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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다~"
태화는 막족스러운듯이 의자에 몸을 파뭍으며 말했다.
"자 제군들 이제 밥 다 먹었지? 후식으로 간단한 음료라도 먹어. 내가 살테니까."
"진짜. 그럼난 방금 마신 허브티 따뜻하게~!"
"뭐할까..나도 이아랑 같은걸로."
".....~~"
같은걸 주문하니 이아가 노려본다. 왜그러는지 알수가 없지만..조금전의 일이 걸렸던 건가.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보지..마시면서 들으라고."
신속하게 차들이 테이블위로 내어지자 무토는 기다렸다는듯이 자신의 목적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태화 너는 무.조.건. 내가 만든 부에 들어와 줘야겠어. 특별히 차장의 자리로 앉혀주지."
왜 자신을 스카우트 하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태화는 생각했다.
"뭣? 하아 그래..딱히 유명한 부에 들어갈 생각은 없으니까. OK야. 근데 무슨목적을 가진 부인데? 이름은 정했어?"
"역시 태화. 마음에 드는 마음가짐이야! 설립목적은..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냥 놀기만 하는 친목도모! 부명은 더 소셜. 소셜부. 어때?"
"..그런건 보통 대놓고 말하진 않아야 되는거 아닌가."
이아는 뽀루퉁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뭐 솔직해서 좋잖아?"
"음.음."
고개를 끄덕이는 무토.
"더소셜.. 그러니까 '사회부' 라는거지?.. 부명은 마음에 든다만. 목적이 너무 대충인데 설립허가는 되는거야?"
"사회란..즉. 같은류의 사람끼리 모인 집단인거잖아? 당연히 뭔가 목적을 위해서 행동하기야 하겠지. 경우에따라선 정말로 부실에 가만히 앉아서 놀수도 있고, 서로 과제를 도와주거나 능력연구를 한다던가..그럴듯하지 않아?"
"듣고보니.. 무토치곤 진지한데?"
"훗. 나도 가끔은 이런 내자신이 두려워."
무토는 엄지를 치켜세워 스스로를 가리키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거는 그냥 학우들끼리 할수있는 거잖아? 굳이 부를 만들어서 하지 않아도 되는건데."
이아는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그녀는 학생이지만 사회에서도 어느정도 지위가 있는 입장이다.
그런 그녀가 명문고의 명분부에 들지않거나 학생회라는 중요한 곳에 들지않고 아무렇게나 결성된 부에 들어간다는건 스스로 어려운 길을 걸어가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어쩔수 없이 혼자살아갈수는 없는 존재이니.
"커흑. 이아야..그래. 인정한다구. 나도 딱히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이 있을거라는 기대는 안해."
무토는 자신감에 가득찼던 얼굴을 언제 그랬냐는듯이 축 늘어뜨리고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화고등학교는 상대적으로 재능있는 학생들이 많이유입된다.
그들은 대부분 유명한 부에 들어가서 자신의 재능을 살리기를 원하지 갓 설립된 부에 들어가서 마음편히 죽치고 있을 생각은 없을것이다.
"무슨소릴! 기왕 설립했으면 하는데까진 해봐야되는거 아니겠어? 부장!"
하지만 그렇것따위에 지지않는 굴지의 태화는 양손으로 테이블을 치고일어나는 오버리액션을 보이며 무토에게 용기의 기합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태화! 역시 날 믿어주는건 차장밖에 없구나!!"
제대로 불어넣어진듯 무토는 감격한 표정으로 태화를 올려다 보았다.
그가 보는 태화의 얼굴에는 밝게 빛나는 빛이 있었다.
"무토!!"
"태화!!"
턱. 두남자는 뜨거운 사나이의 우정이 담긴 손바닥을 마주잡으며 불타오르는 결의를 다짐했다.
"에효.."
소셜부. 부원 2명이 확정되는 뜨거운 순간이다.
"자. 다음은~."
기대에찬 눈빛. 그리고 결의에찬 시선두개가 이아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지만 하필이면 창가에 앉은 자리라서 그들의 시선이 그대로 비춰져서 보이는 바람에 피할수가 없었다.
"이아야. 달리 생각해둔 부가 없다면 우리함께 새로운 신화를 써보지 않을.."
"생각해둔 부..없어. 그렇다고 새로운 신화를 쓸 생각도 없어."
"역시 그런건가.."
무토는 낙심하여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거창한거 보단, 그냥 부장의 생각대로 하면 될거같아."
"에?"
"어떤 면으론 참신하기도..하니까.."
이아는 어차피 태화가 들어가는 부라면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마음에 들지않는것은 사실이었기에 한소리 한것뿐이었다.
"그런거지? 오오!! 고맙다 사이아!"
무토는 잡고있던 태화의 손을 놓고서 덥썩 이아의 양손을 모아서 쥐었다.
"히익!...그,그래 기왕 정한거 잘해보자..~"
적극적인 무토의 태도에 삐질거렸지만 간신히 화이팅을 외쳤다.
"히익!은 좀 너무한거아냐?"
"보통 여자의 손을 그렇게 막잡지는.."
-통신상태는 깨끗한가?
-간섭없고.. 클리어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식당 창문의 밖. 반대편 건물의옥상에 그들을 지켜보는 한무리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상복을 입은 일반인들이었지만 귀의 한쪽에 저마다 무선통신장치를 꼽고있다.
상대방이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내는것따위는 특별한 장비같은게 필요없다.
수련을 통해 단련된 동체시력을 활용해서 입모양을 읽으면 될뿐이다.
-새로운 동아리를 설립하는것에대한 얘기인데..예태화도 거기에 들어가려는 모양이야.
-학교의 부활동이라.. 내가 알기론 그리 가볍게 결정할만한게 아니야. 저자식. 우리들에 대한건 완전히 무시하는거야 뭐야?
-슬슬..질리기 시작했는데. 접촉해볼까?
-그건..! 능력자중 한명은 E.D.R.이고 예태화는 화경이상의 고수다. 잘못됐다간 이쪽의 정보를 읽힐 위험이 있어.
-하지만 실력답지않게 어리고 무른녀석이잖아. 녀석이 과연 그런짓을 할까? 그런걸 하면 상대방의 정신이 박살나버린다고.
지력(知力)으로 따지자면 초능력자는 일반인과 차원을 달리하지만, 정신력은 그렇지 않다.
정신공격,침입에 대한 수련은 지금같은 초능력시대가 오기 훨씬도 더 전부터 해왔던 기본 소양이다.
그래서 사이퍼매트러가 그들의 기억을 읽어봤자 그것은 거짓된 상(像)일 뿐이다.
어느정도 경지에 이른 무인의 기억을 읽어내는 유일한 술수(術手)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지에 도달한 자가 내력으로 상대방의 본신지기를 눌러버리고 강제로 심(心)벽을 뚫어버리고 자신의 내력과 기억을 얻으려는 상대의 내력을 연결하여 기에 담긴 경험을 읽어내는 일종의 사술(邪術)이자 묘술(妙術)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지만을 뽑아오는것은 무척 힘들어서 당하는자는 물론이요 시전자도 위험하고 흐트러진 내력을 다시 제자리로 보내는것은 더 힘드므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폐인이되거나 아예 신체의 기가 무너져 버린다.
과연. 이러니 초절정을 넘어서 무예의 신(神)에 근접한 화경에 도달해서야 다룰수 있는 상승지수(上乘之手)답다.
또한 그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리라.
-적에게 안일한 생각을 품는거냐? 아무리 안전한 세상이 됐다고 해도..적은 예외야.
-적이라니? 앞으로 우리와 함께해야만 하는 자라고. 게다가 정말 저런나이에 화경이상의 경지에 올랐다는걸 확인하고 싶은데. 기(氣)가 전혀 느껴지지않는다고? 이정도로 기운을 숨길수 있는 경지는... 현경(玄境)이라는 터무니없는 곳에 도달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해.
-확실히 흥미로운데? 현경(玄境)에 이른 자들은 그 시대에도 드물었지.난 아예 보지도 못했어.
호기심은 그들의 움직임을 이끄는 주 원천이다.
-동감이다. 마경. 우리가 언제부터 조직같은걸 신경썻다그래? 조직에 들어간걸 철저히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라고. 게다가 고작 한명건드린다고 조직에 무슨일이 생기겠어? 그딴조직이라면 진작에 내팽겨치고 도장이나 차리는게 낫지. 요즘 운동부족이 사회적 문제니까 장사는 잘되겠군.
-하하하하!.. 역시 무자비한 암살자 이동진답구만! 그 정도까지 의사를 전달했는데 아무런 답이없다는건 무례의 도를 넘은거야. 현실을 제대로 파악시켜줄 필요가 있다.
-후..그래. 너희들이 뜻이 그렇다면. 추후행동을 보고 접촉하자.
-라져.
-능력자 녀석들을 오주로! 유도진법을 구축한다!
-알겠다. 사람이 없는 폐건물로 유도하겠다.
통신이 끝나는 소리를 기점으로 정의통총회의 무인들은 빠르게 산개했다.
"그럼 내일보자~"
"응 바이바이."
태화와 이아는 무토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오늘도 태화는 AES본사까지 이아를 데려다 주기로 했기때문이다.
전처럼 택시를 이용하기위해서 차도를 찾아서 둘은 걸었지만 이게 무슨 영문인가.
걸어도 걸어도 같은 위치로 돌아오거나 생각과는 다른 장소로 오게 되었다.
휴대폰으로 네비게이션을 켜서 안내대로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같은 장소를 빙빙도는것은 면하지 못했다.
"뭐..야..이게.."
이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아야. 침착하고 잘들어. 지금 우리는 진법에 빠졌다."
그말과 동시에 주위의 공간에서 반원형태로 새까만 먹색으로 물들었다가 먹이 벗겨지며 하늘을 일그려 트렸다.
"오경변환미궁진(五景變換迷宮陣)을 기반으로한 새로운 종류의 진법이다. 공간이동계 초능력자에게 대응하기위해서 진법에 암환(暗幻)의 진수를 넣었군."
"무슨말이야 그게..?"
"본래있던 공간의 기운의 흐름을 조작해서..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꿔놓은거야. 모든것에는 저마다의 기운이 담겨져 있는데, 그것의 형태를 바꿔놓은거지."
"더 이해가 안가."
이아의 몸은 떨기를 멈추고 아예 굳어버렸다.
간신히 떼어지는 입술로 말을하는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이세상을 이루고있는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것이 다가 아니란거지. 나와 같은 무인들이 만들어낸 마술같은거야."
"태화랑..같은 무인?"
중압감실린 바람같은것이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사기(邪氣)가 가득한 공간안에 있는것은 특별한 기 수련을 하지않은 일반인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이아는 능력의 특성덕분에 버티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 어찌됐든 이곳을 빠져나갈려면 진을 구성하고있는 중심부를 파훼해야되. 통화..안되지?"
"응. 강력한 전파가 발산되고있어. 지금내가 가지고있는 장비로는 복구불가능이야."
"그럴줄 알았어. 녀석들 현대의물건 어쩌구 하더니만.. 자, 어쨋든 중심부로 가보자."
"나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이런 능력같은건 들어보지도 못했어. 알려지지 않은 공간계 능력인가?"
"초능력은..아닐거야. 어떻게든지 네가 다치지않게 할테니까. 믿고 따라와줄레?"
죽을정도의 상처를 입어도 살아날수 있는 이아가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다는것은 참 신선한 느낌이었다.
"응."
"E.D.R.요원이 이정도에 겁먹은거야? 나로썬 아무런 수련도 하지않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초능력자들을 보는게 더 놀라운데."
"어떤 수련을 하더라도 사람이 하늘을 날게될수는 없어."
"그런가..하하."
스스로 혼란스럽다고 하는 와중에도 똑부러지는 대답이 나오는 이아에겐 역시 당할수가 없다.
태화는 천리지청술(千里地聽術)을 사용하여 주변의 기척을 파악하면서 진법이 유도하는대로 길을 걸어갔다.
친절하게도 진법이 길을 유도하는 방향이 바로 진을 구성하고 있는 중심부였기 때문이다.
살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단 순전히 길을 유도하기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이윽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않고서 순조롭게 도착한 그곳에는 한자로 '정의해장국&주점'이라고 적힌 선술집이 있었다.
선술집 안쪽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선명히 들렸고 코에 닿는 음식의 희미한 음식냄새가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뭐야..이게.. 장난이 좀 심한데.."
삐질삐질. 기개와 위엄이 넘치던 그 옛날 무림인들의 진법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변형되버린것에 대해서 태화는 조금 오래된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자면 안구에 습기차는 안습의 상황이었다.
뒤틀린형체의 푸른 봄 하늘. 그런 괴기스러운 하늘아래 놓여있는 해장국집이 진법의 중심부라는걸 상상이나 할수있겠는가.
쿠우우우웅웅...!!
찰나의 순간, 공기를 울리는 엄청난 기의 압력이 발생하여 진내부가 심하게 요동쳤다.
"이런,이아!"
태화가 얼이 빠져있는 사이,공간의 흔들림으로 인한 충격파를 여과없이 받은 이아의 의식이 날아가버렸다.
일반인이라면 즉사하고도 남을 충격이었지만 다행이도 그녀는 기절하는것으로 그친 모양이다.
태화는 정신줄이 놓아져버린 이아의 몸이 땅바닥에 닿기전에 양팔로 안아서 기를 뭉쳐서 만들어낸 투명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것은 태화가 기운을 거두지 않는이상 절대로 사라지는 일은 없을것이다.
"이거 예태화씨 아니야. 반갑구만."
"뭐야 저년 죽지않았잖아?"
"저렇게 소쉽게 기운을 형상화하다니.. 과연 화경. 아예 극의에 달한 수준같은데?"
이아를 뉘우고 일어나자 선술집이었던 건물이 어느세 폐건물로 변해있었고 그곳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쏟아져 나왔다.
"너희들은 누구냐?"
태화는 매서운 눈초리를 하고서 그들을 쏘아보면서 이아의 몸 주변으로 구체모양의 기(氣)방어막을 겹겹이 둘렀다.
기절한 상태에서는 초능력이 발동하지 않으므로 이번에야말로 진정으로 무방비상태에 빠진 이아를 완벽히 커버할만한 수준의 방어막이다.
"글쎄 누굴까나~ 일단.. 이곳은 우리들의 비밀 아지트다. 서울의 특정구역은 다 이런식으로 우리만의 공간으로 연결되어있지."
"..그걸 묻는게 아냐."
"앙?"
설명하던 남자는 눈알을 부라리며 뻐겼다.
"어떤 새끼들이길레 내 친구를 건드린거냐고 묻고있잖아!!!!!!!"
예태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병기로써의 공포스러운 살기를 뿜어냈다.
*
뒤틀린 하늘을 배경삼은 공간, 걷고걸어도 결국은 다시 되돌아오는 길, 그러한 현대식 무인들의 진법속에 갇혀 태화와 이아는 맴돌고 있었다.
사실 태화의 공력(功力)을 사용한다면 굳이 진법의 중심까지 오지 않아도 진법을 힘으로 깨부술수 있었지만 그는 일종의 호기심 비슷한것으로 그러지 않았다.
자신과 또다른 무인이 서울에 있다, 그 생각하나가 태화를 진의 중심까지 스스로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태화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좀더 냉청히 판단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가녀린 소녀가 의식을 잃어 쓰러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만약 그녀가 악(惡)에 대한 내성이 있는 특수한 능력자가 아니었다면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태화는 화가 났다.
자신같은 사람은 역시 산속에 처박혀서 조용히 단련이나 하고있어야 하는 존재인 걸까.
'말도안되는 소리. 나도 이제 17살이라고? 지긋지긋한 수련과 풀밖에 없는 마을에서 벗어나 맘편히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도 사귀고 싶단말이야.'
사람이 정신을 쓰러졌다고해서 화를낼만한 단계는 그에겐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다.
그저 자신의 덧없는 흥미때문에 가장 친했던 친구가 상처받은 것에대한 자책의 감정들이 솟구쳐 올랐다.
태화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원인의 제공자인 '적들'에게 쏟아내었다.
"정의통총회. 정의통총회다.. 켁켁.. 이거좀 놔주지 않겠어?"
어느센가 '적' 들중 한명의 목을 움켜쥐고서 들어올리고 있는 태화였다.
십수명의 패거리일행에게 에워싸진 상태였지만 그들은 태화가 내뿜는 살기에 머뭇머뭇거리며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정의통총회? 아.. 분명 날 스카웃하고 싶어서 안달이난 자칭 그룹이었지? 그런데 이런식으로 접촉하다니. 어지한히 물로본 모양이야. 살고싶으면 직접 발버둥 쳐보라고."
"허억..허억..끄..읍.."
목을 잡힌 남자는 태화가 손아귀에 힘을 더해갈때마다 동공의 빛을 잃어갔다.
단련된 무인치곤 쉽게 죽어 버리는거 아닌가 싶지만 그야, 단순한 물리력으로 잡은것이 아니니까.
파앗.
남자의 목을 잡고있던 태화의 손에 단검이 날아와서 박히고, 자유롭게된 남자는 그대로 땅바닥에 내팽겨쳐졌다.
그리고 그대로 꽁무니. 태화는 무표정으로 자신이 죽일뻔한 사내의 등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분노라는 감정은 한순간 타올랐지만 한없이 깊고 높은 그의 심지(心志)가 곧 그것을 식게 만들었다.
"진심으로 죽일생각이었군."
"뭐, 이럴줄 알았으니까. 너희들도 방금 저 아이를 죽이려고 했잖아?"
태화는 손에 박힌 단검을 대수롭지 않게 뽑아내고선 치유공을 사용해서 치료했다.
내공을 실어 날린 단검이라 한들 웬만해선 태화의 몸에 흠집도 낼수없는것이 당연한것이었지만 통증의 제어가 필요했던 그는 일부러 단검이 자신의 손에 박아지는것을 방관했다.
"내 불찰이긴 하지만..근데 나를 왜 이곳으로 부른거지?"
다수 쎈척이 포홤되어 있기도한 그의 행동은 어느정도 먹혀든 모양이다.
정의통총회의 무인들에게서 처음나타날때의 건들거림이 없어졌다.
"우선 사과하지. 그녀에 대해선 미안하다. 그녀는 공무원. 우리들의 존재가 알려져선 안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네 말대로 여기까지 함께온건 실수야."
하얀색 나시를 입어 근육이 훤히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갈색머리 남자가 앞장서 태화에게 말했다.
"그래. 덕분에 화가좀 난상태였는데 한명 죽일뻔한것으로 샘샘. 안타깝게도 나는 분노조차 맘대로 할수없는 모양이거든. 두번째 묻는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뭐지?"
태화는 차갑게 식은 눈을 하고 똑바로 서서 질문했던것을 이어나갔다.
"시원한 청년이라 좋군~.. 우리는 정의통총회 나는 전투원을 맡고있는 마경이라고 한다."
마경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검은색 가죽 바이크수트를 입고 한쪽눈을 가리는 보라색헤어스타일을 하고있다.
"좀전에 말했듯이 이곳은 우리들의 비밀아지트다. 그말은 즉, 네가 우리 통총회에 들어오지 않는이상은 곱게 돌려보낼 맘이 없다는 소리다. 이러한 사실이 바깥으로 유출되면 안되니까 말이야. 대답은?"
꽤나 제멋대로인 선언. 마경은 자신들이 일인자란듯이 검지손가락을 올리면서 태화에게 설명했다.
"그래? 무슨 비전요리법이 전해지는 비밀의 해장국집인지 알았는데.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서 협박조로 입회하라는 멘트를 날리다니. 협상에는 소질이 전혀없어보이네. 무인의 연합회라고 들었는데, 솔직히 실망이다. 쫄따구가 이정도라면 윗선이 어떤지 눈에 선하군."
어이가 없는 태화는 팔짱을 끼고선 거만한 자세로 느낀 감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말했다.
"쫄따구라구? 언제부터 무림에 계급체제가 있었던 거냐? 모든것은 그저 힘에 의해서 결정될 뿐이라구."
"마경. 시대에 어울리지않는 소리는 그만해라!! 그리고 그 힘있는 자들이 저자를 우리편으로 데려오고 싶어한다는걸 모르는거냐?"
"아니뭐. 그래도 신입인데 군기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잘부탁한다 예태화."
한소리 들었음에도 여전히 막무가내인 마경은 잇몸웃음을 짓는 여유만만한 태도로 태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연히 태화는 손을 탁 쳐버리고선 이동진을 보며 말했다.
"거절하지. 자. 용건은 끝났으니까 어서 우리를 이곳에서 내보내줘."
"어이쿠. 무슨 수법을 쓰고있기에 손이 닿았는데도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않는거야?"
"하아..대화하는 법부터 교육 받을 필요가 있겠다 너."
저런류의 인간이 무뢰배 무리에는 꼭 하나씩 있는법이지.
"아아, 그건 인정하지. 그녀석 우리들중에서도 제법 정신나간녀석이니까."
그걸 인정하는 동료까지 한 세트로.
"이동진 네놈..! 아무튼..예태화. 우리에게 붙지않는다면 어떻게할 생각인건데? 설마 무인인 주제에 무소속으로 이 서울에서 살아갈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어.쩌.라.고.요.오.지.라.퍼.씨.?"
혹시 한국어를 제대로 알아먹지 못하는건 아닐까 해서 태화는 한글자씩 따박따박 나뉘어서 대답해 주었다.
"하핫. 오지라퍼라니. 웃겼어 그거. 하하하..하아. 장난은 이쯤하지. 네가 실감이 안나는 모양인데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콰-와아아아아앙---
마경의 얼굴 오른쪽을 뻗어나간 빠른 무언가.
그것이 자신의 옆을 지나간다고 마경이 인지했을때 이미 상황은 벌어져 있었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써온것인지 모를 색바렌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이.
단전에서부터 주먹까지 순식간에 내력을 끌어올리는 그 속도 그대로 방출해낸 태화의 권기(拳氣).
기운을 가공하는 특별한 의(意)를 품지않고 순수히 주먹을 뻗는 그 속도에 강기를 싣는것만으로 3층짜리 건물을 부숴버린것이다.
뭉실뭉실 솟아오르는 먼지속에 놓여진 잔해안에는 그들이 좋아하는현대물건이 있는듯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마음만 먹으면 뭐. 임마."
"...!"
마경은 얼빠진 표정을 하고선 뒤로자빠져버렸다.
'...? 진법이 풀리지 않아?'
진의 중심을 이루는 곳을 박살내버렸는데도 오경변환미궁진(五景變換迷宮陣)을 기반으로 만든듯한 진법은 사라지지 않았다.
천(天),지(地),석(石),감(感),색(色) 다섯가지 경치를 둔갑시키는 이 진법은 그다지 교묘하지도 않고 간이식으로 만드는 진법이라고 알고있던 태화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대단하군. 그러나 그정도로 허술하진 않다."
나자빠진 마경의 뒤에있던 이동진이 태화와의 거리를 줄이며 다가와 주황빛을 머금은 주먹을 휘둘렀다.
태화는 별생각없이 팔로 막았지만 의외의 커다란 충격이 전해지자 다급히 낙기류(落氣流)의 수법으로 주먹에 담긴 내력을 흘려버린후 행공(行功)의 수로 되받아 쳤다.
"큿."
자신보다 고단수인 태화의 행공술에 대처할수없는 동진은 튕겨지는 자신의 팔쪽으로 신체의 균형이 넘어가면서 뒤로 나자빠지는듯 했지만 나머지 한쪽팔을 땅에 짚고서 한바퀴돌면서 착지했다.
동진은 부르르 떨리는 자신의 오른주먹을 신기한듯이 바라봤다.
"당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주먹부터 휘두르다니."
태화가 말했다.
"주먹은 그쪽이 먼저 휘둘렀다. 덕분에 이쪽은 살림집 하나가 날아간 지경이라구."
"아아. 그거 미안하군.그쪽의 보라색 머리씨께서 어지간히 말귀를 못알아먹는거 같아서 말야."
"마경이다 마경. 사람이름정돈 외워라!"
"다물어 보라색 오지라퍼씨. 넌 뭐냐. 너도 저쪽같은 갈색 오지라퍼냐?"
"이야~ 네녀석 입담이 장난 아닌데?"
마경은 이빨을 빠득거리며 으르렁 댔다.
"마경! 지금은 참아라."
"하아.. 근데말이야. 둘이서 어쩌려고? 이제 순수히 내보내 주시지? 만약 진법의 파훼조건이 당신들을 죽이는거라도 무인에 대한 예우차원에서라도 망설이지 않을거라고?"
좀전의 일권(一拳)을 선보인것으로 십수명쯤 있던 무인들은 바로 꼬리를 빼고서 도망쳤고, 마경과 동진 두명만이 태화의 앞에 나서있다.
도망치는자들은 하나같이 나약한 자들, 수준이 높은 무인이라는건 그다지 많지도 않으니 이해할만한 점이었다.
"살림집이라고 한건 농담으로 한게 아니다. 우리는 진짜 이곳에서 살고있는 정의통총회 소속의 무인들이다. 자신의 거처와 가까운 곳에서 예태화를 발견해서 스카웃하는걸 성공한다면 성과금과 함께 회원등수를 두단계 올려준다는 간부들의 통지가 있었거든."
두단계라는게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높은 등급인듯.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아 그래그래. 알겠어. 그건 당신들 사정이고 우리들은 이제좀 내보내 줄래? 억겁분의 일의 확률로 너희들이 나를 제압에서 내가 강제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더라도 들어간것만 못하다고. 일단 저런 녀석이 있다는 것 때문에 탈락이야."
"우리들은 제각각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왔기에 조금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뿐이다. 알고보면 저녀석도 착한녀석이다."
"....착..현대인중에서도 법제대로 지키고 사는사람이 없구만 무림인이?"
"법이랑 착한건 별개지..! 지금 못믿는 거야?! 입회하기만 한다면 내가 진짜 잘해줄 자신있다구. 간부가 되더라도 우리같이 내부사정이 밝은 부하가 생기는건 좋은거라구?"
"하아 정말 짜증나는군."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닫고서 태화는 좀더 정보를 캐낼 방법을 궁리했다.
이아또한 빨리 내보내야 할텐데, 자신이 텔레포터도 아니고 사람을 공간이동시키는 무공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는 네 수준이 어느정돈가 테스트할겸해서 부른거야. 안된다고 해도 딱히 상관은 없어. 그렇다면 이제 본래 목적으로 들어가 볼까?"
동진 멎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싸움하자는 말을 저렇게 대놓고, 그리고 능청스럽게 할수있는걸 보니 과연 그냥 무인이 아닌 피바람 날리던 무림(武林)에서 살아남은 협객다웠다.
비록 태화에게 힘적으로 상대가 안될지 몰라도 경험적인 면에선 훨씬 풍부할 것이다.
"테스트라는건 어떤분야든 더 높은곳에 있는 사람이 하는거 아닌가? 기껏해야 검기정도 만들줄아는 무경(無境)들이 할소리라고는.. 너무 건방진데?"
모든종류의 싸움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결과 어느한쪽이 죽기마련이기에 약한쪽에서 강한쪽을 건드리지 않는게 정론이지만 약자가 강자에게 위협을 줄수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강하다고해서 약한 사람을 죽인다는것은 기록에 남는 민감한 문제다.
특히 무인들의 싸움은 '비무'. 즉 패배하는쪽은 진짜로 목숨을 빼앗겨서 죽는다.
초능력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 경우에따라서 '사람을 죽여도 기록되지 않는 경우' 가 있지만 어찌됐든 살인했다는 사실은 사실이니까.
"과연 그럴까?"
동진과 마경은 저마다 입고있던 옷에 기운을 담은 손을 올렸다.
그러자 푸르스름한 반투명한 선이 갑주의 형태를 그리면서 생겨나더니 면이더해져서 금속성 갑옷이 나타났다.
"대단하지?"
단단해보이는 투구까지 착용되자 완벽한 현대식 슈트의 모양을 이루었다.
동진과 마경은 양팔을 벌려 보란듯 자랑했다.
까앙!
태화는 이형환위(移形換位)가 일어날 정도의 스피드로 둘에게 접근해 철황기(鐵皇氣)를 머금은 주먹으로 두명의 복부를 가격하였다.
"!"
정확히 꽂혀든 공격이었지만 두명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고 오히려 태화를 들어올려 내동댕이쳤다.
공중에 떠서 행동이 제한된 태화를 향해 마경은 팔의 슈트에 부착된 작은 알갱이모양의 구슬을 발사했다.
그것들은 상당히 파괴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불꽃과 먼지로 휘감았다.
마경은 보이지 않는 폭연속에서 무언가를 포착한듯 계속에서 미사일탄을 발사해댔고, 동진역시 팔을들어 알갱이를 발사했는데 그것에서 파란네온색으로 빛나는 그물이 펼쳐졌다.
"잡았다. 말도안돼. 크크큭."
동진의 투구에 달린 어시스트글래스에서 그물에 걸린 사람의 형체가 투영되었다.
삐빅.
동진은 뇌를사용해 그물을 컨트롤하여 강력한 전류가 흐르도록 하였다.
100만볼트의 전력이 만들어내는 강력하고 무서운 스파크가 쉴세없이 날아오는 포탄에 합세하여 무시무시한 경관을 만들어냈다.
얼마나 전압이 강한지 탄환이 폭발하며 일어나는 불꽃마저 타버리는 위력이다.
시꺼멓고 붉으며 번쩍이는 연기덩어리는 마치 천둥의 신이 만들어낸 벼락구름같았다.
콰콰콰콰콰쾅 빠지지지직!
"하하하하하하! 찌릿찌릿하구만!! 개조가 아주 제대로 됐어!!"
동진이 대소한지 3초가 체 지나기도 전에, 폭격받고있는 공간에서 금빛의 탄환이 날아오더니 마경의 팔에있는 발사대를 정확히 가격했다.
실제 AES의 군대가 사용하는 대 능력자용 슈트에 화약같은 구닥다리 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폭발하지는 않았으나 금색의 기탄(氣彈)은 마경의 어깨를 관통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물질보다 강도가 뛰어난 슈트를 입고있는대도 그것이 뚫린것이다.
"마경!"
동진이 마경을 돌아보는 사이, 폭격받았던 공간에서 기가 방출되더니 폭연이 한방에 날아가더니 땅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서 먼지한톨 묻지않은 깨끗한 인형(人形)이 나타났다.
"이게 바로 너희들이 좋아하는 현대의 물건인가 보지?"
"말도안돼! 100만볼트가 흐르는 전류를 직격하고도 살아있을리가?"
"전류라 함은.. 오행(五行). 과학력으로 만들어진 물건의 모든것은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오행의 법칙을 따른다. 그것을 다스리면 그만인것이야. 난 아득하고도 아득히 깊어 끝이 보이지 않는 무예의 오의(奥義)를 옅본 현경의 경지에 이른자. 오행의 기운을 갈무리하는것은 당연한 소양이다. 영광으로 알라고. 방금쏜 기탄은 금령신탄지(金靈神彈指). 상당히 수준높은 지법이야."
이름처럼 금령의 신이 쏘는 탄지술인만큼 현철(玄鐵)을 제외한 금속은 웬만해선 뚫어버리는 극관통의 신공(神功)이다.
다행인것은 아무리 태화라도 신공을 난사할수는 없기에 마경이 산체로 벌집이 되는것은 면할수 있달까나.
"먼..개소리야.현경..이라구? 마경. 일단 피하자!"
"어어!"
두명은 슈트의 모든곳에서 방출되는 울트라 에어라는 공기를 가공한 물질을 출력해서 태화와 거리를 벌렸다.
"다음은 심장이다. 아니, 머리를 뚫어버릴까? 하..이거참 성실한 고등학생이 내뱉어선 안돼는말을 계속하고있어 나.."
태화의 가만히 서서 멀어지는 그들을 보지도 않고선 땅바닥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러던 그의 얼굴과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 금색이었던 손가락 주변의 기운이 옅은 하늘색으로 변했다.
"천강(天剛). 천견추격(千犬追擊)!"
봐줄생각이 없고 빨리 싸움을 끝내고 싶은 태화는 기(氣)와는 차원이 다른, 무경의 경지에서는 도저히 다룰수없는 강(剛)을 사용했다.
"이거..추격이라는 용어 그대로 유도탄인데, 피할수있을랑가 모르겠네."
초식명처럼 천마리까진 아니더라도 수많은 강기덩어리가- 사냥개들이 멀어지는 그들에게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에너지 이레이져(Energy Erasure)!"
뒤틀린 공중위에서 마경과 동진은 허공에 팔을뻗는 모양을 취했는데, 손바닥의 10cm 앞에 몸너비만보다 조금 큰 주황색 에너지 막이 생겨났다.
그들은 같은행동을 각각 두번씩, 서로 총 네번 반복해서 만들어낸 에너지막을 연결해서 사각기둥을 만들어냈다.
비지지징-
천견(千犬)들이 그 사각기둥에 부딪혀서 소멸되는 소리다.
"호오.."
태화는 흥미롭다는듯 팔짱을 끼며 자신이 끌어올린 진기(眞氣)들이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봤다.
"한번에 쏟아낸건 너의 실수다. 이 방어벽은 7초간 모든 에너지 공격을 막아내지. 강기라고 다를건 없어."
"진짜..인생허탈하게 만드는 현대병기들이구만."
태화는 실소했다.
"뭐, 무술이 빛을 잃어갔을때가 바로 화약총의 탄생부터지. 마경 응급처치는 다했나?"
"끙..그래. 이런 비싼수트에 흠집을 내다니, 수선하는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알기나 하는거야?"
"잘못맞았다간 죽게생겼는데 그깟 남에옷따윌 신경쓸까보냐? 솔직히 방금전의 공격은 그냥 한번 맞아본거였는데 잘못했으면.. 휴~"
태화는 너스레를 떨며 과장된 한숨을 쉬었다.
"위대하신 무인께서도 꽤 짜릿했나보군. 솔직히 네가 방심할것을 노린건데, 정말로 걸려들다니. 음핫핫핫!"
"....마경아..그렇게 자랑할만한건아닌거 같은데."
"그래서. 뭐 더 없는거냐? 그 기막히게 멎지게 생긴 슈트의 기능이 이정도 뿐이냐구? 다가오지도 못하고 멀리서 그런 잡기술만 쓸뿐이라니..결국 알멩이 없는 쭉쩡이에 불과하구나."
"솔직히 너처럼 어린사람이 현경에 이르렀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이렇게 되면 승산이 없군."
동진이 말했다.
"그렇지? 알고있다면 이제 내보내 달라고. 너희들도 지금껏 내가 놀아준거란걸 알잖아. 그 말도안되게 단단한 갑옷을 뚫기위해서는 아무래도 무형검(無形劍)을 사용해야 하나 하던 참이었어."
"무형검(無形劍)이라고? 그것이 실존하는 무공이었단 말인가? 보고싶군."
"검을 소유하는것의 의미가 사라지는, 무학(武學)의 절정에 이르른 경지에 이른자만이 다룰수 있다는 그 아름답고 위대한 결정체에 죽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영광이다."
마경까지 나서서 진지한자세로 흥미를 보이는것을 보면, 역시 무형검은 무인들의 소망이자 꿈 그 자체다.
"참, 너희들은 영광스럽게 죽는걸 좋아했지, 근데 깔끔히 급소를 찔러서 죽이진 않을거야. 반토막을 내버릴거라구. 내장이니 그런것들이 다 튀어나올텐데 그런 죽음이 과연 영광스러운 죽음인 걸까?"
태화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장난끼섞인 표정으로 두명의 무인들을 노려봤다.
"재미없군."
"그렇지? 익히 알려진대로 대성한다면 13자루의 검을 다루게되어 천하무적의 지존이 된다고하는데... 그중에서 난 두자루를 만들어서 다룰수 있다. 마침 니들의 숫자와 같군."
"아아- 진짜 재미없어. 진~짜로 재미없다구. 크크큭. 모두 나와라."
두둥.
마경의 명령과 함께 도망쳐버린줄로만 알았던 수십,아니 백여명의 통총회사람들이 지면과 공중에서 나타났다.
동진과 마경이 비밀스럽게 정의통총회에게 요청한 지원병들이 도착한 것이다.
아니, 원래부터 도착해 있다고 말하는게 정확하겠다.
"헛소리 받아주느라 수고가 많았다. 텔레포트 해서온 우리얘들이야. 한 2분전부터 와있었는데 몰랐지? 납치한 연구자들의 힘을 빌려서 만든 양자 스텔스 기능을 이다.잠시동안 존재자체가 사라지게하는 기능이라고 보면된다. 우리들만의 비밀 네트워크 '하이드 링크'에 연결되어 있지않은자는 그게 누구라도 눈치첼수 없지. 아, 이런 말이많아졌군. 상관없나.. 어차피 지금 죽일테니까 말이야."
"하아..왜그렇게 너희들은 사람을 죽이고싶어서 안달이난 거지? 꼭 생명을 뺏어야하는거야?"
수백여명의 무리가 모두 삐까번쩍한 전투슈트를 착용하고서 등장했지만 태화는 담담했다.
"문답무용. 모두 공격해라!!"
"어이어이, 숫자는 의미가 없다는걸 모르는거냐?"
"까불지 마라. 이쪽은 고클래스의 초능력자와도 대등이 겨룰수 있는 군대를 파견한 거라구. 네녀석을 확실히 처리하기위한 상부의 결정이다."
그것은 전쟁을 선포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정말 자기멎대로인 무인들의 세상이라고 태화는 생각하며 진기를 유동시켰다.
"눈앞에 실력자를 두고서도 당당한 이유가 있었구만?"
징-
지잉-
퍼어어엉
수십갈래의 레이저가 태화에게 쏘아지고 포탄이 사방에서 폭발하며 눈과 귀를 유린했다.
태화는 용케도 그 모든 공격을 피하고있었지만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선 자신이 진심으로 싸움에 임해야 한다는것을 알고있다.
그는 왼손의 검지손가락 마디에 오른손을 대고서 무언가를 쥐는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뽑았다-
폭음이 남발하는 전장의 가운데에서 낭랑한 소리를 내며 뽑아지는 깨끗하고 새하얀 검신.
천주일검(天主一劍).
하늘을 주인으로 삼는검는다는 이 검의 주인이 되기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시험해보기에 딱 알맞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