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궁에서 일어난 일은 하나도 기록해서는 안 되네. 없었던 일로 묻어두자고, 임금의 명입니다. 그렇다고 사관이 그것을 곧이곧대로 따라야 합니까? 사관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기록해두어야 하는 사명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요? 설령 임금의 명이라 할지라도 임금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 후세 자손들이 판단해야 할 일이므로 기록해두는 것입니다. 앞에서 대답은 하였으나 과연 기록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가 야사로 전해온 것인지, 실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영조 즉위 겨우 4년에 발생한 일이라 합니다. 역사 속에 ‘이인좌의 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민 것입니다.
하룻밤 속에 일어난 일입니다. 옥에 갇힌 이인좌를 꺼내 그를 보좌에 앉히기 위한 반란을 도모합니다. 소위 쿠데타인데 결코 혼자서 할 일이 아닙니다. 대비마마가 총책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궁 안의 사람들도 거의 반은 이미 넘어간 듯합니다. 어영청 5인방 무사들이 앞장서서 거사를 이끌어갑니다. 당할 자가 없습니다. 옥에 갇혀 있는 왕위 계승자도 이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준비가 이루어져 있고 때가 되어 들이닥칩니다. 궁을 지키던 병사들이 쓰러집니다. 옥안의 간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죄수들조차 살해합니다. 그 밤의 사건은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인 줄 압니다. 도무지 증인들이 없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한 자리 하던 무사 김호가 포졸로 강등되어 감옥을 지키는 자로 있습니다. 아저씨뻘 되는 선배 포졸과 함께 근무하면서 그날 밤에 이 역적의 난을 당합니다. 의금부 옥을 지키던 두 사람이 낯선 자들의 침입을 당합니다. 여기저기 동료 포졸만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옥 안의 죄수들도 가리지 않고 칼 맞아 쓰러집니다. 무슨 일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영청 5인방과 마주칩니다. 비로소 알게 되지요. 반역 사건이로구나. 포졸에 불과하지만 옥을 지켜야 하는 사명을 다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역모, 반란 사건을 막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 때 내금위 사정이라는 벼슬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만한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 당연지사인지도 모릅니다.
이인좌가 옥에서 나와 준비해온 정장으로 갈아입고 왕을 찾아 갑니다. 왕을 없애고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 대비마마도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왕은 없었습니다. 이미 예측하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싸움은 궁 안 여기저기로 번져갑니다. 무사 김호는 이제 홀로 역모 사건을 처리해나가고 있습니다. 왕을 측근에서 모시는 내시들도 이미 왕에게서 돌아선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싶지요. 우리야 왕이 누가 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오늘 이 왕을 섬기다가도 내일 저 왕을 섬기는 것이 우리 하는 일일세. 말이야 바른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관리라고 두고 일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도자가 바뀌면 내각이 총 사퇴하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일꾼, 그 생각과 마음을 합하여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래야 일사불란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절제시킬 수 있는 반대자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지도자는 목숨을 걸고 충언할 수 있는 신하도 필요하여 곁에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옆에 ‘예스 맨’만 있다면 독재자가 되기 쉽습니다.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이면서 왕좌에 오른들 선정을 베풀 수 있겠는가 질문합니다. 그게 백성을 위한 통치인가 질문하지요. 지도자가 전진만 하며 잊기 쉬운 곳을 찔러 깨우쳐주는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도 그렇고 현실 속에서도 있습니다. 그냥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막히게 시기를 잘 타는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 붙었다가 금방 저리로 옮깁니다. 본능일까요, 아니면 미리 알고 대상을 제물 삼아 자기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각본일까요? 사태는 돌변합니다. 반란은 실패로 달려갑니다. 왕을 찾아 대면합니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기울어져 있습니다. 남은 자라야 왕좌를 빼앗겠다는 자기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여태 자기와 함께 이 모든 계획을 진행해오던 대비는 기존 왕의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편이라고 생각했던 대신들 역시 돌아서 있습니다. 그렇게 역모 사건은 끝납니다.
우리가 알기로 영조는 등극할 때부터 구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위태로운 일들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쟁의 결과입니다. 세력 다툼 틈바구니 안에서 왕위에 올랐고 그 자리를 지키느라 목숨이 위험할 때도 있었습니다. 등극 초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발판으로 하룻밤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자체는 삼류 무협소설을 읽고 나온 기분입니다. 대단한 무사 김호, 현대판 슈퍼맨 정도라고나 할까, 현실감이 없습니다. 이야기보다는 칼질하는 것만 본 셈입니다. 하기야 제작비는 얼마 들지 않았겠다 싶습니다. 내 돈 주고 보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생각됩니다. 대사도 괜찮은 것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다운 영화로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영화 ‘역모 – 반란의 시대’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추위에 건강 하시고
오늘도 좋은날 되세요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한주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