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나 칼럼 Ⅱ
소크라테스의 정신질환 증상?(하)
글 조성내 (법사, 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다음은 <잔치>라는 책에서 읽은 것들이다.
괴이한 행동
소크라테스는 길에서 아리스토데모스를 만난다. 둘이서 아카톤 집으로 걸어간다. 가는 도중에 소크라테스는 뒤처진다. 아리스토데모스는 걷다가 그가 오기를 기다린다. 소크라테스는 그에게“날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게” 했다. 그는 아카톤 집에 먼저 도착했다. 아카톤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면서 왜 소크라테스를 모시고 오지 않았나? 하고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오고 있는 중이라고 일러주었다. 아카돈은 머슴에게 “가서 소크라테스를 모셔오라”고 했다. 머슴이 갔다 왔다.
“소크라테스는 이웃집 문간으로 되돌아가셔서 거기 서 계신 채, 들어오시라고 해도 들은 채도 안 하십니다.”라고 머슴이 보고했다.
아카톤은 다시 머슴에게 가서 모셔오라고 했다. 이때 아리스토데모스가 말렸다.“관두게, 그냥 계시도록 하게. 그것이 그분의 버릇인걸. 이따금 아무 데서나 길을 비켜서 서 계시는 수가 있어. 내 생각으로는 이제 곧 오실 걸세.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그냥 계시게 하게.” 아리스
토데모스는 아카톤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반쯤 먹었을 때 소크라테스가 들어왔다.
(잔치 174)
소크라테스는 걷다가 ‘서 있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했는가 보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상동증(stereotype)이라고 한다. 혹은 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이처럼 길에서 듣고 서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세지속
한가지 자세를 오래도록 계속 유지하는 것은 뭔가 정신이상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후 우리들은 포테이다이아의 싸움에서 종군했었습니다. 거기서도 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우선 고생을 견뎌내는 힘으로는 나뿐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소크라테스를 따를 사람이 없었습니다.
겨울의 추위에 대한 참을성에서도 --- 그 고장의 추위는 대단합니다. --- 그 분은 놀라운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중에도 언젠가 매섭게 춥던 날, 모두들 밖엔 안 나가거나, 혹 나간다 해도 엄청나게 껴입고, 구두를 신고, 발은 담요와 털가죽으로 싸맸는데, 이런 때도 그분은 늘 입는 외투를 걸치고 나가서, 구두를 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맨발로 얼음 위를 걸어 다니셨던 것입니다.”
알키비아데슨 계속 했다.
“소크라테스가 다시 무엇을 하고 무엇을 견뎌냈는가? 그것은 들을 만한 것입니다.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한 그분은, 생각에 몰골하면서 아침 일찍부터 한 곳에 선 채로 계셨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해결되지 않아, 그것을 단념하지 않고 생각을 계속하면서 서 계셨습니다. 그렇게 하는 동안에 한낮이 되었습니다. 병사들도 눈칠 채고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이른 아침부터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선 채로 있다는 말이 퍼졌습니다. 결국 날이 저물어 저녁 식사도 끝낸 다음, 몇몇 이오니아 사람들이 이부자리를 들고, --- 마침 여름이었으니까, ---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원한 곳에서 잠도 잘 겸, 이분이 과연 밤새도록 서 있을 건가 어떤가, 지켜보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날이 밝아서 해가 뜰 때까지 그대로 서 계셨습니다. 그리고 태양에 기도를 드린 다음,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잔치 215>
기온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서, 매섭게 추운 날씨에 맨발로 얼음 위를 걸어다니는 일 등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아침부터, 그리고 밤새토록, 다음 아침까지, 한 자리에 서 있는 행위, 등등 이때 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는지? 하여튼 이것도 일종의 정신질환 증상인 것이다.
우원증(迂遠症, circumstantiality)
‘우원증’이란 불필요한 묘사를 거친 후에 말하고자 하는 목적에 도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령 ‘서울에 갔다 왔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친구 집에 어제 갔었어. 비빕밥을 먹었어. 맛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비가 오더란 말이야, 바람이 불었어,---”라고 불필요한 말을 한 다음에, “어제 서울에 갔다 왔어!” 하고 말을 꺼낸다. 말을 맨 둘러서 이야기하는 것을 우원증이라고 한다.
<잔치 222>;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처음엔 그것이 매우 우습게 들릴 것입니다. ---. 가령 그분이 언제나 입에 올리는 것은, 짐 싣는 당나귀나 대장장이나 화공(畫工)이나 제혁공장에 관한 것입니다. 늘 같은 말투로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경험 없고 우둔한 사람들은 다 그의 말씀을 비웃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열리는 것을 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첫째로는 오직 그 말씀 속에만 이지(理智)가 있다는 것을, 다음에는 그 말씀은 가장 신(神)적인 것이고, 그 안에 수많은 덕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또 그것은 훌륭하고 착하게 되려는 사람이 고찰해야 할 매우 많은 것을, 아니 오히려 전부를, 품고 있음을 볼 것입니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우원증이 있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너는 모르면서 안 척하니?”
하고 따질 수가 있었을까? 나로서도 이해가 안 간다 .하여튼 궁금하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선택:
“나에게 사형의 판결을 내린 여러분, 나는 주장하거니와. 나를 죽인 바로 다음에는, 제우스에 맹세코, 여러분은 내게 내린 사형보다 훨씬 더 무더운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여기서 보면, 제우스 신에게 보복해달라고 비는 게 아닌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쇠팔이가 말에게 자극을 주듯이, 자기는 아테네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있는 이런 귀중한 자기를 사형시킨 것은, 큰 잘못이기에, 제우스가 벌을 내려줄 것이라고 말을 한 것이다. 결코 제우스에게 보복해달라고 간절 기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의 동정심에 호소하지 않겠다면서 “선한 사람에게는 죽음도 해를 끼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나는 달리 변명하고서 살기 보다는, 이렇게 변명하고서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 법정에서나 싸움터에서나 무슨 짓을 해서든지 죽지 않으려고 꾀를 부리는 것은, 나건 누구건, 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죽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영혼이 여기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바꿔서 옮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선량한 사람에게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이제 죽어서 성가신 일을 면하는 것이, 나로서는 분명히 더욱 좋은 일입니다” 하고 말했다.
사형선고를 받은 후, 친우들이 도망가라고 해도, 소크라테스는 도망가는 것을 거절했다. 그는 독배를 마시고서 죽었다. 제임스 콜라이아코(James A. Colaiao, 뉴욕대학교수)는 “그는 자신의 죽음이 고통이나 패배가 아니라 승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살고자 하는데,’ 소크라테스는 살아보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살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도주했다면? 그 결과는 불행했었을 것이다. 그가 도주했다면? 아마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가 도주했다면? 그는 후세에 유명한 사람이 되어 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정신질환 증상들:
희극 <구름>에서 보다 시피, 소크라테스는, 46세 때, 이미 아테네에서 기이한 사람으로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신의 목소리를 들었었다. 이게 환청이다. 게다가, 자기가 가장 지혜 있는 사람이라는 신 아폴로의 말은 전해들은 후, 소크라테스는 실제로 자기가 가장 지혜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대망상이다. 자기가 가장 지혜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신의 목소리를 듣고서, 그는 지혜 있다는 사람들을 강박적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따졌다. 이런 행동이 또한 남들을 괴롭히는 행위였는데도, 소크라테스는, 이게 아테네를 위한 행동이라고 여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먹고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데는 소흘히 했었다.
기온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서, 추운 겨울에 맨발로 얼음 위를 걸어 다녔던 이상한 행동들 게다가 밤새도록 서 있는 괴상한 행동 등등은 정신병증상의 일종이다. 말을 할 때는, 상투적이고 불필요한 말을 먼저 한 후에, 나중에 하고자 하는 우원증이 있었다는 점. 이런 것들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내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정신질환,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증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의 훌륭한 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았고 원한을 샀지만, 또한 소크라테스는 좋은 친우들도 많았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후,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도망을 가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은 친구들도 있었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면하기 위해서, 도망을 쳤더라면? 소크라테스는 위선자가 되어, 유명한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를 유명하게 해준 것은 무엇일까? A.E. 테일러는 “우리가 아는 한 영혼(psyche)이란 개념을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이다. 이 개념은 그 후로 유럽인들의 사고를 계속 지배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임스 콜라이아코는 “그리스의 사람이 이처럼 학문이라는 외부세계로부터 영혼이라는 내면세계로 방향을 전환했으므로 소크라테스는 혁명에 성공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세속적인 물질에 집착하지 말고 영혼을 구원하라”고 했다. 그는 서양인들에게 내면의 삶, 양심, 영혼의 삶, 영혼을 바탕으로 한 삶을 살도록 해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서양 정신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그는 유명한 사람으로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