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를 시작한 지 한 1시간 반쯤이나 됐을 때- 노래 부르는 순서가 내 차례가 되어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들어왔는데.......남자 직원들 의자에 자리가 몇 자리 비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가 보았다. 직원들이 4명이 있었는데 ....... 신입사원 하나가 입술이 터져서 분해하고 있었고, 권부장이란 고참 직원은 화가 나 있었고, 나머지 2명은 말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멈춰, 그만해! 가만있어 - 무슨 일이야 말해봐?’
“사장님 밖에 나가서 노래부르실 때 수만(가명)이가 여직원들한테 수박을 얼굴에 문지르길래 권부장님이 하지 말라고 하니까.... 수만이가 갑자기 권부장님 보고 ‘따라 나오라’고 해서 권부장님이 따라 나갔는데 ... 우리도 바로 뒤따라 나왔는데... 수만이가 먼저 권부장님을 때릴라고 하는 것을 권부장님이 바로 한 방 날려버린 것입니다.”
‘권부장 맞어?’
“예, 나오라고 해서 나가서 좋은 말로 하려고 했는데 이 새끼가 맥주병을 집어서 칠라고하길래 한방 날려 버렸습니다.”
‘준수 너, 덕진이 너 권부장 말이 맞어?’
‘예, 맞습니다.’
그 때 권부장은 나이가 28살로 키가 165정도 되고, 수만이는 나이가 25살로 키가 180정도 됐다.
‘수만이 너 말해 봐?’
“저 씹할 놈이 저를 때렸어요.? 야이 씹할놈아- 개새끼야 - 흑-흑-흑"
그리고선 유수만이란 놈이 주르륵 주저앉더니 누워버렸다.
‘일어나, 일어나, 유수만 일어나, 들어가자.’
그래도 수만이란 놈이 일어나지 않고 계속 흐느꼈다. 옆에 맥주병이 하나 깨져 있었다.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끝내, 마쳐. 술값 계산하고 마무리 해.'하고 회식을 마치고, 직원들은 택시비들을 줘서 다 보냈다.
수만이가 누운 채로 계속하여 일어나지 않았다. 직원들은 다 가고 나하고 청소시킨 직원 두 명하고 그 중에 여직원 한 명만 남았다. ‘저도 염치가 있으니까 곧 일어나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그래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술 집 위층에서 당구장 주인이 내려오더니 “경찰에 신고했으니 경찰들이 곧 올 것입니다.”라고 했다. 잠시 후에 파출소에서 경찰 3명이 왔다. 망신이었다. 회사 회식에 .......
“무슨 일입니까?”
‘별 일 아닙니다. 회사 회식하다가 직원들끼리 시비가 좀 있었습니다.’
“별 일 아닌데 이 사람은 입술 터져서 왜 누워 있습니까?”
‘싸움이 크게 난 것은 아니고, 나중에 이야기하다 저 혼자 누운 것입니다. 정신 차리게 해서 곧 데리고 가겠습니다’
“어이 총각 괜찮아? 어이 말해 봐.”
수민이가 계속하여 모른 체하고 있었다. 술도 많이 안 먹었었는데 .......
‘야, 유수만 일어나, 일어나, 임마 일어나 지금 뭐하는 거야, 야 일어나, 빨리 일어나, 나가자’
수만이가 그래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신차리라고 수만이의 뺨을 손바닥으로 토닥거리면서 일어나라고 했다. 그래도 모른 척 했다.
경찰관 여러 명이 옆에서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 유수만 일어나, 임마 지금 뭐하는 거야, 집에 가자 일어나. 나가자.’
“.......”
선임 경찰관 한 명이 말했다. “파출소로 데리고 가.” 라고 말했다.
‘예? ........ 깨워서 데리고 갈 테니까 그냥 가십시오.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소란 피워서 죄송합니다. ’
“지금까지 보고 있어도 정신 못 차리고 있잖아요? ........ 일으켜 세워. 파출소로 끌고 가.”
파출소로 가서 다시 설명을 하였다. ‘내가 회사의 사장이고,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수습하는 중’이었다고. 파출소의 선임자가 수만이에게 이 사람 말하는 것이 맞냐고 물어보니 수만이가 ‘사장님이 맞고, 때린 사람은 이 분이 아니고 다른 사람입니다.......사장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수만이한테 집 전화번호를 물어봐서 집으로 전화를 하니 .......
잠시 후에 파출소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수만이 집에서 수만이 아버지가 왔다. 간단하게 수만이 아버지하고 파출소 직원들한테 인사를 하고 파출소를 나왔다. 기분이 씁쓸했다.
다음 날, 7월 26일 토요일 - 아침 조회 시간에 어제 일은 잊어버리자고 했다.
그런데, 수만이가 동래 대동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직원 중에 한 명이 말해 주었다.
‘뭐? 병원에 누워 있어?’........
조회를 마치고 병원에 문병을 갔다. ‘미우나 고우나... 사람이 술 먹으면... 나이도 이제 몇 살 안 먹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몸 좀 괜찮냐?’ 하고 물어봤다. 그런데 이 놈이 슬쩍 째려보고는 눈을 돌려버렸다. ‘몸 좀 괜찮아?’ 하고 되물어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기분이 상했다. 나 같으면 ‘어제 밤 죄송하게 됐습니다.’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몸 관리 잘 해라. 나중에 보자.’하고 나왔다. 나오면서 그 부모들한테 다시 인사를 했는데 고개를 돌렸다. 기분이 씁쓸했다.
나중에 수만이 또래의 다른 직원들도 수만이 문병을 간 모양이었다. 그 날 늦게 수만이 또래 젊은 직원들한테 “수만이가 CT촬영, 엑스레이 촬영 등 정밀검사를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손해배상청구하고 경찰에 고소할 것이라고도 했다.
‘뭐? ? ? ? ....... 싸가지 없는 새끼, 병신 꼴값을 하고 자빠졌네. 더 이상 누구도 이 일에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일해.’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준수하고 덕진이가 “수만이가 진단서 끊어서 고소를 했다.”고 했다. “집단 폭행으로.”
‘뭐? 머? 무슨 폭행? 집단폭행? 누구하고 누구하고? 누구하고 누구하고 집단 폭행을 했다고?’
“사장님하고 권부장님하고.......”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 .......아니 그래, 고소를 하겠다는 거야 고소를 했다는 거야?’
“수만이 만나보니까 집에서 벌써 진다서 끊어서 고소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희는 뭐라고 했냐?’
“예, 저희도....... ‘남자가 그게 뭐하는 짓이냐? 회사에 나와서 사과하고 좋게 마무리 해라’ 이런 식으로 말 할라고 수만이를 만났는데....... 수만이가 안 만나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만났는데 수만이 하는 말이 ‘집에서 하는 일이니까 자기는 잘 모르겠고, 파출소 경찰들이 사장님이 자기 때리는 것 봤다.’고 했다고 하던데요?”
‘뭐? 내가 언제 수만이를 때렸는데? ....... 누워 있을 때 정신차리라고 뺨 토닥거린 것 말이냐?’
“예, 그건 것 같습니다. 수만이 저도 그것은 잘 모르겠고....... 그 때 나온 경찰관들이 봤는데 사장님이 수만이 때렸다고 했다고 하데요. 그것 말고는 사장님이 수만이를 때린 것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계속 쭉 보고 있었는데?........ 그라고 수만이 지그 아버지가 동래 경찰서에 빽이 좀 있다고 그렇게 말하데요. 지그 아버지가 집 짓는 건설업자라고 ....... 수만이 집도 동래 경찰서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한 100미터- 200미터........ 그 정도 밖에 안 됐습니다. 사람 다시 봐야겠더라구요.”
‘그 새끼- 몇 칠전에 교통사고 나서 돈 든 것 우리한테 본전 뽑을라고 하는구만?’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도 ‘너 머리 아프고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픈 것 회식 날 이틀 전에 교통사고 난 것 때문 아니냐? 그것을 임마 니가 먼저 시비 걸어놓고 주먹으로 한 대 맞았다고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검사 받아서 고소를 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수만이가 자기는 교통사고 난 적 없다고 딱 잡아떼던데요?”
“뭐 교통사고 난 적 없다고? 그 놈 월급날 하루 전에 24일 날 아침에 회사 늦게 10시에나 나와서 ‘어저께 저녁(7월 23일) 몇 시경에 구서동에서 술 먹고 운전하다가 오륜터널 못가서 교통사고 났다고 지 입으로 다 말했잖아? 지 차로 들이 받아서 가로등 뿌러졌다고. 그리고 병원에 가봐야 한다면서 24일 25일 일 안하고 ....... 월급 받으러 25일날 퇴근 시간 맞춰 나왔다가 월급 받고 같이 회식하러 간 것을 직원들이 다 알고 있는데 그 딴 식으로 말을 하더란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회식 날 와서도 지가 사람들 다 있는데서 지 입으로 집에서 돈 써서 해결했다고 자랑했으면서 인자는 교통사고 절대로 없었다고 하던데요. 벌써 충분하게 손을 쓴 것 같습니다. ....... 수만이 보니까 ....... 교통사고도 작은 교통사고 아닌 것 같은데 조용하게 해결한 것 보니까 지 말대로 지그 아부지가 동래경찰서에 빽이 있기는 빽이 있는가 봅니다.”
그리고 그날인가 다음 날인가 바로 동래경찰서 조사계 형사한테서 회사로 연락이 왔다. “집단폭행으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당신하고 유수만이 때린 당신 부하 직원하고 같이 나오라’고.”.......
권부장을 불러서 물어봤다. ‘유수만이 만난 적 있냐고?’
‘있다’고 했다.
‘뭐라고 그래?’
“합의금 이야기를 하던데요?”
‘뭐? ??? 합의금? ........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 ....... 그래서?’
“얼마를 요구하냐고 물어봤더니 금액은 이야기를 안 하고 ....... 나중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길래 그냥 왔습니다.”
‘지금 권부장 생각은 어때?’
“저 때문에 괜히 시끄러운데 ....... 한 200만원 선에서 합의해버렸으면....... 괜히 저 때문에 사장님하고 회사만 시끄럽고....... 이 바쁜 때에 일만 안 되고....... 한 달쯤 후부터는 책 나와야 되지 않습니까?”
‘돈 절대로 주지 마. 알었어? 십원짜리 하나라도 주면 권부장 나하고 일 못해. 알았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일이나 해.’
“경찰서에서 나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나도 알고 있는데, 지금 바로 나가면 잘못하면 구속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일 보다가 내가 나가라고 하면 그 때 나가. '
“예” .......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권부장이 약간 겁을 먹고 있었고, 찝찝해 했다.
‘부산도시고속도로 오륜대 터널 앞 가로등 뿌러진 교통사고 이야기’를 수만이한테 들은 대로 직원들 싸인을 받고, 권부장이 주먹으로 한 대 때린 것은 그 당시의 상황을 목격한 직원 두 명한테 싸인을 받아서 서류를 만들어서 동래 경찰서로 나갔다. 정당방위를 먼저 주장해야 선 구속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서에 나갔더니, 나도 폭행범의 공범으로 되어 있었다. 피의자 신분이었다. 형사가 나이가 50대쯤으로 덩치 큰 사람이었다.
“폭행한 사실 있지요?”
‘예? ? ? ? ....... 무슨 폭행을 했다는 말입니까?’
‘출동 나간 경찰들이 때리는 것을 봤다고 기록이 적혀 있는데요?’
‘내가 언제 때렸단 말입니까?’
“경찰이 보는 데서도 뺨을 수차례 때렸다고 나와 있는데요?”
“그것을 경찰들이 내가 ‘때렸다’고 기록해 놓았단 말입니까?”
“뺨 때린 적 있어요? 없어요?”
‘.......?’
“뺨 때린 적 있어요? 없어요?”
‘출동 나온 경찰들이 내가 때렸다고 그렇게 기록했단 말이지요? 정신 차리라고 뺨 토닥거린 적은 여러 차례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폭행입니까?’
“때린 적 있어? 없어?”
‘.......? 반말하지 맙시다. 아저씨! 나는 반말 안 하는데 나한테 왜 함부로 반말합니까?’
“........?”
“뺨을 여러 차례 때린 적은 있단 말이지요?”
‘예, 정신 차리라고 여러 차례 토닥거린 적은 있습니다.’
“뺨을 때리긴 때린 것은 사실이지요? 살살 때리긴 했어도 때리긴 때렸지요?”
‘....... 예’
“여기에 지장 찍으세요.” - 지장을 찍었다.
“맞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살살 때렸건 쌔게 때렸건 ....... 때린 것은 때린 것 아니요?”
“ 그 날 그 술자리에 몇 명 정도 있었습니까?”
‘직원들 다 있었습니다. 열 명 넘게 있었습니다.’
“있었던 사람 다 나오라고 하세요.”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증인 필요하면 2명 정도 보내겠습니다. 직원들 경찰서 왔다 갔다 하면 일 못하고 우리 회사만 손해날 것 아닙니까?”
“.......?”
“그 날 그것은 정당바위였습니다. 맞을 짓해서 맞은 것입니다. 그 때 옆에 있었던 두 사람 싸인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유수만이가 회식 날 이틀 전에 ‘도시고속도로 오륜대터널 앞에서 가로등 박은 교통사고’ 있었다고 지가 회사에 와서 이야기해서 직원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직원들이 들은 대로 직원들 싸인 받아왔습니다. 교통사고 작은 사고도 아닌 것 같고 도시고속도로에서 생겼으면 그 사건기록 있을 것입니다. 교통사고 때 다친 것을 가지고 회사 회식 때 있었던 사소한 시비에다가 엎어 씌울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잘 조사해 보세요.......이 진정서 같이 접수 받으십시오.
“.......? 그것은 이번 폭행사건하고 별개의 사건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별개의 사건이란 말입니까? 사건 있기 이틀 전에 교통사고 난 놈이 이틀 후에 지가 시비 걸었다가 주먹으로 한 대 맞은 것 가지고 몸 여기 저기 정밀검사 받아서 집단폭행으로 고소를 하였는데? 그 날 출동 나온 경찰관들이 나보고 폭행했다고 보고서를 작성을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말이 됩니까? 그 날 파출소에 가서 유수만이가 내가 때린 것이 아니라고 말해서 내가 그냥 나온 것 아닙니까? 지금 와서 경찰관들이 이게 뭐하는 것입니까?’
“교통사고 난 것 증거 있습니까?”
‘....... 증거는 없고....... 전 직원들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더 할 말 있습니까?”
‘화가 나지만....... 조용히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만 가 보시고, 때린 직원하고 때린 것 본 직원들 나오라고 하세요.”
‘증거 확보한 다음에 보내겠습니다.’
“.......? ”
이렇게 동래경찰서를 나왔는데 기분이 더러웠다. 증거를 확보해야 했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회사 내에서 회식 중에 집단폭행을 가한 것으로 결론이 날 판이었다.
금정경찰서로 갔다. 교통계로 갔다. 사고 장소가 금정경찰서 관할지역이였으므로 금정경찰서로 가면 교통사고 내막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금정경찰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고요? 무슨 사고요? 그런 사고 없었습니다. 장부에도 안 나와 있잖아요? 보세요. 그 날 기록에 사고 난 것 안 나와 있지요?”
‘오륜터널 앞에서 교통사고 났다고 들은 사람만도 10명이 넘는데요? 증인 세울 수 있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사고가 안 난 것입니다. 거짓말하겠습니까? 교통계 직원이 몇 명 된다고 사고가 났다면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가 보세요? 할 말 있습니까?”
할 말이 없었다.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차를 타고 금정구 구서동 금정구청 앞에서 우회전하여 오륜터널 쪽으로 천천히 가보았다. ....... 있었다. 가로등 부러진 것이 있었다. 터널입구 바로 앞 -세 번째 오른편 가로등이 부러져 있었다. 가로등 하나 사이가 50미터 정도 되어 보이던데 터널 앞 거의 200미터 앞에서 사고가 있었던 것이었다.
가로등이 밑에서 50센치 정도에서 칼로 벤 것처럼 단방에 나가 있었다. 그 때 처음 안 것이 가로등이 금속류의 쇠가 아니고 단단한 플라스틱류-FRP였다. 부러진 윗 부분은 도로가 한쪽으로 치워져 있었고, 아랫 부분은 45도 각도로 반 정도 뽑힌 채로 그대로 있었다. 잘려진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보니 자동차 범퍼 높이에 충격 받은 흔적이 역력히 있었다. 충돌 시에 페인트가 묻어 있었는데 유수만이 차의 진녹색 페인트하고 같은 색이었다.
타이어 자국이 도로에 쫘-악 나 있었다. 유수만이가 7월 24일에 사무실에 와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친구들하고 술 먹고, 금정구청 앞에서 오륜터널로 가다가, 오륜터널 바로 앞에서 앞차를 추월하려고 하다가 ....... 급부레이크를 밟았는데 ....... 가로등을 들이 박았고, 그 이후로는 기절을 했는데 .......누가 깨워서 정신을 차려보니 공사장에 처박혀 있었고, 벌써 경찰 싸이카(오토바이)가 와 있었고, 차들이 밀려 난리가 나 있었고, 자기는 바로 병원에 입원했고, 자기 차는 경찰에서 렉카를 불러서 렉카차가 금사동 정비소로 옮겼는데....... 그렇게 크게 사고가 났는데도 몸에 상처 하나 없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나도 신기하다. 사고 뒷처리는 집에서 아부지가 손을 썼고, 검사를 받아보니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목하고 허리하고 다리하고 몸- 만신이 다 아프다.”고 했던 말들이.
옆에는 옹벽 공사를 하고 있었다. 유수만이 말이 딱 맞았다. 터널 바로 200미터쯤 앞에서 타이어 발자국이 쫘-악 길게 급부레이크를 밟으면서 가로등을 들이박으면서 공사현장으로 처박아 들어가고 있었다. 자동차 부서진 파편들이 150미터 정도에 걸쳐 흩어져 있었다. 청소하는 청소부들이 도로가로 쓸어낸 흔적이 보였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특히 충격 부분의 진녹색 페인트 부분을 여러 각도에서 찍었다.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파편들을 한 비닐봉지 주어 담았다.
찍은 사진을 현상하고, 주어 담아 가져온 파편 봉다리를 가지고 동래 경찰서 담당형사한테 갔다. 참고하라고 줬다. 주면서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밖으로 노출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유수만이 보고 조용히 마무리 하라고 하십시오. 수만이 아부지가 동래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 신경 안 씁니다. 집단폭행이라고 하면 무고 아닙니까? 때린 친구는 바로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권부장을 경찰서로 보냈다. 권부장이 경찰서에 다녀와서 ‘정당방위를 충분히 주장했다’고 했다.
카메라를 메고 금사동에 있는 똥싸정비(가명) 정비에 갔다. 수만이가 회식 전날인 24일 아침에 ‘자기 차는 렉카차가 와서 금사동에 있는 똥싸정비로 끌고 갔는데 하도 많이 뿌서져서 출고하려면 몇 칠 걸릴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금사동에 있는 똥싸정비에 가서 똥싸정비 직원한테 사고 장소-시간과 차량번호-차종-색깔- 운전자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차 좀 보자고 했더니 그 직원이 당황하면서 자기는 잘 모르겠고 ‘높은 사람 오시라고 할 테니 그 분한테 물어보시라.’고 했다. 높은 사람이 왔다. 그 높은 사람 오셔서 그 차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여동에 있는 똥싸정비제2공장’에서 수리 중이라고 했다. 반여동에 있는 똥싸정비제2공장으로 갔다. 그곳에 가서 금사동 똥사정비에서 제2공장으로 가라고 해서 왔다고 했더니, "그런 차는 여기에 없다. 여기서는 도색같은 외부 수리만 전문적으로 하고 그런 사고의 차체수리는 본공장에서 한다."고 했다. ‘죄송하지만 직접 찾아봐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좋으실데로 하시라’ 했다. 한 참을 뒤져도 비슷한 차도 없었다.
다시 금사동에 있는 똥싸정비 본공장에 갔다. 아까 거짓말한 그 ‘높은 양반’ 좀 보자고 했더니 나가시고 안 계신다고 했다. 차량 입고된 장부 좀 볼 수 있냐고 했더니 보여줬다. 없었다. 차 좀 직접 찾아봐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좋으실데로 하시라’고 했다. 구석구석 뒤져봐도 못 찾았다.
허탕치고 사무실에 왔는데 .......나중에 준수하고 덕진이가 ‘수만이 집에 갔더니 수만이 차가 있더라고 했다.’
“차가 깨끗하데예, 범퍼하고 앞부분 전체가 ....... 보니 완전 쌔 거데예. 그 정도는 금방 보면 알 수 있다 아입니꺼? 수만이 그놈아 사고 난 것 맞습니다. 차 수리부분 짐작해보니 사고도 보통 크게 난 것 아입니더.” 라고 했다.
이후에 ....... 동래경찰서 담당형사가 또 나오라고 했다. “유수만이를 조사를 해보니 자기는 교통사고 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 사진하고 파편을 가지고 유수만이의 사고라고 단정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고 난 지역은 동래경찰서 관할이 아니고, 이 사건과는 별개이므로 집단폭행 사건은 집단폭행사건으로 처리를 하겠다.”고 했다.
뻔한 사건을 가지고 동래경찰서에서 뻔뻔하게 나왔다. 수만이 측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밀어 부쳐보자는 계산으로 나온다고 판단했다. 저 쪽에서 충분히 손을 써 놨다고 자신하는 느낌이 들었다.
7월 말에 토요일 일요일 끼워서 직원들한테 휴가를 5일을 줬다. 애초에는 3일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신경 쓰이고 어수선하게 일도 안 될 바에야 직원들 휴가 보내놓고 ....... 직원들 휴가 마치고 출근하기 전까지 혼자서 완전히 마무리해 놓을 작정이었다.
사고 난 지점이 일반 도로가 아니고 ‘도시고속도로’란 것을 알았다. 가로등은 시설물이므로 경찰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고속도로관리공단’에서 관리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봤더니 ‘동래구 안락동에 있는 원동인터체인지 사무실’에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원동인터체인지 교통공단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예, 원동사무실 김개똥(가명)입니다.”
‘수고하십니다. 교통공단 원동인터체인지 사무실이지요. 여기는 마을문화란 회사입니다. 유수만이란 저희 직원이 7월 23일 저녁 몇 시쯤에 오륜터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데 어떻게 된 것입니까?’
“아, 그래요? 터널 앞에서 가로등 부러진 사고 말이지요. 그 날 녹색승용차가 앞 차를 추월하려다가 핸들을 갑자기 꺾어서 급부레이크 밟으면서 가로등 들이박고 공사현장으로 처박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운전자 가로등만 아니었으면 죽었을 것이어요. 그 날 그 사고 때문에 길 막히고 난리 났지요. 녹색차가 추월하면서 상대방 차를 부딪치면서 핸들을 꺽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 날 경찰은 사고현장에 안 나왔습니까?’
“경찰이 나왔지요. 기동대에서 나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타는 교통경찰 말입니다. 거기가 일반도로가 아니고 고속도로거든요. 도시고속도로는 기동대에서 관리를 합니다. 그래서 경찰이 와서 사고운전자가 기절해 있는 것 깨워서 병원으로 옮기고, 피해 차량은 경찰에서 렉카 불러서 견인시켰지요. 그리고 피해차량 운전자는 금정경찰서 가서 조사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정구청 앞에서 오륜터널까지는 금정구에 속해서 사고 조사는 금정경찰서 관할이거든요.”
‘아, 그래요? 피해 차량 운전자는 많이 다쳤는가요?’
“아마, 그렇게 작게 다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일직선 상 고속도로라 거기가 속도가 높은 구역이거든요. 가로등 부러질 정도였으면 작은 사고가 아니지요. 자세한 것은 금정경찰서 교통계에 물어보시면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예, 말씀 고맙습니다. 그 날 야근 당직자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예? ........ 왜... 왜 그러십니까? 그 때 사고 난 사람이 회사 직원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 날 야근 당직자 이름 좀 불러주세요. 이 전화 처음부터 다 녹음되는 전화였습니다. 지금 전화 받으시는 분 성함이 김개똥씨 맞지요?’
“예, 맞습니다.......?”
‘이 사고하고 관련된 사건 경찰에서 조사 중이니까 그 날 당직자 이름 대세요.’
“........ 저어- 저어- ”
‘말씀하세요.’
“....... 저어....... 저어 ....... 김말똥(가명)입니다.”
‘그 날 그 사고 기록 업무일지에 다 기록되어 있지요?’
“.......”
‘김개똥 씨 이 통화 다 녹음되고 있습니다. 감추려고 하지 마세요.’
“저.......업무일지는 당사자가 지금 없어서....... 찾아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은 확인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더 이상 가르쳐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곧바로 동래 사무실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원동교통공단 사무실로 달려갔다. 10분쯤 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명함을 건네주면서 ‘조금 전에 전화한 사람입니다.’고 했다. 당황했다.
‘업무일지 기록 좀 봅시다. 사고차량 차량넘버하고 운전자 이름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 친구가 망설이면서 업무일지를 꺼내질 못했다.
‘김개똥씨 아까 나하고 통화한 것 녹음되어 있고, 이것 보세요. 우리가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 두장 아니고 20장 정도 되니까 잘 확인해 보세요.’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누가 다른 직원이 들어오다가 저 쪽으로 다시 나가버렸다.
‘교통사고 운전자 이름하고 차량번호만 알면 되니까 업무일지 줘 보세요.’
업무일지를 뒤적인 척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기록이 안 되어 있는데요?........”
‘예? 기록이 없다고요? 불과 몇 칠 전에 일어난 사고인데, 가로등이 뿌러져서 방치해져 있던 데 기록이 안 되어 있다구요? 줘봐요. 직접 한 번 봅시다.’
정말로 기록이 안 되어 있었다. 혹시 그 날이 아닌가 싶어서 위 아래로 날짜를 샅샅히 훓어봐도 ‘부산도시고속도로 구서동 방향 오륜터널 앞 세 번째 가로등 사고’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 날 당직자 어디 있습니까?’
“오늘 비번입니다.”
‘당직자는 그 날 차량하고 운전자 알고 있겠지요?’
“.......”
‘명함 받으셨으니까 당직자 오면 저희 사무실이나 제 휴대폰으로 연락주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당신들 동래경찰서에 걸려 있는 사건 마무리되기 전까지 부러진 가로등 치우면 내 가만히 안 있을 것입니다. 여기 사진 보셨지요. 사진에 날짜하고 사진까지 찍혀 있지요? 당신 아까 나하고 한 전화 통화 다 녹음 되어 있습니다. 당직자한테 사고차량 번호하고 운전자 이름 저한테 연락주라고 하세요. 수고하십시오.’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그런 사건 기록은 경찰서에 더 잘 나와 있으니 경찰서에 알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고 했다. 여기서 더 캐 봐야 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았다.
부산지방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기동대’를 어디서 관할하느냐고 물으니 부산지방경찰청 직속이고 본부가 영도에 영도다리 건너에 있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라고 해서 기동대에 전화를 했다. 그 날의 사고를 물으니.......
‘기동대 업무일지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고 했다.
어떻게 하면 그 날의 사고를 확인할 수 있냐고 했더니, 그 날 밤 순찰했던 당직자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직자 이름을 불러주라 해서 당직자 이름을 알았다. 바로 영도 기동대로 갔다. 민원실로 가지 않고 경찰들 여러명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중에 한 분한테 아무 일 아닌 것처럼 편하게 물어봤다.
‘누구씨 좀 만나뵈러 왔습니다.’ 했더니
“아! 누구씨, 잠시만 기다려요.” 하면서 데리러 갔다.
기다리는데 잠시 뒤에 그 양반 다시 오셔서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는가요?” 했다.
‘7월 23일 저녁에 오륜터널 앞에서 교통사고 좀 알아볼려구요? 누구씨가 당직 순찰이셨다고 해서요?’
“.......? .......? 아, 그래요? 그런데 누구씨 방금 전까지 있었는데 지금 어디 가고 안 보이네요. 더 기다려 보세요.”
‘예, 기다리겠습니다.’ ....... 한 참을 기다려도 안 왔다. 데리러 간 사람도 같이 안 왔다. 기다리다가 민원실에 갔다. 확인해 보니 도로 순찰 나갔다고 했다. 명함을 한 장 주면서 들어오시면 연락 한 번 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그냥 왔다.
금정경찰서 교통계로 갔다. 금정경찰서에 두 번째로 간 것이었다. 처음에 갔을 때 금정경찰서에서는 그런 내용을 모르고 그런 사고가 없었다고 했었다.
‘7월 23일 저녁 몇 시경 오륜터널 앞 세 번째 가로등 부러진 사고 좀 알려고 왔습니다.’
“당신 몇 칠전에 왔던 사람 맞지요? 그 때 모른다고 했잖아요? 가세요. 바쁜 사람 잡고 시비 걸지 말고.”
‘가해자가 앞 차 추월하려다가 앞에 승용차 들이받고 공사장으로 처박았다면서요? 피해자가 금정경찰서에서 조사 받았다메요? 가해자 차량하고 이름 좀 압시다.’
“.......? .......? 예, 누가 그런 말을 합디까?”
‘가로등 들이박은 차량하고 운전자 이름만 알면 됩니다.’
“....... ? 여기서는 그런 것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경찰기동대하고 도로공단에 가서 물어보세요.”
‘가로등은 교통공단도시고속도로사무실에서 관리하고, 순찰은 기동대에서 책임지고, 사고는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한다면서요? 사고운전자는 병원에 곧바로 실려 갔고, 차량은 똥싸정비로 렉카가 끌고 갔고, 피해 차량 운전자는 금정경찰서에서 조사 받았다고 원동인터체인지 김개똥이가 말합디다?’
“.......? ? ?”
‘조사 내용 좀 봅시다.’
“‘보여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고운전자를 집단으로 팼다고 동래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니까 그 사건 내용 좀 알아야겠습니다.’
‘그래도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아니, 무고죄 해명하게 좀 알자는데 왜 못가르쳐 줍니까? 같은 경찰들이. 동래경찰서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요 밑에 있는데 확인해 보면 될 것 아닙니까?’
“....... 그래도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당사자들끼리 합의 본 것이라....... 가르쳐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조사한 것은 맞고, ....... 가해차량 번호하고 그 운전자가 이름이 ‘유수만’인가만 확인좀 합시다.”
“....... ? .......? .......? 그것은....... 그것도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기동대나 교통공단에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한테 와서 물어보지 말고 그런 데 가서 알아보세요.”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더 확인한 것은 가해차량의 운전자가 피해 차량의 운전자한테 합의를 해 줬다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돈이 많이 들었던 것이다.
교통공단부산본부에 전화를 했다. 교통공단부산본부는 서면 다리 옆 범일동에 있다. 간단히 내 소개를 했다. 전화 받는 목소리가 영 껄끄럽다는 것을 알았다. 전화를 이 사람한테 돌리고 저 사람한테 돌리고 ........
‘전화 이 사람 저 사람 돌리지 말고 도시고속도로 오륜대터널 앞 가로등 관리하는 실무 책임자 좀 바꿔 주세요.’
“예, 접니다.”
‘이름이 뭡니까?’
“....... ? ....... 에-에 기임- .......?”
“ ‘접니다’하지 마시고 이름이 김 뭣이냐구요?”
“에에 - 김새똥(가명)입니다.”
‘김새똥씨라구요. 예, 제가 이름 적었습니다. 김새똥씨 오륜대터널 앞 세 번째 가로등 뿌러져 나뒹굴고 있는 것 아시지요?’
“....... 예? ....... 더듬더듬....... 에-에 ....... ”
‘오륜대터널 앞에 세 번째 가로등 뿌러져 뒹굴고 있는 것 모릅니까?’
“........ 에-에.......”
‘내가 원동인터체인지 교통공단 사무실 직접 찾아가서 김길똥이한테 사진 보여주고 그것 치우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했거든요. 내가 싸가지 없는 사건에 연류 되어 가지고 그 사고 낸 운전자 차량번호하고 이름 좀 알려고 쫓아다니는데 교통공단원동사무소에서도 모르고 금정경찰서에서도 모르고 부산경찰청에서도 모르고 동래경찰서에서도 모르고 기동대도 모르고....... 그래서 내가 이것 사진 찍은 것하고 녹음한 것하고 해서 검찰에 싸잡아서 고발하고 부산일보에다가 광고 한 판 때릴려고 합니다. 내가 막 쫓아다닌 것 소문 들어서 아시지요?........ 오륜대터널 앞 사고를 원동사무소에서는 알면서도 기록은 안 되어 있던데 교통공단본부에서는 그것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고속도로에서 차가 들이박아서 가로등이 동강나서 10여일이 지났는데 그것을 아직까지 모른단 말입니까?’
“.......에-에 .......?”
‘나는 이것을 검찰에 고발할 작정인데 어느 선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겠습니다. 정말 모릅니까?’
“예, 우리는 전혀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그것을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으니까요, 내가 지금 곧 갈 테니까 본부에서 관리하는 업무일지 당일 날하고 그 주위의 날들 복사 좀 해주세요.’
“.......?.......?.......?"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원동사무소 김개똥이가 내가 전화통화 녹음했다고 말하지요?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한 30분 걸릴 것입니다. 이름이 김새똥이라고 하셨지요?’
“예, 김새똥입니다.”
‘알았습니다. 지금 갈 테니까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맙시다. 바로 갈께요.’
동래에서 지하철을 타고 범일동까지 갔다. 실무자가 5층인가에 있었다. 주민등록증 보자고 해서 주민등록증 보여주고, 두 말도 필요 없이 일단 장부를 확인하고 복사를 받아서 나왔다. 나오면서 그 날 원동인터체인지 야간당직자더러 나한테 연락하라고 했다.
부산교통공단 본부에도 그 기록이 없었다.
영도 기동대에서 연락이 올 줄로 알았는데 연락이 없었다. 또 찾아갔다. 역시나 없었다. 사람들이 나를 피했다.
이렇게 해서 휴가 5일이 끝났다. 개똥같은 97년 7월말- 8월초의 여름 휴가였다. 사람들 휴가 빠져나간 그 아스팔트 들끊어 오르는 화살 같은 뙤약볕을 쐬면서 썩은 시궁창 같은 일로 ....... 찐덕찐덕하게 땀을 흘리면서 거지같은 새끼들을 쫓아다녔었다.
휴가를 마치고 직원들이 나왔다.
‘앞으로 유수만이 문제로 별 일 없을 것이니까 그 일 잊어버리고 다음 달부터 발행될 마을문화 일 열심히 합시다.’라고 했다. 그 정도 해 놨으니 설마 더는 설치지 못하겠지 싶었다. 그리고 조용했다.
시간이 한 참 지났다. 8월 중순쯤이었을 게다. 동래경찰서 그 담당형사한테서 연락이 왔다. “빨리 해결하라고.”
‘내가 설치고 다닌 것 못 들었습니까? 젊은 사람들 먹고 살라고 발버둥치는데 알아서 조용히 마무리 하도록 하십시오. 더 이상 그 일로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했다.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권부장 얼굴이 갈수록 굳어져 갔다. 경찰서에서 수만이 측에서 나 몰래 권부장한테 계속하여 연락을 하면서 압력을 넣고 있었던 것이다. 별 일 없을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알았다고 했다.
그래도 권부장 얼굴에 계속해서 근심이 쌓여갔다. 계속해서 연락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영업하는 사람이 마음이 불안하고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하면 그것은 일이 안 되는 것이다.
원동인터체인지에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 날 사고 나던 날 밤의 당직자가 발령나고 지금은 거기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밤의 상황은 당직자만 알 수 있는데 기록이 없으니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교통공단부산본부에 다시 확인했다. 그 당직자는 제주도로 발령나서 가고 없고, 사고나던 날 밤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기동대에도 전화를 했다. 역시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부산경찰청에도 전화를 했더니 현장에서 기록되지 않는 상황은 경찰청본부에서도 어떻게 알 수가 없다고 했다.
8월 중순쯤 지나면서부터 동래경찰서에서 연락이 자주 왔다. 빨리 마무리 짓고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안 그러면 경찰에서는 더 이상 조사할 것이 없으니 검찰로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집단폭행범으로 당신하고 당신 권부장하고.’
그리고 유수만이가 교통사고 난 것 증거가 있으면 증거를 대라는 것이었다. 동래경찰서는 교통사고와는 별개로 집단폭행은 집단폭행데로 강행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권부장이 쫄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사장님 일 아니니까 별로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사장님은 크게 걸릴 것이 없지 않습니까? 제가 제 돈 써서 해결하겠습니다........ 가불 좀 해 주십시오.”
‘안 돼, 나는 그렇게는 못해. 나는 그렇게는 못 살아. 그냥 일해. 내가 책임질께.’
이 놈들이 우리 일 바쁜 것 알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다시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다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덕진이하고 준수가 수만이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
“인자는 수만이 집에서 권부장님보다 사장님한테 감정이 더 나빠져 있던데요.”
‘그러겠지. 너희들, 회사 일에 신경들 써주는 것은 좋은데 앞으로는 수만이 더 이상 만나지 말아라. 이 사건도 중요하지만은 일이 더 중요하다. 이 사건은 나한테 맡기고 일들이나 열심히 해, 그것이 화사에서는 더 고마운 일이다.’
“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예 수만이 차 팔아버렸다고 하데요, 수만이 집에서 사장님한테 작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뭐, 차를 팔아?.......’
“예, 급하게 판 것 같습니더. 손해 많이 봤는가 기분이 영 안 좋데요.”
증거를 없애버렸다고 판단했다. 당직자들은 발령 보내버리고, 기록은 없다고 하고, 수만이는 교통사고 난 적 없다고 하고, 동래경찰서에서는 별개 사건으로 진행시킬 것이라고 하고.......
혼자서 현장에 다시 갔다. 가로등 밑동은 그대로 있는데 가로등 부러진 윗부분이 안 보였다. 아뿔사! 주변을 찾아봤다. 역시나! 있었다. 가로등 윗부분이 옹벽 공사 현장의 도랑 물 속에 처박혀 숨겨져 있었다. 반은 물 밖으로 나와 있었고, 반은 물 속에 잠긴 채로. 병신같은 것들이 치우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하니까 그 때까지 수리를 안 하고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 이게 웬 걸! 그 물 속에 검은 덩어리들이 부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무더기로 있었다. 몇 개를 끄집어서 살펴보니 하나는 앞부분 헤트라이트였고 하나는 백미러(거울)이었다. 흙탕물이 뒤집어 진 것을 물에 휑궜다. 아 그랬더니, 백미러가 색깔이 진녹색으로 선명하게 나왔고, 헤트라이트가 수만이 차종의 모델하고 같은 것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백미러에 수만이가 붙이고 다닌 악세사리(볼록 거울?)도 있었다. 더군다나 헤트라이트 뒷 부분 플라스틱에 부품 고유 번호가 찍혀 있었다. 다른 건데기들은 그냥 놔두고 두 개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사무실로 가지고 왔다. 그것을 본 직원들이 수만이 차에 있었던 것이 맞다고 했다.
권부장한테 경찰에서 연락 오면 나가지 말고, 수만이나 수만이 아버지한테 연락 오면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전하라고 했다. 또 ‘합의도 이제는 이것이 회사 일이 되어버렸으니 사장이 직접 합의하겠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8월말인가 9월초에 수만이하고 수만이 아버지가 찾아오겠다고 날이 잡혔다. 수만이하고 수만이 아버지가 사무실 문을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유수만이 너, 아부지 앞에서 사과해라. 군대까지 갔다 온 다 큰 놈이 하는 짓이 뭐냐? ‘죄송하게 됐습니다.’고 사과해라. 그러면 용서해줄게. 너 아프다고 하는 것 교통사고 때문이잖아?”
“예, 사과요? 내가 언제 교통사고 났다고 합니까? 뭘로 그렇게 말합니까?”
‘너 전에 나한테도 그랬고, 직원들한테도 여러 번 말했잖아? 교통사고 났다고?’
“나 교통사고 난 적 없습니다.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참 이상하게 이야기하시네?”
“이 양반 봐, 이거 당신 내가 누군지 알어- 동래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인 줄 알아? 합의금 줄라고 만나자고 한 줄 알았더니 ........ 뭐 사과를 해? 사과를 해? 어- 사과를 해?”
.......
‘수민이 너 말해 봐, 너 사과할래? 안 할래?’
“나는 사과할 것 없습니다. 회사가 책임지겠다고 오라고 했다면서요? 나도 내 입으로 직접 이야기하기 싫으니까 우리 아부지하고 결판지으세요.”
........
‘합의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사람을 때렸으면 당연히 합의금을 주고 합의를 해야지 안 그러면 벌을 받던가? 내가 당신들 동래서 장사 못하게 할 수도 있어. 내가 동래경찰서에 알고 있는 사람이 한두명인 줄 알어? 어?”
.......
‘합의금으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 머리도 이상 있는 것 같고, 허리도 아프다고 하고....... 합의 볼라면 한 천만원은 내놓고 말해야 되겠제?”
‘천만원이요, 못 줍니다.’
“맘 편하게 일하려면 ....... 젊은 놈 머리 이상하게 해놓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천만원 정도는 내놓고 합의보자고 해야 안 되겠어요?”
.......
내가 머리를 숙여서 머리 밑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유수만, 요-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이것 니 것 맞지? 어? 백미러 니 것 맞고 헤트라이트 니 차에 있는 것 맞지 응? 너 여기 플라스틱에 부품 남바 찍혀 있는 것 아냐? 너 나한테 새 차 사고 사고 한 번도 안 나고 이번 사고가 처음이라고 했지? 으? 이 개새끼야, 이 부품 남바 확인해 보면 차량넘버까지 다 알 수 있어-’
그리고 덮어 놓은 책 밑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이것 녹음기다. 이 거지같은 새끼들아, 뭐 합의금으로 천만원을 내놔? 뭐 동래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라고?’
“........”
“........”
‘이 거지 발싸게만도 못한 새끼들, 새끼나 애비나 - 나가 이 개같은 새끼들아- 꼴도 보기 싫다. 기어나가-’
방문을 열고 두 놈을 확 밀어버렸다.
“.......? 어-어? 폭행해? ....... 사람 막 패네?”
‘그래, 팬다. 이 개새끼야, 동래경찰서에 신고해라, 이 개같은 새끼들을 새끼하고 애비하고 무고죄하고 뇌물죄로 확 엮어 넣어불라 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
“어어, 이 새끼가....... 너 이-새끼 동래에서 장사 해쳐묵을 수 있을 줄 알어?”
‘그래, 이 개새끼야- 동래경찰서 어느 놈 데꼬 올래? 너 아는 놈들 다 데꼬 와라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어어- 이 새끼들이 회사에서 사람을 패네"
‘권 부장 문 열어-’ 문을 열자 ........
‘나가라- 이 더러운 새끼들아, 꼴도 보기 싫다.’하고 사무실 문 밖으로 밀어버렸다.
옆에 있는 직원들도 모욕적인 언사로 보기 싫으니까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빨리 가라고 했다. 수만이가 지그 아버지를 데리고 나갔다. 아- 더러운 기분! 그날 밤 술을 진탕 먹어버렸다.
다음 날인가 신문 하단 광고를 작업했다. 그리고 필름 출력 한 장하고 종이 프린트 한 장하고, 비니루 봉지하고 쪼그만 테이프를 가지고 동래경찰서 담당형사를 찾아갔다. 딸딸이를 신고서 -
"이 것은 유수만이 차에 백미러이고, 이 것은 유수만이 헤트라이트이고, 이 것은 .......광고에 '시안'이라는 것이요- 먼저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필름 분판'이라는 것이요. 이것만 부산일보에 갖다 주고 돈만 주면 내일 신문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쪼끄만 테이프를 꺼내서 -
"유수만이 아버지 유멋멋이가 '동래 경찰서에 내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 줄 알어? 너 같은 새끼는 하루 아침에 장사 못 해 쳐먹게 할 수 있어. 합의 볼라면 천만원 내 놔라.' 했던 테이프요. 이 테이프 받을랍니까? 증거 자료로 공식적으로 제출할까요?" ....... 했다.
".......?"
'여기 헤트라이트에 부품 남바 보이지요? "
".......?"
'좋게 마무리 지읍시다. 젊은놈들 먹고 살라고 하는데 ....... 좋게 마무리 지읍시다.'
".......?"
'여기 필름하고 종이로 된 프린트물은 내용은 같은 겁니다. 종이로 된 것만 드리고 갈 테니까 살펴 보시고, 여기 봉투에 든 것들은 내가 그냥 가지고 가야겠습니다. 당신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 테이프 ... 사무실에 여러 개 복사 해 놨습니다. 드릴 테니까 증거 자료로 제출 받을랍니까?"
",,,,,,,?"
'유수만이고 지그 아부지 유멋멋이- 빨리 와서 사과하고 합의하라고 하십시오."
".......?"
"대한민국에서- 광역시에서- 도시고속도로에서- 가로등이 뿌러지는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것 관리하는 교통공단에서 장부에 기록 안 되어 있다고 하고, 싸이카부대에서 모른다고 하고, 관할경찰서에서 모른다하고, 부산경찰청에서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
'파출소에서 출동나온 경찰이 그 사정 빤히 뒷짐지고 쳐다보고 있었던 놈이 그것을 집단폭행이었다고 ....... 돌려보내 놓고 호박씨 까면 그것이 할 짓이요? 허위공문서작성죄 아닙니까?‘
'저 일 바쁩니다. 더 이상 요 따구 일에 신경 써지게 하면 부산일보에 한 판 때리겠습니다. 오래 못 기다립니다.'
".......?......."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권부장이 말했다. "유수만이가 빨리 좀 만나자고 하는데요?"
'.......빨리 끝내, 그라고 일해.'
그렇게 해서 끝났다. 그 때가 내 나이 서른 둘 - 9월 초인가 중순인가 했다....... 그 더럽게 더운 시즌이 찐덕찐덕하게 시작해서 끈적끈적하게 끝났다. 그 날 밤 술이 초뺑이가 되도록 마셨다. 혼자서 -
이 일로 회사가 입은 타격이 무지하게 클 수 밖에 없었다. 영업을 제대로 못하고, 회사 팀웍 깨지고, 기아사태 터지고 자금에 압박 받고...... 결국 나는 피똥을 싸야 했다.
긴 글을 쓴 이유가 공직 사회의 정실과 반칙과 부정부패 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이 글을 뻔뻔함으로 오래 전 저의 기억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신 공로가 큰 부산동부경찰서 최영봉님과 보안계장 김영상 경위님께 바칩니다.
첫댓글 읽고나니 씁씁합니다. 후움.. 모든 일이 원리원칙대로, 정당하고 공정하게 처리되는 것이 상식~!!이거늘. 그게 그렇게 힘든가.. 이 일을 직접 겪으신 분도 참 고생이 많으셨네요. 사람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선인장님 말씀에 공감,또 공감
근데 왜하필 권씨야?~-_-;
이래서 사람은 돈이있고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하나봅니다~ 그래도 전 정직한게 더 좋습니다..^-^; 정말 많이 고생하셨네여..그래두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