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열정에서 만난 <개미>-
초발심은 참으로 순수하고 고귀한 열정이다.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불꽃 같은 마음만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면, 불도를 닦음에 나태가 없고 사랑을 나눔에 권태가 없으며 일을 함에 지침이 없을 것이다. 나는 번역일을 하면서 꾀를 부리고 싶거나 안이한 생각이 들 때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던 때의 그 풋풋한 정열을 돌이키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나는 <개미>라는 소설을 통해 번역가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 그 소설을 프랑스어로 읽고 번역을 결심했을 때, 나는 이 작품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작업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했다. 우선 개미를 비롯한 곤충의 세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고, 우리나라 독자들에겐 무명의 신인이나 다름없던 작가 베르베르의 특별한 재능과 남다른 노력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
나는 곤충학 서적들을 찾아 읽고 개미와 관련된 자연다큐멘터리를 두루 보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 작업이 어느정도 진행되자 작가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갔다. 베르베르를 처음 만나던 날 내가 얼마나 긴장해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소설을 여러 번 읽고 작가와 관련된 기사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작품의 무대인 퐁텐블로 숲을 돌아보고 온 터라 인터뷰준비는 충분히 되어있었던 셈이지만, 작가에게 신뢰할 만한 번역가라는 인상을 주어야한다는 부담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날의 대담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한결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베르베르는 요즘에도 나를 만나면 그때 내가 보여준 진지한 열정을 칭찬하곤 한다. 어쨌든 그 만남을 계기로 우리의 우정이 시작되었고, 이제는 일을 떠나서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초심자의 진지한 열정을 가득 쏟아부었던 <개미>는 우리가 개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소설이 나온 지 벌써 6년이 지났고 그 동안에 내가 20여종의 새로운 책을 번역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개미와 결부짓는다. <개미>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번역한 책도 많은데, 그것으로만 내 작업의 성과를 대변하게 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그러나 곰곰히 따져보면 그런 생각은 공연한 욕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좋고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 아니던가. 오히려 사람들이 나에게 끊임없이 개미를 상기시키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개미는 내 초발심의 상징이나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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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이자 목표 역시 책번역입니다.
제 이름 석자가 떡하니 찍힌 말끔한 책이 사람들의 책장에 소중히 꽂히고, 원서는 그리 괜찮은 작품이 아니더라도 정말이지 맛깔스럽게 번역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재미와 감동,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것. '정말 실력있는 번역가' 이것이 제 목표죠.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은 모두 이세욱님이 번역했더군요. 그만큼 작가에게 큰 신뢰를 얻고 있다는 의미니까 많이 존경스럽고 부러웠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군요. 투철한 책임의식, 꾸준한 노력..
이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저 만큼이나 나름의 무언가를 얻으셨음 합니다. 번역인 여러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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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