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에 대해 - 4. 인식론(감성의 종합)
by 메피스토
4.5. 감성의 종합: 체화된 인지
차이와 반복 제5장 감성적인 것의 비대칭적 종합
은 주로 “강도”에 대해 다룹니다. 들뢰즈에게서
강도란 일반적으로 감각되지 않지만, 결국 감각
외에는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즉, 들뢰즈는 어떤 식으로든 인식은 감각 경험으
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점에서 외재주
의자입니다.
차이와 반복에서는 감성, 감각이 어떤 능력인지
보다 이를 자극하는 “강도”에 대한 설명이 훨씬
더 많아 보입니다. 별 수 없이 다른 텍스트를 끌어오겠습니다. 들뢰즈가 감성적 인식에 대해 가장
상세하게 다루는 것은 『 시네마1: 운동-이미
지』, 『시네마2: 시간-이미지』(이하 각 시네마
1, 2)에서라고 보입니다. 전자는 감각의 “도식
화”의 과정을, 후자는 “발생적” 과정을 상세히 다
루고 있습니다.
시네마1에서 인식에 관한 설명을 뽑아보면, 발산
된 힘은 힘들의 관계망에 의해 인식주체에게 전해
지는데, 관계망을 거치는 상태가 곧 “이미지”입
니다. 그러므로 이미지는 힘에서 발산된 물리적
정보로서 에너지 작용이고, 물질적인 것으로서
실재합니다. 인식주체인 생명체는 이처럼 역동적
인 이미지를 신체, 즉 감성을 통해 인식하여 정보
를 처리합니다. 이 정보처리 과정은 어느 정도 간
극이 있으며 순서에 따라 지각, 행동, 감화의 세
가지 차원을 가지는데, 이는 퍼스의 1, 2, 3차성
과 대응됩니다. 1차적으로 지각된 것은 2차적으
로 행위에 대한 관념, 즉 행동-이미지=감각-운동
도식으로 고정되고, 3차적으로 해석 및 의미 부여
가 있습니다.
들뢰즈는 이러한 운동-이미지를 도식화된 인식으
로 보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들뢰즈가 발생적인
측면을 중시함에 따라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은 차치한 채 설명만 놓고 보면, 들뢰즈는 일
종의 체화된 인지 이론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첫
째로 인식이 결국 신체 감각에 의존한다고 보고
있고, 둘째로 신체의 감각과 운동으로부터 안정
된 도식이 형성되어 이를 바탕으로 한 인식이 이
뤄진다고 설명하며, 셋째로 의미가 신체적 도식
(감각-운동 도식)에 기초한 해석의 결과라고 봅니
다.
이와 같이 들뢰즈는 베르그송의 이미지 이론을 참
조하여 그 나름대로 독자적인 체화된 인지 이론
을 창안합니다. 경험적 증거가 부족한 점은 아쉽
지만요. 단, 들뢰즈는 체화된 인지 이론이 만족한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극복 또한 “감각되지 않는 것을 감각함으로써”이뤄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신체적 과정입니
다. 단, 어떻게 그 발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론적
인 설명은 사실 부족해보입니다. 그러므로 이는
불가피하게 기존의 이론을 바탕으로 추론해내야
할 영역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를 시도해보겠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