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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일요일 흐림
- 목표는 경기도 이천시까지...
오후 12시.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서 대구에서 택배로 보낸자전거를 찾고
쿨맥스 티와 자전거 바지로 갈아입고 1시쯤에 거리에 나왔습니다.
이제 시작인지라 저도 모르게 환호하면서 페달을 밟았습니다.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알수 없어(물론 지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더군다나 생판 모르는 서울지리인지라) 남대문 시장에서 나침반을 구입했습니다.
오후 1시 52분. 서울 고속버스터널을 지나 김밥짐에서 4000원짜리 된장찌개를 시켜먹었습니다.
식당 할아버지께서 행선지가 어디냐고 물으시더군요.
대구라고 하니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셨습니다.
40년전에 대구 역에서 퍽치기(맞는 표현인지 모르겠군요)를 당해서 그 이후로 다시는 대구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면서 잘 다녀오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덧붙여 주셨어요.
내 생애 첫 나 홀로 여행이니 떠나는 두려움, 기대, 바람을 맞는 열정은 저를 설레게하였습니다.
서울 지리를 모르기에 무작정 고속도로로 진입하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시작이었습니다.
오후 3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지나 얼마 안가 500원을 주웠습니다.
4시 10분쯤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 도착하여 실론티 700원짜리로 바꿔먹었습니다.
광주시를 거쳐,
389번 지방도로로 진입하여 곤지암을 거쳐 이천으로 가는 길 3번 도로로 내 달렸습니다.
곤지암 전에 초코파이 1통, 연양갱 3ㅐ개, 손전등, 건전지 2개, 담배를 사니 합의 8700원을 썼네요.
오후 7시 50분 광주시에서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으로 진입하였습니다.
여기서는 손전등을 사용했는제 유효했어요. 야간 주행은 도로면이 어둡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묵을 곳을 찾다가 이천시 노인복지회관이 보여 거기로 갔으나
아무도 없어서 이천 시내로 갔습니다. 이때가 9시 20분쯤이었네요. 교회에 3군데 들렀지만 아니
받아주셔서 오후 10시쯤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11시 쯔음에 대구로 직행할까하다가 강원도 태백시 철암으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7월 11일 비(호우 경보....)
- 목표는 이천시에서 제천을 거쳐 강원도 영월시까지...
오전 7시 기상.
일단은 내가 온전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로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어제 태백으로 가려던
마음을 다시 굳게 먹었습니다. 비는 훌쩍 내리고 방송에서는 호우 경보라고 알리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비가 온다는 사실이 저로하여금 의욕을 부채질하는 것 같았습니다.
군용 우비를 입고 등산 가방을 김장비닐로 감쌌습니다. 비올 땐 김장비닐이 최고지요.
그리고 출발했습니다.
오전 8시.
이천 고속버스터미널 옆 김밥천국에서 3000원짜리 된장찌개를 시켜먹고
점심용으로 김밥 3인분을 주문하였습니다.
컨디션의 이상은 없었는데 엉덩이가 아파오더군요.
8시 30분.
식당을 나와 빗 속을 달렸습니다.
비와 함께 바람이 섞여 제 얼굴을 수직으로 때리더군요.
비를 맞는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
절로 노래가 나오고 환호성이 나왔습니다.
9시 55분.
선읍 휴게소에서 휴식. 비옷을 벗으니 온 몸이 젖어있었습니다. 비 때문에 속력을
내기 어려웠지만 더욱 가고 싶다는 열망이 올라왔습니다.
표지판에 서울까지 93km, 이천까지 23km라고 나와있었습니다.
수원 및 용인근처까지 갔다가 광주까지 돌아왔기 때문에 7월 10일은 110km이상 주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추위가 올라와서 1천원짜리 소주 1병(200ml)을 샀습니다. 그 때 마시는 소주 맛이란...키야~~
10시 45분.
경기도 이천시를 벗어나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접어들었습니다.
11시.
영월 92km, 제천 56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우와, 저거 언제 다 갈수 있으려나...'
현재 어림짐작하여 시속 10km정도 되는 것 같아 대략 밤 9시에서 10시쯤
영월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시 20분에 충주시 양성면에 입성하여, 11시 40분에 영월 84km, 제천 48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11시 56분 다리 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3시간 반을 비맞으면서 여행이 자신과의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홀로 가는 길에 이 세상에 믿을 것은 나를 조율하는 나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틀 페달을 밟으며 깨달은 선물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때 유의선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김밥 2줄과 소주, 연양갱을 먹었지요. 추워서 가방을 왼쪽에 쌓고 앉아 있는데
나 스스로가 처량하면서도 당당해 보였고, 음식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 맛은 정말 빗 속을 달리면서 배고픔에 주렸다가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무엇이었습니다.
오후 2시 25분에 제천시 백운면에 입성하였습니다.
오후 3시 25분 박달령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따뜻한 커피와 초코파이, 소주를 마셨습니다.
비오는 날의 커피와 초코파이, 소주가 이리 맛깔스러운지 몰랐습니다.
오후 7시 6분 방절 터널에서 잠시 휴식.
영월까지 3km가 남았는데 들판에 솟아오른 옥수수를 보니 영락없이 강원도에 입성하였음을
실감하였습니다. 10여분 정도 지나니까 길가엔 벌써부터 코스모스가 피었더군요. ^ㅡ^
오후 7시 30분. 드디어 영월 시내 입성!
8시 쯤 간식거리를 구할겸 묵을 곳을 좀 물어보려고 수퍼에 갔습니다.
초코파이가 지겨워서 딴 걸루 좀 먹을까 싶었는데
수퍼를 5분 정도 배회하고 골라서 계산했던 것이
오예스 한 통과 초콜렛 한개 였습니다. ^^;;;
게다가 초콜렛은 당장 입에 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요.
지도상 시내라고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읍이라고 지역주민이 말씀하시더라구요.
찜질방을 찾아서 1시간 정도 비오는 밤거리를 다시 헤멨는데 영월 근처 장릉이라는 곳으로
다시 찾아갔는데 알고보니 지나왔던 길이라서 심히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
8시 30분 드디어 찜질방에 입성...(7000원) 밖에서 남은 김밥 한 줄을 맛나게 먹고
뜨끈한 물에 몸담글 생각하니 활기가 용솟음 쳤습니다.
이날 하루만 12시간 동안 비와 바람을 맞으면서 120여킬로 주행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기대와는 반대로 아주 간단한(?) 목욕시설이 배치되어 있을 뿐
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고작 샤워기 두대만 보였을뿐... ^^;
그래도 뜨신 물을 맞을 수 있는게 어딥니까? ㅋㅋ
몸을 말리는데 엉덩이가 욱신거려서 거울을 비추니 시퍼런 멍이 두 군데 들었더군요 ㅋㅋ
그것도 처음 만난 한 학생으로부터 엉덩이를 봐달라고 해서 알았습니다.
이날 11시 30분 쯤에 취침을 하고... 이 때 무릎이 쑤셔오는 걸 약간 감지했지만...
7월 12일 화요일.. 흐림.
7시 30분 기상.
오른쪽 무릎이 살살 쑤셔왔습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지만 말로만 듣던 험하고 재 많은
강원도 산골을 달리는데 걱정이 고개를 들더군요. 그렇다고 아픔이라는 느낌보다 살살
결리다는 느낌이었기에 별다른 걱정없이 출발했습니다.
8시 30분 쯤에 찜질방을 나서는데
하늘이 아주 맑더군요. 강원도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기대감으로 몹시 설레이었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산능선에 잔뜩 내려 앉은 모습과 매미 우는 소리는 은륜의 눈부심에다가
힘찬 페달 밝기를 재촉하는 것 같았습니다. 찜질방의 흰 개 한 마리가 내가 가는 줄 알고
도로 앞 까지 마중을 나오네요. ^^
9시. 영월시 영월역 앞 행운 식당이라는 곳에서 4000원짜리 오징어 덮밥을 먹고
9시 20분. 터질것 같은 배를 부여잡고 출발... 항상 밖에 나가면 밥 든든하게 먹으라는
아버지 말씀이 생각납니다. 당신 어렸을 때의 소원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그 대답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 밥 마니 묵는거..."
맞습니다. 집 떠나면 밥 마이 묵어야 됩니다...
10시 14분경.
보기 좋던 강원도 도로에 들어서니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고
내리막길로 보이는 곳에서도 페달링이 어려웠습니다.
'강원도 도로는 원래 이런가'하면서 이전의 도로같았으면 고속 기어를 넣고
살살 달려도 쭉쭉 나갈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는 저속 기어를 넣어도
찔끔찔끔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힘에 부치면서...
오른쪽 무릎에 이상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0시 50분. 태백시까지 51km남았다는 간판이 보입니다. 영월에서 태백시까지 80~90km정도 됩니다.
11시 10분 석항이라는 곳에 도착하여 수퍼에 들렀습니다. 음료가 땡겨서 비타민 c가 다량함유된
컨피던스를 마셨습니다. 석항에서 태백시로 가려면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심히 고민되더군요.
한 쪽은 사북 방향이고 다른 한 쪽은 상동 방향이었습니다.
오는 길에 한 젊은이에게 물었는데 사북은 큰 재가 하나 있고
상동은 2,3개의 재가 있다고 합니다. 사북을 추천하더라구요.
그래도 의아해서 마침 옆에서 콜라를 드시고 계신 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사북에는 카지노 때문에 차량이 많고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덤프 트럭이 많이 지나간다고 합니다.
상동은 그와 반대로 적적해서 자전거로 가긴 좋지만 볼거리가 사북보다는 적다고 하시더군요.
석항-사북-태백은 54km였고, 석항-상동-태백은 51km였습니다.
어르신이 상동으로 추천하시길래, 상동으로 가서 길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돌아올테니
그 때 막걸리 한 잔 사달라했더니 껄껄 웃으시더군요. ㅋㅋㅋㅋ
11시 20분. 상동으로 가는 길. 벌써부터 오르막이더군요. ㅡ.ㅡ....
힘을 아낄려고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갔습니다. 전방 20여미터에 무언가 꿈틀거리는게 보여
가까이 가니 길 가에 새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이놈이 알을 까고 있는 행태를
보여 별일 아닌듯 싶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툭 건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손바닥에 가만히 올려 입김을 불어도 반응이 영 시원찮았는데 얼마 안가 숨을 거두더군요.
가슴 한 켠에서 울음이 복받쳐 올라와서는...
어찌할바를 몰라 계속 손에 들고 방황하다가 양지바른 곳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강원도...척박한 땅인지라 돌도 많아 마땅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녀석을 데리고 계속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나무 밑에 심기로 했습니다. 돌로 땅을 팠지만 돌도 워낙
많은지라 녀석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녀석이 원하는 곳이 아니었기에...
그래도 주위에 깔만한 것들... 마른 풀이나 짚 같은 것을 주워서 흙 구덩이에다 깔고
녀석의 눈을 감기고 뉘여서 다시 짚으로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흙으로 덮으려니 다시 마음이
아니 가라앉히더군요. 그래서 주변에 꽃을 꺾어다가 흙을 묻고 그 위에다가 심었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라.'하며 기도 했습니다.
녀석을 묻기 전에 마지막으로 손바닥 위에 뉘었을 때 흥건한 것이 있었습니다.
녀석이 남긴 눈물 자욱이었습니다.
말 못 하는 새들에게도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그 때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12시... 올라오다가 감자를 한 아름 안은 아주머니 지나가시길래 그 모습 바라보다 수로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다치지 않았으나 놀랬습니다. 감자를 보니 감자 캐던 때가 생각이 나서요. ^^
12시 30분... 끝이 보이지 않던 오르막이 다다랐나봅니다. 수라리재 해발 550m 라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아싸, 이제는 내리막인가 보다.'
이 때의 경치는 그야 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혹자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마침 신희철 선생님의 농담이 생각나서 웃음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ㅋㅋㅋ
첩첩히 에워쌓인 산들의 어깨.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운해들...
몸을 깊숙히 숙이면서 속력을 내었다가 온 몸을 펼쳐서 바람을 맞기도 했습니다.
생애 최고의 라이딩중 하나였습니다. 10여분 동안 7,8km정도 왔네요. 길이 워낙
꼬불한지라 코너링 돌 때 속력을 미처 줄이지 않아서 밖으로 튕겨나갈만큼의 스릴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바깥 낭떠러지에 근접해서 달리는 코너링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결코 제가
목숨걸고 한 일이 아닌 우연임을 밝힙니다. ^^;
12시 50분. 석항에서 15km 정도 왔습니다. 1시간 20여분 만에 왔는데 1시간은 기어 오르고
20여분을 내리막길을 달린 주행 거리였습니다. ^^; 강원도 산길에 대한 애증이 쌓여갔습니다.
1시 25분 솔고개(해발360m)도착.
1시 50분 동강을 보며 점심을 먹었습니다. 물론 점심이라고 해봐야 오예스 3개랑 물이었습니다.
흘러가는 동강보며 밑에서 올라오는 쌉싸름한 꽃향기가 정말 그윽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꽃이름은 모르겠는데 해바라기 같은 녀석이 온 잎을 벌려 피는 걸 보니 꽃들에게도 자유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꽃들아 니 마음대로 피어라' 는 어떤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2시 40분. 계곡 물이 발을 담궜습니다. 아린 무릎을 흐르는 계곡 물에 담그니 참 시리었습니다.
여름인데도 강원도 산골의 물은 한겨울의 그것처럼 무척이나 차가웠어요. 5분 이상을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3시에 상동읍을 지나서..
3시 30분 솔고개부터 계속되는 오르막길... 무릎은 점점 아파오고... 이젠 페달링하기도 힘겨웠고
자전거에 몸을 싣는 것마저 힘들더군요. 그래도 평지가 보이면 어떻게든 타고 왼쪽 발을 이용해서
갔습니다. 이젠 왼쪽 대퇴부가 땡겨오더군요. ㅡ.ㅡ...
다시 시원한 계곡물 앞에서 잠시 앉아있었습니다. 바위에 부딪혀 흐르는 흰 물줄기가 보면서
'산은 저렇게 우는구나' 싶었습니다.
4시 드디어 태백시에 진입하였다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태백시까지는 18km미터 정도 남았습니다.
5시 17분 어평 주유소. 이제부터 내리막이었습니다. 여기서 20여분 동안 내리막을 달렸습니다.
4,5분 동안 4km정도 달렸습니다. 다다르니 상장 삼거리가 나왔는데 여기서 태백시 철암으로 가는
방향을 선택해야했습니다. 마침 버스 한 대가 철암 방향 표지판을 달고 가길래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여기서도 약 20여분 동안 내리막을 달렸습니다. 끝이 안보이길래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길을 물었는데
자기들도 그쪽 방향이라서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철암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아이들과 다시 헤어지고
안녕히 가시라는 말이 참 스잔에게 와닿았습니다.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고 하던데...
6시 50분 드디어 철암에 입성했습니다. 광산지역사회연구소에 있는 선배 댁에서 쉬고 뜨끈한 밥
먹을 생각하니 이것참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겠군요.
그러나 그에 앞서서 먼저 찾아뵈어야할 분이 있었습니다.
작년 철암에도 도배 봉사를 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찾아갔습니다.
할아버지 존함은 박 홍 립 입니다. 할머니는 자기 이름이 없다하십니다.
철암에만 40년을 살아오셨습니다. 자녀는 서울에 있고 철암에서 두 분이서 생활하십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작년에 제 이름을 한자로 적어두셨거든요.
"할아버지, 할머니. 저 진원이 왔어요. 작년에 도배하러 왔던.. 잘 지내셨어요?"
"으응. 진원이? 안즈 밥 안 묵었지? 여그 와서 밥 묵어."
마침 저녁을 드시고 계신지라 함께
된장찌개, 오이무침, 호박무침, 흰 쌀밥을 너무 맛있게 후딱 해치웠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꺼내신 노트에 작년에 도배활동했던 양은희, 이진주, 이천희, 김진원 그리고
김동찬 선생님... 나란히 한글과 한자로 쓰여져 있었습니다.
자전거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말씀에 아주 놀라시더군요. 할아버지 어깨도 좀 주므리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여전히 병원에 다니고 계셨습니다. 작년에 암 수술을 받고
나서 지속적으로 병원에 나가셨습니다. 완치는 한 것 같았으나 무기력감 때문에 힘들다고 하십니다.
7시 40분. 잠시 밖으로 나왔는데 세워두었던 자전거 뒷바퀴가 펑크가 났습니다. 아무런 장비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제가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펑크가 났으니...
이 때 다리상태로는 이제 주행은 불가능할 것 같아 기차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내일 아침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하고 저는 철암 광산지역사회연구소로
걸어갔습니다. 달빛도, 별도, 잔잔하고 고즈넉한 밤이었습니다.
3일 동안 300km를 넘게 달렸습니다. 12시간 비와 바람을 맞으며
무릎의 고통을 감수해가며 서울에서 태백시 철암까지 왔습니다. 대구까지 가려던 목적은
비록 이루지 못했지만
달리는 동안 내내
자신을 믿었고
대견스러웠고
행복했고
자유로웠고
기뻤으며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첫댓글 한달 정도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진원이의 글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고개를 넘어가르냐 참 힘들 것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와의 만남, 멋진 자연들을 보며 멋지게 자전거를 탔을 진원이를 그려봅니다. (자전거 빵꾸 먼저 때워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진원이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었지요.. 그 특유의 말 이어가는 소리.. ^^
멋지다 진원아. 나도 자전거 일주에 도전해 보고 싶어지네... 대전을 지나간다면 언제든지 연락주렴, 진원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자극받고 지지하고 싶다. 진원이 특유의 말투로 멋진 자전거 여행 얘기도 들어보고 싶고... 건강하고, 늘 승리하는 진원이 되길~*^^*
저의 이야기를 박미애 공주께서 풋풋이 들어주셨지요. 그런데 빵꾸 때우는 장비 정말 가져가야 됩니다. 철암에 와서 펑크 나서 다행이지, 무모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네요. ^^
진원오빠~ 이제 다리 괜찮아요? 며칠전 철암갔을 때 오빠 왔다갔다는 말 들었어요. 역시 오빠다.. 라는 생각과 함께 몸은 괜찮을지 걱정했어요. 이렇게 오빠 언어로 직접 읽으니까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
후후후`~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 것인지용~ ㅋ 부러워서 그런지 아님 마치 내가 여행을 다녀온듯 해서 그런지 ㅋㅋ 재미있다~^^
역시 진원오빠. 지난번 모임때 대구까지 자전거 타고 가겠다는 것을 모두들 걱정하며 말렸는데. 아무튼 멋져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