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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17 - 대답해주겠니?
#1. 상가 화장실
깨끗하지 않은.. 남루한 화장실이다.
정후가 들어선다. (16회 앤딩에서 바로 연결되는 차림)
깨끗하지 않은 세면대 앞에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 피 묻은 손으로 쓸어내린 피가 묻어있다.
손을 들여다보면 손에도 피가 아직 그대로 묻어있다.
수돗물을 틀어 손을 닦고 얼굴을 닦는다. 세면기에 흘러내리는 물에 붉은 피가 섞여 맴돌고 흐른다.
플래시처럼 아주 짧게 스치는 영상.
#2. 교회 후문 마당 / 밤
정후의 시선에서 보이던 영신의 얼굴. 믿을 수 없음. 충격이 어린 그 표정.
#3. 상가 화장실
정후가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본다. 영신이 봤을 그 얼굴이다.
얼굴 한쪽에 아직 씻기지 않은 핏자국이 남아있다. 몇 번씩이나 닦아낸다.
#4. 길 가 / 밤 (사건이 생긴 교회에서 가까운 어디쯤)
경찰차 한 대가 서 있고. 그 옆에 사복의 형사와 문호. 영신.
형사와 문호가 얘기 중이다.
문호 : 우린 우연히 지나가던 중이었어요. 경찰차들이 오길래 무슨 사건인가 해서 멈췄던 거구요.
얘기하며 슬쩍 영신이 기색을 살핀다.
영신은 굳어버린 얼굴로 자꾸 가빠지려는 숨을 고르는데 집중하고 있다.
경찰 : 여자분은 뭐 본 거 없어요? 앞에 뛰어가시던데.
영신 : (그제야 경찰을 보는데 언뜻 말을 못 알아들은 얼굴)
문호 : (영신을 감싸며) 이 친구가 이런 사건 현장은 처음 봐서 좀 많이 놀라 있는 상탭니다. 원래 연예부거든요.
그들 앞을 구급차가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지나간다.
영신이 지나가는 구급차를 본다.
구급차가 지나간 길 건너쯤의 거리에 아까 본 정후의 모습이 보인다. 마치 길 위에 떠 있는 환영처럼. (오버랩?)
#5. 회상 / 16회 #90. 교회 후문
쓰러진 자의 앞에 웅크려 앉아 있다가 일어서는 정후. //
이쪽을 돌아보는 얼굴. 그 얼굴에 묻어 있던 피.
정후가 영신을 보고 있다. 그 삭막하던 얼굴.
문호소리 : 채영신.
#6. 길 가 / 밤
그제야 영신이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문호가 걱정돼서 영신을 보고 있다.
이제 경찰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문호가 주위를 둘러보며 영신을 감싸 자신의 차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며
문호 : 쓰러졌던 사람, 현장에서 죽었나봐.
영신 : 다른 사람들이 있었을 거에요.
문호 : 일단 가자. 여기 더 오래 있지 말고.
영신 :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못 본 거에요.
문호가 걸음을 멈추더니 영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문호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영신 :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를 젓는다)
문호 : (보다가 영신을 밀어가서 차 문을 열고 넣어주며) 춥다.
차 문을 닫아준다.
문호가 운전석 쪽으로 돌아가 타려는데.
갑자기 영신이 문을 열고 튀어 내리더니 저만치 달려간다. 그러다 길 가에 허리를 굽히고 토하기 시작한다.
문호가 달려가 영신이 휘청이며 무릎을 꿇기 전에 잡아준다.
#7. 정후 스튜디오
정후가 들어선다. 불이 켜지고. 걸어오며 옷을 벗어 대충 던져 놓고.
문득 선다. 텅 빈 공간을 둘러본다.
냉장고로 가서 맥주 하나를 꺼내 소파 쪽으로 간다.
소파 앞에는 영신이 갖다 놓은 전기난로가 그대로 놓여있다.
허리를 굽혀 전원을 켜는데.
모니터의 전원이 일제히 켜지며
민자소리 : 들어왔냐?
정후 : 죽었어? 확실해?
민자소리 : 현장 즉사 였나봐.
정후. 환장하겠다. 갑갑한데.
민자소리 : 그래서 박동철이 그 놈이 죽기 전에 결국 아무 소리도 못 들은 거야? 니 아버지 진술 테이프가 진짜로 있는 건 맞대?
정후 : 말은 그렇게 했어. 있다고.
민자소리 : 망할 넘. 어차피 죽을 거면 말이나 해주고 죽을 것이지.
정후 : 죽기 전에 이상한 소리를 하긴 했어.
민자소리 : 뭐라고.
정후. 생각해본다.
#8. 16회 #90. 교회 후문 마당 연결
동철이 눈을 뜨고 정후를 본다. 뭐라 말하려 한다.
정후가 귀를 댄다.
동철 : 삼구하나.
동철의 얼굴이 더 가까이..
동철 : 삼.. 구.. 하나.
#9. 정후 아지트
민자소리 : 뭐?
정후 : 삼구하나.
민자소리 : 숫자? 삼백구십일?
정후 : 몰라.
민자소리 : 그게 다야?
정후 : 그게.. 전부였어. 그리고.. (입을 다문다)
정후소리 : 그 애가 왔다. 그애가.. 나를 봤다.
정후가 맥주를 들어 마신다. 순간 다시 울컥하면서 맥주캔을 냅다 던져버린다.
맥주를 흩뿌리면서 맥주 캔이 벽에 부딪히고 바닥을 구른다.
#10. 치수 까페 / 밤
마지막 손님 한 쌍이 나간다.
치수는 카운터 앞에 과자들을 정리하고 철민은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며
철민 : 애들 좀 불러서 봉숙이 그 놈 잡아오라 그럴께요. 그놈하고는 내가 얘기해볼테니까 형님은 영신이하고 얘기 해보시고요.
치수 : 나중에 지가 얘기하겠대잖아. 때가 되면 다 말하겠대.
철민 : 나중에 언제요. 북극곰이 다 멸종한 담에요?
치수 : 하아 그 참. 자식이라는 건 말야.
철민이 먼저 입구 쪽을 보고. 치수에게 입을 다물라고 손짓을 하는데.
치수는 계속.
치수 : 쪼면 쫄수록 입을 앙다물게 되있어요. 애를 키워봤어야 알지. 애들이란 건 말이야..
하다가 그제야 봤다.
문호가 영신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문호 : 안녕하십니까.
철민 : (놀라서 말이 빨라져서) 형님. 영신이가 맨날 침 흘리면서 보던 텔레비전에 그 놈하고 똑 닮은 놈이 지금 영신이하고..
치수 : (철민의 뒤통수를 때려 입을 다물게 하며 나서며) 어서 오세요. 어떻게 여기까지..
영신 : 저희 아버지세요. 여긴 선배.. 우리 썸데이 사장님.
문호 : 김문홉니다.
치수 : 예 제가 우리 영신이 애비..
하는데 문호가 고개를 숙인다.
치수가 얼른 마주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까지도 문호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치수가 당황하는데 그제야 고개를 든 문호가 미소 짓고. 영신을 본다.
문호 : 아직 말씀 안 드렸어?
영신 : 아직..
문호 : 지금 하면 안 될까. 내가 제대로 인사드리게.
영신 : (머뭇거리는)
그동안 치수와 철민이 시선을 마주친다. 이건 또 뭐야.
치수 : 아니 그 제대로 인사라는 게.. 설마 그.. 인사..
영신 : 아빠.
치수 : 너 좀 가만 있어봐. 내가 먼저 정리 좀 해야겠는데.. 그러니까 봉숙이가 있고. 그리고 이분이 제대로 인사를 하면..
영신 : 나.. 친엄마 찾았어.
모두 정지했다.
영신 : 살아 계시대. 많이 아프시고. 그래서 아직 내가 딸이라고 나설 수가 없어. 여기 선배가 날 찾아줬어.
문호 : 영신이 친부모하고 어릴 때부터 친했습니다. 영신이 태어나던 날에도 제가 봤구요.
영신 : 친아버진 돌아가셨대. 아주 옛날에. 내 이름. 오지안이래.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영신을 보고 있는 치수.
영신 : 나도 안 지 얼마 안됐어. 아빠한테 말했어야 하는데..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치수 : ..
영신 : 미안해. 아빠. 이제 말해서.
치수가 다른 말 없이 양 팔을 벌린다.
영신이 그제야 울컥.. 눈물이 고이며 치수의 품안으로 들어간다.
그저 안아주는 치수. 그 품에서 우는 영신을 보는 문호.
치수는 그냥 영신을 토닥토닥해주고 있다.
옆에서 철민이 울먹해서 보고 있다가 문호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치수 부녀를 가리키고 자기를 가리키고 울먹거리며 뭔가 손짓을 하는데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다.
#11. 정후 스튜디오
정후가 아까 던져버렸던 맥주 캔을 주워든다. 대걸레로 쏟아진 맥주를 닦으며 민자와 얘기 중.
민자소리 : 삼구하나.. 삼백구십일. 박동철이 살던 데는 고시원인데 그런 방 번호는 없고.
정후 : 사서함. 락커룸. 그런 건.
민자소리 : 딸랑 삼구하나로 대한민국의 사서함 락커룸 다 뒤지랴?
정후는 대답이 없다.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보고 있다. 휴대폰에서는 아무 벨도 울리지 않는다.
민자소리 : 어이? 여보세요?
정후 : 어?
#12. 민자 아지트
민자가 아이용 모자 뜨개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며.
민자 : 너 아까부터 깜박깜박한다. 접촉불량이냐?
정후소리 : 내가?
민자 : 채영신이 생각해?
정후소리 : ..
민자 : 왜. 걔가 너 의심하고 있을까봐? 그럼 말을 해주면 되지.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됐다.
#13. 정후 스튜디오
정후.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노려본다.
민자소리 : 전화해. 니들끼리 오붓하게. 그럼 난 휘리릭.
모니터에 보이던 민자의 커리커쳐가 일제히 꺼진다.
그때까지 휴대폰을 내려다보고만 있던 정후가 집어 든다.
#14. 영신의 방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던 영신이 돌아본다. 침대 위에 던져놨던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
주춤주춤 다가서 봤더니 [서정후] 좀 더 보다가 집어 든다. 흠흠.. 목을 가다듬고.
영신 : (연습해본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어 웬일이야? (좀 더 밝게) 어이 박봉수..
마음을 다잡고 통화를 터치해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영신 : 정후야.
#15. 정후 스튜디오
기다리다 못한 정후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소파에 휙 던져버린다. 소파에 기대앉는다.
#16. 영신의 방
영신이 귀에 대고 있는 휴대폰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손에 들린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주소록의 이름을 바꾼다. [서정후]에서 [그사람]으로.
영신소리 : 서정후라는 이름은 숨겨두는 게 좋겠지? 또.. 뭘 숨겨주면 돼?
#17. 정후 스튜디오
소파에 늘어져 뒤로 기대앉은 정후. //
영신과 이분할되며 영신이 침대에 기어 올라가 기대앉는다. 손에는 여전히 휴대폰을 든 채.
정후는 추운지 담요를 끌어와 둘둘 말고.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의 휴대폰을 끌어와 가까이 놓고 보고..
영신은 휴대폰을 머리에 얹어 놓아보고 움직이다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휴대폰을 받거나 놓치고..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그러면서.
마치 대화하듯 이어지는 각자 마음의 소리.
정후소리 : 뭐하니.
영신소리 : 전화 기다려.
정후소리 : 채영신.
영신소리 : 한번은 더 해줘야지.
정후소리 : 물어봐. 뭐든지.
영신소리 : 정후야.
정후소리 : 다 대답해줄게.
영신소리 : 너.. 괜찮니? ..너 아니지? 넌.. 누구니?
정후소리 : 물어보지 않으면.. 대답해줄 수가 없잖아.
결국 누구도 전화하지 않은 채 그렇게 기대고 앉아 있다.
#18. 경찰서 앞 / 낮
윤동원이 경찰서 입구에 선 채. 영 못마땅한 얼굴. 지나가는 경찰이 인사를 해도 대충 받고 있다.
그러다 돌아보는 곳. 거기 오비서가 나오고 있다. 두 손을 모으고 평소의 걸음걸이로.
윤동원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이고 그 옆을 지나간다.
오비서가 내려간 곳에 기다리고 있던 듯 검은 승용차가 와서 선다.
오비서가 윤동원을 한번 더 돌아본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좀 웃는다. 차에 타고 문을 닫는다.
출발해가는 차.
윤동원소리 : 오태원이 오늘 아침 풀려났습니다.
#19. 경찰서 복도
윤동원이 걸어오며 전화 중.
윤동원 : 역부족이네요. 도주 우려가 있다고 해서 억지로 영장은 받았는데. 워낙에 신원보증을 해주는 분들이 울트라급이라서요.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처분입니다.
#20. 문호의 집무실 / 낮
전화를 받고 있는 문호.
문호 : (답답하다) 용의자로 잡힌 형사는 뭐 자백한 게 없고요?
윤동원소리 : 박기정이 그 놈은 현재까지 묵비권 행사 중입니다.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이쪽 바닥을 뻔히 아는 놈이라.
#21. 사이버팀
윤동원이 자기 책상 쪽으로 오며
윤동원 : 그런 의미에서. 우릴 좀만 더 도와주십쇼. 이번 박기정의 집에 들어가서 우릴 위해 온갖 증거를 모아주고,
박기정이까지 이쁘게 포장해서 넘겨 준 분이요. 이쯤에서 소개 좀 해주시죠?
#22. 문호 집무실
문호 : 그런 말씀하시긴 좀 면목 없으시죠? 어쨌든 공식적으로 저는 윤형사가 하는 얘기가 뭔 소린지 잘 모르겠네요.
#23. 사이버팀
윤동원 : 어제 밤에 살인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성모성당에서요.
문호 : (멈춰지는)
윤동원 : 저도 좀 전에 사건 파일을 받았는데요. 거기 목격자에 김문호 기자 이름이 있더라고요.
문호 : 목격자라기보다는 지나가던 행인이었죠. 목격한 게 뭐 없어서..
윤동원 : 근데 이 사건. 이상해요. 목격자가 디게 많아요. 어제 죽은 피해자가 박동철이라고 하는데요. 사건 직전에
이 사람을 찾아 헤멘 사람이 있다는 거에요. 이십대 남자. 안경. 눌러쓴 모자. 심지어 무술 실력도 대단하댑니다.
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제보하고 증언해 주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네요. 혹시 뭐.. 짐작 가는 거 있으세요?
#24. 편집실
장부장이 컴 앞에 앉아 편집을 하는 찬영의 주위를 돌며 혼자 흥분해서.
장부장 : 봐봐. 세 번째 질문. 이게 김문식이 도산 직전의 제일신문을 기사회생 시켰다. 훌륭하시다. 이 얘기를 하는 거잖아.
그럼 우리는 그 재무부장 인터뷰를 붙여야지.
찬영 : 여기요?
여기자가 앞에 선 선재에게 열심히 설명 중.
여기자 : 우리가 방송을 시작하면 적들은 디도스 같은 걸로 공격해 들어옵니다. 그 때 우리는 A 서버에서 B 서버로 이전합니다.
이건 말 그대로 순간이동. 텔레포테이션. 그 느낌과 속도로 합니다.
문호가 자기 방에서 나와 사무실을 둘러본다. 영신이 보이지 않는다.
#25. 썸데이 이층 로비
문호가 문을 열고 나오다 보면.
영신이 로비의 유리창에 이마를 박다시피 하고 밖을 보고 있다.
문호가 그 옆에 가서 선다. 그래도 모르고 생각에 잠겨 있는 영신.
문호가 유리창을 똑똑 두들기자 깜짝 놀라서 문호를 보는 영신. 얼른 바로 서더니.
영신 : 아.. 잠깐 땡땡이였습니다. 바로 들어가서.. 열심히 일을..
하며 문호의 옆을 지나쳐 들어가려는 것을 문호가 뒷덜미를 잡아서 다시 앞의 자리에 끌어다놓고.
문호 : 오태원이 오늘 아침에 풀려났대.
영신 : 왜요?
문호 : 증거불충분.
영신 : 정후 엄청 열 받을텐데.
문호 : 그게 걱정이야. 그 녀석 야생동물 같은 데가 있어서.
영신 : 정후에 대해서 잘 아세요?
문호 : 어릴 때 알았고. 다시 만난 건 얼마 전이니까. 사실 잘 몰라.
영신 : 정후하고 통화하셨어요? 어제 밤 그 후에.
문호 : 아니. 기다리는 중. 내 생각엔 영신이 너도 먼저 전화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그쪽에서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연락하겠지.
영신 : (보는)
문호 : 어쨌든.. 살인사건이니까. 그 현장에 정후가 있었고.
영신 : (끄덕이는. 그러다 웃는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일하러..
문호의 옆으로 빠져나가려는데 문호가 한 팔을 뻗어 막더니 다시 자기 앞에 세우고
문호 : 어떻게 웃지?
영신 : 예?
문호 : 그냥 화를 내. 아니면 소리를 지르든가.
영신 : .. 왜요?
문호 : 요 한달 사이에. 넌 죽을 뻔 했어. 나 때문에. 게다가 니 친엄마에 대한 걸 이제까지 숨겼어. 만나지도 못하게 해.
그리고 살인사건까지 봐야했어. 내가 데리고 가서. 화 낼만 하잖아.
영신 : (보다가) 바빠서요. (웃는) 바쁘잖아요. 우리 지금. 그러니까..
문호 :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화 잘 못내지?
영신 : 제가 워낙 수양이 깊어서..
문호 : 화내는 게 무서운 건가?
영신 : ..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무실 쪽으로 몇 걸음 가는데.
문호 : 오늘 조퇴해라.
영신 : 아닙니다. 내일 대담방송인데..
문호 : 너 지금 아파.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여 영신의 얼굴을 살펴본다)
영신 : (불편한데)
문호 : 벌써 몇 번은 터뜨렸어야 하는데 못하고 있잖아. 그래서 너 아프다고. 얼굴 꼴 좀 봐라.
영신 : (자기 얼굴을 만져보는)
문호 : (먼저 들어가며) 집에 가 자고 나와. (문을 열다가 돌아보더니) 아니면 아무나 붙잡고 좀 싸우고 오든가.
문호가 들어가 버린다.
영신이 혼자 남았다. 유리창 밖을 돌아본다. 눈부시다.
#26. 고시원 방
어두운 방안. 잠겼던 문이 달칵 열리며 들어서는 정후. (너무 힐러틱하지는 않은 대학생같은 옷차림. 모자)
좁은 고시원 방의 내부를 보고는 찌푸린다.
좁은 방안이 발칵 뒤집어져 있다. 누군가 거칠게 뒤진 듯. 서랍은 다 빠져 나와 있고.
귀의 이어셋을 조정하며
정후 : 벌써 쟤들이 다 뒤집어 놨네. (방의 모서리며 다른 곳들을 두들겨 보거나 훑어 살피며)
이렇다는 것은 걔들도 그 녹음테이프라는 걸 열심히 찾고 있다는 얘긴데.
민자소리 : 갸들이 선수 친 거 아냐?
정후, 대사를 계속하며 쭈그려 앉아서 흩어진 것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옷가지는 옷걸이에 걸고. 빠져나온 서랍은 다시 넣어주고. 넘어진 쓰레기통은 다시 세우고.
정후 : 아줌마 20년이면 엄청 긴 세월이잖아.
민자소리 : 길지.
정후 : 그 세월동안 언제 누가 찾을지도 모르는 녹음테이프를 계속 들고 다녔을까? 이 아저씨 보니까 뜨내기 생활을 한 거 같은데.
난 그 테잎이 이 방에 없다는데 오백원 걸겠어.
#27. 민자 아지트
민자 : 난 그 인간이 애초부터 구라쳤다는 데 오천원 건다.
정후소리 : 난 그 녹음테이프는 있다는 데 백만원.
민자 : 짚이는 게 있어?
#28. 고시원 방
정후. 대충 치워진 방안을 둘러보며
정후 : 진짜 이상하잖아. 그 녹음테이프. 울 아버지의 경찰 진술이래매. 그럼 내용이 뻔하잖아.
나는 누구를 죽였다, 아니다. 안 죽였다.
민자소리 : 근데.
정후 : 왜들 이렇게 난리야. 이십몇년 전에 죽은 사람이 죽기 전에 한 말이 뭐 그리 대단해서. 지금 이것들 보라구.
사람까지 죽이면서 달려 들고 있잖아. 왜? (하더니 주머니에서 소주병을 꺼낸다) 소주라고 했지? (하며 모자를 벗는다)
민자소리 : 뭐가.
정후 : 그거.. 죽은 사람한테 주는 거.
민자소리 : 너.. 거기 테잎 찾으러 간 게 아니었구나.
정후 : 나 때문이었잖아. 이 아저씨.
민자소리 : ... 뚜껑 따고.
정후 : (따며) 땄어.
민자소리 : 좀 뿌려.
정후가 방에 술을 좀 뿌린다.
정후 : 뿌렸어.
민자소리 : 너 좀 마시고.
정후가 한 모금 마신다. 쓰다.
민자소리 : 할 말 있음 하고.
정후 : (잠시 방안을 보다가) 했어. (하더니 모자를 다시 쓴다)
민자소리 : 삼구하나가 뭔지 좀 물어보지. 지금 그 인간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길이 다 막혔잖아.
정후가 술병의 뚜껑을 다시 닫아 챙기며.
정후 : 길이 다 막혔으면.
민자 : 하지 마.
정후 : 넘어가야지. 담이든 벽이든. 그래야 금고까지 가지.
민자 : 하지 말라고. 어허.. 야.. 야아..
그러나 정후는 이미 방을 나가고 있다. 닫히는 문.
#29. 길/ 고시원 근처
고시원을 나서는 정후. 걸어오다가 어느 가게의 유리창문 앞에 서더니 유리에 얼굴을 비추며 모자를 고쳐 쓴다.
유리창에 비친 길 건너편. 사내1이 멈춰선 채 휴대폰을 보는 척하고 있다.
정후가 다시 길을 간다. //
건널목에 이른 정후가 신호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슬쩍 보는 저 뒤쪽.
또 다른 사내2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무심해 보이는 얼굴 표정.
사내가 정후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서더니 함께 신호를 기다린다.
신호가 바뀌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정후가 함께 건너는 듯 몇걸음 가다가 그대로 뒤돌아서 온다.
다른 행인들과 함께 길을 건너가는 사내2. 어느만큼 걷다가 몸을 돌이켜 다시 온다.
모른 척 길을 걸어오고 있는 정후.
그 뒤를 거리를 두고 쫓는 사내2.
길 건너에서 걸어오는 사내1. 사내1이 걸으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30. 상수 사무실
조사팀장이 그 부하 둘(남. 녀)과 함께 들어선다. 상수가 맞이한다.
상수 : 어서 오십시오. 방금 연락 받았습니다.
상수가 사장답게 웃으며 악수를 하며 나서지만 팀장은 전화를 거느라고 무시하고 전산실 쪽으로.
팀장 : 어쨌거나 놈은 마지막까지 박동철이랑 같이 있었어. 어떤 단서를 갖고 있을지 몰라. 놓치지 마.
전화를 끊으며 전산실 의자에 앉아 있는 해커 하나를 가리키더니
팀장 : 거기 자리 비웁시다.
해커가 우물쭈물 일어나면 팀장을 따라온 남자 부하가 당연하다는 듯 그 자리에 앉는다.
자기 노트북 가방을 꺼내 노트북이며 USB 등을 꺼내 늘어놓고.
상수 : (팀장의 옆으로 붙으며) 제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 이게 실력으로 치면 국제적으로도 탑급입니다. 게다가....
팀장 : (역시 무시하고 상수의 사무실 쪽으로 와서 둘러보더니) 당분간 이 방은 내가 쓰겠습니다.
이쪽으로 책상을 하나 더 놓아주시고. (그제야 상수를 보더니) 여기 말고 계실 데 있으시죠?
상수 : 제가요. 여기 말고요?
팀장 : (여부하에게) 책상 준비 되는대로 세팅하고.
여부하 : 알겠습니다.
상수 : 제가 배상수라고 여기 대푭니다. 그니까 더블에스가 제 이름을 따서 에스에스.. 그리고 이 방이 대표실이거든요.
하는데 팀장은 타블렛으로 뭔가를 찾느라고 듣지도 않는다.
전산실 부하가 말한다.
남부하 : 연결했습니다.
팀장 : (그쪽으로 이동하며) 채영신?
남부하 : 휴대폰에 이미 추적프로그램이 들어있어서 바로 작동시켰습니다.
뒤에서 상수가 어떻게 낄 수가 없어서 안절부절.
팀장 : 그래서 지금 어디 있어?
#31. 꽃 가게 앞 거리
영신이 걸어가다가 문득 멈춘다. 돌아보면 거기 보이는 꽃가게.
#32. 꽃가게 내부
영신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꽃들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가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들어서 본다.
#33. 길/ 버스 정류장 / 낮
정후가 버스 정류장에 기대 선 채 휴대폰을 보는 척 하고 있다. 민자와 이어셋 통화 중.
정후 : 걸어서 따라오는 놈이 둘. 차도 한 대 붙어 있는 거 같고. 어쩌지. 한 놈 잡아서 누구세요 물어봐? 아님 그냥 달고 다녀?
...아줌마?
#34. 민자 아지트
민자가 옆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머리를 벅벅 긁어댄다. 이걸 정후에게 어찌 말하지..
정후소리 : 아줌마 뭐 먹어? 왜 대답이 없어.
민자 : 정후야. 있자네.
정후소리 : 뭐가.
민자 : 너 일단 심호흡 좀 해볼텨? 들이쉬고.. 내쉬고...
#35. 버스 정류장
정후 : 뭔데.
민자소리 : 오태원이가 풀려났댄다. 증거불충분. 무혐의.
정후 : (울컥)
민자소리 : 그리고 내가 채영신이 휴대폰에 추적장치를 살짝 심어놨거든. 그걸 알 수 없는 어느 분께서 사용 중이신 거 같다.
정후. 더 생각할 것 없이 길가로 나서며 택시를 부르기 시작한다.
민자소리 : 아직 안 끝났어. 현재 채영신이 이동하는 방향이.. 아무래도 김문식이 집 같은데.
정후 : 뭐야?
#36. 민자 아지트
민자가 보고 있는 모니터 속에서 오비서가 정원을 걸어가고 있다. CCTV 화면.
민자 : 그 집에는 시방. 오태원이가 있네.
#37. 버스 정류장
정후가 타는 택시. 바로 출발한다.
잠시 후 그 뒤로 도착하는 차량 한 대. 미행하던 사내1.2가 달려와서 차에 타고. 출발한다.
#38. 문식의 집 내부
메이드가 열어준 문으로 영신이 들어서고 있다.
가슴에는 카네이션이 주가 된 꽃다발을 들고 있다. (너무 크거나 화려하지 않은)
얼만큼 걸어오다가 멈춘다.
저 앞에 부엌이 보이고. 그리고.. 안쪽에서 휠체어를 탄 명희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아일랜드 식탁에는 갓 구운 과자들이 형형색색. 각종의 모양으로 몇 개의 큰 접시?에 놓여 있고.
명희는 또 한판 구워진 과자를 접시에 담고 있는 중이다.
그런 명희를 바라보고 있는 영신.
메이드가 명희 쪽으로 가서 뭔가 말한다.
그제야 이쪽을 바라보는 명희. 영신을 보더니 활짝 웃는다.
명희 : 채영신 기자?
순간. 영신이 멍해서 인사를 놓친다.
명희가 휠체어를 밀어 이쪽으로 온다.
영신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영신 : 안녕하세요. (목이 말라서 흐흠)
그래놓고도 또 그냥 보고 있다.
명희가 두 손을 든다.
명희 : 그 꽃.. 제 꺼?
영신 : 아..
황급히 꽃다발을 건네준다.
명희가 받아 안더니 향기를 맡으며 미소 짓는다.
명희 : 고마워요.
영신 : 네. (떨리는 미소) 정말.. 이쁘세요.
명희 : (웃더니 꽃은 무릎에. 한 손을 내민다) 채기자야말로 실물이 훨씬 더 이쁘네. 나, 채기자 팬이에요.
영신이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악수를 받는다.
명희가 다른 손으로 영신의 손을 덮어 쥐며
명희 : 방송에서 봐서 그런가. 왜 이렇게 친근하지.
영신 : ... 제가요?
명희 : 방송 보면서도 내내 그랬어요. 이 아가씨. 눈이 참 좋다. 웃는 얼굴도 보고 싶다. 목소리 좋단 얘기는 저번에 했고.. (웃는)
나 이러다 팬 클럽 만들겠네. (하다가 이상해서 보는)
영신 : (울고 있다)
명희 : 채영신씨?
영신 : (우는 자신이 당황스러워 황급히 잡혔던 손을 빼서 눈물을 닦으며) 죄송해요. 요즘.. 좀 힘든 일이 있어서. 왜 이러지.
아 씨 챙피하게.
얼른 눈물을 닦다가 보면 명희가 잔잔히 웃으며 영신을 보고 있다.
영신이 쑥스러워서 웃는다.
영신 : 제가 좀 눈물이 많아서.
명희 : 나도 그런데..
둘이 마주 보고 웃는다.
저만치. 서재 쪽. 오비서가 서서 이쪽을 보고 있다가 조용히 몸을 돌려 서재 쪽으로.
#39. 문식의 서재
오비서가 조용히 들어오며 휴대폰 전화를 한다. 연결이 되기를 기다려서
오비서 : 오태원입니다. 어르신께 직접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40. 명희의 방
명희가 앞서 들어와 침대 쪽으로 이동하고. 영신은 그 뒤를 졸졸 따르며.
영신 : 문호 선배 말로는요. 그때 해적방송을 하던 분이 다섯분이었다구요. 이번에 우리 방송에서 다룬 기영재씨가 그 중에 한 분.
명희 : (다섯친구 액자를 꺼내 보여주며, 영신은 옆의 침대에 앉게 하며) 여기. 그 다섯 명. 이 쪽이 영재.
영신 : 이 사진 봤어요. 김문식 후보님이 보여주셨어요.
명희 : .. 언제요?
영신 : 얼마 전에요. 이 분이 사모님. 그리고 이 옆이 김후보님.
명희 : 그리고 여기. (오길한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내 남편이요. 오길한.
영신이 명희를 본다. 명희는 애틋한 미소로 길한을 내려다보고 있다.
영신 :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명희 : 네. 92년에.
영신 : 그 얘기... 여쭤봐도 돼요?
명희 : (영신을 보는)
영신 : (걱정돼서) 혹시 이 얘기 꺼내면 아프실까요? 문호선배가 많이 걱정 하던데.
명희 : (휠체어에 비치되어 있던 무선 호출기를 꺼내 테이블에 놓는다) 내가 혹시 아프면 이거 눌러요. 간호사분 바로 옆방에 있어요.
영신 : 그럼..
명희 : 물어봐요.
영신 : (자세를 바로 하더니) 제가 듣기로는 92년에 여기 있던 다섯 친구 중에 두 분이 돌아가셨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아세요?
가만히 영신을 바라보고 있던 명희가 미소 짓는다.
명희 : 이십년도 더 지나서.. 이제야 누가 물어봐주네요.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냐고.
#41. 문식의 서재
오비서가 전화 중이다.
오비서 : 관찰해보니 채영신이라는 아이는 최명희와의 관계에 대해 알고 온 거 같습니다.
언제 어떻게 터뜨릴 생각인지는 모르겠고요.
#42. 어르신 거실
어르신이 스피커폰으로 듣고 있다.
앞의 상에는 네다섯 종류의 자기 병과 자기 잔. 하나씩 새 술잔에 따라 맛을 보며..
어르신 : 김문식 부인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든 떠나겠지. 그리 되면 우리의 김문식은 망가지게 될 거고.
상 건너편에 있던 비서에게 묻는다.
어르신 : 우리가 시장 후보를 또 바꾸게 된다면 말이야. 아무래도 모양새가 우습겠지?
#43. 문식의 서재
오비서 : 어찌할까요. 김문식 사장님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하다가 오비서가 멈춘다. 천천히 뒤로 돌아선다.
그 뒤에 서서 보고 있던 정후. 가까이 다가서더니 오비서의 휴대폰을 간단하게 뺏어든다. 자기 귀에 대고
정후 : 안녕하세요. 어르신.
#44. 어르신 거실
어르신이 듣고 있다.
정후소리 : 지금 내 앞에 있는 오씨나 김문식 아저씨한테 나쁜 일을 시키는 분. 맞죠? 어. 르. 신.
어르신이 허.. 웃는다.
정후소리 : 내가 어르신한테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어디로 찾아가면 되요?
어르신이 스피커폰을 끄더니 앞의 비서에게.
어르신 : 이 전화. 치워야겠다.
#45. 문식 서재
정후, 끊어진 전화를 보다가
정후 : 와. 전화매너가 뭐 이따위냐.
하며 오비서를 본다.
입구 쪽으로 주춤거리며 움직이려던 오비서가 그 시선에 눌려 다시 얌전히 선다.
정후 : 기분 나쁘니까 이 휴대폰은 압수.
휴대폰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다.
오비서, 머뭇거리며 시선을 피한다.
정후 : 아저씨. 나 기억하죠. 저번에 나 델러 왔었잖아.
오비서 :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
정후 : 내 사부님도 기억하나? 기영재라고 하는데. 직업은 힐러...였지.
오비서 : (눈만 꿈벅이며 보는)
정후 : 아저씨가 내 사부 죽이라고 독 줬지?
오비서 : (뭐라 말하려다가 정후의 차가운 눈에 입을 다무는)
정후 : 우리 엄마도 알지? 저번에 우리 엄마한테 겁 줬대매. 또? 내가 모르는 것도 많지?
이대로 살려두면 계속 그럴 거지? 누군가를 죽이고. 다치게 하고. 겁주고.
오비서 : (무고한 얼굴로 불쌍하게 보기만)
정후 : 경찰에 집어넣어도. 이렇게 며칠 안돼서 나올 거잖아. 그럼.. 지금 내가 아저씨를 죽여버리면 완전 착한 일을 하는 거네. 그치.
#46. 명희의 방
마주앉은 명희와 영신.
명희가 영신의 두 손을 끌어와 잡는다. 영신이 그 손을 내려다봤다가 명희를 본다.
명희 : 우리 이야기... 취재해줄 수 있어요?
영신 : 우리..라면 다섯.. 친구분들 이야기요?
명희 : 92년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아는 얘기는 다 해드릴게요.
영신 : 알겠습니다.
명희 : 가능하다면 우리 이야기 방송에 내주었으면 해요. 더 많은 사람이 알게.
영신 : 문호 선배가 허락만 해주면. 어렵지 않습니다.
명희 : 근데 위험할 거에요.
영신 : ...?
명희 : 그 날, 우리를 죽였던 자들이 아직 살아있거든요.
영신 : 우리..라면..
명희 : 내 남편 오길한. 그 친구 서준석. 내 딸 오지안. 그리고 나까지요.
#47. 문식의 서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책 몇 권. 정후가 여기저기 들쑤시며 찾고 있다.
그러다 돌아보고 멈춘다. 거기 오비서가 떨어진 책들을 얼른 집어서 제자리를 찾아 꼽고 있다.
어라.. 정후가 우루루 책들을 쓸어내 떨군다.
오비서가 기겁을 하고 달려와 책들을 주워든다. 딱 그 자리에 꼽아야하기 때문에 안절부절이다.
정후가 자기 발 앞에 떨어져 있는 책을 발로 툭 차서 밀어준다.
오비서가 그 책을 집어든다. 자리를 찾는다.
그런 오비서를 딱해서 보다가.
정후 : 아줌마. 고마워.
민자소리 : 내가 해준 그 많은 것 중에 어떤 거.
정후 : 이런 놈 죽인다고 할 때 말려줘서. 이런 거 죽이고 살인범 될 뻔 했네.
민자소리 : 근데.. 이거 좀 받아볼래?
문자 오는 소리. 정후가 받아서 본다.
열리는 화면. 몽따쥬로 그린 정후 얼굴. 박동철을 찾아다닐 때의 모자. 안경을 쓴. 잘 그리진 못한.
민자소리 : 닮은 거 같냐? 놈들이 작정하고 널 몰고 있는 모양이다. 사냥꾼들이 토끼 몰듯이.
정후. 짜증나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다가. 멈칫.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서류봉투를 본다. 납골당에서 온 것이다.
다가서 봉투 안에 것을 꺼내 본다. 기영재의 납골당 봉인 후의 영수증 (별첨),
거기 서류에 클립으로 끼워져 있는 것은 납골당을 찍은 사진이다.
기영재의 사진 액자가 들어있는 납골당. 잠시 보다가 내려놓고 돌아섰다가 뭔가 걸렸다.
후딱 다시 집어 들어 본다. 거기 납골당 사진의 한 귀퉁이. 번호가 새겨져 있다. [478]
정후 : 아줌마. 울 아버지도 납골당에 모셨거든. 근데.. 납골당마다 번호가 있나봐. 그니까.. 집주소처럼.
#48. 명희의 방
침대 쪽. 침대에 걸터 앉은 명희. 그 옆의 의자에 앉은 영신.
명희 : 그 날 난 다섯 살짜리 내 딸하고 같이 집에 있었어요. 취재를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중이었구요.
그 때 전화가 왔어요. 문식이었어요.
소리 : 전화벨소리
#49. 회상. 길한의 집 / 밤
92년 당시의 유선전화기가 울리고 있다.
거실 소파에는 5살의 지안이 잠들어 있고.
탁자 앞 바닥에 앉아 책(오리아나 팔라치)을 보고 있던 젊은 명희가 다가와 전화를 받는다.
젊은명희 : 여보세요.
명희소리 : 무조건 도망가라는 거에요. 그 자들이 온다고.
// 시간경과
젊은 명희가 잠이 덜 깬 지안에게 외투를 입히고 있다. 다급하게 장갑도 끼우고 목도리도 두르고.
// 시간경과
젊은 명희가 불안해서 울기 시작한 지안의 손목을 끌어가다가 급해서 그냥 안고 밖으로.
그들이 나가고 난 거실. 거실장 위에 올려져 있는 사진들. 젊은 명희와 지안이 찍은 것. 다섯 친구의 사진. 등등.
#50. 명희의 방
명희가 젊은 명희와 지안이 찍은 사진을 들어 보여준다.
영신이 조심스레 받아든다.
명희 : 내 딸. 지안이에요.
영신 : 네.
명희 : 이쁘죠.
영신 : (사진을 손끝으로 쓸어본다) 엄마도. 이뻐요.
명희 : 그자들은 스스로 농부라고 부른대요.
영신 : 농사짓는 농부요?
명희 : 이 나라를 농사짓는다고 생각한대요. 보리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농사에 방해되는 잡초들은 뽑아 던지고.
때가 되면 수확을 하면서. 그렇게 이 나라를 자기들이 농사짓고 있다고 믿는대요.
#51. 옛날 주택가 골목 / 밤
젊은 명희가 지안을 안고 달리고 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그러나 어린 지안을 안고 있어서 달릴 수가 없다.
저 앞쪽, 골목 끝에 사내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들어선다.
명희가 옆의 샛골목으로 들어간다.
#52. 샛골목 / 밤
지안이를 안고 달려들어온 명희. 미친 듯이 주위를 살피다가 거기 가득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를 발견한다.
달려가 지안이를 그 뒤에 숨긴다.
지안 : 엄마아.. (겁이 나서 울기 시작하는데)
명희 : 지안아. 엄마 봐. 엄마 말 좀 들어봐. 엄마 봤어?
지안 : (울먹거리며 명희를 보는)
명희 : 지금부터 절대 소리내면 안돼. 엄마가 금방 다시 찾으러 올거니까 소리내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알았지?
지안 : (다시 울려는데)
명희 : 제발.. 제발.. 지안아. 쉿.
지안이 두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린다.
명희가 마지막으로 꼭 안아주고 급히 쓰레기 봉지나 박스로 지안을 감춘다.
골목 저쪽에서 사내들이 이쪽으로 들어선다.
명희가 다른 곳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사내들이 명희를 쫓는다. 지안이 숨은 쓰레기 더미 옆을 지나쳐 달려간다.
#53. 명희의 방
영신이 놀라서 본다. 명희의 숨이 가빠지고 있다.
영신이 책상 위에 있던 호출기를 누른다.. 다급해서 명희를 끌어안는다.
명희가 영신의 옷깃을 잡는다. 어떻게든 스스로 마음을 안정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간호사가 달려들어온다.
영신이 침대에서 일어나 옆으로 피해준다.
마지막까지 영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명희의 손. 영신이 그 손을 잡는다.
간호사는 준비해왔던 도구들을 이용해서 명희를 돌보고 있다.
#54. 명희의 부엌
걸어 나오는 영신. 문득 싱크대 위에 올려져 있는 과자 접시들을 본다.
다가선 영신이 그 중에 하나를 소중하게 집어 든다. 옆의 내프킨에 잘 싼다.
#55. 문식의 집 정원 / 좀 더 떨어진?
영신이 걸어 나오고 있다. 걸어오다가 문득 앞을 보면.
거기 정후가 서서 기다리고 있다. 더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영신이 몇걸음 더 가다가 멈춘다. 둘 사이에 거리를 남기고.
정후가 걱정스러워 영신을 본다.
영신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어.
영신 : 친..엄마.. 친어머니....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모르겠는데. 아프셨어. 이제 주무시고.
정후 : 응.
영신 : 아플 때까지 해 준 이야기가 많아. 나.. 버린 게 아니고 잃어버린 거 맞대.
정후 : 그럴 줄 알았어.
영신 : 나 숨겨놓고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나봐. 그러고 병원에서 며칠 만에 깨어났는데.. 움직일 수가 없어서
나 찾으러 다닐 수가 없었대.
정후 : (걱정돼서 영신을 살피는. 그러나 더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영신 : 그.. 친어머니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거였대.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말을 안했나봐.
나.. 말 참 잘 듣지. (좀 웃는)
정후 : (좀 웃는)
영신 : 버림받은 줄 알았어.
정후 : 아니래잖아.
영신 : 무서웠나봐. 이쁘게 웃지 않으면.. 싫어하는 거 물어보면.. 날 지겨워할까봐. ..버리고 싶어질까 봐.
정후 : 난 안 그래.
영신 : 그럼 물어봐도 돼?
정후 : 그럼
영신 : 정후야.
정후 : 어.
영신 : 너 사람 죽인 적 있어?
정후 : (미소 짓더니) 아니.
영신 : (웃더니)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잠시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영신이 정후 쪽으로 걸어간다. 이제 정후도 몸을 돌려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각자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사이좋게 걸어가며
정후 : 근데.. 말해 줄 게 있는데.
영신 : 응.
정후 : 나 지금 살인용의자가 되어 있나봐.
영신 : 어제 그 일 때문에?
정후 : 몽따쥬도 나왔네. 벌써.
영신 : 닮았어?
정후 : 전혀. 완전 안 닮았어.
영신 : 그럼 이제 어뜩해? 도망 가?
정후 : 도망 가봤자 해결되는 게 없더라고.
영신 : 그럼 뭐부터 하지?
정후 : 우선 아버지 테이프 찾고.
영신 : 도와줄게.
정후 : 그 담에 나한테 누명 씌운 놈 찾고.
영신 : 그것도 도와줄게.
정후 : 니 아버지도 만나야 되는데.
영신 : .. 그건.. 좀..
정후 : 그게 제일 무서워.
영신이 옆을 본다. 정후가 사이를 두고 걸어가고 있다.
영신이 그 옆으로 붙는다. 자기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서 정후의 주머니에 넣는다.
정후가 영신을 돌아본다. 영신이 앞으로 보고 걷는데 미소를 짓고 있다.
정후도 이제 비로소 마음이 놓여 웃는다. 그렇게 나란히 걸어간다.
#56. 어르신의 거실
어르신이 자기 잔 하나에 탁주를 따른다.
어르신 : 우리나라에서 지난 6년간 행방불명된 실종자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3만명이래요.
실종 된지 5년이 지나면 수사 대상에서도 제외되거든요. 사실상 사망처리가 되는 거죠.
어르신의 건너편에는 문식이 앉아 있다. 어르신이 건네주는 술잔을 받는다.
어르신 : 김문호 기자 정도 유명한 사람이 실종되면 큰일 날 거 같지요. 아니에요. 이틀도 안 가.
사람들은 남의 일 그리 오래 기억 못해.
문식 : 문호는 제 동생입니다. 제가 타일러 보겠습니다.
어르신 : 서울 시장 후보. 또 바꿀 생각은 없어요. 모양 빠지잖아.
문식 : 알고 있습니다.
어르신 : 우리의 다음 플랜이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어요.
문식 : 차질없도록 해야지요.
어르신 : 이럴 때 이십년도 지난 일로 발목 잡히면..
문식 :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어르신. 제가.. 합니다.
문식이 미소 짓는다.
#57. 근처 길? 경치 좋은 곳?
문식이 산책을 하듯이 걷고 있고. 오비서가 따르고 있다.
문식이 멈추자 오비서가 충실하게 옆에 선다.
문식 : 정후가 집에 다녀갔다고.
오비서 : 채영신도 다녀갔고요. 아직 사모님은 채영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그런데 채영신과 오래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문식 : 명희가 힘들텐데. 그 허약한 사람이.. 도청기를 주문하고. 나 몰래 문호에게 전화도 하고 (쓸쓸하게 웃는)
밤새 마음 조렸을 거 생각하면..
오비서 : .. 그냥 다 놓아두시는 겁니까? 사모님이 하시는 거?
문식 : 괜찮아. 곧 다시 돌아올 거야. 새로운 놀이 때문에 잠깐 흥분상태인데.. 몸만 좀 조심했으면 좋겠어.
하며 경치를 본다.
#58. 민자 아지트
민자가 키보드를 치며
민자 : 니 짐작이 맞았어. 니 아버지 서준석의 납골당 번호가 삼구하나. 391번이야.
#59. 문호 집무실
문호가 책상 위에 놓은 휴대폰의 스피커폰으로
문호 : 그럼 준석이 형 진술 테이프가 거기 어디 있다는 얘긴가.
#60. 버스 내부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정후와 영신이 각각의 이어셋과 머리핀으로.
정후는 영신의 휴대폰으로 작업 중 (추적프로그램을 지우는)
정후 : 가서 뒤져 봐야죠.
민자 : 그 떨거지들은 아직 따라다녀?
영신 : (버스 뒤를 몰래 살피며) 아직 따라오고 있어요.
버스 뒤. 한두 대의 차를 사이에 두고 따라오고 있는 사내들의 차량.
문호 : 채영신. 넌 좀 빠지는 게 어때. 너 따라 가봤자. 정후 짐만 될 건데.
민자 : 꼭 그렇지는 않던데요.
영신 : 아줌마. 역시.
정후 : 채영신이 휴대폰 청소는 대충 끝냈고. (휴대폰을 영신에게 넘겨주는) 따라오는 애들은 어쩔까.
일단 누가 보낸 애들인지 알아봐야지?
민자 : 수배범 세월이 길긴 길었다. 아주 연륜이 쌓여서 느긋하시구만. 갸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경찰에 전화하면 어쩔 거냐고.
정후 : 아 맞다. 채영신.
영신 : 응?
정후 : 내가 경찰에 걸릴 거 같으면 넌 무조건 모른 척 해. 잘못 걸리면 너 공범 되거든.
영신 : 알았어.
#61. 민자 아지트
민자 어이없어 듣고 있다가. 헤드셋을 벗어 집어던진다.
민자 : 아오.. 아오...
#62. 문호 집무실
문호가 웃으며 고개를 들다가 멈칫.
거기 유리문 밖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민재.
#63. 버스 정류장
내리는 정후와 영신.
정후가 안경을 쓰고 주위를 둘러보면 성능을 체크한다. 그러면서 보는 곳.
멈춰선 버스 저 앞으로 가서 세우는 봉고차 한 대.
앞을 보니 영신이 빤히 보고 있다. 다음은? 하는 얼굴.
정후 : 채영신이 달리기 좀 하나?
영신 : 100미터 17초. 물론.. 고등학교 때.
정후가 영신의 어깨를 감싸서 봉고차 쪽으로 가며
정후 : 혹시 싸움이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한다?
영신 : 눈감고 기다린다. 그럼 정후가 알아서 해준다.
정후 : 가능하면 구석에 숨어. 사방이 뚫린 데보다는 막힌 곳이 있으면 방어하기가 쉽거든.
영신 : 가능하면 구석에. 네.
// 봉고차 내부
가득 타고 있는 사내들. 그들이 보는데 정후와 영신이 바로 옆까지 다가오고 있다.
사내1 : 기다려. 눈 마주치지 말고.
// 정후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며
정후 : 따라오는 건 좋은데. 좀 떨어뜨려놔야 우리 일도 하니까.
하더니 봉고차 옆에서 멈춰서 허리를 굽힌다.
영신이 봉고차 안을 향해 난처한 듯 미소 짓는다.
// 봉고차 내부 사내들이 어쩔 수 없어 돌아본다.
영신이 무료하게 서 있다가 한 손을 흔들어 보인다. (선팅이라 안이 안보여도)
도로 쪽 앉은 사내가 정후가 뭘 하는지 알려고 고개를 유리창에 붙여본다.
// 정후가 봉고의 앞 뒷바퀴 주변에 압정을 무더기로 뿌려놓고 있다.
정후 : 이 정도면 됐고. 채영신?
영신 : 어?
정후 : 달려.
영신 : (달리려고 폼을 잡다가) 어디로.
정후 : 가던 길로 계속.
영신이 달려간다.
정후가 봉고차의 조수석을 노크한다. 잠시 반응이 없다가 문이 열리며 내다보는 사내1.
정후, 그 사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정후 : 픽쳐.
찰칵 카메라음과 함께 안경이 사내의 얼굴을 촬영했다. 프레임 안에 잠깐 정지하는 얼굴.
정후가 사내의 얼굴을 옆으로 치우며 운전석에 이쪽을 돌아보는 사내를 대하고 또
정후 : 픽쳐.
사내 1이 차에서 내리려고 다리를 내리는데
정후 : (차 문을 세게 닫을 듯 하며) 다리 조심.
사내1이 놀라 다리를 다시 안으로 들이면 정후가 차문을 쾅 닫는다.
뒷문이 열리며 내리려는 또 다른 사내를 향해 픽쳐! 그 사내를 안으로 차 넣으며,
차의 저쪽 문을 열고 다른 사내가 내리는 것을 보고
정후 : 어이 거기.
그 사내가 이쪽을 돌아보자 픽쳐!
사내1이 조수석 문을 여는데. 다시 쾅 닫아준다.
#64. 앞 길
달려오는 영신. 자기 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그 옆으로.. 혹은 코너 길의 앞으로 차 한 대가 와서 선다.
놀라 봤더니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는 대용.
영신이 얼른 타며
영신 : 아는 동생이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대용은 그대로 외투의 모자를 둘러쓰더니 내려버린다. 총총 앞으로 가버린다.
어.. 해서 보는데. 달려온 정후가 운전석으로 타며
정후 : 벨트.
영신이 안전벨트를 당기는 데 차는 이미 출발했다.
영신이 얼른 뒤를 돌아본다. 거기 몇 명의 사내가 달려오고 있다.
#65. 버스 정류장 앞 길
아까의 봉고차. 남은 사내 둘이 바퀴 앞에 뿌려진 압정 주위에서 싸우며 하나는 압정을 줍느라고 애쓰고 있다.
1 : 그냥 밟고 가도 된대니까.
2 : 아 그래도 하나가 아니고 이렇게 많은데..
#66. 민자 아지트
민자가 부지런히 작업을 하며
민자 : 완전 새로 보는 얼굴들인데. 어디에 소속된 어떤 놈들인지 알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67. 상수 사무실
팀장이 날카로워져서
팀장 : 근처 CCTV 확보해봐. 놈이 목표를 잡고 이동하는 거 같다.
#68. 길
정후가 운전하는 차가 달린다.
#69. 썸데이 사무실
종수의 주위를 둘러싼 썸데이 장부장과 찬영. 선재까지.
장부장 : 누구야. 불어.
찬호 : 애인이죠. 난 애인에 거네.
선재 : 애인 한 표 더.
장부장 : 누구냐니까.
종수 : ABS 보도특집부 부장. 강민재.
장부장 : 내 라이벌이네. 딱 대칭점에 서 있잖아.
여기자가 보는데 문호가 방안에서 블라인드들을 내리고 있다.
여기자 : 빼박. 애인입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70. 문호 집무실
민재 : (앉지도 않고 문호를 보며) 내일 김문식 대담 방송 내가 맡았어.
문호 : 커피 마실래? 갖다 줄까?
민재 : 느네. 그에 대한 반박 프로그램 준비 중이라면서.
문호 : 맞어.
민재 : 거기서 오메가 홀딩스 다룰 거지.
문호 : 핵심이니까. 김문식의 뒤에 있는 돈줄.
민재 : 누구보다 니가 잘 알고 있잖아. 오메가는 건드릴 수 없는 거.
문호 : 그 방송국 안에서는 그랬지.
민재 : 어차피 그 방송 못 나가.
문호 : 대비하고 있어. 어떤 방해를 받더라도 그 방해까지 죄다 생방으로 내보낼 생각이거든.
느네가 방해를 할수록 우린 홍보가 되는 거야. 괜찮지?
민재 : (답답해서) 전에 내가 말 잘못했어. 너 보고 다치지 않을만큼만 싸운다 그랬나. 문호야. 그게 잘하는 거야. 그래야 오래 싸우지.
문호 : (미소 지으며 민재를 보는)
민재 : (달래듯) 천천히 가자. 천천히 오래.
문호 : 나 요즘 재밌어. 아침에 눈을 뜨면 말이야. 전에는 아. 또 하루를 버텨야 되나. 이랬거든.
근데 요즘은 잠이 깨면서 생각해. 좋아. 오늘은 뭘 하면 되지? 이 녀석들은 뭘 하고 있을까. ..넌 어때?
문호는 웃으며 민재를 보는데 민재는 웃지 못한다.
민재 : 그 사람들, 항상 우리 위에 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 우린 아직 상식대로 살고 그 사람들은 아니거든. 너.. 이길 수 없어.
문호 : (미소) 근데.. 이길 수 없을 거 같다고 그만두면.. 그애들한테 쪽팔리잖아. 그건.. 싫은데.
#71. 거리
정후의 차가 달려오고 있다.
운전하는 정후의 옆에서 영신이 아예 몸을 돌려 뒤를 보고 있다가
영신 : 온다. 저 차 맞는 거 같아.
정후가 백미러로 뒤를 본다. 아까의 봉고차가 뒤로 붙고 있다.
영신 : 저 차도 수상해.
아까의 봉고차 옆 차선으로 또 다른 차가 보인다.
영신 : 아까부터 따라오는데 추월도 안하고. 딱 저 만큼 거리를 유지하고 있거든. 완전 수상해.
말하다 보면 정후가 웃고 있다. (귀여워서)
영신 : 뭐
정후 :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며 정후가 옆으로 우회전을 해서 들어간다.
#72. 민자 아지트
민자 : 거기서 계속 직진. 십분 정도면 도착하겠네. 납골당.
정후소리 : 그 쪽 상황은 어때.
#73. 썸데이 건물 앞
오토바이가 도착한다. 내려서 헬멧을 벗는 대용.
#74. 썸데이 건물 계단
통통 빠르게 올라오는 대용. 내려오던 종수가 오..해서 보는데. 무시하고 그 옆을 올라간다.
#75. 썸데이 사무실
여기자가 본다. 그 옆에 서 있던 장부장이 돌아본다.
대용이 들어서고 있다.
장부장 : 어떻게 오셨습니까?
하는데 대용은 쳐다보지도 않고 문호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안에서 기다렸던 듯한 문호가 대용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블라인드를 내린다.
여기자 : 빼박.. 애인입니다. 틀림없습니다.
했다가 장부장에게 서류로 얻어맞는다.
#76. 납골당 주차장
정후의 차가 주차한다. 내리는 정후와 영신. 정후는 아직 안경을 쓴 상태.
둘이 납골당 쪽으로 걸어간다.
잠시 후. 떨어진 곳에 주차되는 봉고 차. 그리고 수상한 차도 도착한다.
#77. 납골당 내부
걸어오는 두 사람. 정후가 걸어오며 힐끗 보는 곳. 거기 설치되어있는 CCTV.
#78. 민자 아지트
모니터 중의 하나가 비추고 있는 바로 그 CCTV의 화면.
정후가 손을 들어보이고 지나간다.
정후의 옆에서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던 영신이 다시 돌아와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든다.
정후의 팔이 뻗어나와 영신을 끌고 간다.
빈 복도를 비추던 화면에 사내들이 잡힌다. 사내1을 필두로 하는 5-6명의 사내들. 정후가 간 쪽으로 따라간다.
#79. 봉안실 입구
들어오는 정후와 영신.
영신은 정후에게 바싹 붙어있는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영신이 막 뒤를 돌아보려고 하는데.
정후 : 돌아보지 말고.
영신 : (얼른 앞을 보는)
정후 : 여기.. 8년? 9년쯤 전에 우리 사부랑 한번 온 적이 있어. 사부가 그때 뭐라 그랬냐면. (흉내) 어차피 니 아버지는 여기 없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 그래도 인사를 할 때 방향은 알아야 하니까. 여기다 대고 하자고. 인사.
영신이 웃는다. 그러면서도 뒤가 계속 신경 쓰인다.
그들이 걸어온 저 뒤에 사내 둘이 천천이 걸어온다.
다른 쪽.. 또 다른 사내들이 보인다.
조용한 봉안실에 어지러운 발소리.
#80. 봉안실 내부 일각
걸어오던 정후가 멈춘다. 영신도 따라 멈춘다.
정후가 미소 짓더니
정후 : 찾았다.
영신도 앞을 본다.
거기 주루루 진열되어있는 봉안실 중의 한 곳. 유리창 안으로 준석의 사진이 활짝 웃고 있다.
준석과 정후 정후모친셋이 찍은 사진도 있다. (정후 스튜디오에 있는)
정후가 영신과 함께 다가선다.
정후 : 우리 아버지셔. 아버지. 여긴 채영신. 아마 아버진 오지안이라고 알고 있을 거야.
영신 : 안녕하세요.
그들 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내들이 소리없이 자리들을 잡고 있다.
#81. 썸데이 사무실
문호 집무실의 문이 열리더니 대용이 나온다.
사무실의 직원들이 모두 주시하는데. 전혀 무시하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는 문호. 모두를 보더니
문호 : 썸데이 3호 방송을 하겠습니다.
장부장 : 내일 하잖아요. 3호. 김문식 대담에 맞춰서.
문호 : 방금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고. 확인해봤습니다. 이 정보는 되도록 빨리 풀어야 되는 거라서요. 방해를 받기 전에. 지금.
종수 : 지금요. 방송을요. 아니 그럼 내 정보는.. (혼자 멘붕)
문호 : (사무실 가운데로 걸어오며 빠르게 지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홍보를 해줘요.
썸데이 3호 뉴스. 메인 타이틀. 김문식이라는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인형사. 그 실체를 밝힌다.
모두 놀라서 본다.
문호 : 내가 미리 준비해놓은 동영상이나 인터뷰 영상이 있으니까 몇 개만 더 보충하고 방송은 준비 되는대로 시작할 겁니다.
첫 생방에 얼마나 봐주냐가 중요한데. 어떨 거 같아요.
장부장 : 솔직히.. 김문식 김문호 형제의 난. 인기 엄청납니다. 어렵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SNS 파워유저들이 항시 대기 상태거든요.
여기자 : 방송시간은 얼마나 잡으면 됩니까?
문호 : (잠시 보다가) 모르겠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82. 봉안실
정후가 손목시계에서 만능열쇠용 핀을 꺼낸다. 영신이 구경한다.
간단하게 열쇠를 따고 문을 연다.
정후가 손을 넣어. 안을 살핀다. 그러다가 가족사진 액자 뒤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영신과 시선을 마주친다.
정후가 조심스레 꺼낸다.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있는 카세트테이프.
정후가 시선만 돌려서 뒤쪽을 살핀다.
거기..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지키고 있는 사내들.
정후가 몸으로 막은 상태에서 테이프를 영신에게 넘긴다.
영신이 받아서 외투 안주머니에 넣는다.
정후 : 괜찮겠어?
영신 : 문제 없어.
정후 : 그럼 인사하고 갈까.
정후가 내미는 손을 잡고 영신이 뒤로 물러선다. 둘이 나란히 고개 숙여 인사한다.
// 이만치 지켜보는 사내1의 시각. 저 앞에서 나란히 인사를 한 정후와 영신이 입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사내1이 옷깃의 마이크를 올려 지시한다.
사내1 : 포위망 치고. 카메라 없는 실외까지 몰고 간다.
// 정후와 영신이 봉안실을 빠져 나간다.
#83. 민자의 아지트
민자의 모니터에 보이는 아까의 CCTV 화면.
거기 아까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 정후와 영신.
그들의 바로 뒤를 따르고 있는 사내들. 이제는 거의 거리낌없이 포위하듯이.
민자가 폴더 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누르더니 기다린다. 목소리를 변조하더니
민자 : 좀 전에 신고했던 사람인데요. 그 사람들 지금 막 나가네요. 입구 쪽으로 가요. 저것들 조폭 맞구요.
그 아가씨 납치해야 된다고 떠드는 거 내가 직접 들었거등요.
#84. 납골당 밖
정후와 영신이 점점 걸음을 빨리하며 걸어오고 있다.
이제 사내들은 그들을 거의 포위하듯이 해서 걸어오고 있다.
영신을 감싸다시피 걸어오던 정후가 걸음을 멈추자 사내들도 모두 멈춘다.
정후 : 우리 아는 사인가요? 아님 뭐.. 하실 말씀이라도?
사내1이 앞으로 나서더니 손을 내민다.
사내1 : 방금 주운 거.
정후 : 이거 드리면 우린 가도 돼요?
사내1 : (생각해보더니) 그건 아니지.
정후가 저 뒤를 봤다. 저 멀리 경찰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너무 멀다. 한숨을 쉬고.
정후 : 영신아.
영신 : (잔뜩 질려서) 어.
정후 : 눈 감어.
영신. 두 말없이 눈을 감는다.
순간. 정후가 경찰차 방향을 막고 있던 두엇을 쓰러뜨리고는 영신을 잡아 그쪽으로 민다.
정후 : 달려.
영신이 달리기 시작한다.
영신을 잡으러 가려던 한 놈을 잡아 밀치고는 정후가 영신과 나란히 좀 떨어진 거리를 달린다.
정후 : 일루 던져.
영신이 달리며 카세트테이프(알맹이는 빠진. 케이스만. 겉으로는 잘 모르게)를 힘껏 던진다.
정후가 받아들더니 영신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영신 쪽으로 경찰차가 오고 있다.
사내들이 영신을 놔두고 정후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정후가 워낙 빠르다. 막아서는 자는 교묘히 피하며 달린다.
#85.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가 방송을 시작하고 있다. 앞에 직원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있고.
문호 : 또 하나의 외로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옆의 모니터에 박동철의 사진이 떠오른다.
문호 : 박동철씨. 그는 사명감에 불타는 경찰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92년 어느날 경찰 조사실에서
어느 살인용의자의 진술을 듣게 되었습니다.
// 다큐화면 다섯 친구의 사진. 영재의 얼굴만 드러나 있고. 나머지 네 명의 얼굴은 흐리게 처리된 상태.
거기서 준석의 얼굴이 밝게 드러난다. 그 위로.
문호소리 : 지난번 저희 썸데이 뉴스 2호의 주인공. 기영재씨를 기억하시는지요. 그와 92년 경찰 조사실에 있었던 서준석씨는
같은 해적방송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영재씨와 비슷하게 서준석씨 또한 검찰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사망합니다.
#86. 납골당 외각 일각
정후가 쫓긴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몰린다.
정후가 뒤를 돌아본다. 헐떡이며 달려온 사내들이 순식간에 에워싼다.
사내1이 앞서 나온다.
정후가 울상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맞아줘야 해서) 한손을 들어 안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사내1이 정후를 가격한다.
억 소리를 내며 약한 모습으로 쓰러진다.
사내1 : 내놔. 녹음 테이프. (한대 더 패려는데)
정후 : 준다고. 줄테니까. 말로 하자고.
하며 주머니에서 꺼내 주는 카셋 테잎 케이스. 사내1이 받아보면 빈 껍데기 뿐이다.
옆의 사내 둘이 달려들어 정후의 주머니를 뒤져댄다.
정후가 눈치를 본다. 약이 바싹 오른 사내1이 비켜봐 하며 다가온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 한 대를 별 저항없이 맞으며 요란스레 비명소리를 낸다.
그런데 워낙 센 주먹을 맞아 바로 입가가 찢어지며 피가 맺힌다. 퉤 뱉었더니 피가 섞인 침이 나온다.
정후 : (두 손을 들고) 어르신을 만나게 해줘요. 그럼 이번 녹음테이프 뿐만 아니라 엘에이 동영상도 준다고 해요. 전화하시라고.
그렇게 말하면 반응이 있을 거라니까. (입안이 쓰려서 아파하며) 그리고 이렇게도 말해요.
힐러가 어르신 쪽에 붙고 싶어한다고. 아아씨 아퍼. 그 어르신이 나 보고 싶어 한 거 내가 알거든요.
#87. 다큐 화면
옛날 신문기사(별첨)를 비추며
// 사진의 기영재와 서준석을 하나씩 또는 함께 비추며..
문호소리 : 당시 신문은 그 죽음에 대해 단신기사를 실었습니다. 서준석씨는 자살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를 죽이고 죄책감에 자살을 했다는 거죠. 두 친구의 사인은 22년의 사이를 두고 이상하게도 유사했습니다.
독극물에 의한 사망. 한쪽은 자살. 다른 한 쪽은 살해.
#88.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 : 그러나 이번에 우리 썸데이의 기자를 만난 당시의 수사관 박동철씨는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89. 민자 아지트
민자가 선 채로 모니터에 나오는 썸데이 뉴스를 보고 있다.
화면은 문호에서 박동철의 사진으로 넘어가며
자막 : 박동철 인터뷰???
박동철소리 : 우리가 받은 진술서하고 보고된 진술서가 다르더라고. 이건 뭐. 한쪽은 아주 소설인 거야.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
감사과에 고발을 했지. 그 다음에 우리가 어떻게 됐게.
정후 : 쫓겨났다고 들었는데요.
민자가 스스로 녹음 해 놓은 게 만족스러워서 흥흥. 웃는다.
#90. 어르신 집 정원 (전에 문식과 젊은 문식이 조우했던 그 장소. 비슷한 앵글)
사내들이 양쪽에서 정후를 끼어 잡고 들어오고 있다.
맞아서 피맺힌 입술로 정후가 끌려 들어오며 정원을 둘러본다. 언제나 지형지물은 습득해놓기.
#91. 문식의 서재
문식이 급히 온다. 오비서가 노트북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문식이 보게 되는 화면은 스튜디오의 문호.
문호 :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경찰에서 쫓겨난 박동철씨는 지난 22년간 녹음테이프 하나를 간직해왔습니다.
바로 서준석씨의 진술이 담긴 테이프였습니다.
#92.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가 똑바로 화면을 보며
문호 : 박동철씨는 그 테이프를 없애려는 자들에 의해 살해된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왜냐하면 죽기 직전에 우리 썸데이에 넘겨준 22년 전 진술 테이프에는 그들에 대한 엄청난 이야기가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며 문호가 데스크 위에 내놓는 것. 그것은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카세트 테이프다.
찬영이 카메라로 그 테이프를 줌인한다.
테이프 위에는 세월에 의해 번진 글자로 [1992/03/02/서준석 진술]이라고 적혀 있다.
#93. 어르신 거실
사내 둘이 정후를 끌고 와서 밀쳐놓는다.
무릎을 꿇을 뻔 했다가 가까스로 버티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정후. 비어있는 앞을 본다. 그 위로 들리는.
문호소리 : 여기서 나오는 그들이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94. 섬데이 스튜디오
문호는 귀의 이어폰을 만지며 기다리고 있다.
앞의 장부장네도 보면서 기다린다. 음악없이 침묵으로..
#95. 민자 아지트
민자가 손을 키보드 위에 정지시킨 채 기다리고 있다. 침묵..
#96. 어르신 정원
어르신의 비서가 손에 들린 휴대폰을 보며 급히 달리고 있다. 엎어질 듯 바빠서.
#97. 어르신 거실
안경을 낀 정후가 돌아보다가.. 싱긋 미소.
정후 : 온다.
#98. 민자 스튜디오
민자가 키보드의 엔터를 호기 있게 누른다.
#99. 썸데이 스튜디오
기다리던 문호가 고개를 들더니
문호 : 우리 썸데이의 기자가 그들이 누군지 물어보기 위해 모처를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분을 보통 어르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문호가 옆의 모니터를 본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화면. 정후의 안경으로 찍는 장면.
#100. 어르신의 거실
거기 문을 들어서고 있는 어르신. 정후를 본다.
그 모습이 안경 화면의 프레임으로 잡힌다.
정후가 천천히 일어서 어르신을 보더니
정후 : 안녕하세요.
뒤늦게 달려온 비서가 어르신의 앞을 막으며 그 얼굴을 가린다.
그 모습을 보며 정후가 싱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