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책에 대해 관심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겨났고, 신문지면을 할애해 새로 나온 책을 널리 알리려고 합니다. 물론 청소년을 위한 책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이런 저런 단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청소년 권장도서목록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목록을 보면서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목록은 근사한데, 아이들이 잘 안 읽습니다.
읽더라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도서반/독서반/문예반/논술반 아이들이나
수업시간에 반짝반짝거리는 우수한 아이들 정도만 소화할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이 정도는' 읽어야 한다고 목록을 짜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 정도는…'에서 출발한 도서 목록은 겉으로만 그럴 듯하게 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많은 청소년이 같이 읽을 수 있는 책 목록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분들이 모여 책따세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2010년에는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는 야무진 꿈도 키워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청소년 권장도서목록 작업을 한지 5년이 되어갑니다.
어느 일이든 한동안 계속되어야 세상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따세는 청소년이 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을 권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 책 목록은 교사들이 읽어보고 학생들에게 읽혀본 다음, 반응이 좋은 책을 모은 것입니다.
교사가 읽지 않거나 학생에게 읽혀보지 않은 책은 목록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 목록은 돈 버는 목적이 아니라면 아무나 자유롭게 복제해서 쓸 수 있습니다.
- 2003. 7. 7.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
- 책 선정 과정에 대한 설명 -
- 책따세가 책을 고르는 기준 -
일단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인정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기준은 청소년에게 공감을 얻는 책이냐입니다. 책따세 책 목록은 교사가 읽어본 다음, 학생들에게 직접 읽혀보고 반응을 듣습니다.
학생의 반응을 살피지 않은 책은 책따세 목록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떤 청소년 권장도서들은 학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데, 그런 도서목록은 소수의 학생들이 소화하고 다수의 학생들이 소화하지 못합니다. 책 자체의 완결성·작품성 못지 않게 학생들의 수준·정서가 청소년 권장도서에서는 무척 중요합니다. 이 점이 책따세 목록을 다른 도서목록과 구별되게 합니다.
- 목록을 만드는 과정 -
먼저 책따세 선생님들이 각자 좋게 보는 책을 추천합니다. 여기에 책따세홈페이지 회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추천 책들도 포함됩니다. 이 책들은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서 탈락과 검토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때 책 한권에 대해 적어도 선생님 두 분 이상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는 책 선정에서 독단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책에 대하여 책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청소년에게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면 그 책은 목록에서 배제되며, 그래도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면 검토 목록으로 분류됩니다. 찬반 의견이 날카롭게 맞설 때는 책따세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유대화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책에 대한 논의가 풍부해지며, 책따세는 이 과정을 차곡차곡 기록하며 청소년 추천도서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책을 선정하는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책 검토에 들어갑니다. 교사가 책을 꼼꼼히 검토하고, 학생들에게 읽혀봅니다. 책따세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하여 각자 자신의 판단을 올려놓으면서 의사소통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 다시 회의를 합니다. 검토 대상이 된 책들 가운데서 '넣을 책과 뺄 책'을 최종 결정합니다. 그 다음 책마다 서평을 쓸 사람을 정하고 글을 씁니다. 책따세 서평은, 어떤 청소년에게 그 책이 어울리는지를 생각하고, 그 책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쏟는 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 청소년에게 적절한 좋은책이냐 여부가 선정의 가장 큰 초점 -
세상에 좋은 책이 많습니다. 거기서 책따세는 청소년이 잘 공감하는 책만을 가려뽑습니다. 그래서 책따세 회의에서는 청소년들에 적합하냐 여부를 놓고 종종 뜨겁게 논쟁이 일곤 합니다. 책따세 회의에 참여한 회원은 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누군가 강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책은 목록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덧붙여,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들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기울입니다. 좋은 책인데 알려지지 않아 아쉽게 된, 서점이나 책창고 구석에서 먼지 덮인 책들을 많이 찾으려 합니다.
- 2003년 여름,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수준별) -
- 과학 - 7종
『개구리에게 최면걸기』, 에드워드 두엔싱 지음, 이한음 옮김, 지호 (중1부터)
『미생물을 발견하라!-메가바이츠 시리즈』, 데이비드 버니 지음, 유정화 옮김, 삼성출판사 (중1부터)
『과학 오디세이』, 정창훈, 휴머니스트 (중3부터)
『생태학자 박병상의 우리 동물 이야기』, 박병상, 북갤럽 (고1부터)
『셈도사 베레미즈의 모험』, 말바 타한 지음, 이혜경 옮김, 경문사 (고1부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물리의 세계 1·2 』, 토마스 디칭어 지음, 권세훈 옮김, 에코리브르 (고1부터)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 조 슈워츠 지음, 이은경 옮김, 바다출판사 (고2부터)
『개구리에게 최면걸기』, 에드워드 두엔싱 지음, 이한음 옮김, 지호 (중1부터)
도심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연과 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자연 속으로 놀러갈 기회가 많을 텐데 미리 이 책을 읽어두면 자연 속에서 마법 같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제목처럼 개구리에게 최면을 거는 것처럼.
이 책은 동물, 곤충, 식물, 지구 등에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 경험을 토대로 꾸며내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하여 자연 속에서 노는 데에는 아무런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지천에 관찰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자연을 관찰하다 보면 자연 속에는 여러 가지 신비로움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자신이 한층 똑똑해졌다는 느낌 때문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과학을 싫어하거나 자연 현상에 전혀 무신경한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더불어 벌레를 무척 싫어하는 학생들에게도…
★★★★★ 고인옥 추천 (부천 여월중 국어교사 potato-girl@hanmail.net)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연 옮김, 동녘 (중1부터)
내가 군 생활을 하던 시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곁에 있었던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나는 무척 슬펐다.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그 이후로 나는 죽음과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듯 하다. 죽음은 삶의 종말을 뜻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을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제제. 말썽을 일삼는 사고뭉치지만 생각이 깊은 아이. 자신의 라임오렌지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꿈과 이상의 날개를 펼치던 아이. 언제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파했던 아이. 이런 제제를 유일하게 알아주던 뽀르뚜가. 하지만 그 역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의 죽음을 통해 제제는 혹독한 성장의 통과의례를 치른다.
나는 요즘 아이들이 무기력하게 보일 때가 많다. 입시에 억눌려서, 사회의 경쟁 논리에 압도되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언가 해 보려는 의지가 아이들에게 있었으면 한다. 바로 그것이 성장했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겨, 무언가가 밀고 나가려는 실천적인 자세 말이다. 나는 감히 말해본다. 아이들이 제제처럼 지독한 시련을 경험하기를. 자신의 삶을 위해서.
●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완역본으로 재출간되었기에 소개한다. 만화 작품선으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이희재, 청년사)가 나오기도 했다.
★★★★★ 조영수 추천 (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hanmir.com)
『무기 팔지 마세요!』,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청년사 (중1부터)
한국의 한 여자아이가 같은 반 남자아이가 쏜 장난감 총 비비탄에 맞고 '무기 팔지 마세요!' 라는 운동을 시작한다. 이것을 보고 미국의 제니라는 아이는 이 사실을 미국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고, 그들 스스로 무기 반대운동을 펼쳐 총기규제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이야기다.
요즘 세계에서는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이권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데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심지어 사람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기를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정당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어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과연 사람과 생명을 존중할 수 있을까? 남들의 아픔을 가슴에 끌어안고 생각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의 실제 모습이 나타나 있어 권하기에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화책이라, 많은 학생들이 읽고 진정한 평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한 학생이 글을 써왔는데, '세계 여러 사람들이 읽어서 세계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없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로운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는다.
★★★★★ 노훈금 추천 (경기 금곡초 사서교사 hungum@hanmail.net)
『미생물을 발견하라!-메가바이츠 시리즈』, 데이비드 버니 지음, 유정화 옮김, 삼성출판사 (중1부터)
이 책을 통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상, 미생물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자연과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한 곳까지 자리잡고 있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진드기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다양하고 선명한 시각적 자료를 제시하고 있어서 언어로 표현한 것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머리 속에 남는다. 또한 다양한 미생물을 살펴보면서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겠다. 얇은 책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꼭 필요한 내용도 빠뜨리지 않아서 내용 부분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은 과학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는 책을 권해주는 것이 좋은 대안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모범답안이 되리라 믿는다.
★★★★ 전선미 추천 (충남 연무고 생물교사 ssmjeon@hitel.net)
『별을 헤아리며』, 로이스 로리 지음, 서남희 옮김, 양철북 (중1부터)
'안네의 일기'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관한 책 중에 고전처럼 전해지는 책이다. 그런데, 중학교 아이들은 이 책이 두꺼워서 잘 읽어 내지를 못한다. 이럴 때 같은 제재를 다룬 이 책을 권할 만하다. 나치가 점령한 조국에서 유태인 친구를 탈출시키기 위해 나서는 안네마리의 이야기를 아이들은 술술 읽어내려 간다. 또, 다 읽고는 친구를 위해, 정의를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는 안네마리에게 자기가 얼마나 감동 받았는지를 열심히 이야기한다. 거대한 폭력에 맞서려는 자가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두려움, 그것을 딛고 나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따라가며 읽어도 좋을 책이다.
★★★★★ 김미경 추천 (부천 역곡중 국어교사 mi10@orgio.net)
『얄개전』, 조흔파 지음, 아이필드 (중1부터)
요즘 우리 아이들이 선호하는 책들을 보면 폭력적인 내용과 그림 일색의 일본판 만화책이나 판타지 소설류가 대부분이다. 이런 독서 경향을 걱정하며 몇 마디 아이들에게 건네면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사실 영상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적잖은 인내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매일 수십 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우리 아이들이 유쾌하게 빠져들 만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얄개전'은 이러한 현실에서 뭔가 재미있게 읽을 거리를 찾는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낙제를 두 번이나 해서 자기보다 두 살이나 아래인 후배들과 공부하는 16살 중학교 1학년 주인공 '나두수'의 좌충우돌 장난 행각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1954년에 처음 출간되어 당시 '명랑소설'이라는 별칭으로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1976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기록적인 관객동원도 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미덕은 쉽게 읽히는 가운데 건강한 웃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두수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말썽이 포복절도할 웃음을 짓게 하고 그의 말썽을 건강한 시선으로 이해해 주는 가족과 선생님의 사랑이 가득하다.
평소 다소 무기력하게 생활하거나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 또 판타지소설만 탐닉하는 몇 몇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들과 먼저 보려고 다투어가며 돌려읽었는데,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네."라고 말하며 권했더니, "선생님 이런 책도 있었어요? 어투가 생소하긴 해도 묘하게 빠져드는 재미가 있고 뒤끝도 상쾌해요." 하며 즐거워한다.
★★★★★ 김효석 추천 (서울 숭문중 국어교사 chekttas@dreamwiz.com)
『쿠르트 아저씨와 함께하는 음악의 세계 1-2』, 쿠르트 팔렌 지음, 이군호 옮김, 에코리브르 (중1부터)
이 책은 아이들이 쿠르트 아저씨와 함께 음악에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손뼉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고, 계단을 오르면서 음표를 배운다. 콘서트홀에 가서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보고, 오페라 극장에 가서 실제로 오페라를 듣는다.
음악의 여러 활동 중에 듣는 것에만 익숙한 우리. 하지만 이 책은 음악에 다양한 측면들이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실생활에서 활용해보면 좋은 것들이 많이 담겨있다. 명곡을 창조한 작곡가의 삶도 들여다보고, 직접 악기도 연주하면서 재생기술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저렇게 같이 따라하다 보면 음악의 세계가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2권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빗소리가 툭툭 떨어지는 한 여름밤. 새로 접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 음악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 여름의 더위가 조금은 잊혀질 것이다.
★★★★ 노훈금 추천 (경기 금곡초 사서교사 hungum@hanmail.net)
『다영이의 이슬람 여행』, 정다영, 창작과비평사 (중2부터)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관심 밖이었던 이슬람권이 조명을 받았다. 때마침 나온 이희수 교수 외 이슬람 학자들이 펴낸 『이슬람』(청아)을 읽었지만, 학생에게 소개하기에는 어려운 책이라 마땅치 않았다. 이런 차에 작년말 여고 2년생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터키와 이집트 등 이슬람 지역을 다녀와서 쓴 책을 발견하고 나는 무척 반가웠다. 반갑게 권하는 이유로 우선 아이들의 눈높이에 대해서 잘 안다는 것과 폭넓게 이슬람을 공부하고 떠난 여행이라 세계사 교과서에서 한두 발짝 나갈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라는 점, 무엇보다도 정겹고 발랄하게 써 내려간 글이 쉽게 익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책을 놓고 중2와 중3이 섞인 도서반에서 독서토론을 했다. 똑똑한 선배 다영이를 통해서 듣는 여행기가 새로웠다는 반응과 함께 여행의 의미에서 이슬람 지역의 여성 문제로까지 나아간 열띤 토론이었다. 그리고 독서토론 이후 학교에서 펴내는 도서신문의 저자 소개 코너로 정다영 학생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들고 올만큼 아이들에겐 이 책이 인상적이었다. 한비야의 책이 그렇듯 야무진 여고생 다영이가 쓴 이 책도 아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지적인 호기심이 왕성한 학생에게, 혹은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꿈만 꾸고 있는 학생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 서미선 추천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회색곰 왑의 삶』,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지호 (중2부터)
텔레비전은 온통 애완동물을 데리고 노는 프로그램이 판을 치고, 야생동물은 멸종되고 있으며, 이젠 시튼의 책에만 살아있을 뿐 그 어디에도 충만한 자연과 야성의 동물은 없다. 이런 시대에 다시 번역되어 나온 시튼의 동물기, 『회색곰 왑의 삶』을 읽었다. 장엄하게 일생을 보내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며, 부모 노릇을 훌륭하게 해낸 동물의 삶은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인간의 덕목이라고 생각했던 '용기와 불굴의 의지, 시련의 극복과 철두철미 가족애와 책임감, 고독과 쓸쓸함'까지 이 책은 담고 있다.
환경 관련 혹은 자연과학 책으로 섣부르게 분류되기 이전에, 이 책이 담고 있는 인생의 면모, 성장과 극복의 메시지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동물 이야기지만 인간의 삶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모험을 좋아하는 남학생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만화만 보다가 중학생이 된 남학생들에게 창작동화나 성장 소설은 호소력이 적은 편이다. 여학생들은 '아름다운 이야기,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찾아달라는 반면에, 남학생들은 재미있는 책, 모험이 들어간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동물의 모험을 다룬 책이거니 읽다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장엄한 동물들에게 느끼는 게 많을 책이지 싶다.
★★★★★ 서미선 추천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과학 오디세이』, 정창훈, 휴머니스트 (중3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이랑 이런 저런 책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나에게 작은 행복이다. 나는 인문학 위주의 독서가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고 깊이 있게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로 소설이나, 철학, 사회과학(이건 아주 가끔) 책들을 권한다. 나도 책을 권하지만 아이들도 자기가 읽은 책을 권하기도 하며 즐거워한다. 그런 아이들 중 퍽 특이한 아이가 하나있다. "샘, 맨날 소설만 읽지 말고 과학책도 좀 읽으세요." 하며 나를 훈계하는 아이다. 그 녀석이 작년 겨울 『해리포터 사이언스』라는 책을 들고 왔다. 선생님처럼 과학에 무관심한 사람한테 딱이라나, 난 그 책을 소설 읽듯 읽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얼마 전 한단계 위라며 이 책을 들고 왔다. 난 자랑스럽게 " 음, 읽고 있지롱.." 기세 등등 ... 아이랑 한참을 책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신화에서 과학적인 것들을 찾아내다니 놀랍지 않니?" 라는 나의 말에 아이는 그건 이미 많은 부분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책의 장점은 "샘같이 과학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어 가며 자연에 대한 관심과 과학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것"이라며 또 한번 잘난 체한다(정말 그건 잘난 척이다).
아이가 돌아가고 난 다시 책을 펼친다. 인문학만이 삶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헤라클래스에게 기대어 자연의 변화를 인지하고 , 밤하늘 별들에게 이름 붙이며 우주의 거대함에 겸손해지고, 나르키세스의 거울과 다이달로스의 미궁으로 귀중한 사랑의 의미를 느낄 수 있겠구나… 신화가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코드라면, 그 속에 숨겨진 과학은 인간이 삶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코드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과학적 지식 속에 숨겨진 인간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 이수정 추천 (경기 양일종고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중3부터)
우리 미술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키워 줄 수 있는 책. 저자의 예리한 시각과 빼어난 설명 솜씨가 돋보이는 책.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몇 단계 올려주는 책. 무엇이 아름다움이며 어떻게 그려내는지, 또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책.
저자인 오주석 님이 직접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펴낸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아, 직접 현장에서 강연을 들어 보았으면!'하고 아쉽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다.
그동안 서양 미술에 대한 안내서들이 많이 나왔지만 정작 우리 미술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어낸 책은 별로 없었다. 겨우 골라낸 몇 권의 책마저 학생들에게 읽혀 보면 너무 어렵다고 하여 난감한 적도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특히 이 책에서 그림을 주의 깊게 읽어내며 여러 의미들을 캐내는 과정은 학생들의 '전방위적인 읽기 능력'으로 응용, 심화시킬 수 있다. 저자와 함께 꼼꼼하게 그림을 읽다 보면, 우리의 삶과 문화, 예술, 문학 텍스트까지 재미있고 깊이 있게 읽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서 이재의 초상화라고 알려진 그림이 사실은 그의 손자인 이채의 초상화임을 밝혀내는 대목만 보아도 이는 금세 확인된다. 그림 읽기는 결국 사람 읽기요 삶 읽기다. 중학교 3학년 이상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 허병두 추천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나는 달린다』,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궁리 (중3부터)
{나는 달린다}는 독일 외무장관인 저자가 달리기를 통해 몸무게를 무려 37킬로그램이나 줄인 이야기다. 50세가 넘은 피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의지와 인내를 바탕으로 훌륭하게 자신을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책은 달리기를 통해서 자신을 되찾고 개혁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책.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담은 책인 것이다.
피셔는 자신이 정한 원칙과 수칙을 철저하게 이행한다.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고 단 하루 태풍이 몰아쳐떤 날만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덥건 춥건 자신을 찾기 위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75킬로그램의 날씬한 몸으로 42.195킬로미터라는 인간 한계의 거리를 완주한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자아를 되찾는가를 보여 주는 책으로서 여러분에게 많은 암시를 주리라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직접 달리기의 매력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달리면서 명상을 한다는 저자의 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그 어떤 괴로움이 닥쳐도 피셔의 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것은 완전히 성공해야 성공하는 것입니다."
너무 더워 짜증만 내는 학생들, 끈기 있게 무엇인가에 몰두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아, 그리고 학교 체육에 지쳐 달리기라면 지긋지긋하다고 오해하게 된 학부모에게도 추천한다. 운동 가운데 마라톤이 제일 재미있단다! *^^*
★★★★☆ 허병두 추천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정, 한겨레신문사 (고1부터)
청소년은 성장 이야기를 잘 읽는다. 한창 세상일에 눈뜨는 시기라, 세상에 눈떠가는 이야기가 재밌는 것이다. 한때 <데미안>이 성장소설로 인기였는데, 요즘 그 책은 인기가 없다. 그런 내용을 사색할 만큼 진지함이 없다고 하기보다는, 문화정서가 <데미안>과 연결되지 못하게 달라졌다고 보아야 옳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보면,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다같이 겪은 체험이 들어 있다. 어린시절 미묘하게 느끼던 어머니와 할머니의 고부갈등,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하던 기억, 학교 선생님과 있은 기분좋은 추억과 괴로운 기억, 어린아이 눈에 비쳐지는 세상의 여러 일을 보며, 책 읽는 사람은 잔잔하게 자기가 속한 세상을 생각하게 된다. 성장 이야기이면서도 시대상황이 소설의 배경으로 잘 펼쳐져 있어서, 어른이 읽으면 아 그때 그 시절 이런 탄식을 터트리고, 청소년이 읽으면 그때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하고 어른에게 묻게 된다. 성장소설에서 흔히 설정되는 구도가 약간 보여서 도식적이라고 따질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기 빛깔과 분위기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적절히 사색적인 문체가 사람을 잡아끄는 매우 매력있는 책이다. 추억에 잠기고 싶은 사람, 세상일에 대해 잔잔하게 사색하고 싶은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권한다. 반대로, 기운이 넘쳐서 마냥 날뛰는 친구에게 권해도 좋겠다.
★★★★ 송승훈 추천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gurumbae@nownuri.net)
『내 생애의 아이들』,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고1부터)
Ces enfants de ma vie, '내 인생의 아이들'로 제목을 달았다면 이 책이 전해주는 특별한 느낌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역자인 김화영 선생님이 '생애'라는, 곡진하면서 정성이 묻어나는 단어를 골랐을 때, 이 책은 내게도 '내 생애의 책'이 되었다. 서두에 너무 감정이 넘쳐난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이 책은 오랜만에 만난, 아주 훌륭한 책이다. 무엇이 이토록 훌륭했는가. 일단 나는 책표지에 홀렸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해맑은 눈빛의 아이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를 맑게 씻어줄 것만 같은 아이의 눈빛을 보면서 왜 나는 톨스토이의 소설을 떠올렸을까.
읽으면서는 섬세하게 자연과 인물을 묘사한 대목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거칠한 종이를 쓰다듬으며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아까웠다. 맑은 물 한 잔을 마신 느낌이었다가, 마지막 단편 「찬물 속의 송어」을 읽고는 잔잔하게 가슴이 계속 떨렸었다. 내게 전해지던 안타까움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풋내기 선생님과, 곡절 많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동화를 뛰어넘어, 문학적으로 일정한 성취를 갖는 작품을 읽는 기쁨을 아이들이 느끼길 바란다. 헤르만 헤세의 자연에의 경도, 톨스토이의 해맑은 영혼에 대한 추구, 그 두 사람 사이에 놓이는 이 소설을 우리 아이들도 더듬더듬 읽어가길 바란다. 중학생보다는 문학의 향기에 흠뻑 젖어들고 싶어하는 고등학생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 서미선 추천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 문학동네 (고1부터)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속 저편에서 추억이 꼬물거리고 심장이 아침 자명종처럼 두근거렸다.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여 내게는 선물과 아픔을 동시에 준다. 소설의 무대는 김천의 시장통, 평화동이라는 곳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태어나서 스무살까지의 시간을 연작의 형식으로 9편의 소설에 알뜰살뜰 섬세하게 담아냈다. 가장 자전적인 소설은 <뉴욕제과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연필로 썼다는 이 소설은 그와 그의 가족을 살아오게 한 뉴욕제과점은 언제부터인가 아무도 모르게 빵을 내다버려야 하는 시대의 뒷편으로 전락하여 24시간 국밥집에 자리를 내주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리라. 그것은 눈에서 사라지는 것이지 마음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곧 성장기의 삶이 하나 둘 쌓여 성인기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는 지금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일들을 허투루 흘려버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 소중한 힘을 다시 한번 챙겨 미래를 꿈꾸게 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 학교 아이 중에 이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의 일부를 소개한다.
" 원재는 빨리 어른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자신과의 싸움도, 친구들과의 싸움도 더 이상 있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분에 원재와 태식은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참고 참고 또 참지 말고 니가 원하는 사람이 돼라. 그러면서 원재안에 무언가가 사라짐을 알게되는데 그 부분이 아이로서 품고 있던 원재 자신의 생각이 어른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책 제목에 대한 생각을 곰곰히 해봤다.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말고 ', 무엇을 의마하는 걸까? 굳은 의지? 인내심? 아마 우리가 어른으로 가는 과정에는 무수히 많은 어려움들이 뒤따를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 인간관계의 문제, 혼자만의 문제들. 이러는 도중에 자신의 삶을 포기해 버리고 마는 예외적 사람들도 있지만 비에도 지지말고 바람에도 지지말고 나가야 한다?
17살이 되면서 살아온 시간 중 제일 어려웠던 게 부모님과의 갈등이었다. 그중 아빠와의 갈등이 가장 크다. 세대차이여서? 고지식한 아빠의 성격 때문에?.. 처음에는 그게 전부 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살 한살 더 먹어가며 점점 더 멀어지는 아빠와의 관계를 보며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빠가 그걸 기다리고 계셨던걸 이제서야 안 나는 바로 그걸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다. 멀어져버린 시간만큼 아니..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마지막 부분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소년들은 어른이 될까? 이란 구절이 참 마음에 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안에 유포되어 있는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고 다짐해 본 것 같다. 어른이 빨리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다시는 오지 않은 지금 이 시간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뒤돌아보지 못한 게 있다면 서둘러 챙겨두는 게 어떨까? 짧은 소설이였지만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모든 이들이 비에도 지지말고 바람에도 지지 않는 어른이 되기를 바래본다. (1학년 3반 원선옥)"
★★★★★ 이수정 추천 (경기 양일종고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 이진아 옮김, 그물코 (고1부터)
"진보의 역사 뒤에 숨겨진 파괴의 역사"라고 제목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옳은 표현이다. 거대한 돌 조각을 경쟁적으로 세우느라 나무를 마구 베어낸 나머지 결국 사라진 이스터 섬의 문명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파괴의 역사가 가져오는 결과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리 기법으로 시작되는 첫 부분에 혹해서 읽어 가던 학생들은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고 그만두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으로 가득 찬 지구의 위기를 인식하기에는 충분하다. 그 많은 사례들을 다 읽어내지 못해도 전쟁, 불평등, 굶주림, 질병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지구를 구하자』(조난단 포리트 지음, 청림출판)라는 그림이 많은 책을 먼저 보고 난 후에 읽으면 이해가 빠르겠다.
★★★★☆ 서경은 추천 (서울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hitel.net)
『마음 알기, 자기 알기』, 이남희, 실천문학사 (고1부터)
어느 강연에서 들은 말인데, 교사는 간이역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학생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역 말이다. 교사의 역할을 축소시킨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간이역에서 역장이 기차를 점검하듯이 학생이 탈선하지 않도록 인도하는 것이 교사의 몫이다. 어떤 종착역을 얼마 만큼의 속력으로 갈 것인지는 학생에게 달려 있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나를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앞날을 설계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책에서는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처음에 책을 펼쳐보면 정신분석학의 개념들이 많이 보여 읽기 부담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책을 잘 읽는다.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면서 쉽게 풀어 썼기 때문이다. 또한 각 장마다 연습 문제 형식으로 자신을 파악하는 활동도 들어 있다. 교사나 친구들과 함께하면 좋겠다.
여학생들은 심리 테스트를 퍽 좋아한다. 수업 시간에 심리 테스트 하나만 꼼꼼하게 해도 한 시간이 뚝딱 지나간다. 화살표를 따라가면서, 숫자를 계산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파악해간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묘한 매력을 주다보다. 심리 테스트는 흥미를 준다는 점에서 유익하나 깊이가 얕아 아쉬울 때가 많다. 이 책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조영수 추천 (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hanmir.com)
『벼랑에 선 도시와 건축』, 최부득 , 미술문화 (고1부터)
지난 7월 1일 시작된 '청계천복원공사'를 보면 이제는 도시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은이는 짤막짤막한 글로 인공구조물로 덮여 있는 도시의 문제들을 조용조용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준열하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는 것은 꼭 돈이 많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일본의 '구마모토'와 브라질의 '꾸리찌바'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실제 『꿈의 도시 꾸리찌바』(박용남 지음, 이후출판)라는 책을 읽을 때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것을 보니 명쾌해졌다. 우리들이 늘 접하는 건축물인 한강의 다리, 예식장, 학교, 사찰, 교회 등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의 크기도 문고본 형태이고 사진까지 곁들여져 있어 우리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다.
★★★★☆ 서경은 추천 (서울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hitel.net)
『생태학자 박병상의 우리 동물 이야기』, 박병상, 북갤럽 (고1부터)
책제목에서처럼 이 책은 우리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생태학적 측면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 동물에 대한 박병상의 따뜻한 시선이다. 이젠 가을이 되어도 더 이상 제비의 모습은 보기가 힘들다. 아이들도 제비는 흥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런 동물들을 삶을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책의 내용이 신문칼럼이나 잡지연재물을 모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가면서 중복이 많이 되어 지루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그림과 함께 알아나가는 소중한 작업을 이 책은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의 반응은 '우리동물에 이런 것이 있구나'라는 반응보다는 우선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고 '이 땅의 동물이 우리와 함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황대권의 야생초편지와 함께 이 책을 같이 읽어본다면 어떨까!
★★★★ 오복섭 추천 (경기 낙생고 국어교사 maru1042@hanmail.net)
『셈도사 베레미즈의 모험』, 말바 타한 지음, 이혜경 옮김, 경문사 (고1부터)
수학은 아이들이 어렵고 지겨워하는 학문 중에 하나다. 실제로 우리 생활 곳곳에는 수학이 숨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수학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권해보면 어떨까?
이 책은 수학과 모험이 함께 있는 이야기다. 모험 중에 부딪히는 여러 난관을 수학적 접근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간다. 주인공인 베레미즈는 수학적 재치로 이름을 날리며 명예를 얻는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여인의 마음까지도 사로잡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같은 수학공부라도 접근 방법에 따라 호기심과 즐거움을 줄 수도 있고 지겨움과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다. 수학을 담당하는 교사들과 수학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 박연식 추천 (도서평론가 nicebook@nicebook.co.kr)
『시로 읽는 세상』, 김용찬 , 이슈투데이 (고1부터)
이 책은 많은 작품을 다루지도 않고, 깊이 있는 작품해석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관된 시각으로 시 24편을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시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현실과 유리된 관념적인 시는 지적 허영일 뿐'이며 '시란 현실에서 시작해서 현실에서 매듭지어진다' 라는 해답을 찾는다. 시의 진정성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시인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들에 주목하여 시인과 시가 처한 현실을 동시에 아우르며 따뜻하면서도 예리하게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설명이 그리 어렵지 않아 아이들도 잘 읽는다.
시라고 하면 머리에 쥐부터 난다는 한 남학생에게 이 책의 한 꼭지인 윤동주의 시 해설을 읽도록 했다. 뜻밖에 그 아이는 술술 읽힌다고 하며 그 다음 부분인 서정주 시 해설도 읽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래서 뭘 느꼈냐고 물으니깐 "시는 특별난 사람만 짓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시와 내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시를 짓는다는 것과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모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안다면 한 걸음 시에 가까이 갈 수 있을 테니까.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시인과 그 시인의 대표작들로 시와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 이수정 추천 (경기 양일종고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여성, 남성의 거울』, 김경수 엮음, 문학과지성사 (고1부터)
이 소설집은 제재문학선 시리즈의 두 번째이다. 현재 3편까지 출간되었는데 1편의 제재는 '가족'이고 , 2편이 '여성', 3편은 '분단'이다. 근대 이후의 소설을 제재로 묶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여기에 '분단'이라는 제재의 소설집보다 '여성'이라는 제재로 묶은 소설집이 두 번째라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의미가 분단이라는 역사적인 사실보다 생각거리가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수많은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한 현재에도 많은 부분 여성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의 대척점에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근대 이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담고 있는 작품들--나혜석의 '경희'라는 소설부터 박완서의 '마른꽃'까지 총 9편의 조금은 생소한 단편소설들--을 읽어보는 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을 이해하고, 현재를 가늠하며, 미래의 여성관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단편소설의 끝 부분에 담긴 생각할 문제들은 여성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도록 구성되었다. 하지만 학생 혼자 읽고 풀기에는 만만치 않아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교사와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답을 찾아간다면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할 수 있다.
★★★★ 이수정 추천 (경기 양일종고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오선지 위를 걷는 시인들』, 김현성, 샘터 (고1부터)
'싱어송라이터를 위한 노랫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노랫말에 관한 책이지만, 우리나라 말과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요즘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귀에 이어폰이 하나씩 꼽혀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음악을 자신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게 만드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김현성의 책은 음악을 하고자 하는 아이에게 음악과 노랫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음악을 부모님과 함께 조용히 음미하며 방학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현대의 노랫말과 예전의 노랫말을 비교하며 지금의 노랫말들이 한가지 주제에 편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요즘 아이들이 옛날에 비해 시대적 고민을 덜 한다는 사실을 뽑았다. 이 책을 읽으며 노랫말 하나로 벅차오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노래말은 내가 나 자신 그리고 타인과 대화하는 중요한 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노래를 다운받아 들어보고, 저자가 설명해준 것처럼 노래를 짓는 것도 해봐야겠다. 좋은 노래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
★★★★★ 오복섭 추천 (경기 낙생고 국어교사 maru1042@hanmail.net)
『이 집은 누구인가』, 김진애, 한길사 (고1부터)
우리 사회에서 집은 무엇인가? 보통사람에게 집은, 돈을 빌리고 해서 가까스로 얻는, 꿈이다. 더 많이 가진 이들에게 집은 투자 수단이다. 우리 시대의 집은, 거기에 사는 사람이 세상을 사는 방식에 따라 꾸며지는 '그 사람의 집'이 아니나 '몇 평짜리 얼마짜리 집'이 되었다.
이 책은 어떤 집이 사람에게 좋은 집인가를 다루었다. 건축가는 아파트가 별로라고 한다. 효율성 위주로 만들어서 아파트는 편리해보이지만 동선이 단조롭고 집안이 한번에 다 눈에 들어와 느낌이 적다고 한다. 한옥은 동선이 복잡하고 시선이 한번에 뚫려 있지 않아서 권태롭지 않고 기억이 풍부해지는 구조라고 한다. 아파트에 살다가 골목동네로 집을 옮겼더니, 아이들 인간관계가 활발해졌다는 이야기도 인상깊다. 부부생활의 행복을 보장받는 집,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고민을 배려하는 집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 있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어떤 집이 얼마나 돈이 되는가를 너무 따지는 사회에서, 이 책은 집이 본래 있는 뜻을 되살린다. 값비싼 동네에 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는 비참함이 있는 사회에, 이 책은 널리 읽혀야 한다. 삶의 질이 진정 무엇인가를 편안하게 알게 하는 책이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학생에게 권하면 그 학생은 생각을 좀 한다. 가난한 동네에서 사는 학생이 읽으면 자기 삶의 빛깔을 인식한다.
★★★★ 송승훈 추천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gurumbae@nownuri.net)
『전쟁중독-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옮김, 창해 (고1부터)
'부자의 나라, 정의의 나라, 자유를 수호하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 미국이 군사비로 미국 연방정부의 자유재량 예산 중 51.6%를 차지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첫 장에 소개하면서 전쟁이란 문제를 경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이들은 '정말 전쟁 중독에 걸린 것 같은 미국이 왜 전쟁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깨닫는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군사주의 때문에 힘 약한 나라뿐만이 아니라 자국민마저도 힘들어한다는 사실은 미국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 준다. 그리고 2001년 9.11과 관련된 내용까지 첨가되어 최근에 있었던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를 통해 앞으로 미국의 모습까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에 대해 찬성했던 사람들이나 한국군 파병에 대해 찬성했던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많았다.
★★★★★ 권효진 추천 (경기 부명고 국어교사 yinhye@hanmail.net)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물리의 세계 1·2 』, 토마스 디칭어 지음, 권세훈 옮김, 에코리브르 (고1부터)
우리는 흔히 물리학은 딱딱하고 머리 아픈 학문이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물리학과 생활 속의 여러 분야를 접목하여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과학매니아'를 제외하고는 과학책을 거의 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이 자연과 우주와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임은 분명하지만 자연계의 복잡한 운동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 책 속에는 복잡한 실험기구가 없어도 직접 자신이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직접 실험을 해보면서 물리학 이론에 대해 이해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과학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다만 실험을 한 후 그 결과가 책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실험은 여러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이론치와 실험치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가상 실험이 아니라는 점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물리학의 개념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어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 전선미 추천 (충남 연무고 생물교사 ssmjeon@hitel.net)
『신문읽기의 혁명』, 손석춘, 개마고원 (고2부터)
정보가 넘치는 시대가 되어서 정보를 제대로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학교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능력을 길러주려고 신문활용교육을 많이 한다. 학생들은 주제에 맞추어 신문기사를 오려붙이고 거기에 자기 생각을 적고 하는 숙제를 한번씩 해보고 그런다.
그렇게 신문 기사 찾기 숙제를 쭉 하다 보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더 알고 싶어진다. 왜 이 신문과 저 신문은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르게 목소리를 내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신문 기사를 보고 사실을 아는 수준에서 어떤 내용을 보도하는 방식에 대해 파고들게 된다. 사실적 읽기에서 비판적 읽기로 발전하게 되고, 그런 욕망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신문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신문기사가 어떻게 씌여지는지를 따져서 설명하는 책이다. 단순한 사건을 보도하는 데도, 기사를 쓰는 사람의 가치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려주고, 보도사진에서 신문사의 의도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준다.
요즘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참 자기 주장을 잘하는구나 싶은데, 조금 더 지켜보면 남의 주장은 잘 못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답답해진다. 대상을 꼼꼼하게 뜯어읽는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다. 이 문제를 지적하면 학생은 어떻게 하면 그런 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이 책은 논리 훈련을 하고 싶은 학생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왜 나는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논술 쓰기를 잘할까,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 학생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된다.
★★★★ 송승훈 추천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gurumbae@nownuri.net)
『어플루엔자』, 존 더 그라프, 데이비드 왠, 토머스 네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한숲 (고2부터)
서점의 한 편에는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가 잘 팔려나가고 다른 한편에는 '느림의 철학', '달라이라마의 행복론', '채식주의'와 '명상요법'이 잘 팔려나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자'와 '쇼핑'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으며 '단순함'과 '느림'이라는 처방과 치유법도 함께 나오고 있다.
삶의 공허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플루엔자(소비 중독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 아이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시장에 나온 최신 제품을 갖고 싶어한다. 이 책에서는 공허함을 채우는 것은 탐욕과 물질주의, 쇼핑이라는 낭비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단순한 생활, 애정이 넘치는 삶', '자발적 단순성'에 의한 세계의 변화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이 아닌 수많은 작은 그룹에 의한 사회적 변화라는 시각은 좋으나 과연 이 거대한 물질 문명의 흐름이라는 물줄기의 방향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 고심해 볼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일, 돈, 쇼핑 등 성인으로서의 삶을 체험해보지 못한 청소년에게는 이 책이 또 하나의 이론서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아이들도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다. 청소년 역시 성장하면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미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 어플루엔자(Affluenza):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으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하는 과중한 업무, 빚, 근심, 낭비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 최명옥 추천 (서울 성신여고 국어교사 mj5615@hanmail.net)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 조 슈워츠 지음, 이은경 옮김, 바다출판사 (고2부터)
화학! 단어가 주는 느낌은 낯설다. 화학하면 여러 가지 화학기호만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 화학이라고' 말한다. '청바지 속에 숨어있는 화학', '요오드를 입힌 감자를 권총모양으로 만들어 탈옥한 위조 지폐범의 화학적 탈출' 등의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교사들은 유기화학 전문용어와 화학물질명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반면에, 학생들은 모르는 화학물질은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서 한결같이 재미있어했다. 학생들이 말하는 이 책의 매력은 '제목을 비롯한 흥미로운 소재들, 위트와 재치의 유쾌한 글쓰기, 일상생활과 연결된 산지식,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은 제대로 알도록 해 주는 것,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그 원리를 쉽게 설명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안함' 등이었다.
책 끝 부분의 '과학은 진실을 찾는 과정'은 교사, 학생 누구에게나 과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훌륭한 명제일 것이다. '재미있는' 교양화학서! 우리가 원하는 과학책을 만나 즐겁다.
★★★★★ 전선미 추천 (충남 연무고 생물교사 ssmjeon@hitel.net)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책 읽어라", 목소리는 높지만 실제 현장에서 책읽기 교육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읽기 교육에 관심 있는 현장 선생님들이 뭉쳐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여럿이 모이면 힘이 세지거든요. 이름하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지난 98년부터 한 주에 한 번씩 모여서 꾸준히 책읽기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답니다.
현재 서른 명이 조금 안 되는 선생님들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꼭 교사만이 아니라 회사원과 도서평론가, 군인 등 일반인들도 함께 하고 있지요.
2003년 7월 5일 현재 11,000여 명의 교육자, 학부모, 학생, 일반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였구요.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약칭, 책따세)'은 독서교육을 올곧고 즐겁게 실천하고자 오랫동안 현장에서 고민해 온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책따세는 교실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 바람직한 독서 문화를 정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모임 결성의 경위
주로 중·고등학교 국어교사와 사서교사들로 이루어진 우리 모임은, 각자 학교 현장에서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 활성화에 심혈을 쏟다가 98년 처음 시행된 교육부 연구 과제 공모전에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을 계기로 결성이 되었습니다. 98년 9월 14일에 정식으로 모임을 갖고 지금까지 매주 1회 이상(주로 금요일 저녁) 모여 활동해왔으며, 99년 1월 11일 교육부에 연구 보고서 (「독서동기 유발 방안의 개발과 실천 자료 제작」)를 제출한 이후, 마침내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확대·결성한 것입니다.
● 그간의 활동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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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10월 교육부 연구과제 공모전에 '독서 동기 유발 방안의 개발과 실천 자료 제작'이라는 주제로 선정되어 보고서를 작성, 우수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연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독서 동기 유발 방안들을 개발하여 자료집을 만들고, 책따세 독서 전용 홈페이지인 '꿈으로 영그는 나무'를 직접 제작, 운영했으며, 수업에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 나오는 필자들의 육성을 녹음/녹취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99년도 교육부 연구 과제 공모전에서도 연구팀으로 선정되어 <바람직한 독서교육을 위한 다양한 수행평가 방안>을 연구하여 우수상을 연거푸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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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연결하는 취지에서 교육방송과 협력하여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즉, 99년 8월 5일에서 7일까지 유네스코 청년원에서 진행되었던 교육방송 <제1회 신세대 글쓰기 축제>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였습니다. 교육과 방송을 연결하는 현장 체험 형식의 글쓰기 지도를 시도하겠다는 취지로 소설 주제가 만들기, 책광고 만들기, 인터뷰 글쓰기, 독서프로그램 구성안 쓰기 등으로 나뉘어 시도된 책따세의 교육 프로그램은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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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여름방학부터는 방학 때 읽으면 좋을 책들 목록을 계속 선정, 발표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권장도서 목록 개발과 보급에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매번 저희가 작성한 "방학중 읽을 만한 중고등학생용 권장도서 목록"은 서울과 지방의 각 신문들에서 활발히 게재하고 있습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펴내는 국어교육 학술지인 <함께여는 국어교육>(계간지)에 매호 권장도서 목록과 독서지도 방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2000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8회에 걸쳐 특정한 주제를 정해 관련 글과 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권하면 좋을 책"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0년 가을호
"겨울방학, 좋은 책을 어떻게 읽히고 지도할까"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0년 겨울호
"우리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성장소설'들"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1년 봄호
"우리 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여행 책'들"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1년 여름호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는 인물 이야기 책 목록"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1년 가을호
"청소년에게 권하는 동화책들"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1년 겨울호
"학교와 아이들, 우리들의 이야기"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2년 봄호
"평화를 위한 삶, 우리들의 희망만들기"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2년 여름호
"우리 아이들이 읽을 만한 성 관련 책들"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2년 가을호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는 좋은 만화책들"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2년 겨울호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는 좋은 예술 책들"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3년 봄호
"가정의 달 5월에 권하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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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01년 1월 9,10,11(3일간) 경기도 이천 유네스코 청년원에서 독서교육전문강좌(<우리교육> 주관)를 열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독서지도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저희가 발표하고 경험을 드리는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함께할 선생님들이기에 더욱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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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1일 책따세는 첫번째 책을 펴냈습니다. <(선생님들이 직접 겪고 쓴) 독서교육 길라잡이>(푸른숲, 2001)입니다. 이 책은 저희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독서교육의 모형을 정립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아이디어를 단순하게 늘어놓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실천한 내용을 실패담까지 곁들여 소개한 점이 특징입니다.
6
2002년 3월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 행사에 대해 교육계와 출판계, 문화계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들을 고민하여 이에 관한 내용을 제안서로 만들어 발표하였습니다. 이어서 '세계 책의 날' 행사 추진위원회에 참여하였습니다. 2003년 3월, '세계 책의 날 행사'에도 참여하였습니다.
7
2002년 4월 지하철 4호선에 설치되는 북메세 '책열차'에 청소년 전용칸 꾸미기에 참여했습니다. 5개 분야로 청소년이 읽으면 좋은 책 50권을 선정, 해제를 덧붙여 소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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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모두 5개 분야에 걸쳐 청소년을 위한 도서 1백 60여 종을 엄선하여 책선물 도서목록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중고교 8개교에서 설문조사하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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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독립적으로 구축하였습니다. http://www.readread.co.kr
2003년 7월 5일 현재 11,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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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어교사모임의 의뢰를 받아서 '책/따/세 독서교육 연수'를 2002년 6-7월에 진행했습니다. 서울경기 지역 국어선생님 쉰 분이 연수에 참여하였습니다. 2003년 7월에는 강원도 국어교사모임 여름방학 연수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 저자 초청 강연
1) 유임하님 『분단 현실과 서사적 상상력』, 태학사 - 2000
"분단 문학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2) 양한재님 『빵 굽는 선생님』, 우리교육 - 2002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이 즐겁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활동"
3) 고병헌님 『평화교육의 이론과 실천(번역서)』, 서원 - 2002. 4. 17.
"반전과 평화의 정확한 이해를 위하여"
4) 김성애님 『빵 굽는 선생님』, 우리교육 - 2002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교육을 위하여"
5) 표정훈님 도서평론가 - 2003
"권장도서목록 작성을 위한 도서정보확보법"
6) 정재승님 『과학 콘서트』, 동아시아 - 2003
"과학 도서의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7) 박연식님 도서평론가 2003. 5.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고 자신의 삶에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남을 위한 삶,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공동체적인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익혀나가는 데 있습니다.
첫댓글 와...길다...고맙슴다..꾸벅^^~~
그대로 퍼 와서 그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