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의 제단 앞에 선
(과일)박상용 검사를 향한 헌사
민생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공허하게 들린 적이 있었던가. 거시 경제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서민들은 당장 내일의 밥상을 걱정하며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이 국가적 경제 위기 앞에서도 거대 여당의 권력자들은 오직 단 한 가지, 자신들의 보스인 이재명의 범죄 혐의를 지워버리겠다는 기괴한 맹목에만 사로잡혀 있다. 국가의 입법부가 한 사람의 방탄과 공소 취소를 위한 사설 로펌으로 전락해 버린 참담한 시대다.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벌어진 촌극은, 이 타락한 권력이 스스로의 민낯을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생중계한 역사적 현장이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특정 언론은 그저 진실을 피하려는 관료의 모습으로 보이게 하려 노력했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름 돋는 정치적 단두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박 검사가 선서를 거부한 사유를 소명하려 입을 여는 순간, 서영교를 비롯한 여당 위원들은 마이크를 빼앗으라며 윽박질렀다. 소명할 기회조차 원천 봉쇄해 버린 채, 그들은 거친 호통으로 진실의 입을 틀어막았다. 마이크를 빼앗는 행위. 그것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목소리를 통제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폭력적인 상징이다.
회의장 밖으로 밀려난 박상용 검사가 뱉어낸 소명서의 행간에는, 거대한 권력의 폭압 앞에서 묵묵히 법치주의를 수호하려 했던 한 공직자의 피 끓는 울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가 선서를 거부한 진짜 이유는 명확했다. 그곳에서 무슨 진실을 말하든, 다수의 폭력을 쥔 여당은 그를 위증죄로 엮어 고발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그 위증 혐의를 빌미로 특검을 출범시키고, 종국에는 살아있는 권력자 이재명에게 씌워진 죄를 마술처럼 없애버리려 한다는 것. 이것이 박 검사가 간파한 조작 기소 국정조사의 소름 돋는 본질이었다.
그의 소명문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미안함과 동시에 깊은 격려의 마음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흔히 정의와 용기를 쉽게 입에 올리지만, 일개 개인이 거대 여당과 살아있는 권력에게 대항한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부패한 권력이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사법 시스템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드는 이 야만의 시대에, 홀로 단두대 앞에 서서 권력의 조작극에 부역하기를 거부하는 일은 뼛속까지 시리고 고독한 공포였을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뿜어내는 조롱과 멸시의 시선 한가운데서, 자신의 명예와 직업적 생명, 어쩌면 그 이상의 것까지 모두 걸고 특검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으려 버텼을 그의 무거운 어깨. 그것은 권력의 사냥개가 되기를 거부하고 묵묵히 법의 저울을 지켜내려는, 이 시대에 마지막 남은 양심적인 검사의 처절한 사투였다.
경제가 파탄 나고 서민의 삶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오직 권력자의 범죄 혐의를 세탁하기 위해 윽박지르는 저 끔찍한 위선. 그들은 박 검사의 마이크를 물리적으로 빼앗음으로써 자신들의 승리를 과시하려 했겠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강압적인 침묵 강요야말로 그들이 팩트와 진실 앞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완벽한 자백이었다.
박상용 검사에게 전하고 싶다. 어제 법사위의 차가운 회의장에서 당신의 마이크는 빼앗겼지만, 당신이 온몸으로 뱉어낸 그 무언의 소명은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가장 커다란 확성기가 되어 울려 퍼졌다고. 살아있는 권력이 당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징벌의 독방에 가두려 할지라도, 당신이 묵묵히 지켜낸 그 법치와 양심의 무게는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이 진실의 목을 조르는 캄캄한 시대. 거대 권력의 호통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한 고독한 검사의 뒷모습에, 깊은 연대와 서늘한 경의를 보낸다. 꺾이지 마시라. 당신이 빼앗긴 그 마이크는, 이제 깨어있는 시민들이 대신 쥐고 부패한 권력을 향해 진실의 파열음을 낼 차례다.
박주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