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퀴벌레말벌의 생태에 관한 보고서
심종록
에메랄드빛 바퀴벌레말벌의 마지막 일격에 비명도 없이 혼절하는 세상입니다 에메랄드빛 바퀴벌레말벌이 실신한 세상을 끌고 지나갑니다 소스라친 풍경이 뒷걸음질칩니다 섣부른 참견은 일신상에 해롭죠 에메랄드빛 바퀴벌레말벌은 외모에 버금가는 욕망으로 빛납니다 세상을 독식할 기대가 화염으로 타오릅니다 혼절했던 세상이 깨어나네요 꿈틀거리는 사자가 무척이나 뇌쇄적입니다 마른침을 삼키며 에메랄드빛 바퀴벌레말벌 뜨겁게 발기된 소외를 모든 세상의 기원*속으로 밀어…넣습니다
따뜻하게 부풀어 오른 주름 속에서 깨어난 에메랄드빛 바퀴벌레말벌의 애새끼 소란스럽게 세상을 폭식하기 시작합니다 입술이 닿는 곳마다 접혔던 주름이 팽팽해지고 계절이 마구잡이로 꽃들을 토해냅니다 룰루랄라 없던 산맥이 허공에 활화산을 만들고 무아의 해일이 감각의 정수리를 넘실거립니다 기적의 극지방에는 뇌성이 연거푸 울고 적도에는 은총의 폭설이 길을 끊어놓는 그때 문득
포만감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이 쳐들리는 창밖
누가 저 얼굴 모르시나요
————
* 세상의 기원 : 귀스타브 쿠르베의 그림.
—《시인동네》 2017년 10월호
----------------
심종록 / 1959년 경남 거제 출생. 1991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는개 내리는 이른 새벽』『쾌락의 분신자살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