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가금류 생산 농가가 아닐까? 자식처럼 애지중지하게 기르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는 심정은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그 다음이 닭과 오리를 취급하는 음식점이다. 닭갈비집, 삼계탕집, 닭도리탕집 등. 손님이 끊겨 울상이다.
필자는 화서역 인근 먹자골목에 있는 정통 춘천닭갈비집을 방문하였다. 이 집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집이다. 그런데 저녁 5시 40분. 이곳에 들어서니 우리가 첫손님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손님이 들어온다. 그래도 4인용 식탁 19개 중 3개만이 손님이 앉았다. 좀 더 있으니 5개가 겨우 찬다.
화서역 먹자골목 닭갈비집 손님이 확 줄어들었다. 조류 인플루엔자 영향이다.
식탁 19개 중 기자 식탁 포함하여 3개만 손님이 앉았다.
이 곳에서 12년간 영업을 해온 주인(53세)을 만났다. 그는 AI 가 보도되기 시작한 1월 중순 이후 매출이 50%정도 줄었다고 실토한다. 평일 기준 120∼150명의 손님이 찾았는데 지금은 50∼70명 정도라는 것이다. 손님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 저녁 7시부터 9시까지인데 한가하다고 말한다.
일하는 사람은 아르바이트 학생 포함하여 모두 7명인데 AI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인원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가족처럼 끌어안고 가야 할 형편이라고 말한다. 아르바이트생을 자르면 그 학생 어디로 가겠느나고 묻는다.
가금류 농장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었고 철새도래지도 사람은 접근 금지다. 사진은 수원시푸른녹지사업소에서 일월저수지에 내다 건 현수막.
그가 더 크게 걱정하는 것이 있다. 바로 AI가 끝난 후다. 닭이 수 만마리 대량 살처분되어 공급이 중단될까 염려하는 것. 닭이 자라는 시기가 있는데 양계업에서는 40일로 잡는다. 일정 생육기간이 지나야 육계로 쓸 수 있는데 공급이 중단되는 그 40일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집은 순수 100% 한국산을 쓰고 있는데 지금 국내에서는 냉동수입산도 있다는 것. 지금 주4회 춘천에서 생닭을 공급받아 쓰고 있는데 이것이 중단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냉동닭이나 수입산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 잘못이 없는 매스컴을 탓한다. 보도가 되면 될수록 AI발생지역이 어디든 상관하지 않고 손님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AI 발생 사실을 보도하는 매스컴 잘못은 아니다. 언론에서는 AI 발생 사실을 국민을 위해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도 그는 한편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몇 년 전 우리 나라에서 맨 처음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는 하루 한 두 테이블만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 놓는다. 지금은 국민들 의식이 깨어 70˚C에서 5분이상 익혀 먹으면 인체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의 바람은 무엇일까? 빨리 매스컴 보도가 가라앉아 매출이 원상 회복하였으면 하는 것. 그러려면 AI 발생이 멈춰야 한다. 사실, 닭갈비집 주인 뿐 아니라 소비자도 피해자다. 시장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상보도를 보니 일부지역에서는 이동금지 명령이 내리고 AI 확산 방지를 위해 철새들에게 먹이주는 것도 금지되었다고 한다. 철새 탐조활동도 금지다. 그렇게 하면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철새의 반경이 더 넓어진다. 오히려 AI가 더 확산될 수도 있다. 겨울이면 연례행사가 되어 버린 AI 파동, 좀 더 과학적인 해결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