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4번 버스기사의 눈물
경, 굴착기 기사 등 4명 입건
'버스 뒤편에서 승객들이 '살려줘, 살려줘' 울부짖는데, 내가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지난 9일 광주 학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잔해물 더미에 깔린 54번 버스의 운전대를 잡은
이성우(57) 씨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긴 한숨을 내뱉으며 어렵게 사고순간을 떠올렸다.
이 씨는 '사고 직후 내 머리하고 손이 (구조물에) 꽉 껴서 구조될 때까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고 잔했다.
그는 '잔해에 깔렸을 때 '살려 달라'는 승객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가 사고 당시 버스 안 상황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이날 버스에는 모두 17명이 탑승해 있었고, 뒤편에 있던 승객들이 주로 숨졌다.
이 씨는 9일 버스에 깔린 지 1시간 정도 만에 구조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현재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송 당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씨의 아들 이세기(27) 씨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는 상반신에 전체적으로 골절을 입었고,
귀 안 연골이 찢어져 뇌출혈도 진행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제(10일) 아버지가 정신을 잠깐 차리셨을 때 뉴스를 통해 처음 사상자 소식을 들으셨는데, 상심이 너무 크시다'며
'당시 상황을이 계속 멀힛속에 있어 무너지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시며 힘들어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침대에 누운 채 움직이지도 못하신다'며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굴착기 기사 등 공사 관계자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철거 원인 규명을 위해 철거계획서에 따라 철거가 됐는지, 공사 관계자들이 안전 규정을 준수했는지,
감리가 철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광주=김보름, 정유정, 정우천 기자
'무너지는 장면, '살려달라' 울부짖는 승객...계속 생각 나'
버스기사가 전하는 사고 순간
'엑셀 밟으려고 했는데 못밟아'
상반신 전체골절.뇌출혈 중상
아들 '앞으로는 운전 못하실 듯'
동료 '책임감 클 텐데 안타까워'
'광주 54번 버스 참사'가 발생한 9일, 사고당시 54번 버스 운전대를 잡은 이성우(57) 씨는
11일 어렵사리 이틀 전 지옥과도 같았던 사고 직후 버스 안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 씨는 자신의 뒤에 탄 승객 16명이 '제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지금도 들린다고 했다.
이 씨는 내려 앉은 버스 천장과 운전대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할 수 없어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던 자신과
당시 상황이 너무나 한탄스럽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이 씨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콩화에서 '액셀을 밟으려고 했는데 버스 저 앞에 사람이 서 있었고,
옆으로 피하려고 보니 운전석 옆에 버스가 나란히 있어 피하지 못했다'고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살려 달라는 승객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라며 한숨을 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끝깢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씨의 증언대로 지난 9일 오후 4시22분쯤 54번 버스가 출발하려는 순간 건물이 와르르 무너졌다.
도로쪽으로 무너진 건물이 버스 전체를 그대로 덮치면서 납작하게 찌그러졌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먼지가 인근으로 확산됐다.
중앙선 건너편까지 건물잔해가 쏟아져 일대가 마비됐다.
버스 앞 좌석 승객 7명과 버스 기사는 지붕 위에 달린 압축천연가스(CNG) 탱크와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가 완충작업을 해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승객 9명은 버스 천정이 주저앉으면서 참변을 당했다.
이 씨는 상반신 전체에 골절을 입고 뇌출혈이 진행되는 등의 중상을입은 채로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씨의 아들 이세기(27) 씨는 본보 통화에서 '아버지가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시고 의식만 간신히 있는 상황'이라며
'식사도 아예 식기 도구 사용을 못하니까 옆에서 죽같이 삼킬 수 있는 음식 위주로 드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봐도 앞으로는 운전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아버지가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선하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버스 기사 이 씨는 병실에서 뉴스를 확인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와 함께 교대로 54번 버스를 운행하는 한 동료는 '내가 사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18년째 성실하게 버스 운전을 했던 늘 밝았던 친구인데, 이런 비극적 상황이 닥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씨는 승객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을 것'이라며 '동료에 대한 안타까움,
그가 겪을 상실감 등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털어났다. 김보름.김유정 기자
경찰 '시공사.조합.철거업체간 계약과정서 불법행위 여부 수사할 것'
현장 재하도급 여부 집중조사
두달 전 안전 민원제기 논란도
광주 동구 학동4구역재개발지구 철거 건물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박정보 수사부장)는
11일 오전 브리핑을 하고, '작업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철거업체 등
3개사 관계자 4명을 입건했다'며 '앞으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한 원인에 대한 수사를 면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감식 결과와 압수자료 분석 등을 토대로 철거 계획서에 따라 철거되지 않은 이유와 공사관계자들이
안전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 감리자가 철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집중 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도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시공사.조합.철거업체 간
계약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특히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철거업체인 한솔기업과 철거 계약을 맺었으나
붕괴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작업자 대부분 백솔사 직원이었던 점을 파악하고 한솔기업과 백솔사 간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개월여 전 학동4구역 다른 건물의 펄거 방식에 대해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는 민원이 제거된 후
광주 동구청이 더 적극적으로 대피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A (58) 씨는 지난 4월 7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학동4구역 건물 철거 관련 민원을 넣었다.
A 씨는 '천막과 파이프로 차단하고 철거하는 것이 인명사고(가 우려되는) 등 불안해서 알린다.
건물과 도로는 바로 인접해서 구역 외로 떨어진자면 인사 사고가 날 것인데, 이렇게 철거해도 되는지 확인 바란다.
(지나) 가는 차량 유리에 맞게 된다면 그 피해자는 날벼락일 것이다'라고 적었다.
A 씨는 학동4구역 내 도로변의 한 5층 건물 철거 작업을 보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9일 붕괴된 5층 건물로부터 수백m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을 예견한 듯한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고아주 동구는 해당 5층 건물의 철거작업이 오나료된 것을 호가인하고 4월 9일 주택재개발조합 측에 '사고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준수 철저 및 주변 보행자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같은 달 2일 이 내용을 A 씨에게도 회신했다.
그러나 조합 측에만 공문을 전달하고, 철거업체의 철거 방식에 대해 직접 점검하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남는다.
광주=정우천.김보름.정유정 기자
부실한 지지대.가림막...철거안내 플래카드 없는 곳도 있어
사고지점 인근 철거현장도 심각
'광주 54번지 버스 참사'가 일어난 지점 기준 반경 1km이내의 학동4구역 재개발 단지 곳곳을 살펴본 결과,
버스 참사 지점의 모습과 판박이인 곳이 수두룩했다.
도로변 앞 철거 현장은 철제 지지대 대신, 천 갈림막으로 철거 예정인 건물을 막고 있는 모습이어서
제2의 참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10일 학동 4구역 일대에서 철거 중인 건물에는 안전장치가 부실하게 설치돼 있어 행정당국의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었다.
사고지점에서 남서쪽으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선 철거 중인 건물 바로 앞에 1.5m 너비의 인도가 있고
그 앞에 4차로가 있었다.
사고지점에서 동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 철거 현장 앞에도 3m 너비의 인도가 있었다.
건물이 무너질 경우 행인과 차량이 입을 피해는 불 보듯 뻔했다.
사고지점에서 북서쪽으로 300m 정도 떨어진 철거 현장 바로 앞에서 유치원 통원버스가 정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에서 하원한 딸을 마중 나온 김모(36) 씨는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데 유치원 버스가 철거 단지 앞에서 선다'며
'아이가 집에 오는 중 사고가 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으로부터 4km 떨어진 동구의 계림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도 위험천만한 모습이 쉽게 목격됐다.
이곳은 2m 너비의 안도와 붙어 있었다.
버스정류장 바로 뒤 건물, 초등학교 길 건너편 건물의 안전장치는 쇠파이픙 걸린 가림막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인근이어서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철거가 진행 중이니 통행에 주의하라'는 안내 프래카드 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지난 4월에 철거작업을 시작한 광산구 신기동 재개발 구역도 잔해 추락에 대비한 이중 가설물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광주=정유정.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