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과 AS로마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후반전이 시작되었을 때 경기장 위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단 20명. 어찌된 영문인 지 모두들 어리둥절할 때쯤 선수 입장 통로에 두 명의 아스널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늦게 등장한 두 명은 바로 아스널의 갈라스와 투레.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정은 이랬다. 전반전 격전 속에 약간의 부상을 입은 갈라스가 하프타임 동안 치료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정해진 하프타임 시간 내에 치료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미리 '뒤늦게 나갈 수도 있다'는 통보를 심판관에게 해두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투레였다. 갈라스가 경기장으로 나서지 않자 주위에서 종종거리며 치료가 끝나길 기다리던 투레는 갈라스가 경기장을 향하자 그제야 뒤를 따른 것. 알고 보니 투레는 팀 동료들 가운데 경기장에 가장 늦게 들어가야 팀이 승리한다는 일종의 징크스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입장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이 징크스에 매달렸던 투레는 결국 급한 마음에 심판 지시 없이 경기장에 뛰어들었다가 옐로 카드까지 받는 등 해프닝을 일으켰다. 하지만, 투레 덕분인 지 아스널은 로마를 1-0으로 눌러 이겼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선수들의 징크스가 경기 관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영국의 아스널 팬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신입 선수 아르샤빈도 같은 징크스를 갖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일대 혼란이 일었다. "그렇다면 두 선수가 함께 선발 명단에 들 경우 둘 다 서로 미루면서 안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어찌됐건 선수들이 가지 각색의 징크스를 갖고 있는 것만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투레 덕에 미신이나 징크스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내외 유명 축구 선수들의 사례를 소개해본다.
1.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 콜로 투레(코트디부아르)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은 미신적 징크스를 많이 믿는 경향이 있다. 투레의 팀 동료인 아데바요르(토고) 역시 마찬가지. 그는 늘 같은 축구화, 같은 신패드(정강이 보호대)를 차야만 팀이 승리한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언젠가 이 신패드를 잃어버렸을 때는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옛 아스널 선수였던 카메룬 출신의 로렌(현 포츠머스)은 아스널에서 뛸 당시 축구화 안에 스페인 동전을 넣고 뛰었다고 한다. 그래야 행운이 따른다고 믿었다나.
2. 오줌싸개들 : '첼시의 혼'이라고까지 불리는 테리에게는 조금 남사스런 징크스가 있다. 경기장 내 탈의실에 있는 소변기에 관한 징크스인데 테리는 늘 같은 소변기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옆 쪽에 아무리 빈 소변기가 많아도 '테리용' 소변기를 누가 쓰고 있을 때에는 꼭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독일 대표팀의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도 비슷한데, 그는 어딜가든 늘 왼쪽 구석에 있는 소변기를 써야 팀이 승리한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비슷하지만 조금 더 심한 경우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귀신 같은 선방쇼를 펼친 아르헨티나의 고이코체아 골키퍼인데 그는 팀이 승부차기에 들어서면 늘 경기장(잔디밭!) 한쪽 구석에 소변을 봐야 했다고. 그리고, 이 경우 팀이 패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조금 지저분하지만 흥미로운 징크스 아닌가! (테리의 경우 미신을 쉽게 무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를 들어 경기장에서도 항상 같은 자리에 주차해야 하고 팀 버스에서도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고 한다.)
3. 개리 네빌 : 맨유의 주장 게리 네빌의 징크스도 조금 지저분하긴 하다. 한 동안 그는, 팀이 승리할 때 신었던 축구화를 세탁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갈아신으면 연승 행진이 끊어진다고 믿었다는데 심지어 그는 이긴 경기 때 입고 갔던 양말이나 벨트는 물론 스킨로션까지도 똑 같은 걸 써야 할 정도로 징크스에 많이 얽매이는 스타일이라고.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네빌이 스스로 "나는 징크스를 많이 갖고 있는 선수"라며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적었다.
4. 데이비드 베컴 : 게리 네빌이 결혼식 들러리를 섰을 정도로 네빌과는 절친한 사이인 베컴 역시 미신에 가까운 징크스가 있다고. 베컴의 징크스는 일종의 강박증에 가까운 데, 이를테면 진열대나 냉장고 안에 물건이 모두 '좌우로 정렬' 상태가 아닐 경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패배에 대한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고 한다. 또, 모든 것은 '짝수'로 소지해야 팀 승리로 이어진다고 믿는데, 예를 들면 음료수를 세 캔 가지고 있다면 하나를 내다버릴 정도라고 한다.
네덜란드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 |
5. 요한 크루이프 : 네덜란드가 낳은 '축구의 신' 크루이프. 하지만, 이 불세출의 스타에게도 징크스는 있었다. 경기 시작 직전, 씹던 껌을 상대 진영에 뱉는 것이 승리를 위해 크루이프가 행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언젠가 깜빡하고 이 습관을 빼먹었다가 대패한 적이 있었다는데 그게 바로 아약스 시절인 1969년 유러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당시 아약스는 밀란에게 1-4로 완패했다. 크루이프가 뛰던 1974년 서독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늘 'The Cats'라는 그룹의 노래를 모두가 합창하곤 했다. 그런데 결승전을 앞두고 이 노래 테이프가 없어져 어쩔 수 없이 데이빗 보위의 'Sorrow'라는 곡을 불렀다고. 결과는 다들 아는대로 준우승에 그쳤다.
6. 로랑 블랑과 친구들 :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프랑스 주전 골키퍼였던 파비앙 바르테즈의 몸은 일종의 성물(聖物)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대로 주장 로랑 블랑이 경기 시작 전 바르테즈의 이마에 진지한 표정으로 '뽀뽀'를 했던 것은 물론, 다른 선수들도 늘 바르테즈의 몸을 만지고 난 뒤에야 킥오프를 맞이했다고 한다. 당시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아트 사커'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은 이동하는 팀 버스 안에서도 선수들이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았고, 라커룸에서는 팝송 'I will survive'(한국에서는 진주의 '난 괜찮아'로 번안됨)만 들을 정도로 징크스에 민감했다. 물론, 이 대회 우승도 이러한 징크스를 잘 지킨 데에 따른 '행운'이 영향을 미친 덕이라 여기고 있지 않을까.
7.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호날두의 징크스는 외모와 관련있다. 매 경기 하루 전, 호날두는 반드시 단골 미용실에 간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자신을 전담하는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아야 맘이 편하다고. 원정 경기 때는 원정 떠나기 전날에라도 꼭 들른다고 한다.
8. 호나우지뉴 : 바르셀로나 시절, 호나우지뉴는 팀의 중심이었다. 이것은 기량 뿐만 아니라 '징크스'의 의미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경기 시작 전 팀 동료 10명을 빠짐없이 포옹한 뒤 킥오프를 맞이했다. 이것이 팀 전체에 행운을 준다고 믿었는데, 모르긴해도 이러한 '체온'의 교환이 팀의 조직력 극대화에 도움을 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당시 호나우지뉴 결장 때 바르셀로나의 승률은 극도로 낮았다고 하니.
9. 이반 사모라노 : 칠레 국가대표 공격수인 사모라노의 등번호 9번에 대한 애정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었는데 그는 자신이 9번을 달아야 골을 많이 넣고 팀이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브라질 축구 스타 호나우두가 입단하면서 9번을 빼앗기게 되자 망연자실했던 사모라노. 하지만 꾀를 낸 그는 등번호 18번을 고른 뒤 1과 8 사이에 조그맣게 +를 새겨 넣었다. 18번이지만 스스로는 9번을 달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고 싶었던 모양이다.
10. 국내 선수들의 징크스도 만만찮다.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된 국내 선수들의 징크스 사례 중에는 앞서도 언급된 '바꾸지 않는' 류의 징크스가 많다. 예를 들어 안정환의 경우 시합 전에는 머리나 손톱을 깎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송종국의 경우 발톱을 짧게 다듬고 경기에 나서야 팀이 이긴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는 경기 당일 축구화 끈을 두 번 이상 만지게 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첫댓글 !
알고 계신건가 아니면 알싸를 통해서....ㅋ
ㅋㅋ투레 귀엽네
ㅋㅋ 재밌는글
ㅋㅋ 재밌네요 ..
호날두는 젤 한통씩쓴다고 ㅋㅋ
난또..투레갈라스랑화해해서..기다려준줄알앗네..
호날두 미용사는 좋겠네 ㅋㅋㅋ
호나우디뉴ㅋㅋㅋ 외계인과 교신
좋은글이네요 ㅋㅋ
프랑스 당시 주장은 데샹이고 부주장이 블랑이었는뎀ㅋㅋ
그럼 투레가 늦게 들어와서 카드받은게 아니라 늦게와놓고 심판의 지시없이 막 들어가서 받은거????
서형욱기사는 참 좋단말이야..
날두짱이다 ㅋㅋㅋㅋㅋㅋㅋ 투레는 귀염둥이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