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군산이젠 ‘군산 홍어’ 시대
정치권에서 홍어는 호남 권력의 상징이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홍어 사랑이 남달랐다.
1988년 평화민주당 시절 총재였던 그는 주요 행사가 있을 때면 홍어를 당사로 공수했고, 나중에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 등이 그 전통을 이어받았다. ‘당 상징 음식’이었던 셈이다. 2005년 2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한화갑 민주당 대표 취임을 축하하는 뜻으로 홍어 두 마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홍어 중 으뜸은 단연 전남 신안의 흑산도 홍어였다.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최상품으로 쳤다. 그 홍어가 목포는 물론 영산포를
통해 나주로, 또 광주로 들어가면서 호남 지역 대표 음식이 됐다. 본래 흑산도 사람들은 홍어를 날것으로 먹었는데 육지로
가면서 삭아, 삭힌 홍어가 육지 사람들에게 대중화됐다. 홍어는 그 맛을 코, 애, 날개, 꼬리 순으로 매길 만큼 버릴 것도 없다.
TV 드라마 ‘대장금’엔 장금이가 생선회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한 상궁이 이름도 안 알려주고 먹어보라고 건넨
것이었다. 마지못해 회를 오물오물하던 장금이가 이렇게 말한다. “자꾸 씹으니 맛이 납니다. 육질도 차지고 처음엔
코끝이 찡하고 다음엔 입안이 상쾌하고 그 뒤끝의 맛은 청량합니다.” 그 생선이 홍어였다. 이게 홍어 맛 아닐까 싶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홍어를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흑산 홍어는 값이 비싸다. 최근에도 흑산도에선 8kg급 암컷 홍어가 42만원 선에서 위판되고 있다고 한다.
한때 국산 홍어가 품귀 현상을 빚자 칠레산 홍어가 몰려든 적이 있다. 2005년 3227t가량 수입됐다. 이후 칠레 정부가
남획을 우려해 수출을 규제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수입 물량이 크게 준 것은 아니다. 지난해 홍어 수입량이
4614t이었는데, 그중 아르헨티나산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칠레산은 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홍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고 한다. 2017년 4t 정도였는데 지난해 1417t으로 급증했다.
전국 어획량의 45% 수준으로, 흑산도가 있는 신안보다 3배가량 많다고 한다. 2020년 신안 어획량을 앞서더니 격차를
더 벌렸다.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난류성 어종인 홍어 서식지가 군산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특화 상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군산 홍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흑산도가 ‘홍어 1번지’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르겠다.
< 펌 글 >
군산수협에 위판된 홍어. 2019년 이후 어청도 해역에서 홍어가 많이 잡혀
미식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자료 제공/군산시청 )
군산 홍어 위판량은 지난 2017년 4t에 불과했으나 2018년 36t, 2019년 224t, 2020년 637t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710t의 위판고(약 40억원)를 올렸다.
홍어잡이에 나선 군산 선적은 10척이다. 1척당 연평균 200t의 어획량을 올리고 있다.
군산 어청도 해역에서 홍어가 많이 잡히자 흑산도 선적들도 어청도로 올라와 조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 홍어는 흑산도 홍어에 비해 가격도 싸 미식가들에게 인기다. 대(大)자 기준 신안(흑산도) 홍어는
38~42만 원에 위판되고 있지만, 군산 홍어는 12만원~15만원으로 절반 이하 가격이다.
군산 홍어는 과밀 낚시(일명 걸 낚시)로 잡는 흑산도 홍어와 달리 미끼를 활용하기 때문에 활어 상태에서 포획이
가능하고 상처가 없어 신선도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홍어를 확인하고 맛을 볼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