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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률이상 제46권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15. 귀신들[鬼神部]
1) 아수라(阿修羅)
(1) 라가왕(羅呵王)은 도리천(忉利天)의 하늘들이 그의 머리 위로 다니는 것을 성내어 병사를 일으켜 크게 싸우다
라가(羅呵)라고 하는 대아수라(大阿修羅)『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는 아수륜(阿須倫)이라고 한다. 왕이 있었다. 수미산(須彌山)의 북쪽의 큰 바다 밑에 살고 있었는데, 그의 궁(宮)은 물에 매달려 있었고, 네 가지 바람[四風]으로 유지되어 있었다.『누탄경(樓炭經)』에서는 바람을 따라 유지된다고 한다. 성곽의 세로와 너비는 8만 유순(由旬)이며, 안과 밖은 일곱 겹으로 되고, 높이는 3천 유순이요, 금으로 된 성에 은으로 된 문이며, 동산과 못은 맑고 시원하며, 뭇 새들이 지저귀었다. 수미산에서는 1만 유순이 떨어졌고, 키는 2만 8천 리(里)다른 아수라의 실제 형상의 키는 1유순이고, 옷 길이는 2유순에 너비 1유순에다 무게 6수(銖)라고 한다.요, 또한 취식(取食)을 먹으며 목욕하고 옷 입는 것으로 세활식(細滑食)으로 삼는다.
달마다 15일에는 바다 가운데로 들어가 그 형체를 변화하는데, 아래로는 물이 배꼽에 닿고 위로는 수미산을 넘어다보며 손가락으로는 해와 달을 가리므로, 일천자(日天子)와 월천자(月天子)는 그의 못생긴 형상을 보고 모두 크게 두려워하여 광명을 나투지 못한다. 놀거나 사방을 살펴보는 때에는 저절로 바람이 일어나는데, 문에 불면 문이 여닫기고 땅에 불면 땅이 깨끗해지고 꽃에 불면 꽃이 떨어져 흩어진다.
다섯의 대신(大臣)이 있었다. 첫째의 이름은 착지(捉持)요, 둘째의 이름은 웅력(雄力)이요, 셋째의 이름은 무이(武夷)요, 넷째의 이름은 두수(頭首)요, 다섯째의 이름은 최복(嶊伏)이다. 좌우에 시위하게 하고서 갑자기 생각하였다.
‘나에게도 거룩한 덕과 신통력이 이와 같은데, 도리왕(忉利王)과 일천자, 월천자들이 나의 머리 위로 다니고 있다니, 맹세코 해와 달을 잡아다 귀걸이로 만들리라.’
그러면서 점점 크게 성을 내며 종아리를 치려 하다가, 이내 생각하였다.
‘사마려(舍摩黎)와 비마질다(毘摩質多)의 두 아수라 왕과 여러 대신들에게 저마다 무기를 갖추게 하고 가서 하늘들과 싸우리라.’
때마침 난타(難陀)와 발난타(跋難陀)의 두 큰 용왕이 몸으로 수미산 둘레를 일곱 바퀴 돌자 산이 움직이고 구름이 퍼졌으며, 꼬리로 물을 치자 큰 바다 물결이 솟구쳐 올라 수미산을 덮어씌우므로 도리천이 말하였다.
“아수라들이 싸우고 싶어하는구나.”
바다 안의 모든 용들과 가루라귀(迦樓羅鬼)들은 꽃을 가지고 언제나 즐기는데, 두 귀신들은 저마다 병기들을 가지고 차례대로 교전하다가 만약 지게 되면 모두 달아났었다.
사천왕(四天王) 궁전에서는 수레를 차리고 치려 하면서 먼저 제석(帝釋)에게 아뢰고, 제석은 그 위의 하늘들에게 알리니, 그 때 염마천(炎摩天) 위로부터 멀리 타화천(他化天)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하늘들과 모든 용과 귀신들이 앞뒤로 에워쌌다. 제석은 명령하였다.
“우리 군사가 만약 이기면 다섯 가지의 묶음[五繫縛]으로써 비마질다를 묶어서 선법당(善法堂)으로 데리고 돌아오라. 내가 살펴보고 싶구나.”
아수라 역시 말하였다.
“우리들이 만약 이기면 다섯 가지 묶음으로써 제석을 묶어서 칠엽당(七葉堂)으로 돌아오라. 내가 살펴보고 싶구나.”
일시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병기와 칼날이 맞부딪쳤지만 두 쪽 다 서로 상하게 하지는 못하였고, 몸에 닿으면서 아픔과 괴로움만 생기게 할 뿐이었다. 제석이 몸을 나투자 천 개의 눈이 드러났고, 금강저(金剛杵)를 들었으며, 머리에서 연기와 불꽃을 뿜어대자, 아수라들이 그것을 보고 모두 달아났으므로 이내 비마질다를 사로잡아 묶어서 데리고 돌아왔다. 멀리서 제석을 보자 욕설을 퍼부었다. 제석이 대답하였다.
“나는 그대와 함께 도의 이치를 강설하고 싶을 뿐이다. 하늘의 수명은 천 살인데 불어남은 적고 줄어듦은 많다. 나쁜 마음으로 싸우기를 좋아하였으나 계율을 깨뜨리지 않고 크게 보시를 닦았기 때문에 이 몸을 받게 되었느니라.”『장아함경(長阿含經)』 제20권에 나오며, 『누탄경(樓炭經)』과 『화엄경(華嚴經)』과 『대지론(大智論)』에도 대략 같다.
(2) 비마질다(毘摩質多)의 딸이 제석의 아내가 되었는데, 딸의 질투 때문에 병사들을 일으키다
비마질다(毘摩質多)라는 이는 겁초(劫初)의 옛날에 있었다. 여러 하늘들이 물에 들어가서 몸의 촉감[觸]을 즐기자 정수(精水)가 그 속에 흘러서 저절로 알이 되었으며, 알에서 한 여인이 태어났는데 그 형상은 푸르고도 검었다. 그가 큰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물을 치며 스스로 즐기다가 물의 정기가 몸으로 들어가자 이내 임신을 하게 되었고, 하나의 남아를 낳았다.
그는 머리가 아홉이었고, 머리에는 천 개의 눈이 있었고, 입 속에서는 불을 내뿜었으며, 999개의 손과 여덟 개의 다리가 있었는데, 바다 속에 걸터앉아서 진흙과 남빛 연뿌리를 먹고 있었다. 향산(香山)의 건달바신(乾闥婆神)의 딸을 아내로 삼았는데, 얼굴이 아름답고 빛은 백옥(白玉)보다 뛰어났다.
뒷날 아주 잘생겨서 천지에서 비길 데 없는 하나의 딸을 낳았으므로 교시가(憍尸迦)가 사신을 파견하여 구혼을 하자, 아수라는 말하였다.
“만약 나로 하여금 7보(寶) 궁전에 오르게 하면 그대에게 허락하리다.”
제석이 이내 보배관[寶冠]을 벗고 열 가지 착한 과보를 헤아리면서 아수라를 훌륭한 궁전에 앉을 수 있게 하고, 여섯 가지 보대(寶臺)를 타고 가서 그를 영접하여 선법당(善法堂)에다 두고 다시 이름을 열의(悅意)라고 짓자, 여러 하늘의 보신(輔臣)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뒷날 제석이 환희원(歡喜園)에서 놀면서 여러 채녀들과 함께 못으로 들어가 재미있게 놀고 있자, 열의는 질투를 하여 다섯의 야차(夜叉)를 파견하여 그의 아버지에게 가서 여쭙게 하였다. 아버지는 크게 성을 내면서 네 가지 병사를 일으켜 가서 제석을 쳤다. 큰 바다 안에 서서 수미산 꼭대기에 걸터앉아서는 999개의 손을 한꺼번에 쓰자 희견성(喜見城)이 우수수 떨어지고 수미산이 흔들리며 사대해(四大海)의 물이 일시에 파도를 치므로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놀라고 두려워하며 나아갈 곳을 모르고 있자, 때마침 궁중의 어떤 신(神)이 천왕에게 아뢰었다.
“과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반야바라밀주(般若波羅蜜呪)를 왕께서는 외우며 지니십시오. 귀신 병사들은 저절로 부서지리다.”
이 때 천제석은 선법전(善法殿)에서 대중을 모아 좋고 좋은 향을 사르면서 큰 서원을 세웠다.
“반야바라밀은 크고 밝은 주문이요 위없는 주문이요, 아무것에도 견줄 수 없는 주문으로서 진실이며 거짓이 아니옵니다. 저는 이 법을 지니어 장차 불도를 이룰 것이오니, 아수라가 저절로 퇴각하게 하소서.”
이 말을 하고 있을 때에 공중에서 네 개의 큰 칼 수레 바퀴[刀輪]가 저절로 내려와서 아수라에 닿자 귀와 코와 손과 발이 일시에 떨어지면서 큰 바다의 물을 진홍색의 구슬처럼 빨갛게 물들였다. 그 때 아수라는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도망을 쳤으나 갈 데가 없게 되자 연뿌리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 제1권에 나온다.
(3) 옛날 아수라와 하늘들이 싸우다가 제석이 수레를 돌리는 것을 보고 흩어져 가다
옛날 아수라가 병사를 일으켜 제석과 함께 싸웠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지게 되자 천 바퀴살의 보배 수레를 타고 두려워하면서 물러가다가 중도에서 섬사라나무[睒娑羅樹]의 새 둥지에 새끼가 두 마리 있는 것을 보고, 이내 구종[御]에게 명하였다.
“이 나무에는 두 마리의 새가 있다. 너는 수레를 돌려서 그것을 피하라. 차라리 와서 나를 해치더라도, 이들을 상하지 못하게 하라.”
그러자 이내 수레를 돌렸다. 아수라가 멀리서 보고 서로 말하였다.
“제석이 수레를 돌리는데 반드시 돌아와 싸우려 하는 것일 게다. 당해 낼 수가 없구나.”
그리고 즉시 퇴각하였으므로 하늘이 승리하게 되었다.『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는 “우거진 숲에 금시조(金翅鳥)의 보금자리가 있다. 여기 와서 싸우게 된다면, 크게 두려워하면서 달아나게 되리라”고 하였다.
아수라에게는 세 가지 일이 염부제(閻浮提)의 것보다 뛰어나다. 첫째는 궁전의 높고 넓음이요, 둘째는 궁전의 장엄이요, 셋째는 궁전의 맑고 깨끗함이다.『장아함경(長阿含經)』 제21권에 나온다.
(4) 라후라(羅睺羅)의 딸을 제석이 강제로 요구하자 병사들을 일으켜 공격하다
지나간 세상 때에 라후라(羅睺羅)라고 하는 아수라(阿修羅) 왕이 있었다. 하나의 딸을 낳았는데, 아주 잘생겼고 여인의 덕(德)으로서 예순네 가지를 두루 갖추었으며, 입으로 말의 기운을 토하면 마치 우발라꽃[優鉢羅華]과 같았고, 몸에서는 우두전단의 향기가 났으며, 얼굴빛은 붉고 희어서 보는 이들이 좋아하였다.
이 때 석제환인은 생각하였다.
‘이 궁전의 여자들도 잘생긴 이가 많이 있지마는 아수라의 딸에 견주면 모두가 미치지 못한다. 이제 나는 병사들을 모아 가서 빼앗아 내가 부리리라.’
그리고 나서 여러 하늘들을 불러서 이 일을 자세히 말하자, 여러 하늘들이 말하였다.
“가되 집악신(執樂神)들을 보내야 합니다. 손에 91현(絃)의 유리(琉璃) 거문고『태경(胎經)』에서는 99현(絃)이라 한다.를 가지고 ‘우리 하늘 사람은 복을 받고 쾌락을 누린다’고 노래하게 하십시오.”
그러자 이내 집악 천자 반차익(般遮翼) 등에게 명하여 수레와 악기를 차리고 바사가(婆私呵) 앞으로 가서 거문고를 타면서 뜻을 나타내며 말하게 하였다.
“바사가를 얻어서 내가 부리고 싶구나. 만약 주지 않으면 병사로써 빼앗으리.”
그러자 아수라는 크게 성을 내었다.
“나 역시 힘이 있으므로 겨뤄 볼 만하다.”
반차익 등이 이내 제석에게 알렸고, 그 때에 아수라는 병사들을 모아 수미산 옆으로 가서 곡각 천궁(曲脚天宮)을 무너뜨리고, 다음에는 풍천궁(風天宮)과 마궁(馬宮)의 장엄 등이며, 모든 천궁의 네 문(門)까지 무너뜨리므로 제석이 본래 외운 바를 기억하며 주문을 외우자, 아수라 병사들은 점점 퇴각하다가 네 가지 군사들을 이끌고 구치라못[拘郗羅池]의 연뿌리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느 한 사람이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미치고 실성해서 잘못 이상한 일을 보았구나.’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진실이었느니라.”
그 때 석제환인은 여러 하늘들을 모아 사문(四門)으로부터 나왔으나 다만 칼과 갑옷과 활과 화살이 땅에 있음이 보일 뿐 아수라들은 보이지 않았으므로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가 곧장 아수라 궁전으로 들어갔더니, 바사가와 여인 수천만 명만이 보이고 아수라는 보이지 않았으므로 여인들을 데리고 도리천궁으로 돌아왔다. 이 때 여러 아수라들은 애걸하며 목숨까지 바쳐 석제환인에게 물었다.
“우리들이 어리석고 미혹하여 부처님 제자의 신력이 높고 뛰어남을 몰랐습니다. 우리들의 선조(先祖)도 여래를 믿고 받들었습니다. 부처님께는 계율이 있어서 남의 물건을 갖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제 천왕께서는 저의 권속들을 데리고 가서 천궁을 모두 메우셨으니, 부처님 제자로서는 하실 일이 아니십니다.”
제석은 듣고 한탄하고 언짢아하다가 생각하였다.
‘내가 차라리 계율을 받들지 훔치지는 않아야겠구나.’
그리고 이내 여인들을 돌려주었다.
그 때 아수라 왕이 가장 사랑하는 딸을 제석에게 바쳐 올리므로 제석도 이내 단 이슬[甘露]로써 보답하였으며, 아수라와 하늘들은 화해하여 사이좋게 지내면서 다 같이 여래의 3귀(歸)와 8계(戒)를 지녔다.『태경(胎經)』에 나오며, 『비유경(譬喩經)』 하권에도 나온다.
(5) 아수라는 전생에 몸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싫어하여 길고 큰 형상이 되기를 발원하다
아수라는 전생에 가난한 사람으로 강물 가까이에 살면서 언제나 땔나무를 지고 강을 건너가곤 하였다. 그 때 강물은 깊고 흐름조차 빨랐으므로 이 사람은 자주자주 물에 떠내려갔고 가졌던 것도 잃게 되었으며, 몸도 빠져서 흐름을 따라가다가 거의 죽게 되었다가 나오곤 하였다.
어느 날 어느 벽지불이 사문의 형상이 되어서 그 집으로 와 걸식을 하였으므로 가난한 사람은 기뻐하면서 이내 밥을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발우를 공중에다 던지고 처마 위로 날아 떠나가므로 가난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그대로 서원을 세웠다.
“저는 후생에 몸의 형상이 길고 커서 온갖 깊은 물일지라도 무릎보다 깊지 않게 하소서.”
이 인연 때문에 극히 큰 몸을 얻게 되어서 사대해의 물도 무릎을 넘을 수 없었고, 큰 바다 안에 서면 키가 수미산보다 높았으며, 손을 산꼭대기에 의지하여 도리천을 살펴보게 되었다.『잡비유경(雜譬喩經)』 제4권에 나온다.
2) 건달바(乾闥婆)
건달바(乾闥婆) 왕은 설산(雪山)의 오른편 성(城) 비사리(毘舍離)에 살았다. 세계가 처음 이루어질 적에 장엄(莊嚴)이라는 풍륜(風輪)이 일어나서 이 궁성을 만들었다. 성 북쪽에는 일곱 개의 흑산(黑山)이 있고, 산 북쪽에는 또 향산(香山)이 있으며, 열 개의 보산(寶山)이 그 사이에 있는데, 언제나 풍악 소리『대지론(大智論)』에서는 “이는 천악신(天樂神)이다”고 한다.가 난다. 산에는 두 개의 굴이 있는데, 첫째의 이름은 주(晝)요, 둘째의 이름은 선주(善晝)이다. 7보로 이루어져서 부드럽고 향기로우며, 마치 하늘 옷[天衣]과 같았다. 건달바 왕에게는 5백의 건달바들이 따르며 그들 속에서 산다.
부처님께서는 비타산(毘陀山)이 산은 마갈국(摩竭國)의 북쪽에 있다.에 계시는데, 석제환인이 집악신(執樂神)에게 말하였다.
“반차익(般遮翼)이여,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부처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거문고로써 여래를 찬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
거문고 소리는 애달프고 간드러지듯 사람 마음을 감동시키는데 그 소리 안에서 말하였다.
“행(行)이 깨끗한 사문을 속박하고 싶어도 열반의 뭇 이치가 갖추어져 있네.”
제석이 돌아보며 그에게 말하였다.
“너를 너의 아버지와 같은 지위에 보(補)하여 그 무리 안에서 우두머리로 삼겠다.”
그리고는 딸을 아내로 주었다.『장아함경(長阿含經)』과 『대지론(大智論)』에 나온다.
3) 긴나라(緊那羅)
긴나라(緊那羅)또한 진나라(甄那羅)라고도 한다.는 수미산의 북쪽 소철위산(小鐵圍山)을 지나서 대흑산(大黑山)이 있는 곳에서 살았는데, 역시 열 개의 보산 사이에 있다. 부처님의 법과 해와 달과 별이 없지마는 옛날에 보시한 힘으로 말미암아 지금은 7보의 궁전에 살며 수명이 매우 길었다.
이 왕이 본래 인간으로 있을 때, 어느 큰 장자였는데 부처님의 탑을 일으켜 세웠었다. 또 이 긴나라는 하나의 기둥을 보시하여 절을 이룩하게 하고 다시 깨끗한 음식을 일꾼[工匠]에게 베풀었으므로, 수명이 다하자 흉억신(胸臆神)이 되어서 양쪽 산 사이에 있었다. 먼저 인간으로 있을 적에는 큰 장자가 되어 재물이 한량없었다. 어느 한 사문이 걸식을 하였는데 그의 부인이 밥을 들어다 그에게 주자 크게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 무슨 거지가 나의 아내를 쳐다보느냐? 이 사람의 손과 다리를 끊어 버려야겠다.”
그리고 수명이 다한 후에는 이 못난 형상을 받았고, 84겁 동안을 언제나 손발이 없었으며, 여러 하늘들이 연회를 할 적에는 모두가 건달바와 함께 순서를 짜서 즐기는데, 하늘이 풍악을 잡히려고 하기만 하면 그의 겨드랑이 아래에서 땀이 흐르면서 저절로 하늘로 올라갔다.
두루마(頭婁磨)라고 하는 한 긴나라가 거문고로써 모든 법의 실제[實相]를 노래하며 세존을 찬탄하자, 이 때에 수미산과 모든 나무와 숲이 다 진동하였고, 가섭(迦葉)은 자리에 있으면서 절로 편안하지 못했으며, 5백의 신선들은 마음에 미친 기가 나서 신족(神足)을 잃고 한꺼번에 땅으로 떨어졌다.『보살태경(菩薩胎經)』과 『대지론(大智論)』에 나온다.
4) 잡귀신(雜鬼神)
(1) 귀신은 모두가 머무는 곳을 따라 이름이 붙여지다
넷의 큰 천신(天神)이 있다. 첫째는 지신(地神)이요, 둘째는 수신(水神)이요, 셋째는 풍신(風神)이요, 넷째는 화신(火神)이다.
지신이 생각하며 말하였다.
“땅에는 물과 불과 바람이 없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땅에도 물과 불과 바람이 있다. 다만 땅이 그들보다 크고 많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을 뿐이다. 수신ㆍ화신ㆍ풍신 모두가 다 그러하니라.”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자 모두가 5계(戒)를 받고 우바이(優婆夷)가 되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에도 모두 귀신이 있어서 없는 곳이 없으며, 거리거나 길이거나 도살장이거나 저자거나 모든 산이거나 무덤이거나 간에 모두 귀신이 있어서 빈 데란 없는데, 귀신들이란 모두가 붙어 사는 곳에 따라 이름이 지어진다.『누탄경(樓炭經)』에서는 “나무의 높이 일곱 자요 둘레 한 자이면 귀신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엔 누구나 귀신이 있어서 그를 따르면서 보살피며, 사람이 죽으려 할 때엔 귀신이 정기(精氣)를 거두게 되며, 열 가지 악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백이거나 천이거나 간에 다 같이 한 신(神)이 지키는데, 그 귀신은 마치 국왕과 같으며, 백천 인으로 한 신하를 시위하는 것과 같이한다.『장아함경(長阿含經)』 제20권에 나온다.
(2) 아귀(餓鬼)의 과보
중생이 아귀로 태어나게 되면 언제나 배고프고 목마르기 때문에 눈이 들어가고 머리카락이 길며, 동서로 어지러이 달리면서 혹은 게운 것과 비지와 살, 고름과 피, 똥과 오줌, 눈물과 콧물이며 씻은 찌꺼기의 즙을 먹게 되는데, 수명은 한량없어서 백천만 년이나 산다. 처음부터 미음이거나 물이라는 이름조차 들을 수 없고, 설령 또 눈으로 보고서 급히 그곳으로 간다고 하여도 사나운 불이거나 피고름으로 변해 버리며, 어쩌다 변하지 않는다 하여도 많은 사람들이 무기를 가지고 다가올 수 없게 한다. 혹은 여름에 비가 와서 몸에 닿으면 불이 되어 버리는데, 이것을 나쁜 과보라 한다. 항하수(恒河水) 가에는 여러 아귀들이 있는데, 그 수는 5백이나 된다. 한량없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물을 보지 못하였는데 비록 물가에 간다 하더라도 순전히 흐르는 불만을 보았다.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려서 소리를 내어 슬피 울면서 아귀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배고프고 목이 말라서 목숨이 오래가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항하에는 물이 흐르느니라.”
아귀들은 말하였다.
“여래께는 물로 보이지마는 저희들에게는 언제나 불로 보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의 뒤바뀜을 없애라. 물을 볼 수 있게 되리라.”
널리 간탐의 허물을 말씀하시자, 아귀들은 말하였다.
“저희들은 지금 목이 마른 지 오래라 비록 법다운 말씀을 듣더라도 도무지 마음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먼저 강물에 들어가서 마음껏 마셔야겠습니다.”
부처님의 힘 때문에 곧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자 모두가 보리(菩提)의 마음을 내며 모든 귀신의 형상을 버렸다. 어떤 아귀는 늘 불에 타고 있는데, 마치 겁(劫)이 다할 적에 모든 산에서 불을 뿜는 것과 같다. 혹은 앙상하게 여위어 미친 듯이 달리면서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어 그의 몸을 덮은 이도 있고, 혹은 화장실 곁에 서서 기웃거리며 더러운 것을 구하기도 하고, 혹은 늘 해산한 부인을 찾아서 남은 피를 마시기도 하는데, 형상은 마치 불탄 나무와 같고, 목구멍은 바늘구멍만 하므로 물을 주어 천 년 동안 마시게 하더라도 배가 부르지 아니한다.
혹은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쪼개서 뇌(腦)를 꺼내 핥는 이도 있고, 혹은 형상이 마치 흑산(黑山)의 쇠사슬 같은데 사슬 목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애걸하면서 옥졸에게 목숨을 바치는 이도 있고, 혹은 전생에 나쁜 말로 욕설하기를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여 그들 보기를 원수같이 여겼으므로, 이런 죄 때문에 아귀에 떨어진 것이니, 이와 같은 죄의 과보로 받는 고통이야 말로 한량이 없다.『열반경(涅槃經)』과 『대지론(大智論)』에 나온다.
(3) 귀신이 술을 사 먹고 주인에게 말하여 호수 속에서 죽은 사람의 금은을 가져가게 하다
어떤 사람이 술집을 하고 있었다. 귀신이 나타나서 술을 먹고는 값을 치르지 않으면서 주인에게 말하였다.
“내일 꽃을 가진 어떤 한 사람이 위와 아래는 흰옷을 입고 푸른 행전을 차고 있을 것인데, 행전 안에는 금과 은 천 근이 있을 것입니다. 호수에서 목욕을 하다가 갑자기 죽어 나오지 못할 터이니, 당신은 가서 금과 은을 가지십시오. 뒤에 아무 일도 없고 근심도 없을 것입니다.”
다음 날이었다. 주인이 살피고 있는데 사람이 와서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언덕으로 올라와서 옷을 입고 발을 씻고 있다가 땅으로 쓰러지면서 죽어버렸다.
술장수는 가서 금과 은을 그 말대로 가져왔다. 뒷날 귀신이 왔으므로 주인은 밥을 차리고 술을 내와서 귀신에게 말하였다.
“제가 그 사람을 보니 옷을 입고 떠나가려 하다가 죽었습니다. 어째서 그를 물 속에서 죽이지 않고 언덕으로 올라오게 하셨습니까?”
귀신은 말하였다.
“나는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을 병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의 수명이 다하게 되는 때를 알 뿐입니다.”
그러므로 말한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의 귀신들은 사람의 수명과 죄와 복이 이르고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은 알지만 사람을 살릴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으며, 사람으로 하여금 부귀하고 비천하게 할 수도 없다. 다만 나쁜 짓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그를 죽이게 하고, 그 사람이 잘못되도록 가서 어지럽히며, 그의 화와 복을 말하여 남으로 하여금 그에게 제사를 지내도록 할 뿐이니라.”『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6권에 나온다.
(4) 평상에 있는 여인이 벌거숭이로 있으면서 옷을 입기만 하면 불에 타다
가이국(迦夷國) 왕의 이름은 범마달(梵摩達)이었다. 어느 날 놀며 들판에서 사냥을 하다가 한 채의 집[『복보경(福報經)』에서는 “산 변두리 나무 아래”라 하였다.]이 보였으므로 이내 그곳으로 갔다. 그 안에 한 여인이 있었으므로 그에게 음식을 청하였더니, 찾는 것마다 주지 않는 것이 없었다. 왕이 청하여 만나 보았더니 여인은 온통 벌거숭이였다. 왕이 옷을 벗어서 그에게 주었더니 몸에 닿자마자 불에 타 버렸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이나 하였으므로 왕이 여인에게 물었더니, 여인은 대답하였다.
“옛날에 왕의 부인이었을 적에 왕이 사문에게 밥을 대접하고 옷을 보시하므로, 그 때에 간하기를 ‘밥만 대접하면 됐지, 옷까지 줄 필요는 없습니다’[『복보경(福報經)』에서는 “나누어 사문에게 보시하다”고 했다.]고 하였기 때문에 이런 죄를 받습니다. 왕께서 제가 옷을 입을 수 있게 하시려면, 저를 위하여 옷을 만들어서 먼저 사문과 경전에 밝은 이에게 보시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왕이 사문을 찾았으나 오래도록 찾을 수 없자 5계(戒)를 지니는 어진 이에게 보시하게 되었는데, 어진 이는 주원(呪願)하였다.
“금 평상에 있는 여인이 복을 얻되 한량없이 왕의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하소서.”
그리고 왕은 여인에게 물었다.
“여인께서는 어떠한 신(神)이십니까?”
대답하였다.
“저는 사람보다는 훌륭하지만 하늘에는 조금 미치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귀신 갈래[鬼神道]에 있지마는 이 목숨을 버린 뒤에는 장차 첫째가는 천상(天上)에 날 것입니다.”『비유경(譬喩經)』에 나오며, 또 『복보경(福報經)』에도 나온다.
(5) 두 귀신이 시체를 지고 와서 손과 발과 머리와 겨드랑이를 뽑아내어 사람을 바꾸어서 형상을 고쳐 놓았으나 마음은 두었으므로 부처님을 만나서 도를 얻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멀리 길을 가다가 빈집에서 혼자 묵게 되었다. 한밤중에 어떤 귀신이 한 죽은 사람을 메고 와서 그의 앞에 놓았다. 조금 뒤에 또 한 귀신이 쫓아와서 성을 내고 꾸짖었다.
“죽은 사람은 내 것인데, 네가 갑자기 메고 왔구나.”
먼저의 귀신이 말하였다.
“이것은 내 것이라 내가 몸소 가져온 것이다.”
뒤의 귀신이 말하였다.
“이 죽은 사람은 실은 내가 메고 왔다.”
그러면서 두 귀신은 저마다 발 하나와 손 하나를 붙잡고 다투고 있다가 앞의 귀신이 말하였다.
“여기에 사람이 있으니 물어보자.”
그러자 뒤의 귀신이 이내 물었다.
“이 죽은 사람을 누가 메고 오더냐?”
이 사람은 생각하였다.
‘이 두 귀신의 힘은 세다. 사실이건 거짓이건 간에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구나.’
그리고 말하였다.
“앞의 귀신이 메고 왔습니다.”
그러자 뒤의 귀신은 몹시 성을 내면서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뽑아내어서 땅에다 팽개쳤다. 그러자 앞의 귀신이 죽은 사람의 한 팔을 가져다 거기에 붙이자 이내 달라붙었다. 이렇게 하여 두 팔과 두 다리와 머리와 겨드랑이까지 온몸이 다 바뀌었다. 그리고 두 귀신은 바뀐 사람 몸을 함께 먹고 입을 닦으며 떠나갔다. 그 사람은 생각하였다.
‘나의 부모께서 낳아 주신 몸을 두 귀신이 먹어 버린 것을 눈으로 보았다. 지금의 나의 몸은 모두 다른 사람의 몸뚱이이니, 나는 지금 몸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그리하여 부처님의 탑으로 가서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면서 위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자, 여러 비구들은 말하였다.
“본래부터 항상 나라는 것은 없다. 다만 네 가지 요소[四大]가 어울려 합쳐졌기 때문에 나의 몸이라고 여길 뿐이다. 그대의 본래 몸도 지금의 것과 같아서 다름이 없느니라.”
그리고 여러 비구들이 그를 제도하여 도를 닦게 하였으므로 아라한이 되었다.『대지론(大智論)』 제12권에 나온다.
(6) 금색신(金色神)이 손가락에서 단 이슬과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내어서 길 가는 사람들에게 주다
어느 한 귀신이 몸은 몹시 컸으며 금빛 나는 손이 있었다. 다섯 손가락에서는 언제나 단 이슬[甘露]이 흘러나왔으며, 만약 길 가는 사람이 구하거나 하면 음식이나 살림 도구가 모두 손가락으로부터 나와서 마음대로 그들에게 주었으므로 목련(目連)이 물었다.
“당신은 어떤 하늘이길래 복의 과보와 공덕이 이렇게까지 기이하십니까?”
“저는 천왕도 범천왕도 아니며, 바로 귀신입니다. 아무 나라의 큰 성에 의지하며 사는데, 놀며 구경 다니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목련이 물었다.
“당신은 무슨 선행을 지었기에 이런 과보를 얻으셨습니까?”
대답하였다.
“제가 살던 나라의 큰 성 이름은 나루(羅樓)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옛날 그곳에 사는 가난한 여인이었습니다. 또 털실로 주머니를 짜 팔아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차츰차츰 가난하여져서 집조차 다 무너져 버렸으므로 마침내 길거리로 나갔다가, 가까이에 보시하기 좋아하는 큰 부자인 장자 집에서 주머니를 짜며 살아갔습니다. 마침 한낮이 되려는데 어느 사문인 바라문이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하면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무개 장자 집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진실로 거짓이 없이 기뻐하면서 손을 들고 그 집을 가리키면서 말하였습니다.
‘저곳으로 가십시오. 때가 지나려고 하니 다시 다른 데서는 구하지 마십시오.’” 『잡장경(雜藏經)』에 나온다.
(7) 비사(毘沙)라는 나쁜 귀신이 사람을 잡아먹다가 부처님을 만나서 깨치다
발기국(跋祇國)에 비사(毘沙)『승사승기경(承事勝己經)』에서는 아라바(阿羅婆)라고 하였다.라고 하는 귀신이 있었다. 아주 흉포해서 백성들을 한없이 죽였으므로, 날마다 수십 명이 다 같이 모여서 말하였다.
“이 나라를 피하여 멀리 딴 지경으로 가야겠구나.”
귀신이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그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지 말라. 다른 나라로 간다 하여도 끝내 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그대들이 날마다 한 사람씩을 가져다 나에게 제사지내면, 너희들을 어지럽히지 않으리라.”
이 때부터 발기의 사람들은 날마다 한 사람씩을 가져다 그 나쁜 귀신에게 제사지냈으므로 이 귀신이 잡아먹은 사람의 뼈가 그 계곡에 가득히 찼다.
그 때 선각(善覺)이라는 장자가 거기에 살고 있었는데 재물이 넉넉하고 보물이 많았었다. 그의 아들은 이름이 나우라(那優羅)라 했는데 아들이 하나 뿐이었으나 그의 차례가 되었으므로 아들 나우라를 그 귀신에게 제사지내야 하였다. 부모는 이 어린아이를 목욕시킨 뒤에 좋은 옷을 입혀서 그 귀신이 있는 데로 갔다. 통곡하며 한없이 울부짖으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여러 귀신들과 다른 신이시여, 모두 함께 증명하소서. 저는 이 아들 하나 뿐이옵니다. 제발 이 아이를 보살피어 면하게 하소서. 석제환인과 범천왕이시여, 모든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한 아라한과 벽지불이시여, 그리고 여래시며 가장 높고 맨 위이신 어진 복밭이시여, 여래보다 뛰어난 이가 없으시니, 자세히 살피셔야 하나이다. 여래께서는 이 지극한 마음을 비추어 주소서.”
그리고는 아이를 귀신에게 맡기고 물러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천안(天眼)과 천이(天耳)로써 환히 보고 들으시고 신족의 힘으로 설산(雪山)의 북쪽에 닿아 귀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셔서 가부(跏趺)를 하고 앉아 계셨다. 이 때 어린아이는 귀신이 사는 데로 가다가 멀리서 여래의 광명이 반짝거리며 32(相)과 80종호(種好)로 그 몸이 장엄되었음을 보고 기쁜 마음을 내며 여래를 향하면서 ‘이 나쁜 귀신이 마음대로 먹게 하리라’ 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우라야, 네가 말한 대로이다. 나는 바로 여래요, 지진(至眞)이며 등정각(等正覺)이니라. 일부러 와서 너를 구제하고 그리고 이 귀신을 항복시킬 것이니라.”
나우라가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자, 이 때 세존께서 그를 위하여 미묘한 이치를 말씀하시니, 바로 그 자리에서 모든 티끌과 때가 다하고 법안(法眼)의 깨끗함을 얻었다. 그는 법을 보고는 부처님과 가르침과 성인들에게 귀의하고 5계(戒)를 받았다. 나쁜 귀신은 본래 있던 데로 돌아오다가 멀리서 세존께서 단정히 앉아 움직이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성을 내면서 비와 우레와 번개와 벼락을 치며 혹은 칼을 비처럼 내리기도 하였으나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여래께서는 변화시켜 우발연화(優鉢蓮花)로 만들어 버리셨으며, 또 갖가지 신력을 내렸으나 여래께서는 그에 따라 항복시키셨으므로 ‘사문의 옷과 털도 움직이지 않는구나. 나 이제 가서 그에게 깊은 이치를 물어야겠다. 만일 나에게 대답하지 못하면, 그의 두 다리를 붙잡아 바다 남쪽에 던져 넣으리라’고 하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건 사람이 아니건 간에 나의 두 다리를 붙잡아 바다 남쪽에 던질 수 있는 이는 없다. 묻고 싶으면 물어라.”
이 때 귀신은 물었다.
“어떤 것이 옛 행[故行]이며, 새 행[新行]이며, 행의 사라짐[行滅]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라. 눈[眼]이 바로 옛 행이다. 옛날에 지은 고통으로 말미암아 행이 이루어진 것이니, 귀ㆍ코ㆍ입ㆍ몸ㆍ뜻 이것이 바로 옛 행이니라. 지금의 이 몸으로 짓는 몸의 세 가지[身三]와 입의 네 가지[口四]와 뜻의 세 가지[意三]인 이것이 바로 새 행이니라. 그러므로 알라. 옛 행이 사라져 없어지고 다시 일으키지도 않고 행을 짓지도 아니하면서 이 행을 잘 가져서 영원히 나지도 아니하며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게 되면, 이것을 행의 사라짐이라 하느니라.”
귀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몹시 배가 고프오니, 저의 어린아이를 돌려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내가 보살이었을 적에 어떤 비둘기가 나에게 몸을 던졌을 때도 나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비둘기의 액을 구제했는데, 이제 여래가 되었으면서 이 아이를 버려 너에게 먹게 하겠느냐? 너는 가섭불(迦葉佛) 때에 일찍이 사문이 되어서 범행(梵行)을 닦아 지니다가 뒤에 계율을 범하였으므로 이 나쁜 귀신으로 나게 되었느니라.”
그 때 나쁜 귀신은 부처님의 거룩한 신력을 받아 문득 옛날에 지었던 모든 행을 기억해 내고는 즉시 세존께로 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제가 이제 어리석고 미혹하여서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그런 마음을 내며 여래께 향하였사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이렇게 세 번 네 번을 하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허물 뉘우치는 것을 허락하겠다.”
그리고 그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자, 이 때에 그 나쁜 귀신은 손수 수천 냥의 금을 세존께 바쳐 올렸다.
“제가 이제 이 산골짜기를 사방의 스님에게 보시하오니,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받아 주시옵소서.”
세존께서는 이내 받으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동산의 열매로써 보시함이 청정하고
나무로 교량(橋梁)을 만들며
큰 배[船]를 만들어서
살림하는 도구들을 베풀겠구나.
밤이나 낮이나 게으름이 없으면
얻게 되는 복이 한량없을 것이며
법의 이치와 계율이 성취되면
마지막엔 천상에 가 나리라.
귀신은 말하였다.
“다시 무슨 가르침이 계시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본래의 형상을 버리고, 세 가지 가사를 입고 사문이 되어 발기성으로 들어가 곳곳에서 명을 알리기를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시어서 해탈을 얻게 하십니다. 가장 높고 맨 위이신 어진 복밭께서는 지금 나우라 어린아이를 제도하시고, 그리고 비사라는 나쁜 귀신을 항복시키셨으니, 그대들은 그곳으로 가서 교화를 받으셔야 합니다’고 하라.”
이 때 비사 귀신이 발기국에서 이와 같이 부르짖자, 그 때 장자 선각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면서 8만 4천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세존께로 갔다.『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8권에 나온다.
(8) 귀신의 어미가 먼저 사람들을 잡아먹다가 부처님께서 그 아들을 감추시고 난 연후에야 교화를 받다
옛날에 어떤 한 어미가 있었는데 그에겐 자식들이 아주 많았다. 성질이 나쁘고 인자함이 없었으며, 남의 아들을 훔쳐서 죽여 잡아먹기를 좋아하였다. 아들을 잃어버린 집에서는 누가 데려간 줄을 몰라서 거리를 통곡하며 헤맸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아난(阿難)은 나가 다니다가 슬피 울며 다니는 것을 보고 돌아와서 함께 의논하였다.
“아들 잃은 집이 불쌍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너희들은 무엇을 의논하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까 다니면서 걸식을 하다가 사람들이 슬피 통곡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물었더니, 모두가 말하기를 ‘산 채로 저의 아들을 잃어버렸는데, 시체 있는 곳조차 모르고 있습니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 안에서 사람의 아들을 훔치는 이는 사람이 아니고 바로 귀신의 어미니라. 지금은 사람으로 나서 남의 아들을 훔치기 좋아하나, 이 어미는 천명의 아들이 있어서 5백 명의 아들은 천상에 있고, 5백 명의 아들은 인간 세상에 있다. 이 천의 아들은 모두가 귀신 왕이어서 한 왕에게는 수만의 귀신들이 달렸고, 이러한 5백의 귀신 왕은 천상에 있으면서 여러 하늘들을 괴롭히고, 5백의 귀신은 세간에 있으면서 제왕과 백성들을 괴롭힌다. 이러한 5백의 귀신 왕들에게는 하늘들도 어떻게 하지 못하느니라.”
아난은 말하였다.
“귀신 어미가 이 나라 안에 있으니, 칙명으로 남의 아들을 훔치지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주 좋은 일이로다.”
아난은 말하였다.
“무슨 방편을 쓰오리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어미에게로 가서 엿보고 있다가 그가 나가고 나면 그 아들들을 데려와서 정사 안에다 놓아두어라.”
이내 가서 엿보고 있다가 수십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정사 안에다 숨겨 두었다. 그 어미가 돌아왔으나 보이지 않자, 다른 이의 아들은 버리고 죽이지도 않고 다니며, 그 아들들을 두루 찾았으나 있는 곳을 모르자 길을 다니면서 통곡하였으며, 이렇게 하기를 10일 동안 하였다. 그 어미는 쓰러져 자신을 치면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울부짖었고 음식조차 먹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사문을 보내어 가서 묻게 하자, 이내 사문에게 대답하였다.
“많은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슬피 우는 것일 뿐입니다.”
사문은 또 말하였다.
“그대는 아들을 찾고 싶은가?”
대답하였다.
“찾고 싶습니다.”
사문은 말하였다.
“그대가 진실로 찾고 싶다면, 가서 부처님께 물어보라. 그대 아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
그 어미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마음이 풀어지며 이내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께 예배하자, 부처님께서는 이내 그 어미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슬피 울었느냐?”
그 어미는 대답하였다.
“저의 아들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물으셨다.
“너는 너의 아들들을 버리고 어디에 갔었기에 너의 아들들을 잃었느냐?”
그 어미가 잠자코 있으므로 이렇게 세 번을 다그치자, 그 어미는 남의 아들을 훔친 것이 나쁜 것이었음을 알고 이내 일어나 예배하면서 말하였다.
“제가 어리석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물었다.
“너는 아들을 사랑하느냐?”
그 어미는 말하였다.
“저는 아들을 앉거나 일어서거나 간에 언제나 저의 곁에다 두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물었다.
“너는 아들을 사랑할 줄 알면서 무엇 때문에 날마다 다니면서 남의 아들을 훔치고 있느냐. 다른 사람들도 아들을 역시 너처럼 사랑하고 있으며 아들 잃은 집에서는 역시 길을 쏘다니며 통곡하는 것이 너와 같다. 그런데도 너는 남의 아들을 훔쳐다 죽여서 먹고 있으니, 죽은 뒤에는 당연히 태산지옥(太山地獄)에 들어갈 것이다. 너는 과연 너의 아들을 찾고 싶으냐?”
그 어미는 이내 머리를 땅에 대고 빌었다.
“부처님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겨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아들이 만약 있게 되면, 네가 과연 스스로 뉘우칠 수 있느냐? 만약 스스로 뉘우칠 수 있다면 너의 아들들을 돌려주겠느니라.”
그 어미는 말하였다.
“제가 스스로 뉘우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스스로 뉘우칠 수 있다 했는데, 어떤 것으로 스스로 뉘우침을 삼겠느냐?”
그 어미는 말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경계를 듣잡고 부처님 말씀을 따르겠사오니, 부처님께서는 저의 아들을 돌려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진실로 너의 말대로라면 5계(戒)를 주겠느니라. 너에게는 천의 아들이 있다. 너를 위하여 일러 주리라. 5백 명의 아들은 천상에 있고 5백 명의 아들은 세간에 있으면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너의 아들들은 귀신의 왕들이어서 수만의 귀신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렇게 한 것이 헤아릴 수 없다. 혹은 수목(樹木)의 신이요 지신(地神)이요 수신(水神)이며, 배ㆍ수레ㆍ집ㆍ어두움ㆍ꿈ㆍ깨어남ㆍ두려움 등의 괴이한 가지가지 신으로 일컫고 있다. 이런 것들이 속임수로 사람들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며, 삶고 죽여서 먹고 마시고 하면서도 사람의 목숨은 보호하거나 살리지 않으면서 죄만 더할 뿐이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그런 생각 때문에 가난하게 될 줄은 모르고 있느냐?”
귀신 어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일심으로 스스로 뉘우치다가 이내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고서 길게 무릎 끓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기소서. 부처님 정사 곁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저는 천의 아들을 불러서 부처님과 서약을 맺겠습니다. 저는 저 천상과 천하 사람들의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너에게 그런 뜻이 있다면, 아주 잘한 일이니라.”
그는 이내 부처님 정사 곁에 머무르면서 “그 나라의 백성들이 자식이 없는 이가 와서 자식을 구하면 그에게 자식을 소원대로 주리라” 하였다.
“저는 아들들에게 명하여 가서 그 사람을 따르며 보호하게 하면서 다시는 망령되이 그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귀신의 어미에게 구하며 원하고 싶어하는 이의 이름은 부타마니발(浮陀摩尼鉢)이었고, 그 누이의 이름은 자닉(炙匿)이었다. 천상과 천하의 귀신들은 이 마니발에게 속하였는데, 주로 사해(四海) 안의 배와 수레로 생활 방도를 세우는 이들이 소유한 재산은 모두 마니발에게 속하였다. 마니발은 부처님과 약속을 맺고 계(戒)를 받고는 주로 사람들의 재물을 보호하였으며, 자닉은 주로 아이를 낳는 이가 있으면 가서 그를 구호하였다.『귀자모경(鬼子母經)』에 나온다.
(9) 굴마야차(屈摩夜叉)가 부처님을 청하고 방과 등불을 베풀다
어느 날 굴마야차가 부처님께로 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세존과 모든 대중을 청하오니, 오늘 밤에 주무시옵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이 때 굴마는 변화로 5백 채의 2층 이상으로 된 누각에 방과 침구와 앉을 평상, 걸터앉을 평상을 만들어 놓고 함께 이부자리와 베개 각각 5백 개씩을 가져다 놓았으며, 또 변화로 5백 개의 등불을 켰는데 그을음이 나지 않았다.『잡아함경(雜阿含經)』 제49권에 나온다.
(10) 악마 왕[魔王]이 목련(目連)를 희롱하자 그에게 전생의 몸이 악마였다 는 일을 설명하다
그 때 목련은 밤이 어두울 적에 거닐고 있었다. 못된 악마가 변화하여 그림자를 뚫고 목련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목련이 삼매(三昧)에 들어서 그 근원을 관찰하고 이내 못된 악마에게 말하였다.
“나오너라. 부처님의 제자를 희롱하지 말라. 오랜 세월 동안 고통을 받으리라.”
악마는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지금 이 사문은 아직 나를 보지 못했는데도 멋대로 거짓말을 하는구나. 바로 그 스승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나를 모를 것인데 그 제자이겠느냐.’
그러자 목련은 말하였다.
“그러나 나는 네가 지금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까지 아느니라.”
그러자 악마는 이내 두려워하면서 생각하였다.
‘벌써 나를 깨달아 알았구나.’
그리고 나서 이내 변화로 몸을 뚫고 나와서 그 앞에 서자, 목련은 악마에게 말하였다.
“과거의 세상 구루진불(拘樓秦佛) 때에 나는 일찍이 악마였으며, 이름은 명한(瞑恨)이었다. 나에게는 암흑(黤黑)이라는 한 누이가 있었는데, 너는 그 분의 아들이었으므로 이 때문에 나의 누님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나오셨으며, 두 분의 제자가 있었다. 한 분의 이름은 홍음(洪音)이요, 또 한 분의 이름은 지상(知想)이었다. 무엇 때문에 홍음이라 하였느냐 하면, 범천(梵天)에 사는데 기침을 하면 소리가 삼천세계에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지상이란 이는 혼자 고요한 곳에 살면서 산의 나무 아래 앉아 삼매(三昧) 정수(正受)에 들어 있었는데, 소와 양을 치는 사람과 나무를 지고 풀을 멘 이들이 저마다 말하기를 ‘이 분은 벌써 죽었구나’고 하면서 함께 그를 화장하려 하였으므로 지상은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한 일이 있었느니라.”『폐마시목련경(弊魔試目連經)』에 나오며, 또 『중아함경(中阿含經)』 제27권에도 나온다.
(11) 귀신이 다른 이의 마음을 알고 원수인 여인을 살해하다
일찍이 어느 한 여인이 아귀에게 붙잡혔으므로, 이내 주술(呪術)로써 귀신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다른 여인을 괴롭히느냐?”
귀신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인은 바로 나의 원수이다. 5백 세상 동안 늘 나를 죽였으므로 나도 5백 세상 동안 그의 목숨을 끊고 있다. 만약 그가 오랜 원수로서의 마음을 버리기만 하면 나 역시 버릴 수 있다.”
그 때 여인은 말하였다.
“내 이제 이미 원수로서의 마음을 버렸다.”
그러자 귀신은 여인을 관찰하다가 말하였다.
“비록 말로는 버렸다고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놓아 버리지 않았구나.”
이내 그의 목숨을 끊었다.『초비바사경(抄毘婆沙經)』 제6권에 나온다.
(12) 파순(波旬)이 늘 문수(文殊)를 희롱하다
악마가 음식을 마련해 놓고, 변화로 4만의 비구들을 만들어 때가 낀 해진 옷을 입고 깨진 발우를 가지고 가슴을 온통 드러내고 얼굴은 추악하게 하고 절뚝발이에 부스럼이 난 곱사등이가 되게 하고서 두려워하며 갖가지 음식을 받게 하고 있으므로, 문수는 그 변화로 된 사람들로 하여금 발우의 밥이 늘 가득히 차며 밥을 쥐어서 입에 넣되 쉬어서 먹지 못하게 하면서 신체가 불안하여 저절로 땅에 쓰러지게 하고서 악마에게 물었다.
“비구들이 무엇 때문에 먹지 아니하는가?”
악마가 말하였다.
“이는 죽고 싶어서입니다.”
문수가 말하였다.
“독(毒)이 없는 사람이 어찌 다시 독의 때가 끼겠는가.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이 있는 사람이라야 바로 독을 타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를 위하여 설법하노니 나는 바로 독이 없느니라.”
5백의 여러 하늘로서 악마를 따라온 이들이 보리 마음[菩提心]을 내었다.『문수현보장경(文殊現寶藏經)』 하권에 나온다.
(13) 아귀(餓鬼)들이 목련(目連)에게 고통받는 인연을 청하며 묻다
목련이 항하(恒河) 가에 갔다가 5백의 아귀 떼들이 와서 물로 나아가자 물을 지키는 귀신이 쇠몽둥이로 쫓으면서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이에 여러 아귀들이 지나가다가 목련에게 나와서 목련의 발에 예배하고 저마다 그의 죄를 물었다. 어느 귀신이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고서 언제나 몹시 목이 말라서 괴로워합니다. 예전에 제가 들으니 항하의 물이 맑고도 시원하다 하므로 기뻐하면서 거기로 나아가면 물이 끓어오르며 몸을 무너뜨립니다. 시험삼아 한 모금 마시면 오장(五臟)이 타 문드러지면서 악취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러한 죄를 받습니까?”
목련이 말하였다.
“너는 전생에 관상쟁이였다. 사람들의 길흉을 보아 주면서 사실을 적게 하고 거짓을 많게 하며 혹은 헐뜯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하면서 자칭 진실이라 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속임수로 재물과 이익을 구하면서 중생을 미혹시키고 뜻대로의 일을 잃게 했기 때문이다.”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언제나 붉고 흰 날카로운 어금니를 가진 큰 개가 와서 저의 살을 뜯어먹고 뼈만 남겨 놓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면 살이 이어지면서 다시 생기고, 그러면 개가 다시 와서 뜯어먹습니다. 이 고통은 무엇 때문입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생에 하늘에게 제사지내는 우두머리가 되어서 늘 중생들에게 양을 죽여서 피로써 하늘에 제사지내도록 가르치고 너 자신은 그 살을 먹었었다. 이 때문에 오늘날 살로써 그들에게 갚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는 언제나 몸 위에 똥을 온통 칠해 놓고 또한 그것을 먹고 있습니다. 이 죄는 무엇 때문입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바라문이 되어서 나쁘고 사악한 짓을 하며 법을 믿지 않으면서 도인이 걸식을 하면 발우를 가져다 똥을 가득히 담고 밥을 그 위에다 놓아서 가져다가 도인에게 주었으며, 도인이 가지고 돌아와서 손으로 밥을 먹으면 똥이 그 손을 더럽히곤 하였다. 이 때문에 오늘날 이러한 죄를 받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의 배는 몹시 커서 동이와 같건마는 목구멍과 손과 다리는 그 가늘기가 바늘과 같아서 음식을 먹지 못합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마을의 우두머리였다. 스스로가 호귀(豪貴)함을 뽐내며 음식을 제멋대로 먹으면서 딴 사람을 업신여기어 그의 음식을 빼앗으며 중생들을 굶주리게 하였었다.”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는 항상 측간으로 가서 똥을 먹고자 하면 많은 귀신들이 있다가 몽둥이를 잡고 나를 몰며 측간에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므로, 입 속이 문드러지고 냄새가 나면서 몹시 배가 고프며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탑[佛圖]을 지키던 이로서 여러 속인들이 뭇 스님들에게 공양하라고 음식 거리를 마련하여 바치면, 너는 거친 것을 객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보드라운 것은 너 자신이 먹었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나의 몸 위에는 온통 혀가 나 있는데 도끼가 혀를 찍어내면 끊어지면서 이어 다시 생깁니다. 이렇게 하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도 닦는 사람이었다. 스님들 중에서 차출하여 꿀물을 만들게 하였는데, 석밀(石蜜)덩이가 커서 녹이기 어려웠으므로 도끼로 그것을 부수면서 도둑의 마음으로 한입 먹었었다. 이 인연 때문에 도리어 혀를 찍게 되느니라.”
다시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에게는 언제나 일곱 알의 이글이글하는 철환이 있으면서 곧장 저의 입으로 들어가며 배의 오장으로 들어가서 태워 문드러뜨리고는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곤 합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런 죄를 받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사미였었다. 과일과 오이를 돌릴 때, 네 스승이 있는 곳에 이르면 너는 스승을 공경하기 때문에 편애하는 마음으로 과외로 일곱 개를 더 주었었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했다.
“언제나 두 개의 이글거리는 쇠수레 바퀴가 저의 두 겨드랑이 아래 있으면서 차츰차츰 몸을 태워 들어갑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여러 스님들을 위하여 떡을 만들었는데 도둑의 마음으로 두 번을 가져다 두 겨드랑이 밑에 끼웠었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의 불알은 몹시 커서 항아리만하므로 다닐 때는 어깨 위에다 메어야 하고 멈추어 쉴 때면 그 위에 앉게 되는데, 가거나 머무르거나 간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저자의 우두머리였다. 언제나 남에게는 가벼운 저울과 작은 말[斗]을 주고 자기는 무거운 저울과 큰 말을 가지면서 언제나 자기에게는 큰 이익을 얻게 하려 하여 다른 사람들을 침해하였었다.”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는 언제나 두 어깨에 눈이 있고, 가슴에는 입과 코가 있으면서 늘 머리는 없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항상 사형 집행하는 이였다. 너의 제자가 만약 죄인을 죽였을 적에는 너는 언제나 기뻐하는 마음으로 줄로 묶어서 그것을 끌어당겼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는 항상 이글이글하는 쇠바늘이 저의 몸을 드나들어 고통을 받고 있는데,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 때에 말 주종이 되기도 하였었고, 코끼리 주종이 되기도 하였었다. 말을 제압하기 어려우면 너는 쇠바늘로써 다리를 찔렀으며, 또 때로 소가 더디게 가면 역시 바늘로써 찔렀었느니라.”
다시 한 아귀가 말했다.
“저의 몸은 언제나 불이 타고 있으므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국왕의 부인이었다. 그러나 다른 부인을 왕이 몹시 사랑하므로 언제나 시새워 틈만 있으면 살해하려 하였다. 어느 날 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사랑하던 부인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옷을 입고 있지 않았었다. 이내 나쁜 마음을 내었는데 떡을 만들고 있어 끓는 참기름이 있었으므로 그것을 그녀의 배에다 붓자 배가 문드러지면서 즉사하였었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언제나 회오리바람이 나의 몸을 빙빙 돌려서 마음대로 이리저리 갈 수 없게 하므로 늘 괴로워하고 답답해 합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그러합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 때에 언제나 점쟁이여서 때로는 참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헷갈리게 하여 뜻대로 할 수 없게 하였었다.”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의 몸은 항상 살덩이와 같아서 다리거나 눈이거나 귀와 코 등이 없으므로 항상 벌레와 새에게 먹히고 있습니다. 죄의 고통은 견디기 어려운데, 무슨 인연 때문입니까?”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에 언제나 다른 이에게 약을 주어서 다른 이의 아이를 낙태하게 하였다.”
다시 한 아귀가 말하였다.
“언제나 이글이글하는 쇠 새장이 나의 몸을 농락하면서 태우고 있으므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런 것을 받습니까?”
목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 때에 늘 그물로써 고기와 새를 잡았었느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말하였다.
“저는 물건을 스스로 머리에 덮어쓰고서 역시 언제나 사람이 와서 나를 죽일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는데, 무슨 인연 때문에 그러합니까?”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 때에 남의 여색을 범하면서 언제나 사람이 볼까 두려워하였고, 혹은 그의 남편이 붙잡아 묶어 가서 때려죽일까 두려워하기도 하였으며, 혹은 관청의 법으로 저자에 끌려나가 죽을까 두려워하여 두려움이 항상 계속 되었기 때문이니라.”
다시 어느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으면서 어깨 위에는 언제나 구리 즙이 가득 담긴 구리 병이 있었고, 손으로는 한 국자를 떠다가 스스로 머리에다 붓는 게 온몸이 타 문드러집니다. 이렇게 하며 받는 고통은 셀 수도 없는데 무슨 죄가 있어서입니까?”
대답하였다.
“너는 전세 때에 출가하여 도를 닦으면서 승가[僧]에서 음식을 맡고 있었는데, 한 개의 소(蘇)가 담긴 병을 사사로이 다른 데에 놓아두었다가 객(客) 스님이 오면 주지 않고 떠나간 뒤에야 소를 내어서는 본래 있던 스님에게만 돌려주었다. 이 소야말로 이는 사방 스님들의 물건으로서 모두가 몫이 있는데, 이 사람은 감추어 두었다가 비록 주기는 하였으나 평등하지가 않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이런 죄를 받는 것이니라.”『잡장경(雜藏經)』에 나온다.
(14) 나쁜 귀신이 제석(帝釋)의 형상을 보고 점차로 못생긴 것이 사라지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보집(普集) 강당에 있으면서 옥녀(玉女)들과 함께 서로가 즐겁게 놀고 있었다. 이 때 어떤 천자(天子)가 제석에게 말하였다.
“구익(瞿翼)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지금 어떤 나쁜 귀신이 높은 자리 위에 있으므로 지금 삼십삼천(三十三天)이 몹시 성을 내고 있는데, 그 귀신은 점차로 얼굴 모습이 단정하여지면서 평소보다 훌륭하여집니다.”
석제환인은 이내 생각하였다.
‘이 귀신은 반드시 신묘(神妙)한 귀신이로구나.’
그리고 귀신에게로 다가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서 스스로가 성명을 말해주었다.
“내가 바로 석제환인으로서 모든 하늘들의 우두머리입니다.”
그랬더니 나쁜 귀신은 점점 더 추악하였던 것이 점차로 사라져 갔다.『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27권에 나온다.
(15) 귀신이 돌아와 그의 옛 몸인 시체에 매질하다
옛날 다른 나라에 어떤 사람이 죽었다. 그 영혼이 돌아와서 그 시체에 매질을 하므로 곁의 사람이 물었다.
“이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매질을 합니까?”
대답하였다.
“이것이 바로 나의 옛 몸인데, 나에게 나쁜 짓을 하였습니다. 경전과 계율을 보면서도 읽지 않았으며, 도둑질을 하고 속임수를 쓰고 남의 부녀를 범하였으며, 부모와 형제에 불효하였고, 재물을 아끼면서 보시하려 하지 않았었으므로 지금 죽어서 나를 나쁜 갈래[惡道] 안에 떨어지게 하여 모진 고통을 받는 것이 다시 말로는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와서 매로 때릴 뿐입니다.『비유경(譬喩經)』에 나온다.
『경율이상』 46권(ABC, K1050 v30, p.1163a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