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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만난 <소똥 위에 홍시>
헌책방에 자주 들른다. 특별하게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책 쇼핑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냥 나올 때도 있지만, 한두 권을 사기 마련이다. 책을 사면 흡사 보물을 찾았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자주 가는 헌 책 방은 두 군데이다. 아주 옛날부터 자리 잡고 있는 원동 재래시장에 있는 헌 책방과 도심 번화가 지하에 있는 알라딘 중고 서점이다. 원동 헌책방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눈으로만 봐도 포만감을 느낀다. 알라딘 중고서적은 새 책방 못지않게 한 권 한 권 정갈하게 진열되어 군침을 흘리게 한다. 최신 시설로 완비되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피서를 가지 못하는 독서광들이 찾아 오기도 한다. 원동 헌책방은 포만감이 들 때 먹지 않을 수 없는 음식을 먹듯 눈에 뜨는 책을 사게 되고, 알라딘 중고 서적에서는 정갈한 음식을 먹듯 으레 한 두 권쯤 사게 된다. 내 서재에 있는 책들 중에 새 책 방에서 사온 책보다 헌 책 방에서 사온 책들 중에 비싼 골동품처럼 귀한 책이 많다. 하마터면 이 광활한 우주에 왔다가 세월의 강물에 떠내려갈 뻔한 보물들이다. 이번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귀한 수필집을 구했다. 2006년에 출간된 책이다. 10여 년이 지났고 보면 일반서점에서는 품절이 되었을 것이다. 대전수필문학회에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온동 김기태의 두 번 째 수필집 <소똥 위에 홍시>이다. 나와 인연을 맺기 전에 출간한 책이어서 생소했다. ‘김기태’라는 이름과 함께 표시된 프로필에 적혀 있는 저서여서 기억을 하고 있는 터이다. 한국 에세이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수 많은 책 중에서 까만 바탕 안에 하얀 글씨가 눈에 뜨였다. 거리를 가다가 친구를 우연히 만나서 포옹할 때처럼 얼른 꺼내서 품에 안았다. 정가 10,000원이고, 판매가는 4,200원이다. 여느 헌책에 비해서 높은 가격이다. 책장을 펴서 서울대 명예교수 구인환교수님이 쓴 격려사를 읽었다. ‘소똥 위에 홍시’는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향토적이고 향수어린 농촌과 어기찬 삶의 여정을 부드러운 필치로 손에 들면 단숨에 읽게 하고 지난날의 회포와 피어린 삶의 동정을 생각하며 자기를 성찰하게 한다.‘라고 썼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한국에서 살아온 남자가 많은 변화와 역경을 거치며 거친 삶의 현장에서 살아오면 느낀 단상이다.‘ 라고 썼다. 책에 수록된 작품을 읽으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저자의 새로운 면을 보게 한다. <독서일기>라는 책을 출간해서 수많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장정일 작가는 “헌책방은 일반 서점에서 보지 못하는 책을 보게 하고 손에 쥐게 한다. 자꾸 헌책방을 찾게 되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발간한 책을 헌 책 방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중고 서점에 책이 깔려 있다는 것은 책이 많이 퍼져 있다는 증거이면서 양서에 속한다는 뜻이다. 수필집 ‘소똥 위에 홍시’를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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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알라딘 중고매장은 책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지요. 십여 년 전의 '소똥 위의 홍시'가 한바퀴 돌아서 다시 상품으로 나왔다는 게 대견하고 반갑네요^^*
중고서점에 가면 옛날 소풍가서 보물찾기하는 기분이 듭니다.
소똥 위에 홍시를 보는 순간, 보물 이름이 적힌 쪽지를 찾았을 때의 희열감이 들더군요.^^*
육상구 회장님 감사합니다.
제 책이 그곳에 정갈하게 꽃혀 있었다니
감사합니다.
수필집 제목만 알고 있다가 책을 보면서 무척 반가웠지요.
책을 읽으면서 온동선생님이 뿌려 놓은 열매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헤르만 헷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2,200원이었습니다. ^^ 그 책을 또 소중하게 안고 오신 분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원동 헌책방은 대전여고 때 참고서 사느라 가봤던 곳인데 아직 있는 줄 몰랐습니다.^^
원동 헌 책방은 지금도 한창 성업 중입니다.
2000년 초 반까지만 해도 고서가 많았는데 지금은 구경하기가 어렵고 그 대신 근래에 발간된 우량도서가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