 입 딱 벌어져서 쳐다보고 있는 형사부 검사들과 부장. 혜리, 신나는 음악에 맞춰 뻣뻣하지만 열심히 춤추면서 노래하고 있다.
초기에 충격 상태로 보던 일행, 퍼뜩 정신 차리고 서로 쳐다보는데, 짧은 자켓 벗는 혜리, 탱크탑 차림으로 춤춘다...
부장, 민망해서 시선 다른 곳으로. 진검, 뭐 저런 게 다 있어? 화나서 딱 굳어지고. 이검, 재밌다는 듯 싱글싱글 웃으며 보고
채검, 와... 하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신기한 듯 지켜보고... 윤검, 어쩜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본다.
S#69. 단란주점 앞 (밤)
기분 좋게 술 취한 5부 검사들, 나부장에게 “부장님,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부장 가면,
이검 3차 가자고 다른 검사들에게 엉기고, 혜리, 볼 빨간 얼굴로 인사하고 가다가 취기로 삐끗한다.
저만치 어둠 속에 세워진 차 안에서 그런 혜리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S#70. 인우 집 (밤)
주상 복합 정도. 캄캄한 실내에 불 켜지면서... 고급스럽지만 심플한 실내 드러난다.
장식이나 군더더기 하나 없이 모던한 소파와 테이블만 있을 뿐 티비도 없이 오디오 시스템만 놓여있다.
들어오는 인우, 자켓도 벗지 않고 그대로 소파에 가서 앉는다. 피곤한 듯 고개 숙였다가 목 뒤로하는 인우...
S#71. 혜리집 외경 (다른 날 아침)
웩웩거리는 혜리의 구역질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S#72. 혜리 방
6시 54분 가리키는 벽시계. 여성스럽게 꾸며진 넓은 방...
샤워하고 감은 머리 수건으로 감싸고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하고 있는 혜리, 공들여 화장한다.
혜리모, 체중계 들고 들어온다.
혜리모 : (혜리에게 다가오며) 회식한다드니 막 먹었지? 뭐 먹었어? 얼마나 먹었어? (옆에 놓으며) 얼른 올라 가 봐!
혜리 : 으유...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올라가는)
혜리모 : (바싹 들여다보는, 누그러져) 300그램 줄었네?
혜리 : 안 먹었다니까... (다시 올라오는, 헛구역질 우웩! 한번하고 또 화장하는)
S#73. 검찰청 주차장
윤검 차에서 내리는 윤검과 진검, 청사 쪽으로 걸어간다.
뒤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혜리, 선글라스 끼고 있다. (실외에서는 자외선 차단 위해 항상 선글라스 끼는 혜리다)
진검 : (조심스레) 저기 마검사요...
윤검 : (보는)
진검 : 어제 좀 놀라셨죠?
윤검 : (무슨 뜻인지 알지만) 스트레스로 암 걸리진 않겠드라.
진검 : (아차 싶은, 얼른 말 돌리는) 오늘은 상태가 얼마나 좋아져서 올려나?...
윤검 : 하루아침에 변할 타입 아니든데.
혜리E : 두 분 사귀세요?
윤,진 : (돌아보는)
혜리 : 왜 차를 같이 타고 와요? (하다) 부부세요?
진검 : (변하지 않은 혜리 옷차림에 눈 커지는, 바로) 선배님, 먼저 들어가세요. (혜리 쏘아보는)
S#74. 검찰청 옥상 혹은 외부 정원
있는 대로 열 받았지만 누르고 서있는 진검.
진검 : 마검사, 어제 분명히 나한테 옷차림 시정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혜리 : 시정했어요? 어제 입었던 치마 보다 1센티 길어요. (윗도리 보이며) 탱크 탑도 아니구요.
진검 : (기막힌) 장난하나?
혜리 : (멈칫하는)
진검 : (열 받아) 지금 걸 말이라고 뱉어? 입에서 나오면 다 말이야!
어디 초임이 첫날부터 선배들 줄 세워 놓고 눈 가리고 아웅이야!
혜리 : 전 나름대로 선배님들 생각해서 그런 거에요.
진검 : 뭐?
혜리 : 처음부터 절대 싫다고 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진검 : (더 기막힌) 절대 싫다구? 뭐가? (설마) 그 꼴로 계속 다니겠다는 거야?
혜리 : (정색하고) 헌법엔 개인의 행복 추구권이 있어요.
진검 : 우린 공무원이야! 국가를 대행하는!
혜리 : 공무원법에 여자 공무원 치마 길이나 화장 수준이 정해져 있나요?
진검 :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조항이 있어!
혜리 : 그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진검 : (열나는) 야, 마혜리!
혜리 : 전 검사기 전에 여자니까, 저를 꾸밀 권리를 행사하고 살 겁니다.
진검 : (꼬는) 어제 피의자들한테 성희롱 당하고도 이런 꼴을 하고 싶니?
혜리 :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순 없죠.
진검 : (버럭) 이럴거면 검사하지 마!
혜리 : (황당한) 네?
진검 : 너, 이 나라에서 검사 해먹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특히 너 같은 애들 땜에 여검사가 더 욕먹는 거야!
혜리 : 여검사 아니어도 욕먹을 검사는 욕 먹든대요?
진검 : (약 오른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거야?!
혜리 : (정말 황당한 듯) 근데요, 선배님이 저한테 검사해라 하지마라 그럴 권리는 정말 법적으로 없는 거 아니세요?
진검 : (말문 막히는, 씩씩대고 혜리 보는)
혜리 : (가볍게 목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돌아서는, 발걸음 가볍게 가고)
S#75. 윤검 사무실 (다른 날)
힐끔힐끔 혜리 책상 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계장, 진실무. 윤검, 자기 일하면서 귀 열어놓고 혜리 주시하고 있다.
경찰 조서 보면서 기록 내용 확인하는 질문 위주로 하고 있는 혜리.
혜리E : 문영호씨, pc방에서 본인 지갑 아닌 다른 사람 지갑 들고 나간 거 맞죠?
피의자E : 네.
혜리 : 돈을 빼낸 것도 맞구요? (말은 사근사근하다)
피의자 : 네.
혜리 : 빈 지갑은 화장실에 버렸네요?
피의자 : 네...
혜리 : 지갑에서 꺼낸 돈이... 6만 3천원이구요,
피의자 : 저기, (하는데)
혜리 : (손으로 막으며) 잠깐만요, (몇 가지씩 한꺼번에 확인하는) 그 6만 3천원으로
부인하고 삼겹살 2인분 먹고, 병원비 쓰고 쌀사고, 다 맞죠?
피의자 : (사정 얘기하려는) 그러긴 했는데요, 검사님...
혜리 : (손으로 막고) 복도 CCTV에 지갑 들고 화장실 들어가는 거 찍혀서 잡혔구요, 그렇죠?
피의자 : (다급한) 그게요 검사님...
혜리 : 기다리세요. (긴 손톱으로 자판 톡톡 치면서 느리게 작성하며, 당연 하다는) 누범 기간 중에 같은 범죄 또 저지르면
가중처벌 됩니다.
윤검 : (황당한 듯 혜리 보는)
S#76. 검찰청 로비
세련된 신발과 콤비 자켓, 고급스런 서류가방 들고 걸어오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엘리베이터 향해 걸어가는 남자, 인우다.
S#77. 윤검방
약간 심각한 분위기로 얘기하고 있는 혜리와 윤검. 이계장과 실무관, 싸한 분위기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혜리 : 그렇다고 절도를 봐줄 순 없잖아요.
윤검 : 절도를 봐주자는 게 아니라, 벌금형으로 해줄 순 있잖아요. 무조건적인 처벌만이 능사가 아냐, 이렇게 구공판으로 가면,
가중처벌로 실형 살아야 하 잖아요.
혜리 : 전 원칙대로 한 건데요. 절도로 복역하고 출소해서 3년 되기 전에 또 절도 저질렀어요.
윤검 : 그 사람 사정도 생각해 줘야지. 팔 다치고 석달 동안 일을 못해서 임신 중 인 아내가 병원도 못가고 이틀을 굶었다잖아요.
혜리 : (이해 안 되는) 제가 왜 그 사람 속사정까지 생각해야 돼요?
윤검 : (멈칫하는)
혜리 : (정말 본심인) 저는 검사지 사회사업가가 아닌데요? 아니 어떻게 한달에 몇 백명씩 되는 피의자 사정을 일일이 다 봐줘요?
윤검 : (더 이상은 말할 필요 없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만 합시다.
혜리 : (갑자기 중단되자 멈칫하는데)
윤검 : (아무 일 없다는 듯 기록 읽는)
혜리 : (뿌해서 화장품 파우치 들고 일어서는)
S#78. 화장실
기분 나쁜 얼굴로 거울보고 서있는 혜리.
혜리 : 진짜 이해 안 되는 사람이야. (파우더 열어 톡톡 화장 고치는)
S#79. 윤검방
들어오던 혜리, 윤검 책상 앞쪽에서 막 윤검과 악수하는 인우 본다.
책상으로 가며 무심히 보다가 인우 알아보고 기겁해서 놀라는 혜리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