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탑, 0204
설이 되기 전전 날 조탑에 갔더랬다. 그 얼마 전 갔을 때부터 보일러는 벌써 터져 있었어. 스산했다. 여기에 올라 사진 찍는 일 같은 거 안 했는데 왠지 이제라도 이 모습 남겨두고 싶어 집 둘레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 가고 벌써 여덟 달, 여름 내내 유물정리위원회에 속해서 할아버지가 남긴 것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살피고 모으고 나누고……. 목수학교에 있다 주말이 되면 안동으로 내려가 그렇게 석 달 가까이 쥐오줌 내 나는 것들 속에서 파묻혀 지냈다. 그 뒤로 일이 어떻게 되어지는 건지, 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앞으로는 그곳에서 일을 맡아 해가기로 결정을 했다는데 재단 만드는 문제라는 것도 늦어지기만 하더니 이제 어떻게 갖추어졌나 보았다. 연말에 한 번 모여 얘기해 보자 하는 자리가 있기도 했는데, 나는 거기에 가 보지 못했고, 얼마 전 들으니 그 동안 장례 일부터 유물 일까지 맡다시피 해오던 그 '권정생과 함께하는 모임'의 최윤환 선생님이 상임이사 안상학 시인이 사무처장을 맡아 일을 보기로 했다 한다. 정호경 신부님 대신 이현주 목사님이 이사로, 그리고 아동문학계에서 한 분을 더 이사로 모신다고 하는데 그 과정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 일들에 관계해 있는 동안 마음이 적잖이 힘들었다. 뒷일들은 어떻게 되어갈는지, 실은 더 알려해 어려운 마음 쓰고 싶지는 않아. 나는 여전히 할아버지를 가장 잘 모시는 길은 할아버지 유언을 그대로 받드는 길이라 생각하지만, 할아버지를 사랑해온 많은 이들 마음이 다 같지는 않으니……. 할아버지가 늘 나와 앉아 해바라기, 달바라기를 하던 그 평상에 앉아 김밥과 순대를 내놓고 막걸리를 마셨다. 그렇게 조금 앉아 있다 보니 조금 뒤에 어느 식구들이 찾아왔네. 안동 어느 교회에 다니는 한 가족이라면서. 내려오다 고샅으로 들어가는 집 부녀회장 아주머니를 만나 인사를 하니 엊그제는 시의회에서 사람들이 나와 거기에 뭘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라는 얘기를 전했다. 그 동안 숨 돌리고 싶을 때면 이 빈 오두막을 찾곤 했는데 글쎄, 앞으로는…… 몰라. 그래도 또 찾아오고 싶고 그러겠지. 그래도 할아버지 집 앞에 가면 살아 할아버지 얼굴, 목소리 그대로 다시 떠오르는 걸.
할아버지 옷을 태우던 냇가 옆 자리, 아직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위 글과 사진은 동화작가, 사람 박기범의 작은 누리집-냉이로그
http://blog.paran.com/gibumi 에서 옮겨왔습니다
첫댓글 어끄제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조용한게 방안에 앉아 계실거 같기도 하고 집만 남아 있는 모습이 영~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네요
조탑 같이 갈 사람! 모여라~!!
언제 갈라고~ 어머님 수술 회복이 빠르다니깐 다행이야~ 낭~중에 여유 있을때 제가 모실게요 대표님 힘내세요 파이팅!!!
수술하셨나요? 회복이 빠른가 보네요. 다행입니다. 미정씨, 마음고생 심했지요. 힘내세요. 미정씨 어머님도 화이팅!!
미정씨, 힘내요.병간호 쉽지 않은 일이지...3월에 진주 기적의 도서관 행차할건데 같이 가야지요? 에너지 비축해두셔~~용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지..난 친구도 아닌가봐..........힘내 ^^*................
사람들이 참 대단한거 같아여. 대표님 이런 사람들의 마음으로 힘 백배 충전하세요. 자신을 내준만큼 복을 받을꺼에요.^^
죄송스런 마음 감사한 마음 뒤범벅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2주후쯤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조탑에도 꼭 가게되길.. ^^ (병원에서 놀러갈 생각?!)