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차태현 '사랑결실' 역시 네티즌! 드라마 작가들의 엔딩 강박증 해법은? (스포츠서울)<강추!!>

[세일러문]

드라마 작가들이 엔딩 강박증에 빠져 있다. 충격적인 반전을 꾀하면서 네티즌들의 입맛도 맞춰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날들’ ‘인어아가씨’ ‘발리에서 생긴 일’이 그랬고, ‘쿨하게 시작해놓고 꾸~울하게 끝난’ SBS ‘파리의 연인’도 그랬다.‘파리의 연인’의 두 작가는 작가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네티즌들의 요구를 수용하다 보니 결말이 엉성해질 수 밖에 없었다. 누구는 ‘파리(Paris)의 연인’이 모든 것이 날아가버린 ‘파리(Fly)의 연인’이 되고 말았다고 표현했다.

기주(박신양)를 파멸시키는 악역을 한창 맡고 있던 수혁(이동건)과 최 이사가 악역을 포기하는 과정이 설득력이 없는 것도 네티즌의 위협에 굴복한 결과다. 자동차회사 대표이사가 파리에 가서 갑자기 자동차 수선공이 된 것은 아무래도 기주가 모든 것을 잃은 후를 가정해서 찍은 뒤 스토리를 수정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세 커플을 등장시키며 팬터지와 리얼리티를 오가는 모호한 결말을 내리자 네티즌의 79％가 ‘허무하다’고 답변했다.

MBC ‘황태자의 첫사랑’도 지나치게 반전을 의식하다 보니 결말이 공감하기 힘들어졌다. 드라마 내내 유빈(성유리)은 승현(김남진)이라는 인물을 사랑하고 결혼하기로 해놓고서는 마지막에 건희(차태현)에게 가는 분위기다. 작가에게 확인은 못했지만 ‘건희가 상처받아서는 안된다’는 차태현의 극성팬들이 쓴 항의성 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는 세 인물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

거만한 인생을 살아온 재벌 2세 건희는 양보를 택하면서 새로운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고, 어려운 환경에서 매사에 노력해온 승현에게는 어떠한 형태든 보상을 해주는 게 순리다. 그토록 원하던 남자가 자기에게 확실히 넘어오니 이제 와서 딴 남자에게 가게 되는 유빈의 꼴은 또 뭔가? 네티즌들이 난리친다고 몰아치기를 너무 심하게 한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우리의 네티즌은 스토리 진행에 대해 감 놔라 대 추놔라 할 것이다. 여기에 일일이 맞추다 보면 수십개의 결말을 찍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작가와 연출가의 것인가, 아니면 수용자의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연출가와 작가의 작품이므로 시청자의 요청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드라마가 어차피 시청자를 위해 만드는 것이라면 그렇지만도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와 수용자의 관계는 ‘공동작가주의(co-authorship)’라고 부를 수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전작제를 못하는 제작환경과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 참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수용자의 공동작가주의 원칙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수용자는 자신의 경험과 생활 속에서 작가가 부여한 텍스트의 의미를 재구성함으로써 자신만의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비록 허구일지라도 환상 속 인물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받으며 자신의 감성을 키우고 위안받는 순기능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기자의 경험을 불완전하나마 해법으로 제시할까 한다. 인터넷에 글을 쓰다보면 애교 있는 간청부터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다양한 댓글을 감수해야 한다. 처음엔 위협까지 느꼈지만 그런 ‘악플’일수록 알맹이가 부실하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좋은 지적과 건전한 비판도 숨어 있다. 이런 숨은 보석을 찾아내 글쓰기의 오류와 미진을 보완한다. 마찬가지로 어차피 대세가 된 공동작가주의 시대의 제작진도 이런 방식을 활용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서병기 전문기자

2004/08/19 11:39 입력 : 2004/08/19 12:23 수정

[세일러문]

너무너무 맘에 드는 기사입니다.. 이 기자.. 드라마를 제대로 본 모양이군요..

[이쁜바니]

정말 정말 맘에 드는 기사네요....작가는 이 기사를 보고 반성하길......

[공부벌레]

서병기전문기자님..정말 전문기자답군요..어쩜 딱 맞게 쓰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