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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를 만나다
길옆에 두텁게 깔린 낙엽 사이에서 앙증스럽게 피어있는 복수초를 발견하였다.
복수초는 장춘화(長春花)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데, 이른봄 가장 빨리 꽃망을을 터뜨려 봄의 전령사라 불리운다.
동양에서는 꽃말이 '영원한 행복'이지만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라고 하니 매우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빨리 꽃을 피우기 위해서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뜨거운 가슴을 단련했을 복수초가 눈물겨웠다.
상여바위
삼문산 정상인 망봉이 손에 잡힐듯이 보이는 길목에 우람한 상여바위가 서있었다.
망봉에서 죽선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중간에 위치한 이 거석은 망봉에서 바라보면 상여를 지고 있는 모습 같다고 한다.
그러나 망봉에 올라서서 상여바위를 바라보며 상여를 연상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토마스모어 중간대장
삼문산 등 약산도의 산에는 돌이 많다.
멀리서 보면 곳곳이 바위들이 굴러 내려와 쌓인 너덜지대다.
이 돌 조각들이 산비둘기처럼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꾸뜰바리'라 부른다.
중간대장을 자처한 토마스모어 형제님이 미녀들을 거느리고 힘차게 오르는 모습이 엄홍길의 젊은 시절 같다. ㅋㅋ
망봉(해발 397m)에 올라서다
약산도에서 제일 높은 곳, 삼문산 정상은 망봉(해발 397m)이라 했다.
이곳에 올라서면 ‘망본다’ 는 뜻 그대로 사방이 다 보인다
서쪽으로는 고금도와 신지도, 완도, 해남으로 이어진 올망졸망한 산세가 아름답다.
동쪽 멀리 보이는 생일도와 금일도, 금당도로 연결되는 섬들의 무리도 정겹다.
토끼봉을 다녀와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해서 서둘러 남서쪽 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봉수대터
망봉에는 옛날 신지도의 상산과 장흥 천관산과 봉화를 올려 연락하던 봉수대터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 망을 보며 왜구의 침략을 알리던 민초들의 절박한 눈빛이 보이는듯 하였다.
망봉에 서서 서쪽을 향하면 고금도 덕동마을과 조약도 천동마을 사이를 금파강(錦波江)이 흐른다.
금파강(錦波江)은 고금도와 조약도를 나누는 해협의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강이라 한 예는 전북 부안의 채석강과 이곳 금파강 뿐이라 한다.
토끼봉(해발 376m)
움먹재에서 서쪽으로 300m 정도 가면 전망이 가장 좋은 등거산(토끼봉)이 나온다.
등산로가 바다에 막혀 끝나는 토끼봉에서는 모두 다 보인다.
바로 앞에 명사십리로 유명한 신지도, 신지도를 잇는 다리를 따라 가면 완도, 금일도, 평일도, 생일도 등 수많은 섬들이 수석처럼 물 위에 떠 있다.
약산도의 간척지
아찔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토끼봉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매립지가 보인다.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한 사각형의 논들이 즐비하다.
오른쪽은 매립지인 논이고, 왼쪽은 담수호인 약산호이다
좋은 갯벌은 간척으로 잃고, 바다 고기는 줄어 가고 있는데... 다시 산과 바다가 풍요로웠던 약산도를 꿈꾼다
망봉에서의 점심식사
토끼봉에서 망봉으로 되돌아오는데 배가 많이 고파서 발걸음이 느려졌다.
후미그룹이 망봉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먼저 온 선두그룹이 점심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삼채나물과 오미자주, 컵라면과 불소주, 빽알과 고등어조림이 어우러진 점심 식탁은 황제가 부럽지 않았다.
썩지 않기 위해
제 몸에 소금을 뿌리고
움직이는 바다를 보아라
잠들어 죽지 않기 위해
제 머리를 바위에 부딪히고
출렁이는 바다를 보아라
그런 자만이 마침내
뜨거운 해를 낳는다.....................................................이도윤 <바다> 전문
생명의 원천인 바다
지구 최초의 생명이 바다에서 잉태됐듯이 우리 또한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바다에서 생명활동을 시작한다.
생명의 원천인 바다... 바다를 보면 막혔던 숨통이 트이고 평온함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자의 '바다(海)'에는 '어머니(母)'가 들어있다.
원초적 기억이 언어를 통해 우리의 기원을 암시해 준다.
어머니의 품처럼 너른 바다... 우리가 섬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도 실상은 바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는지?
진달래공원
섬은 어느 곳보다 걷기 좋은 공간이다. 아직까지 '섬길'의 주인은 사람이다.
많은 걷기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섬은 부러 돈 들여 걷기 길을 만들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섬들은 그 자체로 최상의 길이기 때문이다.
섬길을 걷는 일은 분명 이 시대의 정신을 비옥하게 하는 소중한 토양이 될 것이다.
아늑한 산길을 걸어 진달래공원으로 하산한 다음, 육지에서보다 훨씬 자란 쑥을 캐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마량항으로 이동하다
마량(馬良)은 남도의 끝자락인 전남 강진에서도 최남단에 자리잡은 항구다.
조선시대 떼배(뗏목)를 이용해 제주도에서 조랑말을 뭍으로 들여온 곳이어서 마량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런 마량항에 또 하나의 즐길거리가 생겼는데... 토요일마다 열리는 '강진마량 놀토 수산시장'이다.
그러나 토요장터는 3월 말에나 개장한다고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다시 버스에 올랐다
돌아오는 도중 함평천지휴게소에서 카타리나님이 준비한 김지찌게로 하산주를 즐겁게 마셨다
오세창 베드로의 친구인 박해진씨가 사온 전복이 곁들여지니 식탁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첫댓글 따사로운 봄 볕맞이 산행 아니 나들이지요 ㅎ
한가로움과 아름다움은 잘어울리는 단어였습니다
부자된 하루 또 섬산행 계획 해야겠습니다 ㅎ
아기자기한 풍광속에 그날의 여흥이 새롭습니다.
항상 품격있는 산행기 읽으며 또 다른 행복을 느껴봅니다.
이번 산행의 컨셉은 아마도 "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사랑과 여유를 만끽하다"
아닐런지요?~~~ㅎㅎ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날씨도 좋고 바다도 좋고 햇살도 좋고
함께한 사람도 좋고 모든것이 좋았습니다.
거기다 멋진 산행기까지 올려주시니 즐거움이 두배가 됩니다.
카타리나 누님 찌개 맛있게 잘 먹었어요. ㅎㅎ 감사
약산도 삼문산이 그리워지는 산행기 일품입니다~ 엄동설한 속에 핀 복수꽃과
땅바닥에 뒹구는 동백꽃이 가슴을 파고 드네요
가슴을 파고들면 고통이 있습니다
꽃을 통해서 상춘의 기쁨을 함께 누립시다
섬에는 육지에서 느끼기 힘든 아늑함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 어머니의 너른 가슴같은 바다가 있기 때문일겁니다
함께 웃으면서 걷고, 노래하며 즐겼던 약산도는 기억에 오래 남을 섬입니다
그건 아마 곁에 있었던 형제자매들의 향기 때문이겠지요
바다바람, 솔향기, 봄맞이를 일찍 나선 야생화와 동백꽃잎, 아기자기 언제 보아도 좋은 사람들,
우리를 안아주는 포근한 햇살, 올들어 처음 만난 벚꽃들...... 행복 만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