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더 극성인 대상포진, 예방법은?
이요세 기자 (yose@kormedi.com)
대상포진은 여름철 ‘복병, 불청객’으로 꼽히기도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코메디닷컴
공포의 대상포진은 국내에서 연중 무휴로 발생하지만 뜨거운 여름철에 호발하는 양상을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데이터를 보면, 대상포진 진료인원은 2021년 기준 연간 72만 2257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환자 수는 7~8월이 가장 많다.
한여름인 7~8월에는 폭염과 고온다습한 무더위, 장맛비, 열대야, 무리한 바캉스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심신이 지치면서 다른 달에 비해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학계는 분석한다. 그래서 대상포진이 여름철 ‘복병, 불청객’으로 꼽히기도 한다.
고온다습한 날씨에서 대상포진의 주요 증상들을 초기에 발견하는 데도 애로가 적지 않다. 우선 미열이 나도 무더위로 인해 몸이 더워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또한 여름에는 땀이나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피부 발진이나 일광화상이 쉽게 생길 수 있어 ‘아니거니…’ 하면서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의과대학을 정년퇴임한 70대 초반의 A씨는 최근 옆구리 뒤쪽 부위의 작열감과 가려움이 있어 거울로 살펴봤다. 증세가 느껴진 부위에 깨알만 한 붉은색 수포(물집)가 길게 번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곳이 2~3일 전부터 간질간질하고 그 기간에 감기 증세가 약간 있었다. 바로 병원으로 가서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치료약을 처방받았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신경절에 잠복 감염돼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노화, 스트레스, 기력 소진 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이다. 남녀노소 대부분 해당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늦게 치료하면 피부 병변이 치유된 뒤에도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포진 후 신경통’이 오랜 기간 지속돼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눈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에는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켜 실명 위험성이 있다.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다음은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생활 속 ‘대상포진 주요 예방수칙’이다.
◇손을 항상 깨끗이 씻는다=손씻기는 여름철에 흔한 장염이나 식중독 등 감염병 예방의 첫번째다. 이런 소화기 감염병뿐 아니라 여름감기·독감·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을 앓고 나면 면역력이 뚝 떨어져 대상포진이 준동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충분한 휴식 및 수면을 취한다=과로는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자칫 돌연사도 초래한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면 인체가 에너지 수준과 세포를 재생하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면역을 정상으로 유지하려면 1일 수면시간이 성인 기준으로 7시간을 넘어야 한다. 그렇다고 9시간 이상 자는 것은 면역력 유지에 나쁘다.
◇스트레스 해소에 햇빛을 이용한다=너무 덥다고 햇빛을 무조건 피할 일은 아니다. 적당한 햇볕은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신진대사 활성화를 돕고 뇌 기능을 촉진해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준다. 아침 10시 이전, 저녁 5시 이후에 반바지 반팔 차림으로 30~1시간 햇빛에 노출하면 무난하다.
◇단백질 영양 균형을 잘 맞춘다=단백질은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세포와 항체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면역 세포의 증식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 육류나 생선류 단백질뿐 아니라 최근 유청단백질이 식품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는 면역력·근감소증 예방 등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영양학적 가치가 높아졌다.
◇50세 이상은 백신 접종을 고려한다=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발생 위험을 절반 이상으로 낮출 수 있다. 걸린다고 해도 신경통 발생을 60%가량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두를 앓았던 사람은 모두 대상포진 접종 대상이며, 대상포진의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50세 이상에서는 적극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다. 대상포진을 이미 앓은 경우에는 1년 이상 경과한 후 접종받는 것이 무난하다.
◇초기에 정확히 진단해 치료한다=대상포진이 공포스러운 것은 많은 경우에서 치료 후에도 찌르거나 화끈거리는 듯한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신경 손상과 중추신경 변화에 의한 것이다. 항바이러스 약제를 복용하고 효과가 없으면 ‘통증차단술’ 같은 신경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통증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이 피부에 깊이 생기는 흉터이다. 초반 물집이 생겼을 때에 절대 뜯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