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은 북한의 3대영웅 중 하나인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생일이다. 북한에서는 이날을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함께 3대 명절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북한에서는 김정숙을 '항일의 여성영웅', '항일의 여성혁명가', '백두의 여장군' 등으로 호칭하면서 북한 여성들이 따라 배워야 할 귀감으로 미화하고 있다. 또한 김정숙의 생일을 기념해 직장이나 단체별로 '충성의 노래모임(충성을 맹세하는 공연)'을 조직한다.
김정숙 생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겹친다. 2000년대 들어서 북한의 젊은층들은 김정숙 생일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풍조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앙당 간부나 부유층의 자제들이 많은 평양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대대적으로 축하하면서 노는 문화가 만연해있다.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예수 탄생일'이라는 종교적 관점보다 세계적 명절날로 이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평양에 위치한 김일성종합대학이나 의학대학, 경공업대학 등 중앙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이날 하루 강의가 끝난 후 대학 강당에서 김정숙 탄생일 기념 경축행사와 '충성의 노래모임'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추운 날씨에 벌벌 떨면서도 준비한 공연을 마치고 대학기숙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성탄절 이브를 즐긴다. 친구들끼리 모여앉아 미리 준비한 술과 음식을 펼쳐놓고 본격적인 놀이를 시작한다.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 영화와 동영상을 자주 접해봤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한국 유행가를 부른다. 1980년대 20부작으로 창작된 예술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에서 불리운 '징글벨'이나 '사랑의 미로' 같은 노래들이 불리운다.
1990년대까지만도 북한 주민들은 크리스마스가 무엇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다. 영화를 통해 크리스마스란 명절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외국출장자나 여행자들, 유학생들에서나 크리스마스가 예수탄생일이며 세계적으로 즐기는 큰 명절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래의 북한 앨리트층을 구성할 신세대 대학생들이 이처럼 성탄절 이브를 즐기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대학생들의 이런 크리스마스 명절놀이에 대해 엄격한 단속이나 처벌은 하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 뒤늦게 이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다 해도 젊은이들의 문화로 굳어져 가는 크리스마스 놀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평화그룹이 운영하는 평양 보통강호텔에는 이달 초부터 성탄트리가 세워져 외국 투자관계자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