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李 相鎭
하루 종일 겨울비가 내린 날
우울증에 걸린 환자처럼
가을의 끝자락이라도 잡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창가에 섰다.
오늘이 아니면 이 가을을
영원히 붙들 수 없을 것 같은 절박감이
흰 상복을 입은 상주喪主의 체념처럼
작은 창가에 물풀처럼 돋아나기 시작했다
가을이 가고 있어
아니, 겨울이 오고 있는지도 몰라
피안의 빗새雨鳥처럼 창가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누구에겐가 이 절박함을 알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 엄연한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마치, 이 사실을 알리면
천기누설의 죄인이 될 것처럼
누군가 수화기 속에서 말했다
겨울비는 음흉한 놈이야, 속지 말라구
봄비는 마음을 포근히 헤아려주지만
겨울비는 절박감만 안겨주는 놈이라구
겨울엔 비雨보다는 눈雪이 평안함을 가져다주지
저녁까지 그치지 않는 겨울비를 바라보며
우울증의 뿌리가 거대한 나목裸木으로 자라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2006.11.28
첫댓글 겨울비 내리는 늦은 저녁....겨울비의 깊은 우울이 출렁이는 시에 머무르며 위로 받습니다..!
그날 저녁, 가을이 떠났다는 걸 처음 느꼈지요... 우울증을 더해 드려서 마음이 어두웠었는데...
빗새 시인님과 같은 마음으로 시심을 읽어갑니다 시인님은 글이라도 표현하시니 우울증의 깊이가 점점 약해지시지만 울 글한자 적기 위해 온정을 다하는 사람으로 부럽고 좋은글 공감하고 갑니다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시인들의 한계를 가끔 느끼곤 합니다. 우울증을 시로서 정화시키고자 했는데 그 우울증의 깊이가 더욱 단단한 것을 확인했을 때... 겨울은 오고 말았습니다.
시간시간 불안과 초초 그 속에 얻어짐은 새로운 마음의 잉태가 아닐까요 ? 하늘을 날아 비상의 날개를 달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져보면서 흐르는 냇물은 흘러 흘러 바다를 향하듯 가는 계절의 우울함 뒤에 다시 태어날 자신의 모습으로 용기를 가져 봅니다 오랜만에 주신 글에 잠시 머물러 뿌리의 든든함을 인식하면서 ~
불안과 초조... 이번에 내린 겨울비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지요. 남들 들으면 우스워하겠지만 이젠 정말 계절의 바뀜에 가슴이 시리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빗새": 비와 함께 창공을 나는 새. 비를 보숭보숭 안으며 나는 새. 레오님! 더큰 부자 되시길...
첫댓글 겨울비 내리는 늦은 저녁....겨울비의 깊은 우울이 출렁이는 시에 머무르며 위로 받습니다..!
그날 저녁, 가을이 떠났다는 걸 처음 느꼈지요... 우울증을 더해 드려서 마음이 어두웠었는데...
빗새 시인님과 같은 마음으로 시심을 읽어갑니다 시인님은 글이라도 표현하시니 우울증의 깊이가 점점 약해지시지만 울 글한자 적기 위해 온정을 다하는 사람으로 부럽고 좋은글 공감하고 갑니다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시인들의 한계를 가끔 느끼곤 합니다. 우울증을 시로서 정화시키고자 했는데 그 우울증의 깊이가 더욱 단단한 것을 확인했을 때... 겨울은 오고 말았습니다.
시간시간 불안과 초초 그 속에 얻어짐은 새로운 마음의 잉태가 아닐까요 ? 하늘을 날아 비상의 날개를 달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져보면서 흐르는 냇물은 흘러 흘러 바다를 향하듯 가는 계절의 우울함 뒤에 다시 태어날 자신의 모습으로 용기를 가져 봅니다 오랜만에 주신 글에 잠시 머물러 뿌리의 든든함을 인식하면서 ~
불안과 초조... 이번에 내린 겨울비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지요. 남들 들으면 우스워하겠지만 이젠 정말 계절의 바뀜에 가슴이 시리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빗새": 비와 함께 창공을 나는 새. 비를 보숭보숭 안으며 나는 새. 레오님! 더큰 부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