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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삼정검법(三正劍法) 제 일검 일참(一斬)! 제 이검 일자(一刺)! 제 삼검 일소(一掃)!"
베고 찌르고 쓸어버리고, 태화는 검술의 기본기인 세가지 동작을 초식화한 삼정검법을 구사했다.
태화의 지파인 정문파라면 입문하자마자 배우는 기본적인 검법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위력은 천차만별이다.
검신에서 부터 뻗어나오는 크고 길다란 강기들은 전투슈트에서 쏘아져오는 각종 미사일들을 터뜨리며 쓸어버렸다.
"풍령장(風靈掌)!"
그로인해 발생하는 먼지를 날려버림으로써 기운이 세어나오지 않는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태화는 움직였다.
"하압! 흑하섬광단(黑霞閃光團)!"
검신의 중앙에 뭉친 흑색을띈 동그란 검강이 마치 일순간 밝다가 져버리는 노을처럼 반짝였다가 지는순간, 수천조각의 보이지않는 어둠의 칼날이 되어 나아갔다.
키킹! 키키키킹 키키킹!
살이 베어지는 츄왁- 이라는 소리가 나지않는것을 보면 베이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검강들이 전투슈트에 부딪치면서 빛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할만하였다.
"이게바로 고수와의 싸움이라는것이군. 어마어마한 기운이 담겨있는 검술이지만 너무 아름다워."
"칼날이 갑옷을 가르며 지나가는 이 전율돋는 소리! 이게 바로 무인의 싸움이다!"
"흥분되는군!"
무인들의 무리들은 처음겪어보는 다이나믹한 싸움에 흥이난듯했다.
태화는 쉼호흡을 한번한후 검을 다잡고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살폈다.
"슈트따위에 의지해서 살아있는주제에 무인이니 어쩌고 시끄럽군. 그러니까 니들이 안되는거다. 아, 근데 너희들은 검이 없어서 안뽑는거냐?"
"물론...있다!"
그들은 저마다 허리춤에 있는 날이없는 손잡이뿐인 칼을 뽑고서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각자의 기색에 따른 색을 지닌 1미터 20센티정도의 칼날이 생겨났다.
"플라즈마 소드.라고 들어봤나? 보통의 플라즈마와는 달리 저온상태여서 주변의 공기가 시끄럽게시리 파직거리는 일이 없다구. 아주 조용하게, 강철정도는 두부자르듯 자를수 있는 검이지. 네놈의 그 집안 장식용 검같은 것따위와는 비교가 안될거다."
"플라즈마 소드라..그 슈트도 그렇고, 대체어디서 그런걸 가져오는거냐? 무인이라함은 본래 자신의 검과 몸 하나만 믿고살아가는 자인데, 완전 빠져가지고.."
"하핫. 위대한 무공들이 거의다 소실된 마당에 초능력자에게 대응하기위해선 이럴수밖에없어. 한국에서도 이정도 물건을 협력업체 없이 순수하게 개발해낼수있는 연구자는 흔하지 않지만 우리들 '무인'에게 흥미를 가지고있는 천재 공돌이 한명 덕분이지."
이동진은 말을 하면서 손바닥을 어깨위로 올렸다.
"아아,네놈들의 그 시답잖은 소개를 듣는것은 이제 질렸어."
"큭. 여전히 건방지구나. 운좋게 정문대인같은 분을 부모로 두고 태어났다고 말이야.."
"확실히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덕분에 나는 천년의 세월이 담긴 내공을 얻을수 있었다. 그러나 그 힘을 다룰수있게 키워온건 내 노력이야."
"흥. 말이좋지. 내공이 없다면 그 노력조차 할수없는것이다! 돈이없으면 살아갈수 없는 현대사회처럼 말이야."
"뭐 편한대로 생각해라. 내 입장에서는 환경을 따지는 녀석들은 죄다 핑계거리 대는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아. 난 태어날때부터 세상과 떨어진곳에서 매일같이 피를 쏟고 뼈를 깍으며 수련하면서 살아왔다. 다룰수 없다면 내공이 있다고해서 그 상처들이 치료되는것도 아니고, 외딴곳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 마음의 외로움은 어떤것으로 체울수 없는것이다."
"....이검은 '천재' 공돌이가 만든검이라서 말이야. 이런것도 되지."
태화의 말을 모두들은 동진은 인정하는것도,인정하지 않는것도 아닌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동진이 펼쳤던 손을 반쯤접자, 마경을 포함한 뒤에있는 무인들 모두 검끝을 태화에게로 겨냥했다.
"?!"
파앙- 지지지직.
동진이 팔을 내리는것을 신호도 백여명의 무인들이 태화에게 형형색색의 에너지포를 쏘았다.
태화는 레이저쇼라도 보는양 여유롭게 그것들을 감상하다가 왼쪽손을 내밀었다.
"쌍극무상공(雙極無相功). 흑(黑)."
태화의 손바닥에서 그의 키만한 검정색 구체가 생겨나더니 쏘아져오는 에너지포들을 모두 흡수했다.
"야이! 그런 반칙 기술이 어딨냐!"
플라즈마 레이저를 흡수하는 태화의 기술에 마경은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버럭 소리쳤다.
"꼽으면 너도 쓰시던지. 학습능력이 없는거냐? 그런 기술은 나에게 듣지않는다는걸 알았을텐데."
태화는 양팔을 펼치고선 고개를 흔들거렸다.
"그런 같잖은 기술쓰지말고 검을 뽑았으면 직접 싸우란말야. 내검은 말이야 '신'이 선물해준 검이라구. 네녀석들 수백 수천명이 몰려와도 무섭지 않다."
'그녀를 신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귀신도 신이려나?'
"..그런가. 전군. 돌격하라!!"
"이야아아아!"
"으아아아아아!"
동진의 명령을 신호탄으로 공중에 떠있던 무인들이 태화에게로 쏟아져 내려왔다.
오랜만의 전쟁으로 끓어오른 그들의 모습에는 진정한 투지가 있었다.
지잉-비즈즈응- 징-
그런 기세가 무색하게도, 공중에서 태화와 한번 검을 맞댈때마다 그들은 비내리듯이 지면으로 추락했고 움직임을 멈췄다.
실제로 죽은것은 아니고 죽은것 같은 상태에 빠진 그들은 모두 점혈을 당한 상태였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물질로 이루어진 전투 슈트를 을 입고있어서 그것을 간단히 깰수가 없다면 격산타우(隔山打牛)의 수법을 사용하면 되는것이다.
현대의 병기가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져있다 한들 이런 신묘(神妙)한 방법까지 막아낼수는 없는것이었다.
물론 상대방과 검을 맞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손을 놀려 갑옷뒤쪽의 혈도를 친다는것은 매우 복잡하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태화는 모두 해내고있다.
슈트덕분에 상당한 위력을 연출하고있긴하지만 고작 검기정도 만들줄 아는정도의 무인은 태화에게 무술수련을 전혀 하지않은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언제까지 숫자로 밀어붙일 생각인거냐! 전법이 너무 무식하군. 이대로가다간 전멸이라고?"
태화는 백여명의 무인들과 공중전을 펼치는 와중에 음공(音功)을 펼쳐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쳇.!"
지상에서 그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마경은 플라즈마검에 보랏빛 검기를 주입시켜 크게 휘둘렀다.
"마경참(魔勁斬)!"
그러자 반월모양으로 강력한 검기가 펼쳐지면서 백여명의 아군가운데에 있는 단 한명의 적을 노리고서 쏘아졌다.
"아군도 휘말리게 할셈이냐! 적화봉검(赤火鳳劍)."
극의에 달한 의형강기(意形剛氣).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봉새가 마경이 날린 검기로 날개짓하며 날아가 그것을 집어삼키고 마경에게로 날아갔다.
"마경! 어서 피해라!"
동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마경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봉황의 위압감에 질려서 온몸이 후들거리며 굳어버렸다.
'이익! 한심하게도! 움직여라 나!'
봉황이 자신을 삼켜버리기전에 직전 가까스로 마경은 몸을 날렸다.
쿠과과광
충격에 대한 방비가 되어있는 진법인듯 땅바닥이 깊이파이진 않았지만 대신 진내부가 전체적으로 요동쳤다.
"오호. 이런거였군. 앞으로 몇방더 날리면 박살나겠는데?"
태화는 의형강기를 날린덕분에 급격히 빠져나간 진기의 허기짐을 느끼고선 숨을 깊이 들이쉬며 내공을 다스렸다.
쉴세없이 베어오는 칼날들을 쳐내다가 순신(瞬身)의 수법으로 순식간에 무인들과 거리를 벌리고서 태화는 상당히 밀도높은 기운을 양쪽 손바닥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합장(合掌)했다.
"13신법(十三神法) 제 2식. 천공대멸력(天空大滅力)."
일그러진 하늘의 형체가 점점 희미해지더니 아예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그것만이 아니다. 하늘에 떠있던 무인들이 합이라도 맞춘듯 일시에 들고있던 무기들을 놓고서 추락했다.
지상에서 그들을 지휘하던 마경과 동진은 영문을 모르고서 입만 쩍 벌린게 자신들의 전군이 태화의 일수(一手)에 전멸하는 순간을 지켜볼 뿐이었다.
"후..이제야 좀 잠잠해졌군. 흐읍..연연(煙煙)"
회백색 연기가 떨어지는 무인들 아래에 형성되더니 그들을 모두 받고서 태화의 손가락에 따라 안전하게 바닥으로 안착했다.
"이제 너희 두명뿐인가? 저 꼴나기 싫다면 어서 이 진법의 활로를 말해."
태화는 눈짓으로 쌓여있는 무인들을 가르켰는데 인산인해란 꼭 저런것을 나타낸것이라.
"흐흥..! 말해줄생각 절대 없다!"
마경은 식은땀을 흘렸지만 꿋꿋이 자기주장을 했다.
동진은 팔짱을 끼고서 묵묵함을 일관했다.
"그럼 니들도.."
"우릴 죽인다면 꽤 성가시게 될거다. 허언이 아니라 이건 파고들어보면 네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복잡한 진법이다. 족히 5시간은 헤매야 할터."
"죽이다니. 그럴생각 전혀 없는걸. 쟤들도 죽은건 아니야. 그저 힘을 잃어서 기절했을뿐. 심장이 뛸정도의 힘은 남겨두었다."
태화는 보법을 밟아 두명에게 빠르게 이동했다.
"!"
동진과 마경. 두명은 태화의 양옆으로 산개해서 플라즈마 검을 휘둘렀다.
태화는 천주일검에 검강을 형성해서 그것들을 막아낸후 기를 폭발시켜 주변의 압력을 높여 강제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제약시켜버리고선 갈색머리를 지닌, 체격이 좋아 상대적으로 강해보이는 무인의 복부에 정권을 꽂아넣었다.
"푸헙!?"
동진은 침과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그와동시에, 태화는 빠르게 손을 놀려 그를 점혈시켜 잠재웠다.
몸을 한바퀴 뒤로 돌리니 그곳엔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보라색 머리를 한 무인이 서있다.
태화는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눈빛으로 주춤거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체 반응하기전에 검을 휘둘러 플라즈마검날을 손잡이와 분리해버리고 5번의 주먹질을 날려 넉다운 시켰다.
"큭...!"
목구멍에서 피가 치솟아오르는걸 느끼며 마경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일그러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의 시야에 들어온 한명의 남자. 대 초능력자용 전투슈트를 풀 장착한 정의통총회의 군대를 홀몸으로 쓸어뜨린 남자가 서있는것을 보았다.
일방적으로 뚜드려 맞는수련을 수백번해왔던 그였지만 지금은 손가락 까닥할 기운조차 없었다.
"적화봉검을 막아낼정도의 진법이라..확실히 단단하긴 하군. 자 어찌해야 할까.."
"흥..어찌하긴 뭘 어찌해. 차마 내입으로 말하루는 없고..내 정신에 들어가서 정보를 캐가라. 약해졌을때 당하는게 그나마 덜 고통스러워."
마경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내 말했다.
"그럼 금술을 쓸수가 있나. 대신 네가 말하는 단단함의 정도가 어느정도 힘을 받아낼수 있다는건지 알려줄레?"
"크하하핫. 좋아. 이 진법은 초 저항물질을 베이스로 만들어 원자폭탄의 폭발조차 견딜수있게 설계된 진법이다. 자연력으로 깨부수는건 불가능해. 현경에 이른자라면.. 그래, 설사 여러번 나눠서 그 힘을 낼수있다고 해도 쓸모없는 짓이다."
"그게 무슨소리야?"
"한번. 한번에 그 정도 위력을 낼수있어야 이 진법을 깨부술수 있단 말이다."
"그렇군.."
태화는 팔짱을 끼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기의 침대에 누워있는 이아쪽을 바라보았다.
곤히 잠들어있는 얼굴은 자신이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자고있었다는걸 모르는 얼굴이다.
그녀로썬 무인들의 싸움터에 있는것보다 E.D.R.의 업무를 땡땡이 치고있다는것이 더 신경쓰이는 일이겠지만.
이번에도 그녀가 자신과 얽혀서 시말서를 쓰게된다면 태화로썬 참 면목없는 일이다.
힘을 낼수밖에.
"어이.. 그 어마어마한 진기의 유동은 뭐냐? 기세는 볼만하다만 그거 가지곤 안될거다."
마경은 태화의 몸을 타고 일렁거리는 범접하기조차 어려운 기운을 보며 말했다.
"음과 양의기운을 이용한다면 또 모르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테니 누워서 보면서 이해해라."
인간이 본능이 만들어낸 무(武). 그것에 담긴 우주의 오의(奥義)를 깨우친 현경(玄境)에 이르른 자.
비록 그가 쓸수있는 최강의 무공이라 할지라도 원자폭탄에 비견하는 위력을 낼수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담을만한 그릇인 신검에 자신의 본신지기를 담고 태극무상공(太極無相功)의 수법으로 순수한 음과 양의 기운으로 나눈 후 다시 합치는것이 아닌 충돌시킬 때 발생하는 힘.
순수한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서로 충돌할때 터져나오는 힘은 가히 일국을 소멸시킬 정도라고 태화는 들었다.
경지에 달한 무인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부정도(不正道)의 길을 걷는것은 천벌을 받을만한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이건다 다 네가 길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야."
"음과 양의 기운이라고? 설마..! 어이어이, 저기, 그러지않는게 어때? 진법이 깨지는건 고사하고 그런 위험한 짓을하다니 전세계를 시끄럽게 할 생각이야?..길..알려줄게."
"네가 뻥쳐서 말한 길을 헤매다가 원군이라도 오면 어떻해?"
"아니 뻥 절대 안친다니까 우리는 너와 싸움할 생각이 전혀 없다구요."
"너희들에겐 문제겠지만 난 깨끗해. 오바좀 하지마 세계에 알려지긴 무슨..내가 그리 허술하게 하겠냐?"
"이봐, 다시 한번 생각해봐 그런짓을 했다간 후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우리들의 아지트인 진법을 박살내는 짓을 한것에대한 대가는 어떤 형태로든 너에게 돌아오게 될거야."
마경은 다급해진 표정으로 태화를 회유했지만 너무도 많은 패를 지니고 있는 태화였다.
"보복이라도 하면 귀찮긴 한데..아,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밖에 얘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눈감아주는게 어때? 너희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온거기도 하고말야."
"그..그..건.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상부와 얘기를 해봐야.."
"됐어됐어. 지금 내 친구는 직장에 지각한것도 모자라 아예 결근하게될 지경이거든? 어떻게든 퇴근전까지 그녀를 회사로 보내겠어! 어차피 이 일이 세간에 알려진다면 니들은 끝장난거나 다름없다구. 전투슈트 군단까지 보유한게 알려지게 된다면.."
정의통총회 소속의 모든 무인들은 안보의 이유로 정부와의 밀거래를 통해 사이코메트러의 능력이 통하지않는 심리구조를 가졌지만 모든것을 보아온 태화가 불어버리면 다 소용없는 짓이되버리는 것이다.
"젠장! 호기심때문에 간부가 되자마자 강등되게 생겼군!"
마경은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와중에 툴툴거렸다.
"내 부하로 들어온다면서 너도 간부였냐? 암튼 거래성립된거지? 나중에 길가다가 만나면 그땐 친하게 지내자구. 한번싸웠다고 영원한 적은 아닌거잖아?"
"싸움은 무슨 일방적으로 쳐발린거지..거의 밑바닥까지의 전력을 동원한 거였는데..어디서 너같은 거물이 솟아난거냐."
"하하."
태화는 작게 웃음짓고는 검을 들어 검도의 중단자세를 취했다.
우우우웅-
천주일검이 태화의 본신지기(本身之氣)를 받아들이면서 공명했다.
"이제부터 집중해야 되니까 조용히 있어. 평생 보지 못한걸 보게될테니 말야."
"개소리! 왈왈왈왈왈!"
단음각막을 쳐서 마경이 짖는소리를 차단한 태화는 검에 깃든 기운을 양과음의 기운으로 나누었다.
순청(純靑)과 순적(純赤)으로 나뉘어진 축구공 크기의 동그란 기운이 검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원형으로 회전했다.
음과 양의 기운은 떨어뜨려놔도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와서 합쳐지는것이 자연의 정도이므로 두개의 기운은 서서히 회전하면서 가까워져 갔다.
그대로 둔다면 음양이 합쳐져 자연에 녹아들면서 본래의 형태인 태화의 본신지기가 될것이다.
핵심은 음양의 제어권이 태화에게 있다는것이다.
"이제..음과양을 뒤섞지 않고 부딪히게하면 되는건데.."
음과 양의 힘을 충돌시키는것은 현경에 이르른 태화조차도 처음으로 해보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정확히 어떤 위력이 발생할지 예상할수 없었지만 일국을 소멸할 정도라면 원자폭탄정도는 되겠지하는 생각을 가진 태화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순수한 극음과 극양의 기운을 자칫 잘못 컨트롤했다간 자신과 이아를 포함한 모든것이 소멸하는 재앙을 불러올수있는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기운이라는것은 일단 터지면 제어하는게 거의 불가능한 원자폭탄이 아니므로 태화는 필요이상의 긴장을 하지않았다.
원형 주기를 그리며 점점 가까워지던 구모양의 음과 양의기운이 서로 닿는순간, 기운을 감싸고있던 경계면이 허물어지면 색깔이 다른 반죽이 뒤엉키듯이 섞여갔다.
그는 뒤섞이는 중인 음과 양의 기운을 서로 멀어지도록 컨트롤했다.
그러자, 자연력인 인력과 인공력인 척력이 서로 반발하면서 자신들이 지닌, 세상의 근원이라 불리는 에너지가 맹렬히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천주일검의 검끝위에 떠서 강하게 공간을 흔들며 검게 변해가는 음양의 모습은 보기와 달리 고요했다.
아니, 소리조차 바스라졌기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것이라고 태화는 생각했다.
이윽고 핵융합하는 태양처럼 변해버린 보라색깔 덩어리는 혼돈 그 자체였다.
태화는 그 무겁고도 무거워져버린 기운을 들어올리기 위해서 온몸의 근육을 깨웠다.
"으..아아아아!"
허공답보로 공간을 밟으면서 일그러진 하늘로 올라가는 태화.
그 모습은 마치 여의주를 지닌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같았다.
"태극무상공(太極無相功). 서로 섞이지 못하고 반발하는 음양이여. 그 혼돈의 힘이여."
진법의 방어시스템은 충격을 분산시키는 식으로 이대로 진의 천장에 도달해서 혼돈을 터뜨리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충격이 진 내부로 전해질것이다.
태화는 힘을 터뜨리지 않고 꿰뚫어 버릴요량이었는데 이왕이면 날카로운형태가 좋다.
혼돈의 기운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모르는 태화는 천주일검을 반지로 되돌리고 무형검을 만들어 그곳에 혼돈의 기운을 담았다.
"나의 검이 되어라!"
푸-욱.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혼돈을 담은 무형검은 뭔가를 찌르는 감각을 선명히 전하며 일그러진 하늘을 푹 찌르고 들어갔다.
태화가 검을 비틀자 작은 진동이 일며 육각형 모양 여러개가 모여있는 푸르스름한 막이 생겨나더니, 가루처럼 바스라지면서 본래의 선명한 하늘로 바뀌었다.
진법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하아..이걸로 해결.. 어?어라?"
진이 파괴되면서 같이 사라질것으로 생각했던 태화의 예상과 달리, 그다지 줄어들지 않은 혼돈의 기운이 갑자기 매우 불안정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터진다.
빠른속도로 제어력을 잃어가는 것을 느낀 태화는 다급히 무형검을 우주로 날려보냈다.
콰아앙아아앙--!!
혼돈이 담긴 무형검이 터져버리면서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로 솟구쳐 올라갔다.
구구구구궁--.....
태화가 본 옛날영화에 나오는 40년전쯤 전의 구식 여객기가 하늘을 주행하며 내는 소리같은것이 주변에 울려퍼지며 여운을 남겼다.
다행히 혼돈은 삽시간에 대 자연으로 녹아들어 버렸지만 잠시동안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않았다.
우연히도 무형검이 지나간 자리에 떠있던 거대한 구름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허허..이건좀 위험했을지도."
태화는 2층짜리 건물의 옥상에 내려서서 평상적인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숨을 골랐다.
"계약..지켜야지? 방금전 네놈의 실수때문에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달려올거다."
체념한 표정을 지으며 옥상에 널브러져있는 마경이 작은목소리로 말했다.
"뒤처리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네 부하들은 밑층에 깔려있는것 같은데. 진이 파괴됐을때 자동적으로 이렇게 건물이 생겨나도록 만든거라면 진짜 교묘한걸?"
태화는 여전히 둥둥떠서 한잠자고있는 이아에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봐! 그 뒤처리를 하려면 일단 혈도부터 풀어줘야지!"
"아 맞다."
태화는 아차 싶어서 몸을 돌려서 허공에 딱밤치는 자세로 기탄을 날려 마경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나머지는 알아서 풀어라. 그정도는 할수있지? 어떤방법을 쓴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힘을 감추고 있잖아. 손가락을 데는것만으로 점혈되버리는 동진이라는 녀석과 딜리 주먹으로 여러번 때렸는데도 정신을 잃지 않다니.."
태화의 초점은 마경 내면의 상을 투영하고 있었다.
"쳇. 뭔 헛소리를 해대는거야? 이만 가봐라. 나중에라도 만난다면 그땐 제대로 갚아주마."
"왜. 지금은 안되고?"
"크악!"
마경은 다시한번 짖더니 신법을 사용해서 동진을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으음....태화."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는것은 처음인 태화는 그녀의 입술이 특별히 무언가를 바르지 않아도 분홍기가 도는 입술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
"오.. 깨어났구나. 떠있는게 아니니까 놀라지마 지금 기의 구름위에 누워있는거야."
"이제 다 끝난거야..?"
느릿느릿하게 이아의 푸르고 깊은 눈동자가 띄여졌다.
"그래, 여러모로 설명할게 많긴 한데.."
이번에도 느릿하게, 그녀는 팔을 들어올려 손바닥을 태화를 향하게 펼쳤다.
'잡아달라는 뜻인가?'
태화는 이아가 내민 손에 깍지를 끼우고서 일으켜 세우기위해 힘을 주려했는데, 갑자기 몸이 당겨짐을 느꼇다.
"?!"
샤샥하고 정면으로 다가오는 태화의 얼굴을 피하고서 이아는 자신의 얼굴을 그의 볼에 갖다 대었다.
"이아?"
태화는 영문모를 이아의 행동에 다음행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이아에게 끌어안겨진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부드럽고 따뜻한 볼록한것이 뺨을 통해서 전해졌다.
'볼록하다? 얘가 이정도로 살이있었나?'
부루퉁~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녀는 볼을 부풀리며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태화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하늘이.. 주황색이네.."
통상 정신을 잃은 사람이 현재 위치가 어딘지를 묻는것보다도 먼저 나온말.
"아..그게.."
"빨리 빠져나올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에..저기 그러려고 했는데 네가 정신을 잃은후에 예상치못한 문제가 생겨서.."
태화는 굳은자세 그대로 눈동자만을 돌려 이아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그럴때마다 깍지낀 이아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새햐얀 어금니를 보이며 부들거릴정도로 손가락을 꽉 쥐었다.
"뭐...괜찮아... 그냥 늦게 출근해서 사유를 적고 조금 혼난뒤에, 늦게 퇴근하게되려나. 아마 새벽2시쯤 되려나 호텔에 가서 하루 묵을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힘드니까 그냥 서류냄새나는 사무실 소파에서 얇은 천 하나 덮고 자야겠네. 아아 괜찮아 비록 서서하는 일인용 샤워실이지만 아줌마 향이 나는 목욕탕 공용 샴푸도 있으니까."
"어흑! 그런끔찍한 일이! 미안해 이아야!"
태화는 밀려오는 죄책감과 죄여오는 손가락의 구속에서 벗어나기위해 금나수의 수법까지 써가며 손을 풀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맛!"
털푸덕.
그러고 보니 기로 만든 침대를 수거했었지.
본의아니게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이아는 발끈하여 태화를 노려보았다.
언젠가부터 생각했지만 가끔튀어나오는 저 성깔은 꼭 능력탓이 아닐것이다.
"아파라..이.. 태화 바보 멍청이!!! 거짓말쟁이!! 진짜 싫어! 푸흐흣..뭐하는거야 정말."
이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무인들에게 죽을뻔했고,E.D.R.의 업무도 결근 위기였지만 왠지모를 웃음이 나오는것은 그녀의 천성일것이다.
아니면 하도 태화를 혼내다 보니 이젠 득도한것인가.
"진짜 미안해. 할말이없다..어디 향기좋은 샴푸라도 사다줄까..?"
어쩐지 샴푸얘기를 할때 더 심란하던데.
"크앙! 안보국의 비품을 마음대로 바꿀수 있을거 같아? 빨리 일으켜줘!"
"응. 저기.. 위험에 빠뜨리게 되서 미안해. 정말로.."
태화는 이아의 손을 잡아주면서 정중히 사과를 했다.
"괜찮아."
"응?"
"또 이런일에 엮이는건..사양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렇게 당하지만은 않을거야. 난 E.D.R.의 요원. 약하지 않으니까. 태화같은 9등급 능력자를 혼자 싸우게 하다니. 오히려 내 불찰인걸?"
느닷없이 불어온 상쾌한 바람을 느끼며 태화는 눈앞의 손을 맞잡고있는 푸른색 머리카락의 앳된 소녀를 향해 자신이 지을수 있는 최고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