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내 몸이 탈진 됬던것 같았다. 앞뒤도 제대로 분간이 안됬었다. 약간 정신이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집이 나왔었다. 최호공의 집이었다. 일단 바로 들어갈려 했지만 몇시간 계속 뛰어다닌 난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한 상태, 내 몸이 점점 뜨거워졌다. 죽을만큼의 뜨거움 때문에 난 눈을 떳다. 내 몸 부터 살펴봤다. 난 의자의 손이 묶여 있었고 오른 팔꿈치 바로 위에 의자와 내 오른손이 매우 큰 못으로 연결 되어 있었다. 오른팔에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팔이 끊어 질 것 같은 고통이었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나무 집에 불이 붙어져 점점 번지고 있었다. 불은 나에게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그 커다란 못에 영어로 '4'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을 근거로 이것은 꿈이라고 확신했다. 난 안심하고 둘러 볼려던 순간 난 꿈에서 깨어났다.
일단 눈을 뜨고 내 몸 상태부터 점검했다. 윗 옷이 사라진 것을 보니 역시 그 여자아이 사건은 꿈이 아닌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눴던 대화 네 번째, 일곱 번째라고 말을 계속 시작한 것이 그때의 기억을 조금씩 끼워 맞혀졌다. 분명 어디서 많이 들어본 특이한 소통법이었다. 순간 뇌리에 스쳤다. 아버지가 죽기전 입었었던 윗 옷 왼쪽 가슴의 새겨있던 단어가 생각났다. 특히 머리에 남았던 대화 중 '넘버(number) 투(two)', '넘버 쓰리(three)'등 여러 영어 대화가 생각났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사진이 잔뜩 붙혀져있는 방이었다. 여긴 분명 그들의 집이였다. 이번에는 전보다 몸이 움직이기 수월했다.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쿠우…….
난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회색 머리를 하고 긴 머리카락를 가진 사람이 벽에 기대서 자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그 사람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또 얼굴을 아래로 젖히고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일단 잠을 너무 편안하게 자는것 같아 깨우지는 않고 이 방에서 나가 마루로 나왔다. 마루에서는 여자 두명이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난 발소리를 내지않고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소변을 누고 옷을 벗었다. 세면대의 있던 샴푸로 머리를 감았다. 찬물을 틀고 손에 모아둔 다음 한번에 얼굴을 씻엇다. 옆에있던 수건으로 온몸의 물기를 제거했다. 얼굴을 보려고 거울을 봤지만 약간 뿌여져서 볼 수가 없었다. 난 손에 물을 가득 채워 한번 뿌려줬다. 난 거울의 나를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놀라 소리를 질러 버렀다. 내 다급한 소리에 자고 있던 여자 한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를 치료해준 여자였다. 그리고 그 여자도 비명을 지르며 문을 세게 닫았다. 난 물었다.
"뭐가 문제인데 소리를 질러!"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날 당황하게 했다.
"오……옷……."
당황한 난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자, 잠깐 내 눈이 이상하다고!"
내 오른쪽 눈은 짙은 적색 왼쪽 눈은 짙은 청색으로 되어 있었다. 난 옷을 전부 다시 입고서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눈이 마주쳤다.
"내 눈 색이 원래 이랫어?"
그녀는 나의 시선을 조금 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난 너를 처음 봤을때도 색이 그랫었는데."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나에게 내가 입은 옷을 가르키고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 그거 내 옷인데……."
그 말을 들은 즉시 난 화장실로 빨리 들어갔다. 내 모습을 살펴봤다. 핑크색 반팔에다가 다리를 내보이고있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마 너무 놀라서 허겁지겁 찾아서 입었나 보다. 몸을 씻기 전에 화장실 안쪽에 세탁기에다가 실수로 넣었나 보다. 세탁기 빨랫감 속에 내 옷은 간신히 찾았지만 내가 몸을 격하게 씻었는지 입을수 없을 정도로 젖어 있었다. 그렇다고 딴 여자의 옷을 꺼내서 입을 수도 없고 말이었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최호공의 옷을 빌려 입는 것이었다. 호공이의 옷을 찾고있는데 다시 조그만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안그래도 조그만한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거기……여자 욕실이야……."
정신이 점차 흐려지려던 순간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신오 깨어났냐?"
그리고 문이 열렸다. 그런데 들어온 사람은 아까전 회색 머리를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순간,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다. 그 여자가 넘어지는 날 보더니 피식 웃었다. 목소리는 호공이였다.
"내가 괴물이냐……왜 자빠지고 그래?"
나에게 손을 내 밀었다. 난 그 손을 잡고 단숨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잠깐 기다리라고 한 다음 자신의 옷을 줬다. 반팔과 반바지가 수수한 색 옷인걸 보니 분명 호공이의 옷이었다. 난 준 옷으로 재빨리 갈아입고 그 욕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최호공의 목소리를 지닌 여자가 웃으면서 내 눈과 마추치면서 다가왔다.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올라왔다. 그러는 날 보더니 나의 이마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호공이 목소리로 날 걱정했다.
"너 열있어……너 왜 이래?"
최호공 목소리인건 확실한데 여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오묘 했다. 난 그에게 머리를 묶어보고 모자를 쓰라고 했다. 그는 나보고 이상하다며 머리를 묶고 모자를 썻다. 전부 해보니 역시 내가 아는 최호공이었다.
난 그의 얼굴을 보고나니 잠들기 전에 최호공이 나에게 어떤 아이를 뺏어 갈려했던 것이 생각났다. 난 그에게 해가 저물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그는 여자들과 함께 시장에서 먹을 것을 구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있던 여자는 그때 최호공은 짐을 들어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난 그때 본 최호공은 뭐가 되는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분명한건 그 때의 호공이는 진짜 최호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최호공은 생각을 정리하는 나에게 밥을 먹자고 신나게 말했다. 뭔가 약간 불안했지만 블루키라는 남자가 준 주먹밥이 든 가방을 잃어 버렸고 또 배가 너무 고파 안 먹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계속 고민을 하고있는 나에게 손을 잡고 나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강제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식탁으로 보이는 곳 앞에 의자 위에다가 나와 그녀를 앉혔다. 그는 나와 그녀 앞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놨다. 그리고 겉이 많이 녹슨 압력 밥솥에서 보리 섞은 쌀 밥을 한 주걱 크게 펐다. 또, 여기저기 녹슬고 부숴져있는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서 육류 통조림 두 캔이랑 무엇보다도 김치를 꺼냇다. 김치를 올려놨을 뿐인데 통조림으로 맛있어 보였던 밥상이 더욱 맛있어 보였다. 난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김치가 있어서 그런지 이전에 먹었던 밥 보다 맛 있었다. 호공이가 따라줬던 물까지 다 마시고 먹었다. 그런데 맛 있게 먹는 날 계속 지켜보던 호공이가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난 그걸보고 정말 기가 막혔다. 그것은 다름아닌 청구서였다. 밥은 만 원, 통조림 개당 칠천 원, 김치 한 통 만오천 원이었다. 또, 호공이는 '이 물은 북극의 얼음을 녹여 만든 물이야.'라 고 설명에다가 가격을 덧 붙혔다. 가격은 십만 원이라고 말했다. '이런 돈 쯤이야.'하고 주머에서 돈을 꺼내고는 싶지만 동전 한 푼 없는 나에겐 희망은 없었다. 전부 합쳐서 십삼만구천 원이었다. 이건 허겁지겁 밥을 먹은 내 잘못이었다. 호공이는 낙심해 있던 나에게 사악하게 웃으면서 제안을 했다.
"우리 팀으로 들어와 활동을 해준다면 그 돈 같은건 안 갚게 해줄게……어때?"
난 그에게 이 팀은 어떠한 일을 하냐고 물었다. 그는 사람이 이 곳으로 와서 우리에게 사건을 의뢰하면 그 일을 우리가 처리하는 일이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의외로 좋은 일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했다.
최호공에게 갑자기 끌려와서 까먹었던 나의 눈 사건에 대해 생각났다. 난 그에게 그 사건을 말했다. 최호공은 이전 날 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날 응시하며 물었다.
"너 그거 한 쪽에만 렌즈 낀거 아니야?"
순간 그 말을 듣고 내 주먹이 그의 얼굴을 칠 뻔 했다. 최호공은 그런 날 보고 한번더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면 너 눈 이상한거 같은데?"
역시 이런 바보에게 말한 내가 문제였다. 어차피 통증도 없는데 그냥 살아가도 무난 하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눈 색깔이 다른 것 뿐 이상은 무엇을 봐도 없었다. 일단, 이 두 눈으로 생활을 해야 겟다고 생각했다. 이 두 눈의 일은 잠시 보류해 두고 내 살 길 부터 찾는게 우선인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아직도 내 몸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것 같았다. 최호공은 선택하고 있는 나의 귀에다가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신오, 나와 풍랑이는 조커의 행방을 쫒고 있어."
그는 조커의 행방을 알고 있는듯 했다. 그리고 한번더 속삭였다.
"또,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그가 한번더 오면 넌 분명 죽을거야."
난 그 때가 생각 났다. 내가 공격 한 것을 피했고 날 도발했던 것이 생각 났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야 겟다고 생각했다. 최호공은 미소 지으며 한번더 여기에 들어오지 않겟냐고 말했다. 양심에는 찔리지만 일단 여기에 있어 보자고 생각했다. 난 그의 행방을 알 수 있다면 불 속이라도 뛰어들 작정이었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니 그는 환했던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그는 우쭐거렸다.
"우리 팀의 대장은 나야. 내 말 잘 들어야 해!"
좀 유치하기는 했지만 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호공은 옆에있던 여자에게 소개를 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녀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손수직이야! 여기 팀의 일원이지."
그리고 나에게 잘 지내보자고 말하며 눈 웃음을 보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난 몸이 살짝 화끈거렸다. 나도 그녀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잘 지내자고 웃음을 날렸다. 그렇게 자기 소개를 하던 중에 여기 집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