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오아시스 전설
최정암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56|146×210×18mm|336쪽
19,500원|ISBN 979-11-308-2143-6 03810 | 2024.5.3
■ 도서 소개
모래 폭풍 휘몰아치는 열사의 사막 너머
푸르게 빛나는 오아시스의 전설을 찾아서
최정암 작가의 장편소설 『오아시스 전설』이 <푸른사상 소설선 56>으로 출간되었다. 모래 폭풍이 거칠게 몰아치고 태양이 끝없이 이글대는 열사의 사막 너머, 푸르게 빛나는 오아시스의 전설을 찾아 죽음을 무릅쓰고 떠난 두 사람의 긴박한 여정이 이 책에 펼쳐진다.
■ 작가 소개
최정암
본명 최인호.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명예교수. 생화학과 우주중력생리학을 전공하고 강의했으며, 연세대 우주생명과학연구단 단장,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회장, 한국우주생명과학연구회 회장, 우주환경 활용 한일공동세미나 의장, 아시아 마이크로중력심포지엄 의장 등을 역임했다. 장편소설로 『별』 『소행성 내려오던 밤』, 교양서로 『우주에서 만난 지구인』 『2030 화성 오디세이』 등을 출간/기획한 바 있다.
■ 목차
전설의 시작
사막의 방랑자
무지갯빛 오아시스
오아시스 정착기
변화의 바람
폭풍 전야
사막의 별
▪작가 후기
■ '작가 후기' 중에서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하던 몇 해 전을 되돌아봅니다. 당시는 교직 은퇴를 준비하던 시기였고, 마침 코로나(COVID-19) 전염이 악화 일로로 치닫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득합니다만,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그리고 비대면 강의라는 과거엔 상상조차 한 적 없던 시대를 살아야 했습니다. 텅 빈 강의실들을 지켜볼 때면 과연 교직 생활을 후회 없이 해왔는지 회한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정을 떠난 뒤에도 그 회한은 저자 주변의 많은 인연 속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무거운 시간이 계속되자 저자 심중에는 어느덧 지난 일들을 회한으로만 묻어두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동력으로 활용해보라는 내부 음성이 울렸습니다. 그쯤 이르자 드디어 결심이 섰습니다. 그래, 다시 글을 쓰자! 우리의 일상에서 보편적 삶의 가치를 그려보자. 코로나 팬데믹에 상처받은 시민들, 끊임없는 전쟁과 어지러운 국제 정세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그것은 ‘선하고 의로운 삶’일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방향이 정리되자, 이 주제를 드러낼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찾는 일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아득한 과거 인간의 원초적 생활을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생명수를 찾아다니는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행복을 함께 누리느냐 또는 타인의 행복을 침탈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내재된 선하고 의로운 삶의 가치를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이 본래의 주제를 잘 담아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출판사 리뷰
모래 폭풍이 거칠게 몰아치고 끝없이 태양이 이글거리는 열사의 땅 사막,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외지인들은 접근하기조차 힘든 사막 한가운데, 오래전부터 마르지 않는 샘이 자리 잡은 그곳에 낙원이 있다는 것이다. 소설 『오아시스 전설』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낙원을 찾아 죽음을 불사하고 떠난 의형제의 긴박하고도 비장한 이야기로 막이 오른다.
천문, 지리, 의술 등 서적을 두루 섭렵하고 일신에 무술까지 지닌 청년 토요는 큰아버지로부터 오랫동안 사막을 가로질러 다니던 사람들이 완성한 낡은 양피지 지도를 받아,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자 고향을 떠난다. 토요가 광활한 사막을 정처 없이 헤매던 어느 날, 포악하기로 악명 높은 늑대족 군사들에게 쫓기던 사나이 두루를 구해주면서 그들은 운명적인 조우를 한다. 첫 만남에서 친밀함을 느낀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서로 의지하며 오아시스 전설을 찾는 여정에 나서게 된다. 지도 위에 그려진 푸른 점을 찾아, 사막 위로 쏟아지는 별들의 위치와 운행을 추적하며 길을 잡는다. 그들은 과연 전설로 전해지는 낙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인가.
주변 부족을 침략하며 세력을 키워가는 정복민족, 전통과 법을 통해 질서를 지키고 주민들을 통치하는 새로운 왕국, 사막의 별들을 따라 올바른 길을 찾아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정암 작가는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 한 방울 없는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도 행복을 함께 누리는가, 혹은 타인의 행복을 침탈하는가 하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나아가 삭막하고도 거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의로운 삶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 작품 속으로
두루는 토요가 읽은 서책들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했다. 토요는 동방은 물론 서방에서 건너온 여러 역사서들과 천문, 지리, 의술에 관련된 책들을 소개해주었다. 양피지에 그려진 지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그쯤에서 두루는 어떤 경외심을 느꼈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뒷짐을 지고 모닥불 주위로 오가던 그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토요를 향해 진중하게 말했다.
“자네는 내가 가지지 못한 놀라운 능력을 가졌네. 지식이 끝모르게 깊은 걸 보면 알 수 있어. 며칠 동안 우리는 생사고락을 함께해왔네. 조금 전에는 자네 입으로 말했었지? 나와 세상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실로 내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으니 자네와 새 미래를 열어보고 싶네. 이쯤에서 내 제안을 받아주겠나? 우리 의형제를 맺도록 하세.”
(40~41쪽)
“내가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만 한다. 그렇다면 둘이서 여긴 왜 왔나? 이곳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나?
“사막 사람들에게 이곳은 오아시스 전설로 소문나 있습니다. 제가 가진 지도에는 사막 한가운데 푸른 점 하나가 찍혀 있습니다. 그 점이 여기 오아시스일 거라 믿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밤하늘 별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시간에 따른 별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저희가 의형제를 맺고 이곳으로 여행해보자는 결론을 내린 뒤, 한 번도 실수 없이 지름길을 따라 이동해 왔습니다.” (65쪽)
“장사님 팔에 새겨진 태양 문신이 무얼 뜻하는지 아십니까?”
“무슨 뜻이라니요? 특별히 이 문신을 지칭하심은?”
노인은 날카로운 눈길로 문밖 사방을 빠르게 살피다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 오아시스에는 몇 사람만 그걸 압니다. 대부족장에게만 새겨준다는 그 문신 말이지요! 훗날 아시게 되겠지요. 신변을 잘 관리하십시오.”
이쯤 이르자 토요는 이 노인이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신선이 아닐까? 형이 단순히 작은 부족의 장자가 아니라 대부족을 이끌 호걸이란 뜻 아닌가. 두루도 말문이 막혔던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129쪽)
둔마와 대결을 시작하던 순간부터 두루 입에서 울려 나온 외침은 공주의 울음 섞인 외침과 함께 왕궁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외침은 서로에게 간절한 메아리가 되어 왕궁 옥상의 창고 안으로도 전해졌다. 놀랍게도 그 파동은 무엇엔가 닿아보려는 듯 창고 어둠 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 어디엔가 부딪히자 그 물체가 파르르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 공주의 검이었다. 그녀의 검이 일으킨 미세 진동은 맞은 편에 있던 태양 두루의 검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석갑에 꽂혀 있던 두 자루 검이 파동을 주고받으며 점점 더 크게 진동하자, 주변에 있던 갖가지 쇠붙이들도 껑충껑충 뛰며 함께 진동을 일으켰다. (298~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