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이미 코끼리·낙타·원숭이 등 외국의 이국적인 동물들이 수입돼 있었다. 애완용으로 수입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외 관계를 통해 선물로 받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기후와 풍토가 달라 키우는데 무진 애를 먹었기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태종 13년(1411) 11월 5일, 코끼리 한마리를 두고 조정에서는 회의가 열렸다.
"코끼리는 전하께서 아끼시는 동물도 아니요, 또한 나라에 이익도 없습니다. 이미 두 사람을 다치게 하였는데, 만약 법으로 논한다면 사람을 죽인 죄는 죽이는 것으로 마땅합니다. 또 일년에 먹이는 콩이 거의 수백 석에 이릅니다. 청컨대 죽일 수 없다면 전라도의 외딴 섬에 두소서."
문제의 코끼리는 태종 11년에 일본 국왕이 사신을 통해 조선에 진상품으로 바쳐졌다. 왕은 사복시(司僕寺)에 명해 잘 기르도록 했다. 그런데 전 공조판서 이우가 그만 코끼리에 밟혀 죽는 사건이발생한 것이다.
이우는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동물인 코끼리를 보러 왔다가 장난기가 발동해 코끼리에게 침을 뱉었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코끼리는 전라도 순천의 장도(獐島)라는 외딴 섬으로 귀양 아닌 귀양을 가게 됐다.
귀양 간 코끼리는 이후에도 계속 골칫거리로 남았다. 전라도 관찰사가 왕에게 보고를 올렸다.
태종은 코끼리를 불쌍히 여겨 전라도 육지로 옮겨 기르도록 사면령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라도로부터 "코끼리가 곡물을 너무 많이 먹어 도내 백성들이 괴로움을 겪으니, 충청도·경상도에서도 돌아가면서 기르도록 해달라"는 상소가 올라왔다. 다시 코끼리는 충청도 공주로 옮겨졌다. 하지만 문제의 이 코끼리는 세종 때 또 한 차례 대소동을 일으켰다. 사육을 맡은 노비를 발로 짓밟아 숨지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충청도 관찰사의 상소를 보자.
"코끼리는 나라에 유익한 것이 없습니다. 먹이는 다른 짐승보다 열 갑절이나 많이 듭니다. 하루에 쌀 2말, 콩 1말 씩이온즉, 1년에 소비되는 쌀이 48섬이며, 콩이 24섬입니다. 또한 화를 내면 사람을 해치니, 오히려 해가 됩니다. 청컨대 바다 섬 가운데 있는 목장에서 기르소서."
결국 세종은 물과 풀이 좋은 섬을 골라서 코끼리를 보내고, 병들어 죽지 말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것이 조선에 처음 들어온 코끼리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다. 왜 조선은 사람을 2명이나 죽이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코끼리를 죽이지 못하고 쩔쩔매야 했을까?
코끼리가 희귀한 이국적 동물이래서가 아니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외국에서 조공으로 바쳐 온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교 관계에서는 상대국이 보내온 희귀한 동물이나 값비싼 물건들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양국 간에 커다란 외교 문제를 낳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고려 때는 낙타 때문에 전쟁이 날뻔한 적이 있었다. 고려 태조 때 거란에서 사신을 보내 낙타 50필을 바쳤다.
그런데 태조는 "거란은 발해와의 맹세를 저버리고 하루 아침에 멸망시킨 무례한 나라 이므로 교류할수 없다."고 하여 사신은 섬으로 유배보내고 낙타는 개경의 만부교 밑에 붙들어 매어 굶어죽게 하였다. 거란은 이 사건을 빌미로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해 들어왔다.
이같은 역사를 알고 있는 조선은 애물단지에 불과한 코끼리를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원숭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연산군 8년 일본 사신이 진상해온 원숭이와 말을 놓고 회의가 벌어졌다.
"일본에서 진상한 원숭이는 쓸 곳이 없으니 물리치는 것이 마땅합니다. 다만 먼 나라 사람이 진상하는 것을 받지 않고 거절한다면, 대국으로서 먼 나라 사람을 대우하는 도리에 어긋남이 있을 것입니다. 임시 형편에 따라 받고 다시는 진상하지 말라고 타일러 가르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코끼리와 원숭이 말고도 낙타, 앵무새 등이 조선에 선물로 진상되었다. 그때마다 조정에서는 사육하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외교관계를 고려해 마지못해 키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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