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부처님 27 /7
884일
◇ 임제 스님의 인불사상 ~5.머리 위에 또 머리를 얹는구나
“야, 이 눈 먼 놈들아, 저 시방의 신도들이 신심으로 시주한 물건을 마구 쓰면서 ‘나는 출가한 사람이다.’라고 하여 이와 같은 견해를 짓고 있구나.
나는 그대들에게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부처도 없고 법도 없고 닦을 것도 없고 깨칠 것도 없는데, 어쩌면 그렇게들 옆집으로만 다니면서 무슨 물건을 구하는가? 야, 이 눈멀고 어리석은 놈들아! 머리 위에 또 머리를 얹는구나. 너희들에게 무엇이 부족하단 말인가?”
[瞎漢이여 枉消他十方信施하고 道我是出家兒라하야 作如是見解로다 向儞道하노니 無佛無法하며 無修無證하나니 祇與麽傍家에 擬求什麽物고 瞎漢아 頭上安頭라 是儞欠少什麽오]
출가입산(出家入山)하여 수행 정진한다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온갖 호설란도(胡說亂道)로 제멋대로 펼쳐놓은 주의주장들을 의지해서 그것이 불교인 양 하고 사는 사람들의 견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불교는 그런 것이 아닌데 헛되이 신도들의 시주 밥만 축내고 출가인 이라고 하다니. 불교를 사뭇 틀리게 말하는 사람, 그것마저 하지 않는 사람들은 차한에 부재다. 논할 대상이 아니다. 이미 우리들 자신이 완전무결한데, 이미 보물이 넘쳐나고 있다. 행복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부처도 법도 수행도 깨달음도 따로 없다. 깨닫지 않아도 이미 부처다. 공연히 자기의 집을 버리고 남의 집으로 찾아 헤매고 있다. 자신의 집에 이미 무한한 보물이 있는데 남의 집에 가서 무엇을 구하자는 것인가?
야, 이 눈멀고 어리석은 놈아 그렇게 해서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머리 위에 머리를 하나 더 올려놓는 격[頭上安頭]이다. 긁어서 부스럼 내는 일이다. 멀쩡한 사람을 병신으로 만드는 일이다. 머리 위에 머리를 하나 더 올려놓고 어쩌자는 것인가? 이미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을 버리고 다시 괴물이 되고 싶은가? 무엇이 부족하여 그런 짓을 하는가?
지금 이 순간 글을 읽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춥고 더운 것을 느끼고 하지 않는가? 계절 따라 경계 따라 사람은 이리 저리 오고가지 않는가? 때로는 청명한 가을 날씨와도 같고, 때로는 비에 젖은 솜이불처럼 우리들 마음도 푹 젖어서 천근만근이 되지 않는가? 그 물건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신기한가? 신통묘용이 이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거기서 다시 무엇이 더 필요한가[欠少什麽]?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2, 3세 먹은 어린아이도 동생이 생기면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울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지 않는가?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할 줄 아는가? 이것이 부처의 능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것은 선도 악도 아니다. 선악의 관념은 오직 각자의 주관적 감정이다. 선악을 개입시키지 말고 그대로를 보라. 그 능력 그 사실이 곧 소소영령한 부처의 작용이다. 진정한 신통묘용이요, 무량대복인 것을.
참으로 천고의 명언이다. 촌철살인이다. 더 이상 나아갈 데가 없는 최후 최고의 가르침이다. 수미산 꼭대기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최상승불교며, 새로운 불교며, 신대승불교다.
감사합니다 중생무변서원도 번뇌무진서원단 법문무량서원학 불도무상서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