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판을 뒤집는다…국토부에 사법경찰 권한 부여

[황사 人-박준호]

외국인 채용규제 완화해 인력부족 문제 해결
건설 관련 협회, 신고센터 활성화 방안 내놔
공공기관, 불법행위 341건 접수…고소ㆍ고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대한건설협회 등 유관 단체 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원장관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안윤수기자 ays77@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국토교통부 지방국토관리청에 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건설분야 외국인 채용규제를 완화해 인력부족이 계속되는 문제도 해결할 방침이다.

원희룡 장관은 1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국에 있는 55개 건설노조는 약탈 조폭집단으로 행세하고 있다”며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뿐 아니라 몸통과 뿌리까지 파고들기 위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 지방국토관리청에 사법경찰 권한까지 부여해 불법행위를 단속ㆍ적발하는 방안도 관계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원 장관은 “(건설현장) 판을 뒤집기 위해선 사복경찰 권한을 부여해 단속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관계 부처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계약ㆍ입찰 과정에서 건설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차단하고, 계약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민간입찰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건설분야 외국인 고용과 관련한 규제도 개선한다. 건설노조가 업체의 불법 외국인 채용을 신고하면, 업체가 2∼3년간 외국인 고용제한 처분을 받게 되고, 인력이 부족해 노조의 채용강요를 받아들이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건설분야 협회들은 향후 신고센터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

대한건설협회는 회원사가 협회에 요청하면, 협회 직원이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불법행위 증빙자료 채증방법과 신고요령을 안내하고 신고접수를 하기로 했다.

전문건설협회는 ‘코스카톡’ 앱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확대한다. 한국주택협회는 법무ㆍ노무법인 전문가 등 초청과 교육을 통해 불법행위 대응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협회들은 법 개정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채용강요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상시근로자 30인 이상→10인 이상) ▲건설기계 사용해 건설현장ㆍ진입로 점거시 면허취소, 건설기계 조종과 관련해 부당금품 요구ㆍ수령시 면허취소 등 내용을 담은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 ▲불법행위 근절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방국토청에 사법경찰권 부여 등이다.

공공기관들은 지난달 소관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를 밝혔다.

LHㆍGHㆍSH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등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11개 현장에서 341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LH의 경우 82개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 270건이 접수됐는데,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가 48건으로 가장 많았다. 노조 전임비 요구는 31건, 출입방해 28건, 장비사용 강요가 26건으로 뒤를 이었다.

구체적 피해금액이 적시된 신고는 46건이었으며 신고금액은 674억원이었다. LH는 불법행위가 명확하고 법률검토가 완료된 건부터 고소ㆍ고발할 예정이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하기로 했다.

SH공사는 5개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 11건이 접수됐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용강요가 2건으로 뒤를 이었다. 총 피해액은 4억7000만원 정도다. GH는 총 14개 건설현장 중 5곳에서 불법행위가 접수됐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