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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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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비 내리는 세계 외 / 박용하
동산 추천 0 조회 116 16.08.13 19: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비 내리는 세계 / 박

 

 

비 내리는 소리 듣는다

오늘은 세계 중에서 비 맞는 소리의 세계

어둠 속에서 비 내리는 소리를 읽는다

비를 적시며 내리는 빗소리의 세계

비 내리는 소리를 적시는 나의 메마른 세계

마침내 비 맞는 소리 하나 하나까지 다 받아 적는

비의 공동체

적시는 세계와 젖는 세계가

오늘밤 다 젖거나 더 젖을 수 없을 때까지

갖가지 부서지는 빗소리에 젖을 테지

비에 얻어맞은 갖가지 세계가 소리칠 테지

내 감정과 아무 상관없는 비가

주룩주룩 밤의 심부를 날아

세계의 감정에 숱한 금을 그으며 내릴 테지

빗소리의 세계 위에서 더욱 활발해지는

내리는 비가

내린 비위에서

내릴 비 밑으로 내리며

강약과 증폭을 오가는 사이

침대 위 나와 너의 물결은 더욱 물결쳐 우리를 이루고

파도의 숨 토하는 소리가

밤새 해변을 공략할 때

우리의 연애와 상관없이

모든 빗소리를 적시며 내리는 비

단조롭다면 단조롭고

다채롭다면 다채로운 비의 밤에

심장을 파고드는 빗소리를 듣는다

수동적으로 들리던 빗소리를 능동적으로 듣는다

갖은 빗소리를 방열하며 내리는 비의 연대 속에

드러머도 저런 드러머는 없을 테지

내리는 세계에서

맞이하고 두들겨 맞는 세계

젖고

젖고

젖고

또 젖으며

내 열혈 감정을 휘휘 휘저으며

비 맞는 밤의 세계

더 격렬하게 쓸쓸과 적조는 요동치고

듣는 세계에서 두드리는 세계로 삶이 이동한다

어둠 속에서

이제 그만이래도

이제 그만 누우래도

빗소리를 껴안고 내리는 비의 세계

 

 

 

 

 

 

20세기의 북쪽 / 박용하

 

 

1
여행은 편식가에겐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
달 밖에 휩싸인 공포의 산책을 즐기는
떨림의 시인에겐 더 더욱이나.
확실히 우리의 시대는 끝났다.
미래는 미래로 도망쳐야한다
과거의 고통이 과거를 치유하지 않듯
미래의 고통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낙관을 가져다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미래의 고통엔
미래의 날개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최악의 비행이든, 아니면 최선의 비행이든
내일은 마땅히 내일 창조될 것이다
아시아나 비행기가 러시아 상공을 날 때도,
늙은 유럽을 미끄러질 때도
담배 한 개비를 에베레스트 높이 위에서 태우고 싶었을 뿐
지상의 그 어떤 불빛도 내 눈에 안착하지 않는다
언제나 두려운 것은 몰락하지 않고
지겹도록 천천히 타락하는 삶이다
한꺼번에 죽지 않는 삶을 생각해 보라,
한꺼번에 끝장내지 않는 인간관계들
지구 위로 넘치는 邪術(사술)과 교만, 포만과 굶주림,
기후와 날씨의 자살
그것은 달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처럼 끔찍하다
전율이 무너진...... 공포가 찢어진...... 기억을 까먹은 지구처럼

 

2
아시아의 끝에서 나는 쓴다
살아낸 만큼, 살아낼 만큼만 이륙하는
기억을, 기억으로 이동하는 대륙을
그 기억이 지구의 깊이, 지구의 나이와도 같을 것임을 믿으며
호주 대륙의 끝에서 또다시 쓴다
지구는 지구를 위해 돌뿐
결코 인간을 위해 돌지는 않는다고.
오렌지 주스 두 잔을 마시고 시드니를 떠난다.
뉴질랜드는 지구의 바bar야!
비내리는 남태평양.......
삶이란게 지구 위로 온 휴가 같은 것이라고
나는 한참을 중얼거리고 있다
유년의 방파제를 따라 갈매기들이 침대로 들어가는게 보이고
엽서처럼 떠 있는 요트 위로 오피스텔 같은 구름이 오버랩된다
내 망막에는 5만 년 전 남태평양을 항해하던
호주 대륙이 걸려있어......
내 귀에는 몽고초원을 달리는 말들의 환호가
잎 돋는 육체처럼 쳐들어와.......
그렇다한들
지구안에서 도망칠 곳은 지구 안밖에 없지 않은가
추억이 식은 곳에서 삶은 다시 시작되고
만약 살았던 인생의 날들이 내일이라면 어찌되는 걸까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구를 기억할려면 내일로 가야한다
지구의 끝으로 가서 거기서 고독의 처음으로 돌아오자

 

3
중력은 낡았다. 죽음도 낡았다.
낡은 기억으로 사랑은 말해 뭐 해?
천공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낡았다면 남극도 이미 낡은 것
무엇보다 낡은 고통이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낡지 않았다.
단지 우리곁에와 미지의 섬처럼 수줍어할뿐
여기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바람과 대양에 미친 한 人神이 있다
밤과 낮을 미끼로 천체의 감각을 송두리째 포획하는 대천사말이다
지구 위를 악마의 감각으로 걸어보자.
귀신으로 악령으로 달려보자
눈뜨고 보기 싫은 것, 귀 열고 듣기 싫은 것, 입으로 말하기 싫은 것
그것은 24시간편의점처럼 가까이 놓여있다
마치 시체소각장처럼, 언어의 소각장처럼 즐비하다
세기말 지구를 순례해보라.
후후후후후후후, 뭐, 포장술만 발전했어
일찍이 지구 위의 언어가 이렇게 오락화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껍데기에 최선을 다하는 시대도 종족도 없었을 것이다
오락을 위해 움직이는 인류들이 지구 위에 주유소처럼 나열돼 있다
떠들고 있는 눈, 떠들고 있는 귀, 떠들고 있는 마음들의 광란,
우주의 침묵만이 그것을 제압할 것이다
딱딱한 어둠의 침대에 누워 침묵에 덮여 별의 운명을 주시한 적이 있는가
그대가 먹고 싸고 침 뱉는 세계가 별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별이란 조금씩 망가지면 언젠가 손볼 수 없어진다
한꺼번에 몰락해야 한꺼번에 타락해야
우리의 마음은 성자의 손가락이라도 붙잡는다
한 세기가 끝나도 고통은 지구의 지붕처럼 의젓할 것이다
그러나 고통에도 낙원은 있다.
페인트칠한 기쁨으로는 누릴 수 없는.
20세기가 흘러간 상처러면 21세기는 흘러올 상처인가
이제 확실히 한 세기는 끝났다. 이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인간은?
벼랑 아래를 쳐다볼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벼랑 위는?
아흐 묻지 마라. 여전히 벼랑이다
인간이 발전한다고 그대는 믿는가.
인간이 타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찌됐건 우리는 뉴욕 파리 런던 도쿄 시카고 모스크바에서
폭설로 먼지로 홍수로 분노로 권태로 짜증으로 현금카드로
기계처럼 만나고헤어진다
나는 그런 세상에서 억지로 행복을 제작하는
광신과 맹신의 무리들이 싫다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일지라도
타락한 언어를 염색하지는 말지어다

 

4
세기말의 북쪽에 홍수가 나고 폭설이 약속을 취소하게 한다
수면 부족에 걸린 인간들이 지구 위의 기계들을 관리한다
사고가 터지고 사고는 터지기 무섭게 잊혀진다
후손들아, 그래서 너희는 내면이 있는 기계를 만들어야 하리라.
그때가 되면 나는 없으리라
북반구에서 남반구를 보듯. 남극에서 북극을 보듯
세상을 관찰해보라
확실히 국가는 낡았다. 종교도 낡았다. 너의 엄마도 낡았다.
하물며 애인은 또어떻고?
왜 우리는 면역된 고통을 먹으며
낡은 세계에서 사랑을 나누는 기계처럼,
슬픔을 찍는 기계처럼 백화점 쇼핑하듯 나열돼야 하느냐
한 국가의 국경이란 것과 마음이란 국경도
알고보면 욕심의 철조망같은 거다
욕망과 利己의 철조망 같은 것에 눈먼 神은 계속 눈이 먼다
지구가 눈멀 때까지......
지구 안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희망이나 절망 같은 미꾸라지들
이젠 지겨워 우주에서 어떤 별을 보면 빛의 섬처럼 깜박거린다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지옥의 얼굴이 아니라고 장담할 자 있는가
대천사는 이미 지구에 살지 않는다
닳고 닳은 말들이 난무한다
천지사방이 천박함을 위해 움직인다
가축 우리 같은 학원들, 주식회사 같은 종교들.......
나는 멋쩍게 초월하지도 해탈하지도 않겠다
마라톤만이 지구를 초월하고 해탈할 수 있을 뿐이다
소각장 앞에서의 연민이란게 있다
왜 쓰레기는 죽이지 못하고 버려져야 하는 걸까
확실히 우리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지독한 소음의 세기에 있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라면 화성을 탐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렇지 않다면 쓰레기를 죽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상공에서 남태평양에 대고 또다시 쓴다
죽는 날까지 풍경은 풍경을 그리워하리라
그러나 풍경은 절대 다친 풍경을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5
전지구가 침묵이 부족한 시대에 어쩌다 그대는 태어났는가
인류가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리고
달나라에서 뒤뚱뒤뚱 게걸음 치며 우주의 걸음마를 배울때
너는 몇 살이었지. 너의 아버지는?
지금부터 출발한다면
인류의 기억은 과거와 미래 중 어디가 더 깊을까
기억의 나이가 인류의 나이일 것이다. 지구의 나이일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은 유아기? 사춘기?? 갱년기???
SEOUL에서 SOUL까지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가 있다
사람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더더욱 영혼을 믿으려 하지 않듯
자동차에도 영혼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도로에도 영혼이 있듯이 길이가 4만 킬로미터나 되는 영혼을 일주하려면
비행기보다 유람선, 유람선보다 기차, 기차보다 자동차,
자동차보다 보행이 좋다.
보행보다 연어가 물론 더 좋지.
연어의 기억이 인류의 기억보다 더 위대할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 세기가 끝났을 때 역시 고독은 살아남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고독의 항로는 선명하다
고독은 지구를 도는 전류와 같은 것이다
고독한 영혼들이 죽을 때마다 항로가 흔들린다
지구에 매달려 있는 비행기들과 종교 환자들의 공통점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영혼이라는 행성에 다다르기 위해선
일 킬로미터마다 주유소가 있어야 한다

 

6
우리 시대 지구는 분명, 확실히 낡았다
태양계 밖으로 나가야
지구를 폐기할 수 있는 폐차장이 있을거다
이것은 가상 현실이 아니라 현실이다
인간의 모험심과 허영심은 어디가 다르냐,
이기심과 사랑은 또 어디가 다르냐
너의 엄마가 나의 엄마다 말할 수 있을때
비로소 인류의 피에 바다의 피가 흐를 것이다.
늑대의 피가 섞일 것이다
달빛이 섞이고 햇빛이 섞일 것이다
자국의 수도 일백 킬로미터 안에서 핵실험하는 국가가 있다면
그들은 사랑이 뭔지, 증오가 뭔지, 힘이 뭔지 아는 자들이다
한 세기 전 아프리카를 등쳐먹은 유럽은 보란 듯 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늙은 포주같다. 낡은 게 아니라 늙었다
아시아는 미성년 창녀같다
아메리카는 인권이라는 가면을 쓰고
범죄를 거래하는 비만 청년 같다
아메리카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햄버거와 코카콜라밖에 안 보인다
동물 애호가라나 뭔가 하는 흘러간 섹스심벌이
한국에서 개 잡아먹는다고 서구에서 개소리할 때 개가 웃는다
남태평양 섬에서 광견처럼 핵실험하는 자국 정부를
비난할 줄 모르는 년이 동물 애호가라고?
서구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서구밖에 안 보인다
서구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싶겠지만
세계는 서구를 넘어 가야지만 겨우 보일락말락한다

 

7
어느 날 이 세상이 몽땅 불타 없어진다 한들 그게 무슨 대수냐
인간의 눈에 비친 지구는 강간하기 쉬운 여자 같다
그러나 지구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지렁이의 멸종이 인류의 멸망보다
더 큰 지구 역사 일대 대사건일수 도 있다.
이 별에도 돌이킬 수 없이 많은 시간이 증발했다
세상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 때론 포도주 한잔보다도 못하다
지금 중요한 건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일이다.
따스하게. 비보다 따스하게.
그런데 술은 왜 먹어. 육체를 가열시켜 달리게 하고 싶은 거지
담배는 왜 피워. 정신에 불을 붙여 뛰고 싶은 거지
인간에게 사랑이 있다는 말이 기계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세기말이 뭐 별건가
뜯어지지 않는, 뜯을 수 없는 벽 앞에서
궁상맞게 울고 있는 공포같은거지
새벽 뜯어봐. 다음 세기 새벽말이야
우주 저편에서 어떤 섬을 바라보면 귀엽고 작고 한없이 사랑스럽다
왜 천국은 멀리서 볼 땐 천국이고 가까이 가서 볼수록 지옥으로 변하는가
동경과 그리움은 거리가 만들어낸 환상이자 은총이다
어쩌면 다음 세기 어디쯤엔
이 별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배회하는 인류도 있으리라
그리고 이 세상이 불구가 되더라도 나는 개종하지 않으리라
바다 하나만 갖고도
나는 지구상의 모든 사원과 교회와 절간을 능가하는 믿음을 지녔노라
바다 하나만 갖고도
나는 지구가 무한의 메아리를 창조하고 있음을 안다
내일 지구가 고장난다 하더라도 그건 내일의 문제
뭐라 말할 수 없는 커피 한잔의 시간과 따스함
그걸 오늘 마시고 싶은 거야, 다가오는 세기 꿈의 내장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바다 맛 그걸 위해 사는 거지
그래 세기말이 뭐 어쨌다는 거냐
예수와 부처가 동성애라도 한다는 말이냐
확실히 우리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미래는 미래로 도망쳐야 한다
별의 미래? 고통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고통은 그대로이다
후손들아, 낡은 고통엔 낡은 미래만 있을 뿐이다
고통을 반복하고 베끼지 마라. 미래의 고통을 기억하라.
그게 창조다.
그게 신세계다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모든 하루가 먼지 속으로 사라져도
다시는 돌이키지 마라. 너는 과거니까
너는 희망이니까. 너는 미래니까
틀리게 산 삶은 틀리게 살았던 과거일 뿐이다

 

8
아시아의 끝에서 나는 다시 아시아의 내면으로 돌아온다
아시아의 마음은 지구의 마음이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또 한 세기가 첫발을 옮긴다
이번 세기는 실험으로 충만했다. 살과 뼈, 인류의 자존심까지도
이 행성 위에서 실험됐다
그러나 이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영혼을 실험하는 날이 올 것이다
어쨌든 나의 미래는 지구의 미래와 같이 할 것이다
이미 수많은 동식물이 지구와 이별했다
아마도 끝까지 이 인간이란 사악한 동물이 지구와 힘겨루기를 할 것이다
권태 앞에 무기력한 사랑과 천사의 합창소리가 진동하고
우리는 사랑을 실험했으나 사랑의 마음을 기록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랑은, 메시아는, 환희는, 언젠가 오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올 것이다가 우리를 망친다
지금 오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오지 않을 메시아 앞에서 성배를 든다.
견딜 것이다. 단 한 송이 꽃도 들지 않고 지구 절벽에 붙어 서서
우리를 모멸과 분노, 치욕의 침대로 인도한 허영심과 자존,
이기의 칼날 위에 서서
대천사가 춤을 추는 천공을 마주하리라

 

9
20세기가 나를 지나쳐갈 때
나도 20세기를 흘깃 쳐다보며 지나쳐갔다
우리가 부닥친 언어의 세계, 언어의 한계도 끝났다
한계가 끝나자마자 또 다른 한계가 우리의 얼굴을 때릴 것이다
어쩌냐. 이제 인간이 자연에 쫓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이 달나라에 갔다 온지 30년이 지났건만 여인숙조차 없는 달
비행기를 타고 도망쳐도 아직도 지구 안이라니,
지구 밖으로 도망치는 범죄자가 나타날 것이다
범죄를 날려보낼 더 큰 우주선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도록 악이 넘친다
중력을 넘어서, 중력에서 도망칠 나의 후손들이 태어난다
너희들이 인류를 사랑한다면 중력을 넘어서는 사랑을 해야할 것이다
중력을 넘어서서 기억과 함께 이 행성을 떠나라
욕망이 식지 않는 한 탐욕과 탐험은 계속된다
삶은 계속된다, 삶은 속개된다,
삶은 뒤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빨리 달리는데
대천사는 기계 속에서 나올 줄 모른다
호텔 지구가 흘리는 눈물봤어 상처, 비명, 비명에 둘둘 말린 바다 말이야
비틀스는 적어도 두 세기는 살아 있을 모양이다
나의 영혼도 두 세기에 걸쳐 지구를 배회할 것이다
한 발자국은 20세기에 올려놓고 또 한 발자국은 21세기에 올라타며

 

10
지구의 나이가 내 몸 속으로 흘러든다
달의 나이가, 태양계의 나이가.
확실히 내 피는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
겨울비를 맞으며 유년의 빈방으로 들어가는 소년이 보인다
해변에서 모래 바람 먹으며 파도로 지은 집에서
물방울 이불 덮은 갈매기들이 적적하다
이미 여름은 갔고 가을이 이파리처럼 내게로 다가온다
확실히 한때의 열망이 끝났다
망각과 기억 중 어느 것이 인간에겐 더 축복일까
시간은 참으로 위대하다
그 어떤 적수도 이 위대한 침묵 앞에선 무기력하다
흩어지고, 부서지고, 소리없이 파괴된다. 그리하여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한 생명이 지구에 겨우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곧 날이 밝는다. 어둠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희망도 절망도. 후손도. 그렇다고 우리의 사랑이 완성된 건 아니다.
우리의 악이 완성되지 않았듯이
아, 어찌된 일인가......
한 번뿐인 생에 두번째 세번째 삶이 두근거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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