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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내편(內編) - 德充符篇(덕충부편)
덕충부란 덕이 자기속에 가득차 있으면 겉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란 뜻이다. 장자는 이 편에서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이들을 그런존재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상식과 범용한 것을 싫어하는 그다운 착상이리라. 또한 그는 사회적인 유명 인사들을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이들과 대비시켜 조롱 하였다. 이는 당시의 권위주의적 사회체제에 대한 지성인의 저항 의식이요, 항변일 것이다. 그리고 장자는 우리가 지식에 의한 분별과 대립에서 벗어나야만 도(道)와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1. <외물에 의해 마음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魯有兀者王駘(노유올자왕태) 從之遊者(종지유자)
노나라에 형벌로 발뒤꿈치가 잘린 왕태라는 사내가 있었다.
與仲尼相若(여중니상약)
그러나 그를 따르는 제자의 수가 공자를 따르는 제자의 수와 맞먹었다.
常季問於仲尼曰(상계문어중니왈)
상계가 공자에게 물었다.
王駘(왕태) 兀者也(올자야)
"왕태는 형벌로 발이 잘린
사내입니다.
從之遊者(종지유자) 與夫子中分魯(여부자중분로)
하지만 그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선생님과 노나라를 양분할
형편입니다.
立不敎(입불교) 坐不議(좌불의)
그는 서서 가르치는 것도 아니며, 앉아서 토론하는 것도 아닙니다.
虛而往(허이왕)
實而歸(실이귀)
그런데도 빈 마음으로 찾아간 사람이 가득차서 돌아 온다고 합니다.
固有不言之敎(고유불언지교)
그는 말없는
가르침이 있고,
無形而心成者邪(무형이심성자야)
비록 드러나지 않아도 마음으로 진리를 터득한게 아닐까요?
是何人也(시하인야)
도대체 그는 어떤 위인인지요?"
仲尼曰(중니왈) 夫子(부자) 聖人也(성인야)
공자가 대답했다.
"그는 성인이다.
丘也(구야) 直後而未往耳(직후이미왕이) 丘將以爲師(구장이위사)
나는 아직 찾아뵙지 못했지만, 장차 스승으로
섬기려 한다.
而況不若丘者乎(이황불약구자호)
내가 그를 성인으로 섬길 정도이니, 나보다 못한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
奚假魯國(해가로국)
어찌 노나라 사람뿐이랴.
丘將引天下而與從之(구장인천하이여종지)
나는 천하 사람을
이끌고 그를 따르려 한다"
常季曰(상계왈) 彼兀者也(피올자야)
상계가 거듭 물었다. "그는 발뒤꿈치가 잘린
사람인데도,
而王先生(이왕선생) 其與庸亦遠矣(기여용역원의)
선생님보다 훌륭하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닐 겁니다.
若然者(약연자)
其用心也(기용심야) 獨若之何(독약지하)
그런 이의 마음의 경지란 대체 어떤 것일까요?"
仲尼曰(중니왈) 死生亦大矣(사생역대의)
而不得與之變(이부득여지변)
공자가 대답했다. "죽음과 삶은 중대한 일이지만, 그를 변하게 하지 못하고,
雖天地覆墜(수천지복추)
亦將不與之遺(역장불여지유)
비록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꺼져도 그를 망하게 하진 못한다.
審乎無假(심호무가)
그는 형상을
초월한 도를 밝히고,
而不與物遷(이불여물천)
사물의 변화에도 결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命物之化(명물지화)
而守其宗也(이수기종야)
그런 사람은 사물의 변화를 천명에 맡긴 채, 도의 근본을 지키는 것이다"
常季曰(상계왈) 何謂也(하위야)
仲尼曰(중니왈)
상계가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自其異者視之(자기이자시지) 肝膽楚越也(간담초월야)
"다르다는 입장에서 보면 우리몸의 간과 쓸개도 초와 월만큼이나 떨어져 있고,
自其同者視之(자기동자시지) 萬物皆一也(만물개일야)
같다는 입장에서 보면 만물은 모두가 하나일 따름이다.
夫若然者(부약연자) 且不知耳目之所宜(차부지이목지소의)
이처럼 일체를
하나로 보는 이는 귀와 눈의 즐거움에 끌리지 않고,
而遊心乎德之和(이유심호덕지화)
마음을 덕의 조화속에 노닐게 한다.
物視其所一(물시기소일)
그는 만물을 무차별한 하나로 보고 그 잃어버린 형상에는 마음을 쓰지
않는다.
而不見其所喪(이불견기소상) 視喪其足(시상기족) 猶遺土也(유유토야)
따라서 그는 발을 잃음을 마치 흙을 떨어버리듯이 여기는
것이다"
2. <사람은 겉모양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常季曰(상계왈) 彼爲己(피위기) 以其知得其心(이기지득기심)
상계가 말했다. "그가 수양한 것을 보건대 자기의 슬기로써 그
마음을 터득하여,
以其心得其常心(이기심득기상심) 物何爲最之哉(물하위최지재)
부동의 경지에 도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사람들이 그에게로 모일까요?"
仲尼曰(중니왈) 人莫鑑於流水(인막감어류수)
공자가 대답했다. "사람은 흐르는 물에,
而鑑於止水(이감어지수)
자신을 비쳐보지 않고 멈춰 있는 물에 바쳐본다.
唯止能止衆止(유지능지중지)
이처럼 멈춰 있는
것만이 능히 다른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
受命於地(수명어지) 唯松柏(유송백) 獨也正在冬夏靑靑(독야재동하청청)
땅에서 난 식물중에
오직 송백만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푸르다.
受命於天(수명어천) 唯舜獨也正(유요순독야정)
하늘에서 생명을 받은 이중에 오직 순임금만이
올바른 마음으로 살아가며,
幸能正生(행능정생) 而正衆生(이정중생)
또한 백성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이다.
夫保始之徵(부보시지징) 不懼之實(불구지실)
무릇 도의 근원을 제대로 체득한 사람은 어떤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勇士一人(용사일인) 雄入於九軍(옹입어구군)
용감한 무사는 혼자서도 대군속으로 쳐들어
간다.
將求名而能自要者(장구명이능자요자) 而猶若是(이유약시)
용명(勇名)을 떨치고자 하는 사람도 이와 같을 수 있는
것이다.
而況官天地(이황관천지) 府萬物(부만물)
하물며 천지를 마음대로 다루고, 만물을 포용하며,
直寓六骸(직우육해)
象耳目(상이목)
제 몸을 임시 숙소쯤으로 여기고, 귀와 눈을 겉치레로 알며,
一知之所知(일지지소지) 而心未嘗死者乎(이심미상사자호)
모든 사물이 하나임을 깨닫고, 삶과 죽음마저 초월한 이야 어떠하겠는가?
彼且擇日而登假(피차택일이등하)
人則從是也(인즉종시야)
그는 이윽고 날을 정하여 이 세상을 떠나게 되리라.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것이지,
彼且何肯以物爲事乎(피차하긍이물위사호)
그가 어찌 사람들을 모으려 하겠는가?"
* 장자는 지식에 의한 차별의식과
분별을 떨쳐버리면 모든사물이 하나로 보이게 된다고 하였다.이것이 곧 만물제동사상(萬物齊同思想)이다. 또한 그는 우리의 육신이 잠시 머무는 거처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에 집착하지 말것을 강조한다. 이와같은 이치를 제대로 인식한 사람은 감각적인 쾌락에 사로 잡히지 않으리라. 여기서 날을
택하여 하늘로 오른다는 대목은 다분히 신비롭기까지 하다. 장자의 이런 경향이 후세 신선사상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3. <겉모양과 신분은 무의미한 것이다>
申徒嘉(신도가) 兀者也(올자야)
신도가는 발뒤꿈치가 잘린 사람으로,
而與鄭子産(이여정자산)
同師於伯昏无人(동사어백혼무인)
정자산과 함께 백혼무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
子産謂申徒嘉曰(자산위신도가왈)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했다.
我先出則子止(아선출즉자지) 子先出則我止(자선출즉아지)
"내가 먼저 나가면 그대는 남아 있게. 그대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으리다"
其明日(기명일) 又與合堂同席而坐(우여합당동석이좌)
그 다음 날 두 사람은 스승의 집에서 다시
만났다.
子産謂申徒嘉曰(자산위신도가왈)
자산이 신도가에게 거듭 말하였다.
我先出則子止(아선출즉자지)
子先出則我止(자선출즉아지)
"내가 먼저 나가면 그대는 남아 있게. 그대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으리다.
今我將出(금아장출)
子可以止乎(자가이지호) 其未邪(기미야)
이제 내가 나가려는데 그대가 남아있어 주겠나 어찌 하겠나?
且子見執政(차자견집정)
而不違(이불위)
도대체 그대는 정승을 보고도 어려워하지 않으니,
子齊執政乎(자제집정호)
그러면 그대가 정승과 신분이 같다는
건가?"
申徒嘉曰(신가도왈)
신도가가 대답했다.
先生之門(선생지문) 固有執政焉(고유집정언) 如此哉(여차재)
"선생님의
문하에 그대가 말하는 정승이란게 있었던가.
子而悅子之執政(자이열자지집정) 而後人者也(이후인자야)
그대는 자신이 정승임을 내세워 남을
얕보고 있네.
聞之曰(문지왈) 鑑明則塵垢不止(감명즉진구부지)
듣건대 거울이 맑음은 먼지가 끼지 않았기
때문이요,
止則不明也(지즉불명야)
먼지가 끼면 흐려진다고 했네.
久與賢人處(구여현인처) 則無過(즉무과)
또한 어진이와 오래
사귀면 허물이 없어진다고도 했지.
今子之所取大者(금자지소취대자) 先生也(선생야)
선생님의 큰 덕을 배워야 할
그대가,
而猶出言若是(이유출언약시) 不亦過乎(불역과호)
이런 말을 하다니 잘못이 아닌가?"
4. <명성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 몸을 구속하는 것이다. >
子産曰(자산왈)
자산이 말하였다.
子旣若是矣(자기약시의) 猶與堯爭善(유여요쟁선)
"그대는 그런 꼴로 요임금과 훌륭함을
견주려 하는군.
計子之德(계자지덕) 不足以自反邪(부족이자반야)
자신의 덕을 헤아려 스스로 돌아볼 줄도
모르는가"
申徒嘉曰(신도가왈)
신도가가 말했다.
自狀其過(자상기과) 以不當亡者衆(이부당망자중)
"스스로 잘못을 변명하며
발이 잘림을 부당하게 여기는 사람은 많아도,
不狀其過(불상기과) 以不當存者寡(이부당존자과)
자기 잘못을 변명치 않고 발이 잘린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네.
知不可奈何(지불가내하) 而安之若命(이안지약명)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운명에
안주하는 것은,
唯有德者能之(유유덕자능지)
덕있는 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네.
遊於羿之鷇中(유어예지구중)
中央者中地也(중앙자중지야)
예의 사정거리 안에 노닐면 중앙에 있는 자들은 다 화살에 맞을 것이네.
然而不中者命也(연이부중자명야)
그런데도 맞지 않는다면 이는 운이 좋기 때문이지.
人以其全足(인이기전족) 笑吾不全足者衆矣(소오부전족자중의)
세상에는 자기 발이
온전하다고 해서 나의 온전치 못한 발을 비웃는 자들이 많네.
我怫然而怒(아불연이노) 而適先生之所(이적선생지소) 則廢然而反(즉폐연이반)
이럴때 나는 벌컥 화를 내지만 선생님께 가면, 깨끗이 잊고 돌아 오지.
不知先生(부지선생)
之洗我以善邪(지세아이선야)
선생님은 알지 못하지만, 이는 선생님의 덕이 내 마음을 씻어주기 때문이네.
吾與夫子遊十九年矣(오여부자유십구년의)
내가 선생님에게 배운지 19년이 되지만,
而未嘗知吾兀者也(이미상지오올자야)
스스로
발병신임을 의식한 적이 없었네.
今子與我遊於形骸之內(금자여아유어형해지내)
이제 그대는 나와 영적으로 사귀어야 할
텐데,
而子索我於形骸之外(이자색아어형해지외) 不亦過乎(불역과호)
고작 겉모습만 찾고 있으니 잘못이 아니겠는가?"
子産(자산)
蹴然改容更貌曰(축연개용경모왈) 子無乃稱(자무내칭)
이에 자산이 태도를 삼가며 말했다. "더 이상 말하지 말게"
5. <천형(天刑)을 받은 공자(孔子)>
魯有兀者叔山無趾(노유올자숙산무지)
노나라에 숙산무지(叔山無趾)라는 발꿈치 없는 사람[兀者]이 있었는데,
踵見仲尼(종견중니) 仲尼曰(중니왈)
어느 날 발을 절뚝거리면서 공자를 만나러 왔다. 이를 본
공자는,
子不謹(자불근)
“당신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前旣犯患若是矣(전기범환약시의)
필경은 형벌을 받아 그런 꼴이 되어 버린 것이오.
雖今來何及矣(수금래하급의) 無趾曰(무지왈)
새삼 나를 찾아와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소” 하자, 무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吾唯不知務(오유부지무)
“물론 내가 사람으로서 참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명리를 쫓아,
而輕用吾身(이경용오신) 吾是以亡足(오시이망족)
경솔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발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오긴
했습니다.
今吾來也(금오래야) 猶有尊足者存(유유존족자존)
그러나 지금 내가 찾아온 것은 발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남아 있어,
吾是以務全之也(오시이무전지야)
그것을 잃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입니다.
夫天無不覆(부천무불복) 地無不載(지무불재)
하늘은 만물을 덮고 땅은 만물을 싣고 있다고 하던데 지금보니 그렇지가
않군요.
吾以夫子爲天地(오이부자위천지)
나는 선생님을 하늘과 땅처럼 넓은 덕을 가지신 분으로 알고 찾아 왔는데,
安知夫子之猶若是也(안지부자지유약시야)
그런 선생님께서 어찌 나를 병신이라 천대함은 너무도 뜻밖의
일입니다”
孔子曰(공자왈) 丘則陋矣(구즉루의) 夫子胡不入乎(부자호불입호)
공자는 그 말을 듣자 “내가 생각이 모자랐소. 자아 어서 안으로 들어 오시오.
請講以所聞(청강이소문) 無趾出(무지출)
내가 아는 데까지는 들려 주겟소”라고 했으나, 무지는 곧장 나가 버렸다.
孔子曰(공자왈) 弟子勉之(제자면지)
공자는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夫無趾兀者也(부무지올자야)
저 무지라는 사람은 형을 받은 병신인데도,
猶務學以復補前行之惡(유무학이복보전행지악)
학문에 힘을 기울여 지금까지의 잘못을 보상하려 하고 있다.
而況全德之人乎(이황전덕지인호)
너희들 또한 부족한 것이 없는 완전한 사람들이 아니다.”
無趾語老聃曰(무지어노담왈)
한편 무지는 노담을 찾아 가서 이렇게 말했다.
孔丘之於至人(공구지어지인)
其未耶(기미야)
“저 공구(孔丘)란 사람은 덕이 지극한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더군요.
彼何賓以學子爲(피하빈이학자위)
그런데 어떻게 제자들을 가르친다고 그렇게 야단이지요.
彼且蘄以諔詭幻怪之名聞(피차기이숙궤환괴지명문)
틀림없이 아는 것이 많다는 터무니없는 평판을 들으려는 것이겠지만,
不知至人之以是爲(부지지인지이시위)
덕이 지극한 사람의 위치에서 볼 때,
己桎梏邪(기질곡사)
그런 평판 따위는 자기 몸을 속박하는 질곡(桎梏)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老聃曰(노담왈) 胡不直使彼以死生爲一條(호불직사피이사생위일조)
“구태여 그렇게만 말하지 말고 덕이 지극한 사람은 죽고 사는
것을 하나로 보고,
以可不可爲一貫者(이가불가위일관자)
옳고 그른 것을 마찬가지로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
解其桎梏(해이질곡) 其可乎(기가호) 無趾曰(무지왈)
그
수갑과 족가를 풀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무지가 말하기를,
天刑之(천형지) 安可解(안가해)
“아닙니다. 그는
하늘의 벌을 받은 사람인데, 어찌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6. <중요한 것은 속에 지니고 있는 재질과 덕이다.>
魯哀公(노애공) 問於仲尼曰(문어중니왈)
노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衛有惡人焉(위유악인언) 曰哀駘它(왈애태타)
"위나라에 애태타라는 못생긴 사내가 있소.
丈夫與之處者(장부여지처자) 思而不能去也(사이불능거야)
장부는 그와 같이 있으면 흠모하여 떠나기를 싫어하고,
婦人見之(부인견지) 請於父母曰(청어부모왈) 與人爲妻(여인위처)
여인은 그를 만나게 되면 부모에게 다른 사내의 정처가 되기보다,
寧爲夫子妾者(영위부자첩자) 十數而未止也(십수이미지야)
차라리 그의 첩이 되고 싶다고 졸라 대는데, 그 수가 수십 명이나 된다고 하오.
未嘗有聞其唱者也(미상유문기창자야)
그렇다고 해서 그는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요,
常和人而已矣(상화인이이의)
늘 남의 의견에 동조할 뿐이라오.
无君人之位(무군인지위) 以濟乎人之死(이제호인지사)
또한 임금의 권세로써 죽을 사람을 구해주는 것도 아니요,
无聚祿(무취록) 以望人之腹(이망인지복)
쌓아둔 재물로 사람들을 배부르게 해주는 것도 아니요,
又以惡駭天下(우이악해천하)
더구나 그 흉한 꼴은 온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이며,
和而不唱(화이불창) 知不出乎四域(지불출호사역)
동조할 뿐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지식은 가까운 일에 국한되어 있을 따름이오.
且而雌雄合乎前(차이자웅합호전)
그런데도 남녀들이 그 앞에 모이는 것은,
是必有異乎人者也(시필유이호인자야)
반드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데가 있기 때문일게요.
寡人召而觀之(과인소이관지) 果以惡駭天下(과이악해천하)
과인이 그를 둘러보니, 과연 그 흉한 꼴은 세상을 놀라게 할만 했소.
與寡人處(여과인처) 不至以月數(부도이월수)
과인은 그와 함께 지낸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而寡人有意乎(이과인유의호) 其爲人也(기위인야)
그 사람됨에 이끌리게 되었고,
不至乎期年(부지호기년) 而寡人信之(이과인신지)
1년이 지나지 않아 그를 신뢰하게 되었소.
國無宰(국무재) 而寡人傳國焉(이과인전국언)
마침 정승이 없어 과인은 그에게 나라 일을 맡기려 했소.
悶然而後應(민연이후응) 氾而若辭(범이약사)
그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겨우 대답했으나, 멍한 모습이 거절하는 것 같소.
寡人醜乎(과인추호) 卒授之國(졸수지국)
과인은 쑥스러웠으나 간신히 그에게 나라 일을 맡겼소.
無幾何也(무기하야) 去寡人而行(거과인이행)
얼마 안되어 그는 과인 곁을 떠나버리고 말았소.
寡人卹焉(과인휼언) 若有亡也(약유망야)
과인은 뭔가를 잃은 듯 언짢기만 하오.
若無與樂是國也(약무여락시국야)
이 나라에서 기쁨을 함께 나눌 이가 없는 듯하오.
是何人者也(시하인자야)
과연 그는 어떤 인물이오?"
7. <지극한 사람은 재질과 덕이 드러나지 않는다.>
仲尼曰(중니왈) 丘也嘗使於楚矣(구야상사어초의)
공자가 대답했다. "저는 이전에 초나라에 사신으로 간적이 있었습니다.
適見豘子食於其死母者(적견돈자식어기사모자)
마침 그때 새끼 돼지들이 죽은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少焉(소언) 眴若皆棄之而走(순약개기지이주)
얼마 후 새끼들이 놀라며 달아났습니다.
不見己焉爾(불견기언이)
그것은 어미가 자기들을 돌보아 주지 않고,
不得類焉爾(부득류언이)
모습이 다름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所愛其母者(소애기모자) 非愛其形也(비애기형야)
이렇게 새끼들이 그 어미를 사랑하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愛使其形者也(애사기형자야)
그것은 움직이는 마음입니다.
戰而死者(전이사자) 其人之葬也(기인지장야) 不以翣資(불이삽자)
전사자의 장례는 삽으로 꾸미지 않고,
刖者之屨(월자지구) 無爲愛之(무위애지)
발 뒤꿈치가 잘린 이는 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皆無其本矣(개무기본의)
이것은 모두 그 근본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爲天子之諸御(위천자지제어) 不爪翦(부조전) 不穿耳(불천이)
천자의
후궁이 되면 손톱을 깎거나 귀를 뚫지 못하게 합니다.
取妻者止於外(취처자지어외) 不得復使(부득부사)
새 신랑은 집에서 쉬며 부역에 동원되지도 않습니다.
形全猶足以爲爾(형전유족이위이)
겉모습을 유지하는 일도 이와 같은데,
而況全德之人乎(이황전덕지인호)
하물며 덕을 온전케 하는 일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今哀駘它(금애태타) 未言而信(미언이신) 無功而親(무공이친)
지금 애태타는 말이 없는데도 신망을 얻고, 공이 없는데도 친밀해지며,
使人授己國(사인수기국) 唯恐其不受也(유공기불수야)
남이 자기 나라 일을 맡기면서도 혹시 거절할까 근심케 합니다.
是必才全而德不形者也(시필재전이덕불형자야)
그는 반드시 재덕은 온전하나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
일겁니다"
哀公曰(애공왈) 何謂才全(하위재전)
애공이 다시 물었다. "재덕이 온전하다 함은 무엇을 이르는 게요?"
仲尼曰(중니왈) 死生存亡(사생존망) 窮達貧富(궁달빈부)
공자가 대답했다. "죽음과 삶, 못살고 잘 사는 것,
賢與不肖毁譽(현여불초훼예) 飢渴寒暑(기갈한서)
현명함과 우둔함, 비난과 칭양,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는
是事之變(시사지변) 命之行也(명지행야)
세상사의 변화이며, 운수의 흐름입니다.
日夜相代乎前(일야상대호전) 而知不能(이지불능)
規乎其始者也(규호기시자야)
이런 것들은 밤낮으로 눈앞에서 일어나도 우리는 그 시작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故不足以滑和(고부족이골화)
따라서 이것들은 마음의 조화를 어지럽히지 못하고,
不可入於靈府(불가입어영부)
정신의 세계에 들어서지도 못합니다.
使之和預(사지화예) 通而不失於兌(통이부실어태)
그러기에 마음의 조화를 지닌 채 밤낮으로 사물과 접촉하면서
使日夜無卻(사일야무극)
그 변화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으면,
而與物爲春(이여물위춘)
사물과 함께 따스한 봄을 즐길 수 있습니다.
是接而生時(시접이생시) 於心者也(어심자야)
이는 접촉하는 순간 화기애애한 봄기운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是之謂才全(시지위재전)
이런 사람을 곧 재덕이 온전하다고 이르는 것입니다"
何爲德不形(하위덕불형)
"재덕이 드러나지 않는다함은 무엇을
말하는 게요?"
曰(왈) 平者(평자) 水停之盛也(수정지성야)
"물이 멈춘 상태를 수평이라 하며 이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其可以爲法也(기가이위법야) 內保之而外不蕩也(내보지이외불탕야)
이는 속에 고요함을 지닌 채 겉으로 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德者(덕자) 成和之修也(성화지수야)
덕이란 조화를 이룸이니,
德不形者(덕불형자) 物不能離也(물불능리야)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사람들은 거기서 떠나지 못하는 겁니다"
哀公異日(애공이일) 以告閔子曰(이고민자왈)
애공이 후일 민자에게 말했다.
始也(시야) 吾以南面而君天下(오이남면이군천하)
"처음에 나는 남면하여 세상을
다스리게 되자,
執民之紀(집민지기) 而憂其死(이우기사) 吾自以爲至通矣(오자이위지통의)
백성의 기강을 세우고, 그들의
죽음을 염려하는 것으로 책무를 다했다고 여겼소.
今吾聞至人之言(금오문지인지언) 恐吾無其實(공오무기실)
하지만 이제 지인의 말씀을 들으니 나에겐 그런 자질이 없고,
輕用吾身而亡其國(경용오신이망기국)
오히려 몸가짐을 경솔히 하여 나라를 망칠까 두려워하게 되었소.
吾與孔丘(오여공구) 非君臣也(비군신야)
德友而已矣(덕우이이의)
나와 공자는 임금과 신하의 사이가 아니라, 덕으로 사귀는 친구일 따름이오"
8. <인정이 없으면 시비가 생기지 않는다.>
闉跂支離無脤(인기지리무신) 說衛靈公(설위영공) 靈公說之(영공열지)
인기지리무신이 위나라 영공에게 도(道)를 말했더니 영공이 기뻐했다.
而視全人(이시전인) 其脰肩肩(기두견견)
그런 후에 영공은 온전한 사람을 보면 그 목이 마르고 가늘게만 보였다.
甕盎大癭說齊桓公(옹앙대영설제환공) 桓公說之(환공열지)
옹앙대영이 제나라 환공에게 의견을 말했더니 환공이 즐거워 했다.
而視全人(이시전인) 其脰肩肩(기두견견)
그런 후에 환공은 온전한 사람을 보면 그 목이 마르고 가늘게만 보였다.
故德有所長(고덕유소장) 而形有所忘(이형유소망)
이렇게 덕이 뛰어나면 겉모양은 잊게 된다.
人不忘其所忘(인불망기소망) 而忘其所不忘(이망기소불망)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도리어 잊어서는 아니될 것은 잊으니,
此謂誠忘(차위성망)
이는 진실로 잊어 버리는 것이다.
故聖人有所遊(고성인유소유) 而知爲孼(이지위얼)
그러기에 성인은 마음을 노닐게
하고, 지혜를 재앙으로 보며,
約爲膠(약위교) 德爲接(덕위접) 工爲商(공위상)
규범을 갖풀로 여기고, 덕을 속박으로 알며, 기교를 장사로 생각한다.
聖人(성인) 不謀惡用知(불모오용지)
성인은 꾀하지 않으니 어찌 지혜를 쓰랴.
不斲惡用膠(불착오용교)
깎아내지 않으니 어찌 갖풀이 필요하랴.
無喪惡用德(무상오용덕) 不貨惡用商(붕화오용상)
읽음이 없으니 어찌 덕이 소용되랴. 사고팔지 않으니 어찌 장사를 하랴.
四者天鬻也(사자천육야)
이 네가지는 하늘의 양육이다.
天鬻也者(천육야쟈) 天食也(천사야)
하늘의 양육이란 하늘이 먹을 것을 내린다는 뜻이다.
旣受食於天(기수사어천) 又惡用人(우오용인)
이미 하늘이 먹을 것을 내리는데 어찌 인위가 필요하랴.
有人之形(유인지형) 无人之情(무인지정)
성인은 사람의 형체는 지녔으나, 사람의 욕정은 없다.
有人之形(유인지형) 故群於人(고군어인)
사람의 형체를 지녔으므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만,
无人之情(무인지정) 故是非不得於身(고시비부득어신)
사람의 욕정을 벗어난 까닭에 시비도 없는 것이다.
眇乎小哉(묘호소재) 所以屬於人也(소이속어인야)
성인도 사람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는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謷乎大哉(오호대재) 獨成其天(독성기천)
그러나 하늘의 도를 체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나큰 존재이다.
9. <사람은 인정이 없어야 한다.>
惠子謂莊子曰(혜자위장자왈) 人故无情乎(인고무정호)
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사람에겐 본래 정이 없는가?"
莊子曰(장자왈) 然(연)
장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惠子曰(혜자왈)
혜자가 다시 물었다.
人而无情(인이무정) 何以謂之人(하이위지인)
"사람으로서 정이 없다면 어찌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莊子曰(장자왈) 道與之貌(도여지모)
장자가 대답했다. "도가 얼굴 모습을 주고,
天與之形(천여지형) 惡得不謂之人(오득불위지인)
하늘이 형체를 주었는데 어찌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惠子曰(혜자왈) 旣謂之人(기위지인)
惡得無情(오득무정)
혜자가 물었다. "이미 사람이라 부르는데 어찌 정이 없을 수 있는가?"
莊子曰(장자왈)
是非吾所謂情也(시비오소위정야)
장자가 대답했다. "이는 내가 말하는 정이 아니네.
吾所謂无情者(오소위무정자)
내가 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言人之不以好惡(언인지불호오) 內傷其身(내상기신)
좋고 나쁜 감정으로 인해 그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
常因自然而不益生也(상인자연이불익생야)
항상 자연을 따르면서 삶에 보태려 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게야"
惠子曰(혜자왈)
혜자가 거듭 물었다.
不益生(불익생) 何以有其身(하이유기신)
"삶에 보태지 않는다면 어찌 그 몸을 기를 수
있겠는가?"
莊子曰(장자왈)
장자가 대답했다.
道與之貌(도여지모) 天與之形(천여지형)
"도가 그에게 몸을 주고, 하늘이 형체를 주었으니,
无以好惡內傷其身(무이호오내상기신)
좋고 나쁜 감정으로 그 몸을 상하게 하지 않을 따름이지.
今子外乎子之神(금자외호자지신) 勞乎子之精(노호자지정)
이제 그대는 마음을 밖으로 향한 채, 자신의 정신을 수고롭게 하고 있네.
倚樹而吟(의수이음) 據槁梧而瞑(거고오이명)
그리하여 나무에 기대어 신음하며, 책상에 기대어 생각에 잠겨 있네.
天選之形(천선지형)
모처럼 하늘이 그대의 형체를 만들어 주었는데도,
子以堅白鳴(자이견백명)
그대는 쓸모없는 궤변만 지껄이고 있지
않은가"
첫댓글 장자(莊子)의 내편(內編) 德充符篇(덕충부편)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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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장자 사상을 조금은 이해 할 듯 싶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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